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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본 발전사전 - 자본주의의 세계화 흐름을 뒤집는 19가지 개념
볼프강 작스 외 지음, 이희재 옮김 / 아카이브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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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 인류는 지금까지 생활수준이나 경제력, 과학기술 등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어 왔고, 이 발전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몇백년 전, 아니 몇십년 전만 해도 생각할 수 없었던 것들을 지금은 아주 쉽게 향유하고 있고, 오래 전의 사람들보다 우리는 훨씬 잘 먹고 풍부한 영양으로 인해 신체적 조건도 좋아지고 있으며,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생활하게 되었다. 이러한 성장과 발전은 마땅히 추구해야 할 일종의 도그마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볼프강 작스를 포함한 세계의 저명한 발전 비판론자들의 글을 모아놓은 <反자본 발전사전(원제 The Development Dictionary)>은 2차 대전 이후로 발전론에서 나온 개념들에 대하여 논평하고, 발전, 환경, 평등, 도움, 시장, 요구, 한 세계, 참여, 계획, 인구, 빈곤, 생산, 진보, 자원, 과학, 사회주의, 생활 수준, 국가, 기술이라는 19가지 주요 개념을 통해 현재의 빗나간 좌표를 일깨워주고 있다. 제목은 좀 무시무시해 보이지만(무려 反자본이라니!) 그렇게 무서운 내용들은 아니니 안심해도 된다. 

이 책은 성장과 개발을 절대적인 선으로 믿어온 우리의 고정관념을 꼬집으며, 화석 연료에 입각하여 쌓아 올린 공업 문명의 막강한 생산력을 무기로 서양(정확히 말하자면 제1세계)이 전 세계인을 지난 200년동안 어떻게 현혹시켜 왔는지를 드러내며, 서구 따라잡기에 급급했던 우리에게 성찰을 촉구하고 있다. 사실 아시아에서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세계 어디에서나 미래를 위한 희망은 오직 부유한 국가의 부유한 사람들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양상을 모범으로 삼는다. 하지만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이 생활하는 방식처럼 지구의 모든 인류가 생활하게 된다면, 지구가 몇 개 더 있어도 부족하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자원(특히 화석연료)를 소모하고 많은 폐기물을 내놓는 방식이고, 절대로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유럽-대서양의 풍요 모델은 18,19세기 식민지에서 들어오는 생물 자원과 땅에서 캐내는 화석 자원으로 인해 등장한 것이다. 곧 예전에 제3세계에 대한 수탈로서 그들이 발전했다면, 지금은 지구에 대한 수탈로서 현재의 생활수준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예외적 조건이 없었다면 공업 사회는 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갈 수는 없다. 자원도 부족하고, 생물다양성도 사라지고 있으며 기후도 불안정해지고 있다.  

