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크라테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새뮤얼 이녹 스텀프.제임스 피저 지음, 이광래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9월
평점 :
책의 내용과 상관 없는 내용을 먼저 이야기 한다면, 아래 여러 독자들의 리뷰와 마찬가지로, 지금의 번역은 대부분의 오역이 교정되었기 때문에 원문의 의미가 왜곡된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다루고 있는 철학들의 수준을 볼 때,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내용을 잘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사의 책임감도 좋은데, 판본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역 판본들은 아직까지도 ‘열린책들’에서 교환을 해준다.)
========================================================================================
책의 내용적인 특징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교양 철학서적들과 달리, 엠파도클레스, 플로티노스, 스코투스 등과 같이‘주류’라고 보이지 않는(고교 윤리 시간처럼 일반적인 교양 수준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철학자들까지도 자세히 다루고 있으며, 각 철학들에 대한 평가 역시 충실하다.
좀 더 예를 들면,‘가능태와 현실태로서 형상과 질료’같이 잘 알려진 아리스토텔레스의 핵심 내용 외에도“근본 전제는 논증되지 않는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처럼 일반 교양 수준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세부 내용이 많다.
게다가 필요한 경우에는 각 철학이 가진 약점들 또한 잘 지적하고 있는데, 러셀의 분석 철학(논리적 원자론)에 대해 "<일반적인 사실>에 해당하는 원자적 사실은 없다. 게다가 그 이론 자체에 대한 설명이‘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같은 반박은 개별 철학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검증 원리 자체가 검증 불가능하다”는 논리 실증주의에 대한 비판 역시 비슷한데, 철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읽기에도 타당해 보인다. (과학적 명제에 대한 ‘예측하는 언명’이나 ‘검증’을 구성하는 일 등 여러 내용이 있으나 본 서평의 목적에 따라 생략한다.)
물론 그런 비판들이나 보충이 다른 철학자가 했던 비판을 인용한 것인지는 모른다. 그리고 분명히 특정한 몇몇 사상들에 대해서 유독 비판적인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후설, 라일, 로티, 후대의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이르는 넓은 철학사상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러셀의 서양 철학사에서 빠진 내용들을 보충하기에도 좋으며, 반대로 이 책으로 보다 넓은 공부를 한 뒤에 러셀 등의 책과 비교해보는 일도 의미 있게 보인다.
그렇다고 이 책 내용에만 의지해 각 철학에 대한 입장을 세우는 건 조금 위험하다. 이 책 역시 원전이 아니고 제한적인 설명만 하기 때문인데 예를들면, 파스칼의‘도박 논증’에 대한 반박이 없으며, 무엇보다 저자가 이를 '신 존재 증명'과 연결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도박 논증을 신 증명으로 보는 경우에는 이 논증에 대해, 기존의 신과 달리‘기독교인들을 지옥에 보내고, 불신자들을 천국에 보내는 신’을 가정하면 한번에 반박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논증은 '신 존재'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이 논증을 ‘신앙에 대한 변호’로 보는 경우에는 기독교의 신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파스칼의 논증과 마찬가지로 지혜로운 선택이 되며, 심지어 위에서 설명한 기독교와 반대되는 신을 가정하는 경우에도 ‘기독교인만 천국으로 인도하는 신’과 ‘기독교인만을 지옥으로 인도하는 신’이 있을 확률은 모두 같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의 근본전제나 칸트의 주장처럼 이런 영역의 것은 이성이나 과학으로는 예초에 증명이나 반박 자체가 불가능하다.> 최소한 그 신앙은 50/50의 확률을 가진 정상적인 선택이 된다.)
어차피 도박 논증이나 칸트의 도덕론적 증명은 신 존재 증명이 아니라 '신앙에 대한 변호'이다.
게다가 로티,샤르트르, 퐁티 같은 현대 철학자들도 잘 다루고 있지만, 지면상의 한계인지, 아니면 저술 시기 때문인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철학자들은 대부분‘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항목 아래에서 일반적인 설명만 한 장 가량(두 쪽이라는 의미) 하고 있어서(물론 그 배경이 되는 이전의 철학자들이나 일반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구분하는 로티 등은 충분히 나온다.), 각 철학 사조들을 연결시키거나 비교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물론 베르그송의 제논 비판처럼 직접적인 경우는 잘 다루고 있지만 시대가 다른 철학자 간의 비교는 적어 아쉽다.
(직관에서는 파스칼과 배르그송 등을 비교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시대가 다른 철학자들끼리의 비교는 거의 없다. 단지 베르그송이 직접적으로 비판한 ‘제논의 역설’ 정도만 언급할 뿐 사상 비교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서양 철학사 전반에 대한 흐름을 쌓을 수 있으며, 그에 대한 비판까지 생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책과는 상관 없지만 철학사를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 윌 듀란트가 했던 말이 생각나서 마무리하는 김에 적어 본다.
“과학은 우리에게 지식을 준다. 그러나 오직 철학만이 우리에게 지혜를 줄 수 있다.”

'소크라테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와 그 원서인 'Socrates to Sartre and Beyond' 7번째 판본[원서는 아마존 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