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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역사 ㅣ 크로노스 총서 20
데이비드 벌린스키 지음, 류주환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4월
평점 :
수학사 같지 않은 수학사
수학의 발전을 역사에 따라 진행하는 수학사~! 는 아니다. 종합적인 수학의 역사라기 보다는 수, 미적분, 군, 기하학 등 각 분야에 얽힌 주요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각 개념의 배경 등을 짧게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군이나 해석기하학 등 각 분야의 핵심 주제들과 대상을 간략히 살펴볼 수 있으며 정확한 수학사 기술보다는 어떤 사건이 수학 발전(혹은 퇴보)에 끼친 영향을 주로 살피고 있으며, 곡식 설명이나 증명보다는 그러한 생각이(공식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가볍게 보여준다.
다만 그 무게들이 결코 가벼울 수 없는 주제들이다보니, 전혀 모르는 사람이 ‘수학에는 이런 분야가 있구나~’하면서 감탄을 느끼기에 적당하다. 또는 해당 공식들을 증명할 줄 아는 전문가가 ‘내가 알고 있는 내용에 이런 의의가 있었군!’ 하면서 다시 돌아보기 적당할 것이다.
다만 ‘역사가 있는 해석학’처럼 역사적 배경과 발전사를 통해 수학공식이나 증명을 숙지한다거나, Howard Eves의 ‘수학사’처럼 각 분야에 얽힌 발전사나 이에 등장하는 수학자들을 알 수 있지 않다. 그래서 이런 ‘중간 성격의 서적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부담없는 분량으로 적당히 깊이 있는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신, 이 책 한 권으로는 어떤 분야도 새롭게 알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읽고 감탄하거나, 읽고 다시 생각하거나.
그러나 수학사 치고는 아주 작고 간단하여 (내용 이해는 별개로 하고)나 같은 문외한도 읽기 부담이 없었으며, 옛날에 보았던 내용(엡실론 델타 등)을 보다 쉬운 설명으로 다시 접하며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사람에 따라 수학의 발전사를 보며 감탄/탄식 할 수도 있으며(모든 역사는 사람을 경탄하게 하거나 아쉬움에 탄식하도록 한다.) 이 역사에서 얻은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아쉬움이 남더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며, 그 책 또한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또한 역사이며, 삶이기에...
수학을 하는 사람들의 역사, 수학의 역사 언제나 흥미로운 타인의 발자취,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우리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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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열 S = 1/n은 n이 커짐에 따라 작아진다. 목적지는 0으로서 S가 극한 L에 이를 때이다. 해석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3단계를 거쳐야 한다. 먼저 어떤 양수 ε를 취한 후 잠시 그 수를 고정시켜라. 그러고 나서 ε에 의존하는 다른 양수 δ를 고려하여 두 수가 팀을 이루게 하라. 그런 다음 n이 커짐에 따라 S = 1/n 과 0 사이에 형성되는 차이를 고려하라. 이것이 세 번째 단계이다. 이렇게 하면 다음과 같은 이로움이 있다.
정의 : ε 값을 임의로 선택한 후 그에 대응하는 ‘어떤’ δ를 취할 때, δ보다 큰 모든 값에 대해 앞에 언급한 차이가 ε보다 작게 되는 ‘어떤’ δ가 존재한다면 L은 S의 극한이다. - P80
교수들은 비 오는 아침에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근하여 수업을 한다. 분필이 끽끽대는 소리가 들린다. 책은 펼쳐져 있고, 학생들은 필기한다. 문제가 제기되고, 때때로 해결된다. 명확할 때도 있고, 헷갈릴 때도 있다. 수학의 인생 너머의 인생이 계속된다.
정식으로 쓰는 책이건 이미 쓰인 책에 낙서하는 것이건 간에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낡은 것도 한때는 모두 새로운 것이었고 새로운 것도 언젠가는 낡게 된다는 것뿐이다.
누구나 느끼면서도 무어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이 설렘은 어떻게 될지 기다리며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과연 그래야만 하리라.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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