이런 배경들을 생각하면 우리가 '발전'이라는 사고방식에서 결별함으로써 뒤늦게나마 식민지 의식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발전과 관련된 핵심 개념들을 까발린 이 책의 각 항목들을 읽으며, 그 동안 우리가 인식하고 있었던 개념들의 배후에 어떤 것이 자리잡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발견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도움(Helping)이라는 것은 원래는 강도를 만난 나그네를 보살펴준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처럼 긍정적인 것이지만, 사람들 입에 부스러기를 넣어주어서 자기들을 끌고 가는 힘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만드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현대의 원조는 결코 측은지심(라틴어의 misericordia)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제도화되고 전문화되어 '도움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지 않고서는 도움을 받을 수도 없게 되었다. 돕는 자와 도움을 받는 자 사이에 권력 격차가 생기는 일 역시 흔하다. ("자, 우리가 가난한 너희한테 이만큼 줬으니까 고맙지? 그럼 말 잘 들어.") 결코 도움은 남아도는 것의 부스러기를 선심쓰듯 넘겨주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인구(population) 역시, '인간의 집단 혹은 집합'이라기보다 일종의 통제해야 할 자원이 되어 버렸다. 아직도 population이라는 단어에는, 제3세계 등에서 사람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면이 있다. 저발전 국가들은 인구 폭증으로 말미암아 기아와 질병, 무질서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피임과 낙태 권장 등을 통해 인구를 조절하는 것은 곧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졌다. 20세기 초에 생겨난 피임도구들 역시 그러한 '인구 폭발'로부터 공동체를 지켜주는, 일종의 공중 보건 조치에 버금가는 지위를 얻었다. 세계 1위의 인구를 자랑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한족은 자녀를 1명까지, 소수민족은 2명까지 낳을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세계적 인구 통제사업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 저자는 '성행위를 쓸데없이 공적으로 제어하려는 사회적 열정'이라는 표현을 통해 반문하고 있다. 실제로 출생률이 떨어진 경우라도 그 원인이 가족계획 사업에 의한 것인지 인과론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았다(한국의 저출산 문제만 해도 과연 가족계획 때문에 출산을 적게 하게 된 것일까? 그보다는 자녀를 키우는데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위에 예로 든 중국의 인구통제 정책 역시, 저렇게 통제를 한다고 해서 중국인들이 아이를 적게 낳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다자녀 가정에 부과하는 엄청난 액수의 벌금을 피하기 위해 나머지 아이들은 호적에 올리지 않아 의료, 교육서비스를 받기 어렵게 되어, 삶의 질은 더욱 악화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빈곤(poverty)의 개념도 이 책에서는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 빈곤에 대한 인식은 문화와 언어에 따라 참으로 다양한데, 그것을 하나의 틀에 집어넣어 GDP가 어느 수준 이상 되지 못하면 빈곤한 것이 되어 버리는, 일종의 '특정한 문명의 발명품'으로 이 책에서는 빈곤을 정의하고 있다. 사제와 수도자의 가난은 스스로 택한 것이며 거룩한 것인 반면, 스스로 택한 가난이 아닐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경멸과 무시를 받는다. 또한 세계 경제가 도래하면서 1948년에 세계은행에서 내놓은 보고서에서는 국민 한 사람의 평균 수입이 100달러에 못 미치는 나라는 빈국이고 저발전국이라고 정의하며, 그러한 빈국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부국의 책임인데 가장 부유한 나라는 미국이라고 못박는다. 이렇게 해서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나라에 견주어 총수입이 보잘것없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나라의 온 국민이 가난하다고 여겨지기에 이르렀다. 그때까지 나름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세계 경제가 세계의 모든 빈민을 구원하고야 말리라는 새로운 물신 숭배(대표적인 예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있다)는 빈민을 양산하는 경제, 정치 제도의 입지를 굳혀주고 힘을 실어주었다. 재물을 축적하기 위한 경쟁은 날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경제 신화에 젖어들어, 검소나 자발적 가난의 길을 걸으며 생활 양식을 새롭게 하려는 노력은 평가 절하된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그 외에도 무분별한 환원주의로 행복의 다양성을 줄여 버리는 '생활 수준(Standard of Living)', 가치를 수립하기 위해 오히려 가치를 박탈해 버리는 '생산(Production)', 정말로 필요하지도 않은 것까지 중독적으로 욕망하게 되는 '요구(Needs)' 등 읽으면서 정말 속이 시원한 개념 정의들이 많았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데에 정말로 획일화된 발전과 성장이 필요한가, 좀 천천히 가며 여유를 갖고 주변도 돌아보고 덜 벌고 덜 쓰며 살면 안 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종종 했다. 이 정도 살면 충분히 잘 사는건데 이제는 그 파이를 좀 구석구석 나눠줘야 할 때가 아닌가 때로는 분노했다. 그러한 생각들에 힘을 실어줌과 동시에 통상적인 믿음을 강력히 흔들어놓고 새로운 관점으로 이 세상을 보게 하는 이 책이 나는 너무 고맙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것을 소비할 때는 그것이 내게 꼭 필요한 것인지 생각하고 굳이 필요하지 않다면 사용하거나 구입하지 않는, 자발적 가난의 길을 나는 걸어오려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말로는 가장 가난한 자를 위한다면서 캐비어 좌파(Gauche caviar)나 샴페인 사회주의자(Champagne Socialist)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성장과 발전이 항상 옳은 것인지,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볼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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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둑 2011-02-26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이 얘기 하니까 생각나는 구절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캐비어를 먹을 때 다른 누군가는 개밥을 먹어야 하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실상이라는 거죠. 성장과 발전이 항상 옳을리도 없을 테지만 항상 그르다고도 말할 수 없을테지요.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는 주문 역시 웃기는 일이죠...욕망이 아닌 필요에 의해서만 굴러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접점을 찾는 일이 우리가 할 일이 아닌가 싶어요.
교고쿠도님 말대로 이 정도면 충분한데....그죠 항상 넘치는 게 문제죠.

