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심장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지음, 권도희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상당히 오래 전,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 오랫동안 심장질환으로 투병하다가 다행히 뇌사자의 심장을 기증받고 새 삶을 살게 되었는데, 전에는 잘 먹지 않던 종류의 음식이 먹고 싶어지고 심지어는 취미까지도 바뀌었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러한 음식에 대한 기호나 취미가 심장의 기증자가 생전에 좋아했던 것들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물론 모든 심장이식 케이스에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몸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기관은 뇌라는 것이 정설인데, 어쩌면 심장에도 평소의 습관이나 취향 등이 기억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의 <두 번째 심장(원제 Second hand heart)>는 심장이식 대기 환자 1번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던 열아홉살 소녀 비다(vida : 삶, 생명을 의미하는 스페인어)가 심장을 이식받은 후, 기증자의 기억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선천적인 심장 기형으로 인해 길지 않은 삶 내내 죽음을 목전에 두고 심장이식만 기다리며 살아왔던 비다는 거의 집 안에서만 살았고 세상살이를 겪을 기회도 없었다. 그런 상태로 열아홉 살이 되었고, 심장의 상태는 점점 악화되어 바로 심장이식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마침 그때 기적같이 뇌사자의 심장을 이식받을 수 있었다. 한편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아내 로리를 잃은 리처드는 압도적인 슬픔에 휩싸인 채, 아내의 심장을 이식받은 비다와 만나게 된다. 순수하고 어린아이같은 비다의 모습에서 열정적이던 아내의 모습을 발견한 그는 슬픔과 혼란에 짓눌린다. 반면 비다는 리처드를 처음 만난 순간, 아주 강렬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어쩌면 그것은 비다의 몸 속에 자리잡은, 리처드를 사랑했던 로리의 심장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리처드는 비다에게 끌리는 감정을 부인하며 그녀를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대할 뿐이다. 비다에게는 심장이식이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지만, 리처드에게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게 된 슬픈 일이었다.  

한편 비다의 어머니 에비게일은 굉장히 비다에게 집착하는 타입이다. 항상 비다의 심장에만 신경을 썼고, 비다를 살려내는 것이 그녀의 삶의 유일한 목표였기 때문에 결국 남편과도 이혼하고 홀로 비다를 돌봐 온 것이다. 비다의 아빠가 오토바이에 비다를 태워서 드라이브를 한 후 엄마에게, 누군가는 그 애의 심장 말고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신경 써주어야 한다고, 단지 건강상의 문제만 중요한 건 아니라고 말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 말이 옳다. 비다의 어머니는 결국 비다를 '아픈 아이'라고 집에 가둬두기만 하고, 그 어떤 즐거움도 없는 산송장과도 같은 삶을 강요했다. 비다가 심장을 이식받아서 건강해진 후에도 그 집착은 여전해서, 여전히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고 온갖 비상식적인 행동도 서슴치 않는다.  

비다는 항상 자신을 이해해주는 에스더 할머니와 빅터와 함께 여행길에 나서고, 심장이 갖고 있는 어떤 기억의 단편을 떠올리게 된다. 그 기억의 단편을 쫓아서 그녀는 빅터와 함께 끝을 알 수 없는 여행을 다시 시작한다. 도중에 사막에서 차가 고장나기도 하고, 돈이 떨어져서 휘발유 값을 구걸하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그랜드캐니언에 도착한다. 심장의 기억은,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그랜드캐니언의 어떤 장소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런데 꿈속에서 보았던 바로 그 장소, 노스 림의 테라스에서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이루어진다. 리처드와 로리가 처음으로 만나서 알게 되고 또 가자고 약속했지만 끝내 가지 못한 그 곳에서, 비다와 리처드는 극적으로 재회한다.  

