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레시피 - CIA요리학교에서 만들어가는 달콤한
이준 지음 / 청어람메이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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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요리를 잘 못한다. 원래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들에 대해 지극히 무관심한 편이기도 하지만, 칼 같은 것을 무서워해서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 게다가 요리사가 되어 훌륭하고 아름다운 음식들을 만들어 내는 것은 보기에는 꽤 멋져 보이지만, 실상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모 드라마에 등장한 것처럼 실제로 요리 관련 업계에서는 엄격한 도제식 교육이 이루어지고 상하관계도 철저한, 꽤나 군기를 잡는 분위기 속에서 배우고 일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셰프가 한 말에 대답할 때 꼭 말 끝에 셰프라는 단어를 붙였던 것 같다. 그런 분위기에 꽤 거부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저렇게까지 해서 요리사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 결코 겉보기처럼 화려하고 즐거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멋진 셰프가 되기 위하여, 세계무대를 경험하기 위하여 뉴욕 CIA에 입학한 이준의 <뉴욕 레시피>는 내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책의 제목과 표지에서 느낀 것은, 이 책의 내용이 뉴욕에서의 삶과 요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전자보다는 후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무엇보다도 그는 뉴욕에서 내내 기숙사와 학교, 그리고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레스토랑만 오가는 빡빡한 생활을 했기 때문에, 뉴욕의 진정한 분위기와 삶을 느낄 여유가 없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다. 물론 뉴욕의 꽤 아름답고 센티함을 불러일으키는 사진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비중도 작고 전체적인 분위기와 따로 노는듯한 느낌이 든다. 반면, 뉴욕의 요리학교 CIA에 대한 이야기는 꽤 자세하다. 셰프 수서 리의 레스토랑 마들렌에서 일하다가 또다른 꿈을 위하여 CIA에 입학한 저자는 요리학교의 여러 가지 과목들을 들으며 많은 것을 경험한다. 주중에는 수업을 듣고, 주말에는 셰프 켈러의 레스토랑 퍼세(Per se)에서 무보수로 12시간씩 일한다. 읽으며 내가 요리 업계에 대해 잘 몰라서 그렇게 느끼는지는 몰라도, 역시 이런 것이 불합리한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앉지도 못하며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일하는 것도 괴로운데, 단지 훌륭한 셰프에게 배우기 위해서 기꺼이 무보수로 일한다는 것이 내게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요리라는 분야가 매력적인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CIA에서 저자는 해산물과 육류의 손질, 육수와 기본 칼질, 소스와 조리법, 그리고 미국 요리, 아시아 요리, 지중해 요리, 대량 조리, Garde Manger(주로 애피타이저 등의 차가운 음식을 만드는 것), 제과제빵, banquet(격식을 차린 디너, 연회), 와인 등 참 다양한 것들을 배운다. 이게 참 신기했던게, 요리사들은 양식이면 양식, 일식이면 일식 등 자신의 주 분야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양한 것들을 배워야만 하는 것을 보고 그저 놀라웠다. 또한 중간쯤 되면 엑스턴(Externship)이라는 것이 있어서, 18주간 학교 밖의 실제 레스토랑 비즈니스의 일을 경험하고 그 다음에는 학교에서 지역주민이나 관광객을 상대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실제로 일하며 지금까지 배운 기술과 경험을 활용하는 과정이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안에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도 많다. 설거지거리가 쌓였다고 셰프에게 혼나기도 하고, 산마늘과 염소치즈를 이용해 김치를 만들어 먹으며 행복해하기도 한다. 플로리다의 부호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나갈 요리를 셰프와 함께 만드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서버(Server) 수업 과정에서 주방을 벗어나 실제로 손님들과 대면하여 서비스를 익히기도 한다.  

