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湖泛舟 ㅡ동호에 배 띄우고

                                         ㅡ 정초부 鄭焦夫


            東湖春水碧於藍 (동호춘수벽어람)
            동호의 봄 물결은 쪽빛보다 더 푸르른데


            白鳥分明見兩三 (백조분명견양삼)
            흰 새 두 세마리 저기 보이네
 

            柔櫓一聲飛去盡 (유로일성비거진)
            살짝 노 저었건만 새는 날아가 버리고


            夕陽山色滿空潭 (석양산색만공담)
            지는 노을에 비친 山빛만 물속 가득하네



해석은 맘대로,

제목은 東湖 라고 하는 이도 있고, 
또 어떤 이는 東湖泛舟 라고도 한다.

사적으로는 '동호에 배 띄우고' 가 더 마음에든다....

그리고
정초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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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가 커다란 음악 소리에 뭍혀있고, 
문을 닫고 있었던 터라 밖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짐작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소방대원과 경찰들이 오가더니 
폴리스라인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니 무슨 일이지?

무슨일인지 알아보려고 문을 밀어 제쳤다. 
순간, 쓰러져있는 외국인 여자애가 그곳에 있고
구급대원은 그 소녀의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아니 이럴수가....
주위를 둘러보니 쓰러져있는 젊은이들이 하나 둘이 아니잖은가
여기, 저기 그리고 또 저기,
그리고 또....

모두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패닉, 그야말로 패닉이었다.
그들의 처절한 절규를 나는 듣지 못했던 것이다.

차도에 차량이 통제되지 않고 있었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갔다.

나는 가장 가까이 있던 그 외국인 소녀에게 소리쳤다.
숨을 쉬어!!
숨을 쉬란 말이야!!
숨을 쉬어야해!!!

나는 울부짖으며 다시 소리쳤다.
얘야, 이러면 안돼! 
제발 숨을 쉬어봐!!


아, 어찌 이다지도 불길한 생각이 든단 말이더냐.....


대원은 최선을 다했고,
소녀는 끝내 숨을 되찾지 못했다.
하.... 이럴 수가....
눈 앞의 현실은 너무나도 참담하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 중에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지극히 순간적인 일의 발생,
그리고 상상도 하지못했던 또래들이 누워있는 모습...


몇해 전 한 젊은이의 소식은 
너무나도 나를  슬프게 했다. 
나의 자식을 잃은듯 시퍼렇게 가슴은 멍이들고 사무치며 
슬픔이 미어터졌다.
하염없이 울었다.
이 날도 그랬다.

이럴수가......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의 사망을 겪었지만 
현실을 받아들일 시간이 있었다.

그러니 지금은 아니다.
조금 전까지 그토록 활발히 움직이던 젊은 이들이 아니던가
물고기가 물을 지치며 
수면 위로 번쩍 뛰어오르듯 활기찬 그들이 아니던가.
그들이 숨을 되찾지 못하다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참혹한 현실,
나에겐 슬프고 또 슬픈 전쟁같은 밤이었다.


하루 종일 행녀애사를 읽고 또 읽었다.

오늘 늦은 밤, 
이태원역 1번 출구,
꽃다발이 수북히 쌓여있다.
자리를 잡고 앉아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긴 수염의 도인은
하루 종일 그렇게 있었나보다.


수많은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소주 잔을 부어놓고 엎드려 하염없이 울었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청춘...
그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느냐...

그 무엇보다 더 소중한 우리들의 사랑스런 자식들.....
그 얼마나 힘들고 아팠느냐...
너의 마지막 절규를 듣지 못해 너무나도 미안하구나...

결코 잃어서는 안되는 많은 젊은이들을 우리는 그렇게 잃었다.


그 늦은 시간에,
술잔 앞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흐느끼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서로를 부등켜 앉고 의지하며 
숨죽여 어깨를 떠는 젊은 그들은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염곡동 종점으로 향하는 421번 버스, 
저기, 막차가 이태원역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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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行女哀辭  행려애사  
                                              ㅡ조식

 

             伊上帝之降命, 何修短之難裁
             이것이 정녕 하늘의 뜻이련가
             이토록 짧은 만남을 짐작이나 했더란 말인가

 
            感前哀之未闋, 復新殃之重來
            슬픔은 미처 깨닫기도 전에 
            큰 재앙으로 닥쳐오는구나


            方朝華而晩敷, 比晨露而先晞.
            무궁화는 이른 아침에 피어 늦은 저녁이면 지고
            새벽 이슬은 볕에 스르르 사라져 버린다

 
            天蓋高而無階, 懷此恨其誰訴
            하늘은 높고 오를 길은 따로이 없으니
           이 가슴의 한을 그 누구에게 하소연 하랴




 있어서는 안될 이태원 참사, 그 희생자들을 깊이 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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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가르침은 모두 강(强)의 진정한 의미이다. 사람들은 남을 이기는 것을 강이라고 여기는 듯 하다. 그러나 노자의 말을 들어보면 강(强)함이란 결코 남을 이기는 힘을 뜻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知人者智 自知者明 

남을 아는 것을 지혜라 하고

자신을 아는 것을 밝음이라고 한다.