교고쿠 2011-02-26 17:09   좋아요 0 | URL
흐음, 그러게 말입니다. 제 자신이 캐비어 좌파(Gauche caviar)나 샴페인 사회주의자(Champagne Socialist)가 되지 않도록, 항상 반성하고 있습니다.

같은 '인간'인데 개밥만도 못한 것으로 연명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참 슬픕니다.
 
영어 낭독 훈련 Topic Tell Show & Tell 시리즈 5
박광희.캐나다 교사 영낭훈 연구팀 지음 / 사람in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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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본어로 말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지만, 영어는 듣기, 읽기, 쓰기에 비하여 말하기가 특히 힘들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영어로 말할 기회가 별로 없었기도 하고, 영어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일본어처럼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기에 영어 말하기에는 그다지 의욕을 갖고 대하지 않은 듯 하다. 그래서 스피킹이 들어간 토플 iBT 시험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이 없어서 응시하지 않았다(스피킹이 포함되지 않았던, 꽤 오래 전 PBT 시절이 그립다). 대학 시절에도 교양영어 시간에 스피치 같은 것을 시키면, 안그래도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로서는 그것을 영어로 해야 한다는 사실 역시 무서웠고 정말 괴로운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우연찮게 접한 이 책 <영어낭독훈련 Topic Tell>은 그러한 영어 말하기에 대한 책으로, 영어낭독훈련 시리즈 중의 한 권이다. 그 외에도 Picture Tell, Tale Tell, Novel Tell, Solomon Tell 등의 책들이 시리즈에 포함되어 있다. 그 중 Topic Tell은, 스피킹 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20개의 토픽들을 선별하여 이를 토대로 작성한 글들을 가지고 유창하게 영어로 말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을 주 목표로 하고 있다. 난이도는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물론 말로 하려면 녹록치 않겠지만, 독해지문 정도의 난이도였다면 좌절했을텐데 다행히 토픽들도 많이 어려운 주제들이 아니다. 예를 들면 'My most important possession(나의 가장 중요한 물건)', 'Are you a night owl?(당신은 올빼미형 인간인가요?)' 등, 굳이 전문성을 요하는 단어들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듯한 화제들이다. 실제로 토익 스피킹 등의 말하기 시험에 응시한 적이 없어서 실제 시험과의 난이도 차이가 있는지, 아니면 비슷한지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다.  