읽으면서 역시 이 책은 뉴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요리학교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뉴욕 이야기는 구색을 맞추기 위해 사진과 짧은 글들이 등장할 뿐, 주된 내용은 요리학교와 자신이 한 요리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각종 연회에서 어떤 요리들을 어떤 순서로 냈고, 이러저러한 고안을 해서 새로운 것들에 도전해봤다는 이야기는 사진이 참 예뻐서 재미있긴 하지만, 일종의 식재료 이름이나 전문용어 등이 자주 등장하여 요리를 잘 모르는 경우에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요리업계의 엄격한 상하관계와 도제식 교육의 느낌은 미국이라고 다를 것이 없었다. 이 책에서도 셰프의 말에 대답할 때는 항상 "Yes, Chef" 처럼 셰프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을 보았다. CIA의 셰프들이나 레스토랑에서 만난 셰프들을 보면 부드러운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주방에서 학생들을 혹독하게 다뤄서 마치 군대나 조폭을 연상하게 했다. 문학이나 철학 등의 다른 학문을 가르칠 때처럼 점잖고 젠틀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래서 읽으면서도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저자가 참 부럽기도 한 것이, 그에게는 하고자 하는 것을 실행하는 힘과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 열정 하나로 그는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고, CIA 요리학교에 입학해서 빡빡한 일과와 혹독한 훈련 끝에 수료증을 받고, 지금은 레스토랑 링컨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나였다면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버텨내지 못했을 것들을, 그는 열정에 차서 해냈던 것이다. 비록 읽으면서 뉴욕 이야기보다 요리 이야기의 비중이 훨씬 커서 요리업계를 그다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나로서는 좀 질리기도 했지만, 그의 패기와 열정에 대해서는 그저 부러울 뿐이다. 그러한 열정이 내게는 절실히 필요하다. 언제쯤에야 나는 잃어버린 열정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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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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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터넷과 각종 정보통신 기술은 우리의 삶을 여러 측면에서 바꿔 놓았다. 약 20년 전만 해도 도서관에서 두꺼운 책을 뒤져가며 찾아야 했을 정보를 지금은 구글 같은 검색엔진에서 검색어들을 입력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찾을 수 있고,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기기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하여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 모든 것을 간편하고도 빠르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찾아온 부작용들도 있다. 문학 작품과 같은 긴 글을 읽기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거나, 정신이 산만해져서 어떤 것에 집중하기 힘들어지는 것 등이 그에 속한다.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원제 The Shallows)>은 인터넷 정보사회가 가져온 사람들의 변화된 사고와 그 실태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최근 몇 년 사이 내가 느껴왔던 딱 집어 말하기 힘든 어떤 답답한 것에 대해 조리 있게 설명하고 있다. 물론 그 동안의 인터넷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나 역시 많은 편리함을 누려 온 것은 사실이다. 굳이 발로 뛰지 않아도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그것으로 유용한 일이나 취미활동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뭔가 빠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터넷을 활발하게 사용하지 않던 시절에는 거의 속독에 가까울 정도로 책을 빨리 읽고 또 많이 읽었으나, 인터넷 사용시간이 길어지면서 책을 상대적으로 적게 읽게 되고 또 그 속도 역시 눈에 띄게 느려졌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읽는 책의 수준이 높아져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원인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또한 핸드폰 사용이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에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핸드폰에서 검색하면 바로 찾을 수 있으니 굳이 기억할 필요가 없어져서인지 전화번호를 포함한 숫자 자체를 기억을 잘 하지 못한다. 이 모든 것이 단순히 나의 두뇌가 둔해졌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뇌의 가소성(plasticity)에 대해 언급한다. 뇌의 신경 배치나 활성화되는 부분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용하기에 따라 달라진다.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지 않을 때는 활성화되지 않은 부분이, 인터넷에 익숙해지고 많이 사용하게 되면 활성화되어 금새 적응하게 된다. 인터넷으로 무엇인가를 읽을 때는 책이나 출력된 문서에는 없는 화려한 색상이나 동영상, 자막 등을 보며 소리를 듣는 등의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에, 뇌는 그러한 여러 가지를 한 번에 처리하는 것에 익숙해지게 된다.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윈도우즈 운영체제가 나왔을 때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 바로 멀티태스킹(multitasking) 기능이었다. 그 전의 유닉스나 도스 운영체제에서는 지원하지 않던 기능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문서 작업을 하는 등 한 번에 여러 가지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 컴퓨터 뿐만 아니라 사람들 역시 멀티태스킹에 강해져서, TV를 보면서 동시에 밥을 먹으며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이제는 별로 신기하지도 않다.  