또한 이 소설은, 세상을 겪을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소녀가 세상을 알아가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시작하는 성장담이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실의에 빠진 한 남자의 새로운 삶을 향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비다는 그랜드캐니언을 떠나며 엄마에게 다시 시작하자고 엽서를 쓴다. 비다의 엄마는 자신이 딸에게 비정상적으로 집착해 왔다는 것을 자각하고 치료를 받기로 한다. 리처드는 슬픔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온다. 어떤 의미에서 이 이야기는 비다 뿐만이 아닌, 그들 모두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한편 심장이식과 기억에 대한 이론의 일부는 작가가 창작해낸 것이라고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뜬구름 잡는 듯한 느낌을 약간 받았다. 어떻게 그 둘이 같은 시간에 엄청나게 넓은 그랜드 캐니언의 바로 그 장소에 올 수 있었는지 너무 우연에 의지한다는 생각 역시 들었다. 뻔한 사랑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해서, 이 책은 그다지 내 취향은 아니다. 하지만 심장의 기억 자체가 아직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일종의 초자연적 현상인 것을 감안하면 마법과도 같은 둘의 재회 역시 같은 맥락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장기이식에 대해 예전에 했던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다. 한참 전, 만일 내가 불의의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지고 깨어날 가망이 없다면 나의 장기들을 기증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알몸이 되어 차가운 부검대 위에 눕는 일은 비록 의식이 없다 해도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니겠지만, 오랫동안 질병으로 고통받고 죽음의 공포에 직면해 있는 이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할 수 있다면 용기를 내고 싶다. 그리고 이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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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고르 <프롤레타리아여 안녕> : 계급론이 색깔이 바랬다고는 하지만, 저는 제 자신을 프롤레타리아의 일원으로 생각합니다. 이 책은 서구 자본주의 사회의 위기와 노동소외를 극복하기 위해, 생산관계와 생산수단의 폐기가 아닌, 임금노동 폐기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될지 참 궁금합니다. ^^ 

 

 

 

 

 임경화, 박노자 <나는 사회주의자다> : 동아시아의 사회주의 운동의 선구자인 고토쿠 슈스이의 저작집입니다. 그는 1907년, 일본의 조선 식민화에 반대한다는, 그당시 굉장히 위험한(!) 글을 발표합니다. 결국 정치적 보복으로, 천황 암살 모의의 죄목을 뒤집어쓰고 처형당하게 됩니다. 그의 약 10년 동안의 활동은 한 중 일 3국의 근대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이현우 <애도와 우울증> : 예, 그 '로쟈'입니다. ^^러시아 문학 연구자로서의 로쟈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꽤 기대되는 책입니다. 푸슈킨과 레르몬토프의 서정시를 분석함으로써 그들의 텍스트 안에 숨겨진 무의식을 밝혀내고자 하는, 일종의 프로이트적 접근법을 그는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셸 푸코 <안전, 영토, 인구> : 실은 제가 여러 가지 이유로 푸코를 참 좋아합니다. 그가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했던 강의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인데, 물론 결코 서평 쓰기가 쉽지 않겠지만 읽고 난 보람도 클 듯 합니다. ^^ 

 

 

 

 

 

 대니얼 리그리 <나쁜 사회> : 점점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는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부자는 더욱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는 현상을, '마태 효과'라고 칭합니다. (단, 표기법이 참 신경쓰이는게 복음사가 이름인 Matthew를, 마태가 아니라 마태오라고 표기하는 것이 옳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사족 : 요즘 들어서 글쓰기가 너무 힘듭니다. 글 쓰는 방법을 송두리째 잊어버린 느낌이라,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잔뜩 밀려있는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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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9-08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제의 서재글에 교고쿠도님의 글이 있길래 오랜만에 들려봅니다. 잘 지내고 계시죠? ^^
날씨가 일교차가 크다고 하던데,, 제가 살고 있는 대구는 아직도 여름이네요 ^^;;

저는 앙드레 고르의 책을 읽어보려고 해요. 그 전에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랑
리오 휴버먼의 <자본론>을 읽어서그런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해서 부쩍
관심을 가지게 되었거든요. ^^


교고쿠도 2011-09-08 01:06   좋아요 0 | URL
오, 화제의 서재글...같은 곳에 오르다니! 참 놀라운 일입니다. 저는 그다지 y**24나 알라딘 서재 등에서 많은 이웃을 등록했거나 친목활동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서(아무래도 본진이 따로 있다 보니) 그런 데에 오르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

이번에 꼭 앙드레 고르의 책이 뽑혔으면 좋겠어요. 사회주의, 참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하는데...