이 책의 각 과의 구성은 한글 문장을 보고 영어 문장의 빈칸 채워넣기, MP3 파일을 듣고 스크립트를 보면서 따라하기, 스크립트를 안 보고 따라하는 shadow speaking, 들으면서 강세, 억양, 연음 등이 있는 부분 표시하기, 스크립트를 암기한 후 말하기, 낭독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단어나 문장을 조금씩 바꾸어서 표현하기, 제시된 단어들을 사용해서 문장을 구성하기 등의 순서로 이루어져 있다. 제일 첫부분 빼고는 문제를 포함한 모든 부분이 영어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게다가 스크립트 따라하기 연습의 횟수를 체크할 수 있도록 30개의 칸이 있는 것은 꽤 괜찮은 발상인듯 하다. 또한 Coach's Manual이 따로 있어서, 자연스러운 발음이나 강세 등에 대한 조언과 스크립트의 해석 등을 싣고 있다. 개인적으로 '낭독 코치의 족집게 조언' 부분이 마음에 들고, 독학용으로 쓰기 괜찮을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이, 사실 객관적으로는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통문장 일본어 말하기 중독 훈련>과 비교하면 이 책 쪽이 문장이나 단어들의 난이도가 더 쉬울텐데, 내게는 <통문장 일본어...>쪽은 굉장히 쉽게 느껴지는 반면 이 책은 어렵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것처럼 아주 쉬운 정도는 아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일본어에 비해 영어 말하기에 취약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사실 요즘 배우고 있는 프랑스어도 그렇다. 문법 쪽은 그나마 나쁘지 않은데 소리내서 읽으려면 아주 죽을 맛이다. 아무래도 나는 어떤 언어든 소리내 읽고 말하는 것 자체가 서툰 모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 스피킹 실력을 얼른 발전시켜서, iBT 토플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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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문장 일본어 말하기 중독 훈련 - 한국인이 일본어 회화를 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한우영 지음, 도이미호 감수 / 사람in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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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서 일본어는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영어보다 일본어를 훨씬 좋아했고, 지금도 영어로 말하는 것에는 그다지 자신이 없으나 일본어로는 하루 종일이라도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다. 게다가 일본의 문학 작품들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점점 소장중인 원서의 권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영문법 책을 통해 알게 된 출판사에서, 이번에는 일본어 책이 나왔다. <통문장 일본어 말하기 중독 훈련>이라는 책으로, 30일에 걸쳐서 끝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사실 어학을 공부할 때 읽고 쓰기는 잘 하지만 말하기가 잘 안된다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 책은 말하기에 중점을 두어, 초급 문법 정도만 숙지하고 있어도 일본어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도록 연습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책을 보고 처음에 느낀 점은, 굉장히 컬러풀하고 아기자기하다는 느낌이다. 내가 처음 일본어를 접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예쁘게 나온 일본어 책이 별로 없었다. 초급자용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딱딱해보이는 느낌의 책들밖에 없었는데 점점 갈수록 영어와 일본어 등의 외국어 책들이 예쁘게 나오는 듯 하여 참 반가운 느낌이다. 글자체 역시 귀여워서 아직 익숙하지 않은 외국어에 대한 공포감을 덜 수 있다. mp3 파일이 들어있는 CD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먼저 듣고, 들은 내용을 입에 붙을 때까지 반복해서 읽고 따라하고, 본문에 등장한 표현들과 활용 예문을 익히는 순서로 되어 있다. 그 다음 빈칸 채우기와 통으로 문장을 외워 말하기, 그리고 관련된 테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로이 표현하는 순서로 하루에 해야 할 분량이 구성되어 있다. 물론 단어 정리 같은것도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문장을 기억해서, 그 문장을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로 변용하여 실제 회화에 사용하는 방법은 꽤 괜찮은 방법인듯 하다. 아이들이 모국어를 배우는 원리 역시,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들을 듣고 그 말을 그대로 따라하고 좀 지나면 그것을 응용해서 자신의 말을 하곤 한다. 나 역시 영화나 방송에서, 혹은 다른 사람이 괜찮은 일본어 표현을 사용하면 그것을 기억해뒀다가 사용해서 결국 그것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컨셉 역시 그러한 것에서 출발한 것으로, 사전에 많은 문장과 이야기를 외워 두면 그 문장과 이야기를 토대로 여러 가지 하고 싶은 말들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약간 쉬운 감이 있어서 김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좀더 어려웠더라면 정복하는 즐거움이 더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중수 이상은 쉽다고 느껴질 수 있는 난이도이지만, 이게 또 아주 쉬운것만도 아니라 일본어를 처음 시작한 초급자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초급에서 중수로 넘어가는 과정의 독자를 타겟으로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다. 반면 틀리기 쉬운 문법이나 표현 등을 다루고 있는 부분은 상당히 친절하기 때문에(예를 들면 通(とお)る와 通(つう)じる, 通(とお)す가 각각 어떤 상황에 사용되는지 설명하고 있는 부분은 꽤 명쾌하다) 문법, 어휘의 기초가 약하다고 해도 무리 없이 볼 수 있을 듯 하다. 문법과 말하기 둘 다 알뜰히 챙기는 책이 의외로 잘 없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꽤 좋은 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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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아브람 노엄 촘스키.미셸 푸코 지음, 이종인 옮김 / 시대의창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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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71년,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 노엄 촘스키와 미셸 푸코는 네덜란드 철학자 폰스 엘더르스의 초청을 받아 TV 프로그램에서 인간 본성과 정의를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이 책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원제 The Chomsky-Foucault Debate: On Human Nature)>는 그 대화 내용 전체와 정치와 언어철학, 진리와 권력, 인권 등을 주제로 발표된 두 학자의 강연과 글로 구성되어 있다. 언어학 이론에서 꼭 등장하는 변형생성문법(Transformational Generative Grammar)으로 유명한 촘스키는 인지과학 혁명의 주역으로 활약한 언어학자이고, 미국의 제국주의와 자본의 언론 장악을 비판해온 정치사상가이기도 하다. 푸코는 파리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콜레주 드 프랑스의 사상사 교수로 일했고 <감시와 처벌 Surveiller et Punir> 등의 책들을 썼다. 그는 어떠한 정치적, 이념적 깃발도 내세우지 않았지만, 노동자와 이민자, 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핍박에 늘 저항했다. 이러한 두 거장의 대화는 언어학과 인지 이론에서 시작하여 창조성, 자유, 정의를 위한 투쟁으로 뻗어나간다.  