그러면 이러한 변화는 과연 좋은 것인가? 젊은 세대로 갈수록 점점 진지한 문학 작품과 같은 책을 읽지 않게 되고, 심지어는 인터넷 상에서 글을 읽을 때도 글이 조금만 길면 '스크롤의 압박' 운운하며 제대로 읽을 생각도 하지 않고 스크롤을 내린다(물론 나는 그런 말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몇천자나 되는 글을 태연하게 쓰고 있다).요즘 들어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트위터만 해도 시스템상으로 한 번에 쓸 수 있는 글이 140자를 넘지 못한다. 그러한 짧은 글이라면 진지하고 깊은 소통을 나눌 수도 없고, 그다지 의미없는 잡담 정도밖에 할 수 없다. 심지어는 공부를 할 때도 '인강'을 보며 공부하는 요즘의 학생들은, 그 속도마저 느리다고 생각해서 1.5배속이나 2배속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는 과연 공부가 될지 의문이다. 실제로 코넬대학과 캔자스주립대학의 학자들이 행한 실험 결과에서도, 고전적인 방식으로 공부한 사람들과 현란한 그래픽과 동영상, 소리 등이 지원되는 방식으로 공부한 사람들의 성취도가 크게 차이가 난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메세지를 전달하는 형식은 시청자의 집중력의 한계를 초월하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한 것 같아도 막상 집중을 거의 못 하기 때문에 그다지 효율적인 방식이 되지 못한다. 

또한 같은 글을 책으로 읽을 때와 인터넷상으로 읽을 때 역시 집중도와 내용의 파악 정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사실 컴퓨터 화면으로 뭔가를 읽을 때는 쉽게 눈이 피로해지고, 읽다가도 메일이나 카페 등의 다른 사이트를 클릭하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어느새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는, 온전히 그 책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효율이 높다. 또한 이러한 인터넷과 정보통신 문화가 사람들로 하여금 뭐든지 빠르고 쉬운 것만 찾게 함으로써, 그러한 기기에서 한시도 벗어나 쉬지 못하게 하고 깊은 사색에 잠기거나 명상을 하는 등의, 정적인 활동에서 멀어지게 한다. 그러므로 주의가 산만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뇌는 일종의 '곡예'나 마찬가지인 일을 하게 되어 뇌의 구조 자체가 집중을 잘 못하게 바뀌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원제인 The Shallows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생각하지 않게 된 사람들'과 '깊이가 없는 세상'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빠르고 쉬운 것만 찾으며 인터넷과 정보기기에만 의존하게 되면, 결국 깊은 사고를 할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결국 그만큼 우리는 생각을 덜 하게 된다. 구글로 뭐든지 쉽게 찾아내는 것이, 결국 스스로 어떤 정보를 찾는 힘을 잃게 한다. 또한 점점 문학 작품이나 진지한 글을 멀리하게 되어, 지적 수준 역시 몇십년 전의 사람들과 비교하면 낮아지는 것이 아닐까 염려가 된다. 어쩌면 인터넷이나 핸드폰 같은 것이 없었지만 예술과 낭만이 넘쳐 흐르던 시대가, 지금보다는 마음이 편하고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몇 년 전부터 나는 이러한 가볍기 짝이 없는 모든 것에 염증을 느껴 왔었다. 점점 갈수록 이 모든 것에 깊이가 없어지는 느낌이었고, 정보 기술의 점점 빨라지는 발전은 따라잡기에 너무 큰 노력을 소모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스마트폰조차 사용하지 않은 채, 2G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다. 그것으로도 필요하면 무선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 같은 것을 하는 데에 무리가 없다. 내가 기계 종류와 그다지 친하지 않아서인지, 굳이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따위의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 나의 두뇌를 혹사시키고 내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는 않다. 그것 외에도 읽어야 할 문학, 철학, 사회과학 등의 책들과 해야 할 공부가 충분히 많은데, 굳이 내키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위해 노력하고 싶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서 이러한 인터넷과 정보기술을 멀리하고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는 하지 않는다(그리고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이 글 역시 컴퓨터를 사용해 작성하고 있지 않은가! 만년필로 썼더라면 아마 어깨와 손목이 꽤나 뻐근했을 것이다) 역시 이러한 '원치 않는 굴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자기가 자기 행동의 주체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인터넷이나 정보기술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것은 사용해서 그 이득을 취하고,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것은 과감히 버리는 태도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아날로그적 인간인 나 역시 이런 것들에 휘둘리지 않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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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아아, 9기에도 인문사회팀에서 활동하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역시 저의 고향은 인문사회팀~  이번달에도 참 끌리는 좋은 책들이 많습니다.  

