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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미러링 - 혐오의 시대와 메갈리아 신드롬 바로보기
박가분 지음 / 바다출판사 / 2016년 9월
평점 :
아무도 옹호하지 않는 일베와 달리, 여성주의자들이나, 그 부류의 학자들이 적극적으로 변호하는(또는 변호하던) 메갈리아에 다루는 이 책은, 워마드, 메갈리아에 올라왔던 글을 그대로 보여주며, 공익적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그들의 행위(미러링 등) 이면의 동기가 사실은 일베와 다르지 않았음을 말한다.
책의 주제는 저자의 이전 작품인 ‘일베의 사상’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메갈리아/워마드 이면의 사상이나 핵심을 고찰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
물론 120쪽부터 성소수자나 장애인 등에 대한 차별에 대해 (비교적)온건파였던 메갈리아와 강경파인 워마드가 갈라지는 과정 등을 통해, 그들의 목적이 ‘여성인권 신장’이라는 고상한 주제로 포장된 것과 달리 일베와 다른 방향으로 완전히 같은 집단임을 드러내기 때문에 순어있는 비밀 글 읽는 재미도 있으며 관련된 사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그들은 메르스갤러리의 미러링이 홍콩 격리수용 거부 여성에 대한 여성혐오 발언에 대항하면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하지만, 그 순서를 보면
이미 남성연예인갤러리 등에서 2015년 5월 29일 오전 11시에서 오후1시에 카타르 귀국 남성 메르스 감염자 기사에 대한 남성혐오 글들이 올라온 것이 확인 가능하며, 디시인사이드 메르스갤러리가 생성된 시간이 같은 날 오후6시 이후, 홍콩 여행 한국인 야성들의 격리 수용 거부 기사는 다음 날인 5월 30일이기 때문에(42~43쪽), 그들의 미러링 역시 명분이 사라진다.
사실 이전부터 일베의 어투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그들은 일베나 다를 바 없는 무리인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이 책 전반부의 글들은 대부분 ‘새로운 통찰’이 있거나, 뭔가를 알게 되는 내용이라기보다는, 기존에 알려진 내용들을 정확한 내용과 출처를 통해 정리할 수 있다는 데에 의의가 있었다. (‘범죄자’에 대한 복수심으로 ‘그 범죄자가 속한 집단의 구성원 모두에게 가하는 폭력’은 아무로 좋게 말해줘도 ‘모방범죄’, 또는 ‘보복범죄’ 그 이상은 아니다.)
125~137쪽
1) 메갈리아/워마드는 ‘혐오 발언’에 완전히 몰입한 인터넷 커뮤니티이며
2) 그들의 혐오발언은 단순히 남성혐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생명경시, 남성 어린이/ 장애인/성소수자 혐오 역시 병행)
3) 메갈리아 내부의 혐오 발언에 대한 자정작용은 거의 없었다.
4) 일베가 폭력범이라면 메갈/워마드는 지능범이다 (내부의 혐오발언과 달리 ‘여성에 대한 혐오를 혐오한다.’ 로 세탁된 이미지 전파)
5) 메갈/워마드의 미러링은 일베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정반사의 미러링이 아니라 난반사의 미러링이다.
6) 메갈/워마드 구성원 상당수는 이미 ‘미러링’이라는 대의명분을 처음부터 믿지 않았다. (혐오 발언을 혐오 발언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이 목적이었다.)
1부 내용을 정리하면 이러하다. 그래서 자료를 제시하는 1부가 더 필요한 사람이 있겠지만, 그보다는 ‘저자의 주장’이 나오는 2부가 더 중요할 것이다.
2부는 먼저 “인터넷 공간이 ‘공론장’으로의 기능을 할 수 있는가?”를 다룬다.
공론장을 위해서는 참여자들 사이의
‘이해가능성’,
‘진리성’
‘정당성(도덕성)’, 그리고
‘진실성’이 충족되어야 한다. (당연히 일베/ 워마드/ 메갈리아 모두 익명성과 공감(이해가능성) 외의 다른 가치는 버린 지 오래다.)