루쉰P 2011-09-08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유! 오랜만에 들어옵니다. 우부메의 여름을 읽다가 쿄고쿠도로 잠적해 버린 듯한 여름이었어요. 앙드레 고르의 책은 제가 직접 살려고요. 30년 만에 번역됐다고 하니 너무 땡기더라구요. ㅋㅋ
왠지 쿄고쿠도님의 독서 스타일과 제가 읽고 싶은 스타일과 겹쳐지는 것 같습니다. 앙드레 고르의 책이 꼭 뽑히셔서 아주 좋은 리뷰를 봤으면 합니다.
가을 날씨가 오늘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구요. ㅋㅋ

교고쿠도 2011-09-08 20:35   좋아요 0 | URL
앙드레 고르의 책이 꼭 뽑혔으면 좋겠어요. ^^벌써 10기 모집하는데 아무래도 7,8,9기 활동한 저로써는 또 뽑히기는 힘들겠지요?
루쉰님과 제가 책 읽는 스타일이 비슷한 것 같아서 너무 반갑습니다. ^^
 
마리 오 정원
채현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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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인 느낌의 책들을 좋아한다. 책을 덮고 나면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적어도 책을 읽는 동안에는 꿈꾸는 듯한 이야기 안에 머무를 수 있다. 가능하다면 매일 밤 꿈을 꾸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다. 아무래도 나는 반쯤은 안개 속에 발을 딛고 사는 것이 아닐까. 만약 문학 작품이 지극히 사실적이기만 한다면, 문학과 현실의 차이를 그다지 느낄 수 없을 것이고 내게 있어서는 이쪽도 저쪽도 똑같이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만큼 끔찍한 일이 또 있을까. 그러므로 지독한 우울을 버텨낼 수 있는 일종의 마취제의 역할을 할, 그런 이야기들을 나는 항상 원하고 있다. 얼마 전 읽게 된 채현선의 단편집 <마리 오 정원>은, 따뜻하고 신비로운 위로로 내게 다가왔다.  

<마리 오 정원>에는 신춘문예 등단작인 '아칸소스테가'와 표제작 '마리 오 정원', 그 외 6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각 작품들은 어떤 정형화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 않고, 구체화되지 않은 현실의 그 어딘가의 시공간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마리, 마누, 얀, 아킴테라, 라파엘, 소피아, 푸엘라 등의 등장 인물들의 이름 역시 상당히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배수아의 단편집 <훌>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이러한 특징은 우리가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 사건을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도, 지극히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불러일으키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도우며 자신의 아픔을 승화시키는 소피아 할머니('숨은 빛'), 실연의 아픔을 견디다 못한 나머지 주술사의 힘을 빌려 복수를 하려는 한 여자의 이야기('마리 오 정원'), 누군가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마누 할아버지('마누 다락방'), 죽은 아들의 무덤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아들이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을 날마다 트는 부부('모퉁이를 돌면'), 곤란한 상황에 빠진 사람들에게 찾아가 죽은 아들의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잼을 나눠주는, 예쁜 여자가 되고 싶었던 할아버지('아코디언, 아코디언'),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는, 안구 종양으로 두 눈을 적출하여 완전히 시력을 잃은 사람과 사랑하는 남자를 사고로 잃은 여자('켄세라'), 시한부 인생임에도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아내와 그녀를 바라보는 남편의 처연한 심정('아칸소스테가'), 사랑도 취업도 실패하고 절망한 남자와 우연히 함께 살게 된 골드스패니얼 의 이야기('나의 글루미 선데이')까지,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무엇인가를 잃은 데서 기인한 슬픔과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다독이거나 서로를 위로하며 고통을 함께 나누고 서서히 치유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이 강했던 것은 표제작인 '마리 오 정원'이었다. 식물의 힘을 빌려 복수의 주술적 의식을 행하는, 그리고 여자의 마음속 응어리들을 풀어 내서 치유되도록 도와주는 주술사 마리와 그녀의 이국종 식물이 무성한 정원의 이미지가 감각적이고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나의 울증과 괴로움을, 이러한 주술과 위로를 통하여 치유받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또한 어떤 쪽이 더 괴로울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큰 아픔을 안고 있는 두 사람이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다독이는 내용의 '켄세라'에서는, 어설픈 위로의 말이나 뻔한 인사치레도 하지 않지만, 괴로운 누군가에게 전화를 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 주는 마음과 행동이 아마 가장 큰 위로였을 것이다. 그 따뜻함이 나의 마음에도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아련한 기억 또는 꿈 속의 어떤 풍경을 여유로이 거닐고 있는 듯한 느낌에 온전히 머무를 수 있었다. 그 안에는 환상적인 식물들의 정원이 있고 주술사의 집이 있으며, 추억이 살아 숨쉬는 다락방이 있고 마술과도 같은 이야기가 있다. 깨어나고 싶지 않은, 편안한 안식의 꿈을 꾸는 듯 하다. 내게도 따스한 위로와 어떤 치유의 주술이 어느 정도 작용한 느낌이다. 그렇다. 이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이야기들은 내게 또 얼마간을 버텨낼 힘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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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강남 좌파> : 구좌파가 계급 간의 투쟁을 중점으로 삼았기 때문에 노동계층이 대다수를 차지했다면, 신좌파는 계급투쟁보다도 소외된 자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중점으로 삼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보다도 더 눈에 띄는 것은, 좌파 성향을 가진 사람들 중 상당수가 엘리트 계층이라는 것입니다. 전혀 '작은 자'의 위치에 있지 않음에도, 공부도 많이 하고 가진 것도 많은데도 이념은 좌파라는, 어떻게 보면 언밸런스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꼭 '작은 자'들만 좌파적 이념을 가져야 한다는 것 역시 일종의 차별이자 편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공부를 많이 한 사람도, 가진것이 많은 사람도 아닙니다. 하지만 시몬느 베이유처럼 항상 가장 작은 자를 위하여 살아가야겠다는, 그리고 가난한 이들보다 더 좋은 것을 누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로널드 애널슨 <사르트르와 카뮈> : <구토>의 사르트르와 <이방인>의 카뮈, 그들은 어떠한 계기로 서서히 멀어지게 되었을까요. 20세기 지성사의 두 거인의 견해와 논쟁을 읽고, 단지 그들의 작품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사상에 대해서도 알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사르트르 쪽에 더 가까운듯한 느낌도... 