서경식 <언어의 감옥에서> : 제가 한때 일본 대학원에 진학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재일교포문학을 연구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만큼 재일교포에 대한 일종의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이양지, 현월, 사기사와 메구무, 양석일 등...참 훌륭한 작가들이 많지요. 서경식 교수님 역시 재일교포 지식인으로서, 정체성과 언어에 대한 고민을 평생동안 안고 살아오신 것 같습니다. 서경식 교수님 책은 거의 다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그분의 형님들인 서승, 서준식의 책들도 읽었습니다. ^^) 딱 신간(!)이 나와주시니 너무 반가울 따름입니다. 다른건 몰라도 이 책은 아주 강력히 밀어주고 싶은 기분입니다.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 : private한 것은 은근히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지요. 역시 까치글방에서 나온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과학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 책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는 사회사적인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어떻게 사적인 영역을 구축했고, 그 사적인 영역에는 무엇이 있는지...꽤 끌리는 책입니다. 게다가 제가 출판사들 중 까치글방에 대해서는 거의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이 책 역시 결코 저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로버트 H. 프랭크 <사치 열병> : 이 지긋지긋한 소비지향주의에 염증이 느껴집니다.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에 왜 우리는 휘둘려야 하는 걸까요. 그냥 최소한의 필요한 것만 갖고 마음 편하게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일까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읽어볼 필요성을 강하게 느낍니다.

  

 

 

 
 

버트런드 러셀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 20세기의 대표적 지식인, 버트런드 러셀의 그야말로 정수를 모은 책입니다. 지배적 권위와 우상, 인습에 맞서 평생을 싸운 분이지요. 참혹한 세상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는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폴 발리 <일본문화사> : 어쩌면 저는 전생에 일본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저의 겉모습도 완전히 일본인이구요.서양인에 의해 쓰여진 일본의 역사라니, 약간 걱정이 되긴 하지만서도(오리엔탈리즘 느낌이 강하게 들까봐) 이런 책은 꼭 읽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미 갖고 있어서, 절대 선정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싶은 3월 출간 책들 :  

바버라 에렌라이크 <긍정의 배신>, 제이 그리피스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 제럴딘 브룩스 <이슬람 여성의 숨겨진 욕망>, 가 알페로비츠 <독식 비판>입니다. ㅋㅋ 이것들은 이미 갖고 있어서...선정되면 참 마음아플거 같아요. 그리고 수학 관련 책들도 정말 싫습니다. 흑. 

