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항상 추천 리스트를 작성할 때는 설레이기도 하고, 기대도 많이 됩니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이 뽑혔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 미처 알아채지 못했는데 다른 분들의 추천으로 인해 읽게 되는 좋은 책 역시 참 반갑지요. 제 전문분야(라기는 너무 거창하고, 주분야 정도가 될까요?)가 일본문학과 한국 순문학이라(요즘에는 프랑스 문학도 참 좋아합니다), 주로 그쪽에 치중되어 추천하게 되는 감이 있습니다. 부디 양해 부탁드려요. ^^

 니시무라 겐타 <고역열차 苦役列車> : 2011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이분, 비주얼만 가지고 판단하면 안되지만 서점에 갔을 때 표지 날개의 사진을 보니 작가의 느낌보다는 아저씨(?)다운 느낌이 많이 들어요. 실제로 중학교 졸업 후 험난한 세상에 뛰어들어 주로 육체노동으로 하루하루 살아오며, 주머니 속에는 항상 소설책을 넣고 다녔다고 하지요. 그의 손은 아마 하얗고 고운 손을 가진 다른 작가들과 달리, 굳은살과 마디로 울퉁불퉁할 것입니다.  

명맥이 끊어지다시피 한 사소설(私小説)의 분야를 지금의 헤이세이 시대에 처음으로 되살려냈다는 점이, 아쿠타가와 상 수상에 결정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이 <고역열차>에는 극적인 사건도, 뜨거운 사랑 이야기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고된 노동을 하며 일당을 받으면 약간의 먹을 것을 사고, 돈이 남는다면 컵술을 마시고 싸구려 퇴폐업소에 들락거리는 것이 그의 유일한 낙입니다. 그리고 돈이 떨어져서 먹을 것도 못 사게 되면 못이기는 척 일을 나갑니다. 참 암울한 삶이지만, 불편하다고 외면하기만 하면 가장 작은 자들의 괴로움을 알 수 없으니까요...

   

김숨,김종호 외 <망상 해수욕장 유실물 보관소> : 8명의 한국 순문학 작가들의 작품들을 모아놓은 단편집입니다. 아무래도 저는 집중력이나 끈기가 딸리는지 장편보다 단편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물론 장편에도 장편 특유의 매력이 존재하지만, 짧은 서사 안에 모든 것을 딱 끝낸다는 것이 얼마나 놀랍게 보이는지요.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뭔가 안개 속에 있는 느낌을 참 좋아하는데, 이 책에 있는 단편들은 그러한 특성을 띠고 있다고 합니다. 제목부터가 '망상'해수욕장의 '유실물'보관소라니, 뭔가 잃어버렸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게다가 이 추운 계절에 해수욕장이라니...이런 '왠지 들어맞지 않는 느낌'을 저는 좋아합니다. 이 책에 등장한 작가들 중 저는 김숨을 참 좋아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제가 과연 저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잃어버린 것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합니다.  

    

손선영 <죽어야 사는 남자> : 황금펜클럽에서 국내 작가의 추리물이 나왔습니다. 완전 반갑기 그지 없어요. 사실 일본이나 영미권에 비해 국내 추리, 호러물 시장은 거의 고사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요즘 들어 가끔씩 국내 작가들의 활약을 볼 수 있어서 기쁜 마음입니다. 어느 날 아침, 평소와 같이 일어났는데 자기가 살인자가 되어 있다면? 실은 이런 류의 꿈을 꾼 적이 있어요. 꿈 속에서 저는 당황해서 전철을 탈때 반대편 승강장에서 타거나, 무모하게 사건 현장 근처로 가거나 하는 온갖 실수들을 저지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을 당한다면...분명 경찰도 가까운 지인들도, 어쩌면 가족까지도 내가 무죄하다는 것을 믿어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제 스스로 범인을 추격하여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결코 쉽지 않겠지만서도...(일본에 태어났더라면 분명 탐정 사무소를 차렸을 거라 생각합니다. ^^)    

  

고이즈미 기미코 <변호 측 증인 弁護側の証人> : 무려 46년만에 복간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 점만으로도 컬렉터의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인데(이왕이면 일본어판 초판을 가질 수 있다면 참 행복하겠지만, 분명 프리미엄이 엄청나게 붙었겠지요, 흑) 거기다가 나오키상 수상작가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 해설까지 덧붙여졌으니 이건 뭐,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되어 버립니다. ^^ 

사실 법정물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미치오 슈스케를 비롯하여 아야츠지 유키토, 누쿠이 도쿠로, 아비코 다케마루 등 기라성같은 추리작가들이 일제히 격찬하는 작품이니, 그 퀄리티는 보장될 듯 합니다.  

  

강영숙 <아령 하는 밤> : 저는 밝은 분위기의 소설보다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의 소설을 더 좋아합니다. 혹자는 어두운 내용의 책만 자꾸 읽으면 울증이 심해진다고 하지만서도, 저는 반대로 밝은 분위기의 책을 읽으면 '그래, 나는 이렇게 한심하고 엿같이 살고 있다고.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하는, 모종의 반발심(?)이 들고 제 자신이 더욱 싫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암울하고 그로테스크한, 어두운 분위기의 책을 읽으면 '이것이 실제가 아니라 다행이다. 나의 실제 삶이 이렇게까지 지독하지는 않아서 다행이다.'하는, 일종의 안도의 느낌을 받습니다. 강영숙의 이 책 역시 그런 어두운 분위기의 단편들을 모은 책이라 굉장히 끌렸는데, 표지 역시 저에게 어떤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재해로 가득한 도시, 공단지대의 범죄, 황폐한 마을...아, 역시 저는 이 쪽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 그리고 10월 출간 소설 중에 제가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은... 구효서 <동주>, 김숨 <노란 개를 버리러>입니다. 어쩌면 더 늘어날지도 모르겠지만...이 책들은 안 뽑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으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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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1-09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완료했습니다 :) 감사합니다!

교고쿠도 2011-11-09 21:18   좋아요 0 | URL
항상 수고 많으십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