 

 

     

  

니얼 퍼거슨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 : <증오의 세기>를 쓴, 그 니얼 퍼거슨입니다. <증오의 세기>는 꽤 두꺼웠지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_' 제목에서 굳이 civilization을 문명이라 번역하지 않고 원어 그대로 사용한 데에는 뭔가 원인이 있을 것 같습니다. 서양 문명에 대한 내용이 참 흥미로울 것 같고, 왜 항상 세계사에서 동양이 배제되어 왔고 동양은 항상 신비한 대상으로만 인식되어 왔는지에 대한 담론 역시 기대됩니다.

 

 

  

 

 에이미 굿맨, 데이비드 굿맨 <미친 세상에 저항하기> : 제목만으로도 참 기분이 후련해지는 느낌입니다. 이 미쳐 돌아가는 잔혹한 세상에,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저항하고 좀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는 것일까요. 미국의 전설적 독립언론 '데모크라시 나우'의 진행자인 에이미,데이비드 굿맨 남매가 미국 전역을 돌며 권력과 맞선 시민운동을 기록한 이 책, 참 흥미로워 보입니다.

  

 

 

 

 나이토 치즈코 <암살이라는 스캔들> : 신문기사에 노골적으로 반영된 ‘이야기’의 정형이 어떤 식으로 주인공들을 타자로 만들고, 주어진 틀에 가두어 멋대로 재단하는지 저자인 나이토 치즈코는 거침없이 폭로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조선과 만주, 대만을 식민통치했던 시대, 당시의 일본인들은 과연 역사적 사건들을 어떤 식으로 해석하고 소비했을까요. 식민주의를 '젠더'의 시선으로 바라본 점 역시 흥미롭습니다.  어쩌면 위의 모든 책보다도, 가장 읽고 싶은 책입니다.

 

  

  

최근 몇 달간 몸이 너무 안좋아서,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머릿속에는 안개가 자욱한 듯한 몽롱하고 멍한 느낌이 들어서 책을 거의 못 읽고 글도 많이 못 써서 여기저기 민폐를 끼친듯 합니다. 심지어는 외출했다가 갑자기 기력이 너무 떨어져서 중간에 택시를 타고 돌아온 적도 있어요, 흑. 한참 전에 병원 예약해뒀는데 예약이 많이 밀려서 다음주에야 갈 수 있을 것 같고... 신간평가단 책들도 아직 리뷰 못쓴게 많아서 걱정입니다...아, 어떡하지.