읽으면서, 촘스키와 푸코의 주요 저서들을 미리 읽어뒀더라면 이 책을 읽기가 더 수월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책들 중에 푸코의 <감시와 처벌>밖에 읽은 것이 없고 촘스키의 책 역시 한두권밖에 읽지 않았다. 국문과 재학 시절 접했던 변형생성문법 역시 지금은 거의 잊어버린 상태다. 대중을 상대로 한 토론이라고는 해도, 배경이 되는 이론들을 바탕에 깔고 있지 않으면 결코 쉽게 읽을 수는 없을 듯 하다. 또한 흥미로웠던 것은 그들의 스타일인데, 촘스키는 비교적 거침없고 대담한 태도로 말하는 반면, 푸코는 전반적으로 약간 머뭇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프랑스인이 프랑스어로 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도, 자신의 영어가 신통치 못하다며 프랑스어로 말하는 것을 양해해달라고 말하는 푸코의 모습이 참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언어와 정치, 그리고 권력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두 사람의 의견은 확실히 대립을 보인다. 촘스키는 인간 본성은 태어날때부터 습득된 언어의 보편성과 연관된 문제이며 그런 보편성은 인간의 정의와 품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았고 그러한 내재적인 특성과 본능적 지식을 도식 체계(schematism)로 보았다. 반면, 푸코는 인간 본성에 대해 꽤 회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어서 보편적 정의란 없고 말해지는 것에는 역사적, 혹은 물질적 규제가 있고 그 규제는 결국 권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는 인간성은 단지 시대에 따른, 혹은 학문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이라고 말한다. 또한 두 사람은 역사와 과학을 바라보는 관점 역시 다르다. 촘스키는 데카르트의 관념을 토대로 인간의 더 나은 미래에 대해 낙관적 의견을 보이는 반면 푸코는 지금 여기를 더 강조하며 그 모든 것을 하나의 변화로 보고 다양성에 의해 가능성이 확산된 것에 초점을 둔다. 촘스키는 관념론의 입장에 서 있는 반면, 푸코는 경험론의 입장에 서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느낀 것이지만 사회자인 엘더르스도 언급했듯이 그들의 의견에는 많은 차이가 있고, 그것은 주로 접근 방법의 차이에 기인하는 듯 하다. 푸코는 어떤 기능을 발휘하는 방식에 관심이 많고, 반면 촘스키는 '그 뭔가가 무엇이냐' 하는 물음, 곧 원인에 집중하고 있다. 처음부터 그들은 서로 다른 관점에서 이 토론을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접점을 찾을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닮은 점이 있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냉철한 시선과 불의에의 저항이 아닐까. 또한 그들의 정치에 대한 관점 역시 흥미로웠는데, 사회자가 푸코에게 왜 정치에 관심이 많은지 물어보자 그의 답변이 참 걸작이었다. "정치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 그 안에서 작동하는 경제 관계, 우리 행동의 규칙적 형태와 그 행동에 대한 가부를 결정하는 권력 체계, 이 모든 것이 정치와 관련됩니다. 우리 생활의 본질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정치적 기능 바로 그것입니다.(중략) 정치에 관심 없는 것, 그거야말로 문제입니다.(p.61)"  