'친일파 혹은 일본인'이라는 댓글을 남겨주신 rngml2309님께 : 적어도 타인에게 어떤 말을 할때는 본아이디로 오는 것이 예의가 아니겠습니까? 세컨아이디로 와서 찌질대는건 애들이나 하는 짓이지요. 설마 재일교포와 재패노필, 친일파가 모두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으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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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1-04-03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번에도 서평단을 하시는 모양이네요.^^ 서경식님의 책 관심이 갑니다. 지난 몇년간 제가 읽은 책들 중에서, 몇 권만을 골라야 한다면, 당연히 들어갈 책이 <디아스포라 기행>이거든요. 그 책의 서문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어요. 버트런드 러셀의 책도 요즘 자주 보이는 것 같구요..

셜록 2011-04-03 00:59   좋아요 0 | URL
오! 저도 <디아스포라 기행>을 통해 서경식 교수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게 어쩌면 전환점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책이에요. ^^
이번 9기에서도 좋은 책들이 많이 선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수학 같은건 안 뽑혔으면 좋겠는데...흑.

cyrus 2011-04-03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나온 러셀의 책을 읽고 있는 중인데,, 내용 구성이 러셀의 저작물이나 에세이에서
발췌한 형식이에요, 그래도 러셀의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읽어볼만해요 ^^
그리고 빌 브라이슨의 신작은 학교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어요. 이 책 역시
재미있을거 같습니다.

셜록 2011-04-03 19:16   좋아요 0 | URL
이번에 재미난 책이 많은데, 제발 수학이나 과학 같은거 뽑히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ㅜ.ㅜ흑

cyrus 2011-04-03 23:25   좋아요 0 | URL
ㅎㅎ 설마 이번 기수에도 수학 관련 책이 뽑히게 될까요?
8기 때의 불만(?)을 알라딘 신간평가단 관련자분들이 충분히 이해하셨다면
그런 최악(?)의 일은 오지 않을거라고 생각됩니다. ^^;;

셜록 2011-04-04 00:45   좋아요 0 | URL
9기 지원할때 저를 굉장히 고민하게 만들었던 부분입니다. ^^9기에도 인문/사회에서 계속 수학이나 이런 것이 뽑힌다면, 차라리 저의 주분야(?) 소설이나, 실용/취미 쪽에 지원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고민했었지만 역시 저의 고향인 인문사회를 배신할 수가 없어서...후후
차라리 그냥 과학 쪽을 빼버린, 인문/사회가 된다면 속이 편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인문/사회에 지원하신 분들 대부분은 거의 문과계이실텐데...수학은 정말이지 고문과도 같습니다. 물론 인문/사회 내에서도 가끔 별로 제 취향이 아닌 책들이 뽑힐 때가 있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의 투표를 받은 책들은 대부분 괜찮더라구요. 하지만 수학은...좋은 책들 다 놔두고 왜 수학때문에 고문을 당해야 하는지...하는 자괴감이 듭니다. ㅜ.ㅜ

맥거핀 2011-04-04 20:26   좋아요 0 | URL
근데..이번에는 이름이 인문/사회/과학으로 되어있으니 평가단 분들이 과학책을 의무적으로 넣어야된다는 마음(?)을 갖지 않을까요..?^^(저는 이번 평가단도 아닌데, 관심이 많네요..;;)
좀 다른 얘긴데, 이번에 8기 마지막으로 온 책 <당신은 혼자가 아니예요> 있잖아요. 그거 휙 넘겨 보면서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그 벌레 사진들이란..!(인터넷에 있는 곱등이 사진도 못보는데..;) 도대체 누가 이런 책을 뽑으셨는지...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누구나 다 싫어하는 게 있다는 것.(응?)

셜록 2011-04-04 22:01   좋아요 0 | URL
이번의 그 벌레 책은 정말이지 의외였습니다. 제가 뽑은 것은 아니지만...(사실 예전에 <기생충 제국>이라는 책을 봤는데, 사마귀 몸을 뚫고 나오는 연가시 사진도 있고, 그 역시 참 재미있는(?)책이었습니다.)
악마의 곤충 곱등이...혐오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사진 보면 토나와요.
9기부터 이름이 인문/사회/과학으로 바뀐 것도 골수 문과계들한테 약간 불리한 점인듯 해요. 인문학, 사회과학에 얼마나 재미있고 좋은 책들이 많은데...