이미 갖고 있는 신간도서 : 콰메 앤터니 애피아 <윤리학의 배신>, 아마미야 카린 <프레카리아트, 21세기 불안정한 청춘의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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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딸 2011-08-09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남좌파! 강남좌파! 강추... ^^

교고쿠도 2011-08-09 10:27   좋아요 0 | URL
강남좌파, 강준만 선생님의 책이라 꽤 기대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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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우 <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의 동명의 글이 생각나는 제목이지요. 항상 가장 작은 자들의 삶과 연대하려고 하는 저로서는,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입니다. 사실 저는 약 1년 가량 작은 방을 세내어 자취를 해본 적은 있지만 고시원 생활을 해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경험자 친구들의 말을 들어 보면, 고시원의 생활이 그다지 편안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더욱이 창문이 없는 방이라면, 일광 부족으로 우울증에 걸려서 나오는 경우도 꽤 된다고 하네요. 공간도 꽤 좁고, 방음이 되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의 생활 소음이 들려오기도 한다고 합니다. 화재 등에 취약한 점 역시 존재하구요... 

하지만 이러한 주거 형태가 생긴 데에는, 일종의 수요와 공급의 측면이 있을 듯 합니다. 전세, 월세 등의 다른 주거형태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물론 요즘의 괜찮은 고시텔들은 전혀 싸지 않은 듯 합니다. 시설 역시 원룸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고...) 보증금을 필요로 하지 않아서 저렴한 주거를 구하는 사람들의 니즈에 맞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고시원과 그 생활에 대한 책을 읽으며, 주거의 사회학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건강에 해로운, 창문 없는 방 같은 주거형태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교도소 방에도 창문은 있는데...)  

 나가이 다카시 <그날, 나가사키에 무슨 일이 있었나> : <묵주알>, <영원한 것들> 등을 쓴 나가이 다카시 박사의 책입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의사였고,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으로 인해 가족들을 모두 잃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처참하게 파괴된 당시 나가사키의 실상을 통해 원자폭탄에 대한 인류 최초의 기록을 완성하였습니다. 저자 역시 방사능 피폭으로 인해 백혈병으로 사망하게 됩니다...저는 요즘 핵에 대한 여러 가지 책을 읽으며, 제가 반핵주의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차라리 밤중까지 휘황찬란하게 전기 켜놓는 것을 자제하는 등 전기를 절약해서, 원자력 발전소를 안 짓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인류 모두를 위해 좋지 않을까요?

   

악셀 하케, 조반니 디 로렌초 <나는 가끔 속물일 때가 있다> : 10년쯤 전, 저와 비슷한 나이임에도 굉장히 현실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던 어떤 지인에 대해 현실적인게 지나치다 못해 속물적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때 저는 꽤 몽상가에 가까웠고, 사실은 나이를 먹은 지금도 하나도 철이 들지 않은 채 그대로인듯 합니다. 하지만 역시 세상에 물들어서(?)인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가지를 재고 계산해 보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환멸에 빠지기도 합니다.  

'당신은 세상과 타협한 것이 아니라, 세상에 굴복한 것이다'라는, 어디선가 본 문장이 생각납니다. 설사 타협을 한다 해도, 속물이 된다 해도, 덜 타협하고 덜 속물이 되고 싶습니다. 마음같아서는 죽을 때까지 철모르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갖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고 싶습니다.   

 최성일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 들뢰즈, 가타리, 데리다, 지젝, 발터 벤야민 등 어디선가 많이 들어보기는 했는데, 정확히 어떠한 주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인지는 모르는 사상가들이 꽤 있습니다(제가 무식해서일지도...흑)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우리 시대 지성인 218명을 다루고 있고 목차를 보니 익숙한 이름들도, 그리고 약간 낯선 이름들도 있어서 꽤 내용이 궁금해집니다. ^^ 

 

  

엘리자베스 영 브루엘 <아렌트 읽기> : 지금까지 제가 읽은 책들 중 상당수에 등장했던 이름 한나 아렌트,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그녀가 유대인이었고 파시즘을 비판했다는 것밖에,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듯 합니다. 저도 전체주의라면 딱 질색을 하기 때문에, 아렌트의 사상에 많은 부분 동조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주요 저서인 <전체주의의 기원>, <인간의 조건>, <정신의 삶>을 읽기 전에, 안내서 격인 이 책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이 리스트는 아직 확정은 아닙니다. ^^) 

제가 이미 갖고 있는, 6월 출간 도서들 : <분노하라>, <윤리학의 배신>, <살인의 역사>, <체르노빌의 목소리>, <승자의 음모> 그러므로 이 책들은 선정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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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7-02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강추합니다.
두께가 크고 가격이 쎄서,, 될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에 이해하고 싶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사상가들에 대한 책에 대해서
간략히 알 수 있어서 참고도서로 좋아요.

