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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인터넷과 각종 정보통신 기술은 우리의 삶을 여러 측면에서 바꿔 놓았다. 약 20년 전만 해도 도서관에서 두꺼운 책을 뒤져가며 찾아야 했을 정보를 지금은 구글 같은 검색엔진에서 검색어들을 입력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찾을 수 있고,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기기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하여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 모든 것을 간편하고도 빠르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찾아온 부작용들도 있다. 문학 작품과 같은 긴 글을 읽기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거나, 정신이 산만해져서 어떤 것에 집중하기 힘들어지는 것 등이 그에 속한다.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원제 The Shallows)>은 인터넷 정보사회가 가져온 사람들의 변화된 사고와 그 실태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최근 몇 년 사이 내가 느껴왔던 딱 집어 말하기 힘든 어떤 답답한 것에 대해 조리 있게 설명하고 있다. 물론 그 동안의 인터넷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나 역시 많은 편리함을 누려 온 것은 사실이다. 굳이 발로 뛰지 않아도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그것으로 유용한 일이나 취미활동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뭔가 빠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터넷을 활발하게 사용하지 않던 시절에는 거의 속독에 가까울 정도로 책을 빨리 읽고 또 많이 읽었으나, 인터넷 사용시간이 길어지면서 책을 상대적으로 적게 읽게 되고 또 그 속도 역시 눈에 띄게 느려졌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읽는 책의 수준이 높아져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원인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또한 핸드폰 사용이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에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핸드폰에서 검색하면 바로 찾을 수 있으니 굳이 기억할 필요가 없어져서인지 전화번호를 포함한 숫자 자체를 기억을 잘 하지 못한다. 이 모든 것이 단순히 나의 두뇌가 둔해졌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뇌의 가소성(plasticity)에 대해 언급한다. 뇌의 신경 배치나 활성화되는 부분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용하기에 따라 달라진다.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지 않을 때는 활성화되지 않은 부분이, 인터넷에 익숙해지고 많이 사용하게 되면 활성화되어 금새 적응하게 된다. 인터넷으로 무엇인가를 읽을 때는 책이나 출력된 문서에는 없는 화려한 색상이나 동영상, 자막 등을 보며 소리를 듣는 등의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에, 뇌는 그러한 여러 가지를 한 번에 처리하는 것에 익숙해지게 된다.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윈도우즈 운영체제가 나왔을 때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 바로 멀티태스킹(multitasking) 기능이었다. 그 전의 유닉스나 도스 운영체제에서는 지원하지 않던 기능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문서 작업을 하는 등 한 번에 여러 가지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 컴퓨터 뿐만 아니라 사람들 역시 멀티태스킹에 강해져서, TV를 보면서 동시에 밥을 먹으며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이제는 별로 신기하지도 않다.
그러면 이러한 변화는 과연 좋은 것인가? 젊은 세대로 갈수록 점점 진지한 문학 작품과 같은 책을 읽지 않게 되고, 심지어는 인터넷 상에서 글을 읽을 때도 글이 조금만 길면 '스크롤의 압박' 운운하며 제대로 읽을 생각도 하지 않고 스크롤을 내린다(물론 나는 그런 말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몇천자나 되는 글을 태연하게 쓰고 있다).요즘 들어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트위터만 해도 시스템상으로 한 번에 쓸 수 있는 글이 140자를 넘지 못한다. 그러한 짧은 글이라면 진지하고 깊은 소통을 나눌 수도 없고, 그다지 의미없는 잡담 정도밖에 할 수 없다. 심지어는 공부를 할 때도 '인강'을 보며 공부하는 요즘의 학생들은, 그 속도마저 느리다고 생각해서 1.5배속이나 2배속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는 과연 공부가 될지 의문이다. 실제로 코넬대학과 캔자스주립대학의 학자들이 행한 실험 결과에서도, 고전적인 방식으로 공부한 사람들과 현란한 그래픽과 동영상, 소리 등이 지원되는 방식으로 공부한 사람들의 성취도가 크게 차이가 난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메세지를 전달하는 형식은 시청자의 집중력의 한계를 초월하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한 것 같아도 막상 집중을 거의 못 하기 때문에 그다지 효율적인 방식이 되지 못한다.
또한 같은 글을 책으로 읽을 때와 인터넷상으로 읽을 때 역시 집중도와 내용의 파악 정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사실 컴퓨터 화면으로 뭔가를 읽을 때는 쉽게 눈이 피로해지고, 읽다가도 메일이나 카페 등의 다른 사이트를 클릭하게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어느새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는, 온전히 그 책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효율이 높다. 또한 이러한 인터넷과 정보통신 문화가 사람들로 하여금 뭐든지 빠르고 쉬운 것만 찾게 함으로써, 그러한 기기에서 한시도 벗어나 쉬지 못하게 하고 깊은 사색에 잠기거나 명상을 하는 등의, 정적인 활동에서 멀어지게 한다. 그러므로 주의가 산만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뇌는 일종의 '곡예'나 마찬가지인 일을 하게 되어 뇌의 구조 자체가 집중을 잘 못하게 바뀌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원제인 The Shallows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생각하지 않게 된 사람들'과 '깊이가 없는 세상'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빠르고 쉬운 것만 찾으며 인터넷과 정보기기에만 의존하게 되면, 결국 깊은 사고를 할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결국 그만큼 우리는 생각을 덜 하게 된다. 구글로 뭐든지 쉽게 찾아내는 것이, 결국 스스로 어떤 정보를 찾는 힘을 잃게 한다. 또한 점점 문학 작품이나 진지한 글을 멀리하게 되어, 지적 수준 역시 몇십년 전의 사람들과 비교하면 낮아지는 것이 아닐까 염려가 된다. 어쩌면 인터넷이나 핸드폰 같은 것이 없었지만 예술과 낭만이 넘쳐 흐르던 시대가, 지금보다는 마음이 편하고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몇 년 전부터 나는 이러한 가볍기 짝이 없는 모든 것에 염증을 느껴 왔었다. 점점 갈수록 이 모든 것에 깊이가 없어지는 느낌이었고, 정보 기술의 점점 빨라지는 발전은 따라잡기에 너무 큰 노력을 소모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스마트폰조차 사용하지 않은 채, 2G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다. 그것으로도 필요하면 무선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 같은 것을 하는 데에 무리가 없다. 내가 기계 종류와 그다지 친하지 않아서인지, 굳이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따위의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 나의 두뇌를 혹사시키고 내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는 않다. 그것 외에도 읽어야 할 문학, 철학, 사회과학 등의 책들과 해야 할 공부가 충분히 많은데, 굳이 내키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위해 노력하고 싶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서 이러한 인터넷과 정보기술을 멀리하고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는 하지 않는다(그리고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이 글 역시 컴퓨터를 사용해 작성하고 있지 않은가! 만년필로 썼더라면 아마 어깨와 손목이 꽤나 뻐근했을 것이다) 역시 이러한 '원치 않는 굴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자기가 자기 행동의 주체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인터넷이나 정보기술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것은 사용해서 그 이득을 취하고,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것은 과감히 버리는 태도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아날로그적 인간인 나 역시 이런 것들에 휘둘리지 않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