꽃도둑 2011-04-05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고쿠도님 3연타 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저도 신청하고픈 마음 굴뚝 같았지만 당분간 다른 일로 바쁠 거 같아서
얼마나 참았는지 아십니까요?...흣흣 부럽사옵니다.
평가단들이 추천하신 책들을 보니 더 그 마음이 사무칩니다...ㅡ.ㅡ
다음 기수 때를 기다려야지요...아....6개월 길게 느껴질 거 같네요.

셜록 2011-04-05 18:15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제가 운이 너무 좋았던것 같습니다. 3연타라니, 쉽지 않은데...^^(더욱이 제 후달리는 리뷰들을 보면..으핫)
사실 저도 이번에 정신없을듯 하여 리뷰에 소홀해지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있습니다. 꽃도둑님도 이번에 함께 하셨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enjoy cafe! 카페 서울 두번째 이야기 - 서울의 숨겨진 보석같은 카페를 찾아 떠나는 여행 enjoy cafe! 시리즈 3
이현주 지음 / 북웨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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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페를 사랑한다. 내게 있어서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그리고 어디에나 있는 커피전문점과는 또 느낌이 다른, 고즈넉한 카페를 나는 사랑한다. 얼마 전에 결국 문을 닫았지만 노오란 불빛이 아름다웠던 삼청동의 어떤 북카페, 역시 지금은 없어졌을지도 모르지만 핸드드립 커피가 참 훌륭했던 작은 골목 안의 카페, 10년 전의 나의 로망의 장소였던 분위기가 좋았던 카페, 그 외에도 나의 삶에 위안이 되었던 카페들이 참 많다. 한때 그러한 카페들에 열심히 드나들며,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담소를 나누며 때로는 공부를 했다. 멋진 카페는, 들어서는 순간 일상과는 또 다른 공간의 느낌이 든다. 그 곳에 있는 동안만은 괴로운 일이 있어도 잊을 수 있고, 잃어버렸던 어떤 것의 일부를 되찾은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카페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현주의 <카페 서울 두 번째 이야기>는 서울 곳곳에 자리한 카페들을 탐방하고 그 중 특별히 마음에 드는 곳들을 소개해 놓은, 일종의 카페 가이드북이다.  

책에 소개된 카페들의 분위기는 저마다 다르다. 책을 읽거나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기 좋은 분위기의 카페가 있고,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은 카페가 있다. 식사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있고, 특별한 테마를 갖고 있는 곳도 있으며 동네 카페와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도 있다. 위치 역시 유동인구가 많거나 접근성이 좋은 곳에 한정되지 않고, 마을버스를 타거나 골목길을 한참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숨어있는 카페들도 있으며 꽤 다양한 곳의 카페들이 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내가 자주 가는 지역들에서 멀지 않은 곳도 있고, 일부러 마음먹고 찾아가야 할 좀 먼 곳들도 있다.  

