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망친 10권의 책 - 그리고 세상에 도움 되지 않는 5권의 책
벤저민 와이커 지음, 김근용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세상을 망친 10권의 책: 그리고 도움되지 않은 5권의 책'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사실 저자가 좁은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는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어서 더 평가가 안 좋은지도 모르겠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 책의 저자가 위대하다고 알려진 10권의 책에 대해 일반적인 사항만을 가지고 비판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비판의 대부분에 대상이 되는 원문을 함께 이야기 하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탄탄한 근거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윈은) "더욱 약하거나 열등한 사회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결혼하는 것" 만큼은 규제하거나 혹은 "결혼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본책127p에 인용한 찰스 다윈의 <인류의 유래>, 1권 5장 168p-

 

또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문명화된 인종이 미개한 인종을 몰살할 것이며, 그 빈자리는 다른 인종으로 채워질 것이다." -찰스 다윈-

 

 

  이렇게 비판 대상 책과 이 책에 영향을 받은 다른 책들을 직접 인용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비판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각 사상가의 상황이나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서 비판했을 거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마키아벨리가 보았던 당시의 무서운 사회나, 노예제도를 반대한 다윈, 또는 '밀'이 쓴 '공리주의'가 나올 당시 노동자들의 비참한 환경처럼 각 책들이 갖는 역사적인 맥락과 배경도 상당부분 다루고 있어서 비판 대상에 대해 생각했던 것보다 넓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사실 비판 대상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그 가치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예를들어본다면 홉스의 '리바이어던'이나 밀의 '공리주의'에 대한 비판의 경우, '기독교', 또는 어떤 '절대적인 기준'(종교인들에겐 '신'이고 플라톤에겐 '이데아', 또는 칸트의 '정언명령' 같은 어떤 기준점)등이 있을 때 가능한 비판이다.

 

 

아마도 이 책이 받는 여러 비판들은 저자가 가진 특정 기준점이나 관점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 있는 '위대한 책들' 중 내 기준에서 봐도 별로 위대하지 않았던 책들이 섞여 있다는 점도 아쉽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이 당시에는 큰 영향을 주었을지 모르지만 사실 히틀러가 그런 끔찍한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건 그 책 자체가 갖는 힘 보다는 괴벨스 같은 히틀러 아래의 선동가들이나, 히틀러가 말과 행동으로 독일인들에게 심어주었던 생각들이 더 크지 않을까?(히틀러가 괜히 TV나 라디오 같은 방송을 보급하고 올림픽을 유치한 게 아니다. 그는 이런 것들 하나까지도 선동을 위해 사용했다.) 그리고 그의 책이 당시에는 큰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책을 고전이라면서 읽는 사람도 없다.

 

 

  14장에서 다루는 킨제이의 '남성의 성적 행위' 역시 킨제이 연구소에서도 인용을 거절할 정도로 문제가 많은 저작으로 알려져 있고, 15장 프리던의 '여성의 신비' 역시 그녀의 전기 집필자 '다니엘 호로비츠' 부터가

 

"(가정주부들에 대해)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것은 무엇이든 끄집어내어 확대하고 행여나 긍정적인 부분이 있으면 일절 언급하지 않았으며, (중략) 자료를 왜곡했고 (중략)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내용이 대두되면 철저하게 무시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주장을 키워나갔다.(293~294p)"

 

 

고 말하는 책이기 때문에 이미 이 책에 대한 비판은 알려져 있다.

 

    물론 297p에 인용한  '버락 오바바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어느 모금 행사에서 말했던 발언'이 놀랍게도 프리던의 주장과 일치한다는 점 등으로 보아 이 책들의 영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지만, 연결 고리가 분명하진 않다.

 

 

    그러나 아무리 이 책이 '기독교'라는 좁아 보이는 관점으로 각 저서와 사상가들을 비판한다 해도, 벤저민 와이커는 많은 부분에서 원전에서 인용한 분명한 본문을 두고 명확하게 비판하기 때문에,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사상가들의 이면을 알 수 있다.

 

 

  니체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저자는 니체가 노예나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을 비판했던 이유를 그가 일종의 '귀족사회'로 돌아가기 원했기 때문이었다고 본다.

  이 근거로 와이커는 1884년에 발견된 니체의 편지 내용들을 직접 인용하면서 "내가 세상을 지배하겠다.", 는 니체의 말이나 '니체 시저'처럼 니체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 본문을 직접 보여주기 때문에,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이 책을 통해 위대한 사상가의 이면을 볼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는 있을 것이다.)

 

 

   따라서 와이커와 다른 토대를 갖기 때문에 그에서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통해 여기 나온 15권의 책들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보고, 그 내용을 자기만의 것으로 얻어 갈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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