여담이지만, 요즘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있어서 푸코의 명언(?)인 "젠장, 어째서 당신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거요?" 이 문장의 원문이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Comment, cela ne vous intéresse pas?"였다. zut라던지 merde 같은 단어가 들어갈 것이라 내심 기대했었는데 원문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이것이야말로 이 책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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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07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이 책표지만 봐도 치가 떨리는거 같아요 ^^;; 이번 8기 신간도서 중에서
읽기 쉽지 않은 책이었어요. 물론 저의 무지함 때문이지만요 ㅎㅎ

교고쿠 2011-02-07 20:38   좋아요 0 | URL
아흑, 저는 타 사이트에서 리뷰어 활동중에 접한, <사회계약론>과 <윤리21>이 제일 빡셌던거 같아요. 제가 무식쟁이라는걸 여실히 깨닫게 해준 책들이랍니다, 흑.

시간의안그림자 2011-03-08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문학생들한테 익숙한 촘스키의 언어 '생성 문법론'은 언어의 발달 과정과 문법의 상호 관련성을 단지, 문법 영역에서 멈추지 않고 언어 문화권 속으로 들어가서는 인지를 시켜주고 있엇던 것으로 기억이 조금 나는 것 같은데, 푸코의 인지 철학과 관련하여 접해보니 차이점도 많으나 서로 상생하는 철학적 언어가 되어 줄 것 같네요^^ 인지한다...는 의미를 철학 영역으로 이끌어 주는 푸코의 책들을 읽어 보면 그 심오한 깊이를 간단하게 말하면 자만이 되어질 수 도 있지만, 결국은 의사소통의 미학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져서 눈 코 뜰새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살이 속에서도 한번 더 읽어 봄직한 이야기 책인 것 같네요^^

교고쿠 2011-03-08 22:02   좋아요 0 | URL
촘스키의 생성문법...국문과 재학 시절에 잠깐 스쳐 지나갔던 개념입니다.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어쩌다 읽은 일본어교육론 책에도 나왔었고, 언어학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개념인듯 해요) 촘스키와 푸코는 이 책의 대담에서도 계속 부딪치는(?)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합일점을 찾기보다 촘스키는 이렇게 생각하고 푸코는 이렇게 생각한다...라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요.
처음에 읽을 때는 응? 했으나 두번째 읽을 때는 아! 했습니다. (웃음)
사실 저는 푸코 쪽을 더 좋아해서인지, 푸코의 책들을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시와 처벌>을 읽은 지가 너무 오래돼서 내용을 거의 잊어먹었는데 복습이 필수일듯 합니다, 흑.
 
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 주세요.

김영진 <백석 평전> :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여우난골족> 등의 시를 통해 백석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특유의 맛은, 언어로 가히 형용할 수가 없었지요. 국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한국 시인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 그의 작품들을 다룬 <정본 백석 시집>이 나왔고, 이제는 <백석 평전>이 나왔군요. 시인 백석은, 그리고 인간 백석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이 책 출간된것 보자마자 위시리스트에 넣어뒀습니다. ^^ 

 

 

 

마이크 데이비스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 : 신자유주의는 가히 악의 축이라고 말할만 합니다. 가진 자들과 다국적기업만의 배를 불리고 약자들과 제3세계를 한없이 짓밟는, 그리고 더욱 무서운 것은 그것이 전세계적으로 멀쩡히 용인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그들은 그들만의 성을 쌓아서, 열심히 '구별 짓기'를 하는 중이죠. 심지어는 국내에 꽤 퍼져 있는 일종의 '뉴요커 스타일' 추구 같은 현상도 일종의 구별짓기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정작 뉴요커들은 그렇게 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일종의 허상이지요.) 그들만의 파라다이스, 언제까지 가나 두고 보겠습니다. ^^ 