읽으며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이, 신촌에 위치한 'La Celtique'였다. 켈트 문화가 살아 숨쉬는 지역인 브루타뉴의 크레이프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한국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프랑스의 전통적인 음식인 tartiflette나 saucisse같은 것들을 맛볼 수 있으며 음료 중에는 사과주스가 참 맛있어 보인다. 덤으로 프랑스인 오너와 프랑스어로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삼성동에 위치한 '지유가오카 핫쵸메(自由が丘8丁目)' 역시 꼭 가보고 싶다. 원래 도쿄의 지유가오카에는 7쵸메까지밖에 없는데, 이곳의 오너 쉐프가 지유가오카를 너무 좋아해서 서울에 8쵸메라는 이름으로 카페를 만들었다고 한다. 인테리어도 아기자기하고, 일본에서 베이커리를 공부한 오너의 수제 케이크들은 그 맛이 참으로 훌륭하다고 한다. 책에 실린 케이크 사진들만 봐도 케이크를 매우 좋아하는 나로서는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그 외에도 이름만 많이 들었을 뿐 아직 가보지 못한 동네인 부암동에 위치한, 굉장히 고즈넉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분위기의 'Emil's'와 이국적인 거리 이태원에 위치한, 마치 한낮의 시에스타와도 같은 분위기의 'Cafe Noon', 문인들이 살던 성북동의 저택들 근처에 있는 'Cafe 日常' 등, 정말로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카페들이 많았다. 평소에도 블로그 등에서 카페 방문 후기 같은 것을 보면, 꼭 가봐야겠다고 위시리스트에 담아놓는 곳들이 있는데 이 책에 등장한 카페들 역시 그렇다. 이 책에서 다룬 30곳의 카페들을 1주일에 한 곳씩이라도 꾸준히 탐방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우선 가까운 곳에 있는 카페들부터 하나씩 정복하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전부 가 볼 수 있지 않을까. 부록으로 제공된 이 책에 소개된 카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들을 사용하는 즐거움도 쏠쏠할 듯 하다. 무엇보다도 그 카페들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하는 가장 큰 계기는, 책에 실려 있는 카페 내부의 아름다운 사진들이다. 그 사진들만으로 이미 나의 마음은 따뜻해진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먼 곳이라도 꼭 찾아가보던,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오래 전의 마음을 잃어버린 채, 어떤 것에 대한 마음이 넘쳐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깊은 우울함에 시달린 듯 하다. 서울에 살면서도 고즈넉한 골목들이나 구석구석의 명소들을 거의 가보지 못했고, 항상 오가는 곳만 오가는 갑갑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지독히도 메말라버린 정신이 나를 가슴아프게 한다. 언제쯤에야 나는 잃어버린 그 어떤 것들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 한가롭고 안온한 분위기의 아름다운 카페들이 내가 잃어버린 것들의 조각을 다시 찾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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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투명한 내 마음
베로니크 오발데 지음, 김남주 옮김 / 뮤진트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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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주로 일본, 한국문학을 즐겨 읽었지만 프랑스어를 공부하면서 프랑스의 문학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기고 있다. 읽으면서 이 문장은 프랑스어 원문이 대략 이럴 것이고, 이 표현은 원문에서 이런 표현 아니었을까 추측하는 것이 꽤 재미있다. 그러던 중 읽게 된 베로니크 오발데의 <그리고 투명한 내 마음(원제 Et mon coeur transparent)>은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꽤 기묘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베로니크 오발데는 프랑스의 작가로 <그리고 투명한 내 마음>으로 퀼튀르-텔레라마 상을 받았고 한국에 소개되는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뮤진트리에서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프랑스 작가들의 작품을 요즘에 하나씩 번역 출간하고 있는데, 이 책도 그 중 하나다.  

이 책은 '오늘 밤 랜슬롯의 아내가 죽었다.(La femme de Lancelot est morte cette nuit.)'라는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랜슬롯이 경찰로부터 아내의 죽음을 전해듣는 장면이 이 책의 첫번째 장이다. 랜슬롯은 누구이며, 그의 아내는 왜 죽었는가? 이것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일종의 미스테리가 된다. 주인공 랜슬롯 루빈슈타인은 길을 걷다 우연한 계기로 이리나를 만난 후 19년 동안이나 함께 살아오던 아내와 그야말로 '단번에' 이혼하고 그와 결혼한다. 그리고 나서 3년을 함께 살았지만, 그는 이리나의 죽음을 계기로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이리나의 죽음에 대해 조사하고, 새로운 사실들에 부딪치게 된다.  