교고쿠도 2011-07-02 20:45   좋아요 0 | URL
오, cyrus님의 추천이라면 퀄리티는 당연 보증되고! 완전 읽고 싶어지네요. 근데 원래 5권으로 나온 책들을 하나로 엮어서 개정판으로 출간한거라, 가격도 비싸고...그래도 뭐 한번 부딪쳐 보고 싶어요. ^^

cyrus 2011-07-03 00:04   좋아요 0 | URL
요즘 출판 실정에 맞게 최신 내용으로 업뎃해서 나온 개정판이랍니다.
진짜 이 책,, 구입해도 아깝지 않은 책이에요 ^^

교고쿠도 2011-07-03 00:16   좋아요 0 | URL
내용이 참 알찬 것 같아서 저의 '위시리스트 노트'에 적어뒀습니다. ^^
선정되지 않으면 구입하려구요. '_' 제가 잘 고른듯~

루쉰P 2011-07-02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을 1권이 나올 적부터 소중하게 간직하게 샀는데 이 책의 저자이신 분이 뇌종양으로 의식이 없으신 상태라고 하시니 우울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저에게는 20대 때 이 책을 읽고 앞으로 정복해 갈 사상가들에 대한 지도를 그리고 했었어요. 정말 강추하는 책입니다. 저도 살려구요. ^^

교고쿠도 2011-07-03 00:24   좋아요 0 | URL
앗, 뇌종양...저자분이 빨리 쾌차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번에 7월의 추천도서 페이퍼를 작성하려고 인문, 사회쪽 6월 출간 도서들을 살펴보다가 이 책을 발견했는데, 알고 보니 꽤 유명한 책인듯 해요. 아, 지금까지 왜 나는 몰랐을까...

요즘 작성해야 할 리뷰가 산더미같은데 게으름의 극치를 달리는 저는 벌써 2주일 넘게 어떠한 글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인지자본주의>도 아직 덜 읽었어요. 도서관에서 빌려온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 여섯권을 전부 읽고, <나, 여성노동자>를 읽고, 그 외의 여러 가지를 읽었으면서...흑.

루쉰P 2011-07-03 08:17   좋아요 0 | URL
ㅋㅋㅋ 걱정마세요. 저도 덜 읽은 책이 10권이 넘어요. 너무 질러대는 바람에 T.T 조루즈 심농은 저도 책 샀는데, 아직 읽지는 않았는데 책 디자인과 감촉이 너무 너무 좋아서 겉표지만 쓰다듬고 있죠. 전 이런 거에 약해요. -.-
게다가 지금은 <우부메의 여름>을 읽고 있어요. 아! 정말 쿄고쿠도(소설에 나오는 헌책방 주인)는 지식의 종결자로서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근데 정신 집중 안 하면 뭔 소리 하는지 이해를 못할 정도에요. 너무 유식한 듯. ㅋ
암튼 전 책은 마음 껏 읽고 리뷰는 한 달에 한 번 쓰자는 주의라서 그닥 리뷰에 신경을 안써요. 교고쿠도(지금 이 서재의 주인)님도 리뷰에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쓰시고 싶은 책일 때 쓰세요. 그게 재밌더라구요. ^^

교고쿠도 2011-07-03 10:46   좋아요 0 | URL
이번에 나온 매그레 시리즈, 책 사이즈도 작고 디자인도 괜찮은 것 같아요. 안락의자형이 아닌, 발로 뛰는 매그레 반장...

저도 리뷰에 좀 초연한 마음을 가져야 할텐데, 항상 뭔가에 쫓기는 듯한 독서와 글쓰기를 하게 되었어요, 언제부터인가...역시 초심을 찾아야 합니다. ^^

네오 2011-07-03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번 느끼는거지만 이런 '훌륭한' 컬렉션에 페이퍼는 어떻게 꾸미는 걸까라는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이네요^^

교고쿠도 2011-07-03 10:48   좋아요 0 | URL
제가 다른 분들처럼 멋진 디자인으로 페이퍼를 작성하는 방법을 몰라요.(아무래도 컴퓨터에 좀 약한듯 합니다) 그래서 항상 가장 기본적인 페이퍼만 작성하게 되었는데...뭔가 이제는 꾸미는 방법도 알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