 

  

슬라보예 지젝 <폭력이란 무엇인가> : 예, 로쟈님의 책에서도 꽤 자주 언급된...바로 그 지젝입니다. 눈에 보이는 주관적 폭력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객관적 폭력, 즉 상징적 폭력과 구조적 폭력이 더 무서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신자유주의 같은 것도 일종의 구조적 폭력이겠지요. 소수의 잘나가는 자들에 의해 다수의 민중들에게 가해지는...결코 읽기가 녹록하지 않을듯 하지만 이 책을 통하여 폭력에 대한 사유를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벤자민 클라인 허니컷 <8시간 VS 6시간> : 제가 평소에 하던 생각과 똑같은 생각이 담긴 책이라 너무 읽고 싶습니다. 사실 보통의 노동 시간은 8시간이라고 규정되어 있죠. 사실 이렇게 정해진 것도 아주 오래된 일은 아니고, 19세기나 20세기 초중반까지의 영국이나 유럽의 공장에서는 하루에 14~15시간 이상의 노동을 시켰다고 합니다. 그것도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들이나 여성들을 착취해왔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은, 법에는 8시간이라 규정되어 있어도 실제로는 그 이상의 일을 하는 경우가 많지요. 특근, 야근, 잔업 등 표현은 다양하지만...이는 삶의 질과도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많은 돈을 벌더라도 막상 그 돈을 쓸 시간도 없이, 집에서는 잠밖에 잘 수 없는 그런 생활은 행복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루에 6시간만 노동하고, 물론 돈도 그만큼만 벌고, 나머지 시간을 자신의 공부나 취미, 등에 활용하거나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많이 일하는 것이 절대 미덕이 아닙니다. 많이 일함으로서 득을 보는 것은 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니까요. (야근수당을 주면 다행, 안 주는 곳도 많지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반드시 읽고 싶습니다. 이런 것이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덤으로 일자리도 여러 사람이 나눠 가질수 있겠지요.    

최성태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 : 도서관, 인류의 사유와 사상이 모두 집결된 곳이라 할 수 있지요. 사람은 몇십 년 후에 죽더라도, 책은 남을 것입니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같은 것을 생각하면, 역시 도서관은 일종의 로망으로서 아주 적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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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2-05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시간 VS 6시간>을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8시간 노동이라도 지켜줬으면 합니다만... 하루에 12시간은 회사에 있는듯해요 --

교고쿠 2011-02-05 23:57   좋아요 0 | URL
OECD국가중 가장 긴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한국입니다, 흑. 무조건 오래 붙잡아 놓는다고 생산성이 향상되는것은 절대 아닌데...(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이제 적당히 궤도에 올랐으니 중요한건 삶의 질!)

cyrus 2011-02-06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시간 vs 6시간>을 지금 읽고 있는데, 이 책 무척 괜찮더라구요,
노동 단축 제도 도입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논픽션 형식으로
소개되어 있어서 좋았어요.
이번 교고쿠도님이 소개하신 책들 다 읽고 싶어져요.
<백석 평전>도 관심 있었고,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 은근히 끌리네요.

교고쿠 2011-02-05 23:58   좋아요 0 | URL
이번에 참 괜찮은 책들이 많았어요. ^^
성질이 급한 저는 벌써 2월추천도서 페이퍼를 작성하고야 말았답니다. ㅋ
(아직 촘스키와 푸코...리뷰도 안쓴 주제에 흑)

알라딘신간평가단 2011-02-07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부지런도 하십니다! 연휴에 작성해놓으셨군요!
이번달 1등 당첨! 짝짝짝~

교고쿠 2011-02-07 20:44   좋아요 0 | URL
오오 1등! 꺅. 상품(?)도 있나요? ㅋ

암향부동 2011-02-13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 읽고 싶네요^^ 과거 어떤 분이 저에게 준 글귀 중에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에서 나온 글귀던가요? '도서관은 신이 사는 곳'이라는 뉘앙스의 문장이던데…. 기억이 가물가물….

교고쿠 2011-02-13 23:12   좋아요 0 | URL
자, 그러면 밀어주시는 겁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