이 작품의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분위기는 꽤 동화적이고 마술적이다. 배경이 되는 추운 카타노와 따뜻한 카메론은 둘 다 가상의 공간이다(지명들이 낯설어서 찾아봤으나 그러한 나라 혹은 지명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곳의 눈 언덕과 녹나무, 플라타너스들은 실재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현실의 그것들과는 조금 다른 아우라를 내뿜고, 주인공이 들르는 초록빛 어항의 카페 역시 그러한 초현실적 분위기를 갖고 있다. 집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오르는 계단은 환상의 세계와 연결된다. 또한 주인공의 집에 있던 노구치 테이블과 페리앙 책꽂이는 실재하는 물건이면서도 주인공과 함께 은밀한 차원으로 곤두박질친다. 집에 있던 서랍장이 갑자기 사라지고 우산대가 종적을 감추는 지극히 마술적인 일들이 이 작품 안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 이는 일종의 환상적 리얼리즘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주인공의 이름 랜슬롯 역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랜슬롯 루빈슈타인이 신비하고도 매혹적인 이리나와 사랑에 빠지는 장면은, 켈트의 아서왕 전설에 등장하는 충직한 기사 랜슬롯이 왕비 기네비어와 사랑에 빠지는 장면과 오버랩된다.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 역시 마리 마리, 파코 피카소, 트랄랄라, 미니막스 등 참으로 기묘한 이름들을 갖고 있다. 이리나는 랜슬롯과의 첫 만남 때 그의 이름을 듣고 웃으며 "이제부터 나는 당신을 폴이라고 부르겠어요(Je t'appellerai Paul)."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 랜슬롯은 "이제부터 내 이름은 폴이야."라고 말한다. 어쩌면 이 작품은 주인공이 아내의 죽음을 통해 랜슬롯에서 폴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폴이라는 이름은, 이 작품에 영감을 제공한 시를 쓴 폴 베를렌(Paul Verlaine)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이 책을 읽으며, 최근의 프랑스 작가들의 경향이 이런 것인지, 혹은 베로니크 오발데만의 특성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솔직히 처음에는 문체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또한 괄호 안의 부연설명이 너무 자주 등장하다 보니 산만한 느낌이 들고 서술과 대화, 주인공의 생각이 아무런 구분 없이 뒤엉켜 있는 느낌 때문에 읽기가 쉽지 않다. 결코 어려운 글은 아니지만 자상하게 설명을 해주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읽어서는 이해하기 힘들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문장을 현재시제로 쓴 것과 이 작품 전체에 감돌고 있는 몽환적이고 마술적인 분위기는 꽤 마음에 든다. 이래저래 호불호가 꽤 갈릴 듯한 작품이다.   

Je fais souvent ce reve etrange et penetrant
나는 종종 이런 기묘하고 강렬한 꿈을 꾼다
D'une femme inconnue, et que j'aime, et qui m'aime,
미지의 한 여인에 대한 꿈을.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Et qui n'est, chaque fois, ni tout a fait la meme
그녀는 매번 똑같은 사람도 아니고,
Ni tout a fait une autre, et m'aime et me comprend.
전혀 다른 인물도 아니다, 다만 나를 사랑하고 나를 이해해줄 뿐.
Car elle me comprend, et mon coeur, transparent
그녀가 나를 이해해주므로, 내 투명한 마음은
Pour elle seule, helas ! cesse d'etre un probleme
오직 그녀만을 위하여, 고민을 벗어던진다
Pour elle seule, et les moiteurs de mon front bleme,
오직 그녀만을 위하여, 내 축축한 이마는 창백해진다,
Elle seule les sait rafraichir, en pleurant.
오직 그녀만이 눈물로써 내 마음과 이마를 식혀줄 수 있으리라.  

 - 폴 베를렌, <내 익숙한 꿈 Mon reve familier> 중에서(프랑스어 알파벳의 accent aigu, accent grave 등의 표기가 깨져 나와서 부득이하게 일반 알파벳으로 대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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