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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cafe! 카페 서울 두번째 이야기 - 서울의 숨겨진 보석같은 카페를 찾아 떠나는 여행 ㅣ enjoy cafe! 시리즈 3
이현주 지음 / 북웨이 / 2011년 3월
평점 :
나는 카페를 사랑한다. 내게 있어서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그리고 어디에나 있는 커피전문점과는 또 느낌이 다른, 고즈넉한 카페를 나는 사랑한다. 얼마 전에 결국 문을 닫았지만 노오란 불빛이 아름다웠던 삼청동의 어떤 북카페, 역시 지금은 없어졌을지도 모르지만 핸드드립 커피가 참 훌륭했던 작은 골목 안의 카페, 10년 전의 나의 로망의 장소였던 분위기가 좋았던 카페, 그 외에도 나의 삶에 위안이 되었던 카페들이 참 많다. 한때 그러한 카페들에 열심히 드나들며,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담소를 나누며 때로는 공부를 했다. 멋진 카페는, 들어서는 순간 일상과는 또 다른 공간의 느낌이 든다. 그 곳에 있는 동안만은 괴로운 일이 있어도 잊을 수 있고, 잃어버렸던 어떤 것의 일부를 되찾은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카페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현주의 <카페 서울 두 번째 이야기>는 서울 곳곳에 자리한 카페들을 탐방하고 그 중 특별히 마음에 드는 곳들을 소개해 놓은, 일종의 카페 가이드북이다.
책에 소개된 카페들의 분위기는 저마다 다르다. 책을 읽거나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기 좋은 분위기의 카페가 있고,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은 카페가 있다. 식사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있고, 특별한 테마를 갖고 있는 곳도 있으며 동네 카페와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도 있다. 위치 역시 유동인구가 많거나 접근성이 좋은 곳에 한정되지 않고, 마을버스를 타거나 골목길을 한참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숨어있는 카페들도 있으며 꽤 다양한 곳의 카페들이 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내가 자주 가는 지역들에서 멀지 않은 곳도 있고, 일부러 마음먹고 찾아가야 할 좀 먼 곳들도 있다.
읽으며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이, 신촌에 위치한 'La Celtique'였다. 켈트 문화가 살아 숨쉬는 지역인 브루타뉴의 크레이프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한국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프랑스의 전통적인 음식인 tartiflette나 saucisse같은 것들을 맛볼 수 있으며 음료 중에는 사과주스가 참 맛있어 보인다. 덤으로 프랑스인 오너와 프랑스어로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삼성동에 위치한 '지유가오카 핫쵸메(自由が丘8丁目)' 역시 꼭 가보고 싶다. 원래 도쿄의 지유가오카에는 7쵸메까지밖에 없는데, 이곳의 오너 쉐프가 지유가오카를 너무 좋아해서 서울에 8쵸메라는 이름으로 카페를 만들었다고 한다. 인테리어도 아기자기하고, 일본에서 베이커리를 공부한 오너의 수제 케이크들은 그 맛이 참으로 훌륭하다고 한다. 책에 실린 케이크 사진들만 봐도 케이크를 매우 좋아하는 나로서는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그 외에도 이름만 많이 들었을 뿐 아직 가보지 못한 동네인 부암동에 위치한, 굉장히 고즈넉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분위기의 'Emil's'와 이국적인 거리 이태원에 위치한, 마치 한낮의 시에스타와도 같은 분위기의 'Cafe Noon', 문인들이 살던 성북동의 저택들 근처에 있는 'Cafe 日常' 등, 정말로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카페들이 많았다. 평소에도 블로그 등에서 카페 방문 후기 같은 것을 보면, 꼭 가봐야겠다고 위시리스트에 담아놓는 곳들이 있는데 이 책에 등장한 카페들 역시 그렇다. 이 책에서 다룬 30곳의 카페들을 1주일에 한 곳씩이라도 꾸준히 탐방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우선 가까운 곳에 있는 카페들부터 하나씩 정복하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전부 가 볼 수 있지 않을까. 부록으로 제공된 이 책에 소개된 카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들을 사용하는 즐거움도 쏠쏠할 듯 하다. 무엇보다도 그 카페들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하는 가장 큰 계기는, 책에 실려 있는 카페 내부의 아름다운 사진들이다. 그 사진들만으로 이미 나의 마음은 따뜻해진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먼 곳이라도 꼭 찾아가보던,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오래 전의 마음을 잃어버린 채, 어떤 것에 대한 마음이 넘쳐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깊은 우울함에 시달린 듯 하다. 서울에 살면서도 고즈넉한 골목들이나 구석구석의 명소들을 거의 가보지 못했고, 항상 오가는 곳만 오가는 갑갑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지독히도 메말라버린 정신이 나를 가슴아프게 한다. 언제쯤에야 나는 잃어버린 그 어떤 것들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 한가롭고 안온한 분위기의 아름다운 카페들이 내가 잃어버린 것들의 조각을 다시 찾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는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