결국 메갈/워마드를 신여성 문제로 연결하려는 담론의 실패, 인터넷과 환경권력 등의 내용은 (저자가 이전 글들에서 일말의 기대를 가지지 않았나 싶었던 공론장의 모습을 메갈/워마드에 적용) 결국 메갈/워마드 역시 일베와 마찬가지로 ‘실패한 공론장’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책의 내용은 대부분 커뮤니티의 게시글에 기반한 이야기라 그런지, ‘일베의 사상’보다는 읽기 편했다. 물론 통계 적용 등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한 가지 예를들면,
171~172쪽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986년~1995년 사이에 태어난 남아와 여아의 성비는 평균 113.2다. (중략)2014년 기준 20~29세 남녀 중에서 결혼에 적극적인 의사를 밝힌 남성이 전체 남성의 57.8퍼센트였다면 여성은 44.7퍼센트에 불과했다.
위 자료를 토대로 성비불균형으로 인한 혐오를 유추하는 천기자의 해석을 인용한 건, 좀 부족한 사료 인용으로 보인다.
https://weekly.donga.com/coverstory/article/all/11/1315870/1
여기서도 확인 가능하듯이 현 성비는 그리 극단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서울 등 대도심에서는 여성이 더 많다.
기사 내용을 요약하면, ‘높은 남성 영/유아사망률’, 징병제의 의한 군내 사망, 높은 자살 성공률, 해외이주 등으로 인해 남녀 성비가 거의 비슷해졌다는 건데, 이것만으로도 성비 차이가 상당히 줄어드는데다가,
결혼시장에 국한해 보면 이것 말고도, 그냥 결혼시장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은 계층도 남성이 두 배 이상 높다.
(대표적으로 영유아<선천적>, 성인<후천적>지적장애를 모두 봐도 지적장애 발생 성비의 경우 1.5대 1 정도로 남성이 높다.
[참고로 한국의 지적장애 기준에 경증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남성이 1.5배 이상 더 많은 지적장애인들은 한국에서 전원 3급 이상의 중증장애 판정을 받는다. 지적장애로 인해 결혼시장에 나오기 어려운 이들의 성비의 경우 남성이 최소 30%는 더 많을 것이다.])
따라서 결혼시장에 나온 20~29세 남녀의 성비는 통계와 달리 실질적으로 그리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언제나 핵심은 단절과 공동체
책에서 말하는 성별갈등의 원인은 수평적 문화인 또래문화의 회복이다. 어린아이에서 벗어나게하며, 부모를 벗어나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맺을 수 있는 문화 정착을 위한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문제 해결 능력이 없는 이들이 주로 저지르는) 개인을 억압하는 ‘죄책감의 강요’ 역시 여성주의 등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경고이다.
책의 후반부는 메갈/워마드가 사용하는 ‘미러링’ 다시 말하면, ‘충격요법’이라는 것이 테러와의 전쟁, IMF의 구조조정, 혁명기 러시아, 우리나라 학생운동권과 쿠데타 세력 모두 사용한 충격요법 등을 보이며, ‘충격요법’은 결과적으로 효과가 없음을 주장한다.
‘범죄자’에 대한 보복범죄를 저지른 자는 그 역시 ‘범죄자’이며, 무엇보다, 테러리스트가 나온 집단이라면서, 테러리스트가 아닌, 해당 집단 전체에 대한 보복성 폭력을 저지른 자는 그 역시 테러리스트가 된다.
조금 더 구체적인 방법
이미 진짜 적을 알 수 없게 된 현 시대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 미러링 문제의 해결 방법은 일베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사회에서 준범죄집단처럼 취급되는 일베와 달리, 한편으로는 제도권에서 옹호되는 메갈/워마드 진영에 대한 분석이기 때문에, 저자는 기존에 제시한 해결 방법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
혐오 발언에 대한 모니터링과 규제 장치 마련
남성/여성 집단 모두 혐오발언을 하는 개인은 소수이기에 이들의 발언들을 집계하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거나 댓글에 가장 많은 도배를 한 사람의 아이디를 상위 몇 명까지는 공개하는 등 구체적인 제안 역시 유용해보인다.
결국은 단절이 문제
결국은 소통이 문제로 저자가 제시한 이야기 외에도 학교 교육 현장에서 ‘자유로운 토론’(또는 의사소통과 의견조율)을 교육하는 것 역시 대안이 아닐까 한다.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된 수사학 역시 설득을 위한 기술이었으니, 지금처럼 과격한 자기주장의 목소리만 높아지거나, 아니면 관심없는 이들의 침묵만이란 두 극단만 존재하는 상황보다는 더 나은 모습이 아닐까 한다.
아무튼 저자의 책을 연이어 두 권 읽으니 저자의 이야기들이 감이 올 듯하다.
그러나 항상 해결은 어렵다.
일베가 놀이화된 백색테러라면, 메갈리아/워마드는 놀이화된 적색테러라고 할 수 있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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