 

勝人者有力 自勝者强

남을 이기는 것을 힘이 있다라고 하고

자신을 이기는 것을 진정 강한 것이라 한다. ​

 

 

 

 

노자는 남을 이기는 힘을 유력(有力)이라고 했다. 남을 이기는 행위가 강함의 의미가 아니었음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상화는 소치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심각한 무릎 부상을 입는다. 선수의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수술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했다. 그러나 다음 올림픽은 자신의 안마당인 평창이었다. 이상화만큼 성적을 내줄 대안의 선수도 마땅히 없다. 다시 4년을 감내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승이 무엇인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고다이라는 32세이다. 만으로 그러하니 우리 나이로 치면 선수로서는 할머니나 다름이 없는 나이이다. 운동 선수의 생명은 매우 짧다. 김연아 선수가 화려하게 은퇴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수칠 때 떠나라, 라는.

 

반면, 빙상에 미련이 많았던 아사다는 은퇴를 미루었다. 결국, 선수 생명기간을 극복하지 못하고 박수 타임을 놓쳐버렸다. 일본인들은 아사다의 멘탈이 약하다고들 했다. 그러나 이는 뭘 모르고하는 소리이다. 그들이 말하는 멘탈은 누군가를 이기려할 때 필요한 것이지, 극기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 말이다. 아사다는 남을 이기려고만 했지 자신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부족했던 것이다. 위 사실들은 자승이 유력보다 훨씬 더 고도의 단계에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하겠다.

 

고다이라의 우승비결은 노력, 즉 자승에 있다. 고다이라가 늦은 전성기를 맞이했다고들 한다. 늦은 전성기란 없다. 오로지 그녀에게 자승만이 있었을 뿐이다.

 

이상화, 고다이라. 그들은 자승의 과정이 그 얼마나 외롭고 혹독한 것인지를 잘 안다. 고다이라가 이상화에게 다가와, 잘했어, 라고 말해준 것은 그런 의미일 것이다. 어쩌면 고다이라가 자기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다는 것이 더 진실에 가까울 수가 있다.

 

대통령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자승을 이룬 진정한 강자에게 축전을 보낸 것이다. 사실, 은메달 선수에게 축전을 보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우리는 대통령의 진의를 읽어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유력함은 진정한 강함이 아니다, 이상화가 보여준 저 극기의 자승이야말로 진정한 강함이다, 라고 말이다.

 

이리하여 이상화, 고다이라는 어느 시골 농부의 아낙인 불래기마저 알고싶어하지 않아도 알 수밖에 없는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났다.

 

우리는 유력만이 강함이라고 믿으며 세상을 살아간다. 부모든 선생이든 남을 이겨 그를 넘어서라고 독려한다. 우리는 그렇게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유력에 욕심을 가지면 당당한 사람이 될 수가 없다. 판커신은 유력함이 강함일 줄로 착각한 나머지 발을 써야하는 경기에서 손을 쓴다. 일명 나쁜 손이다. 결과는 늘 비슷하다. 패널티이다. 그는 패널티인 줄 알면서 왜 자꾸만 손을 쓰는 것일까. 유력함을 강함으로 착각한 나머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혹여 심판이 알아채지 못하면 승리는 거두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알고, 상대가 알고 있으며 하늘(대중)이 알게되지 않을 수 없다. 그 금메달이 어찌 당당한 것이 되겠는가.

 

팀추월의 어느 선수는 노자에 의하면 유력한 선수이다. 남을 이길 줄 아는 선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뒤처진 동료를 버려두고 왔다. 그녀가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 있었다. 자신이 버리고 온 것은 동료 선수가 아니라 바로 자신의 선수 생명이라는 것을 말이다. 깨닫는 순간, 이미 자신의 선수 생명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러있었다. 뒤늦게 후회의 눈물을 흘려보았지만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있었다. 유력함을 강함으로 오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말로가 대략 이러하다.

 

이상화, 고다이라는 남을 이기려고 자신과 싸운 것이 아니다. 자신을 이기려고 노력한 결과남을 이기게 된 것이다. 이 일을 널리 알리려 한 사람이 바로 대통령이었다. 국민은 이 깊은 뜻을 알아주기만 하면 된다.

 

도덕경을 흔히들 제왕학이라 한다. 진정한 제왕은 남을 이기는 자가 아니다. 스스로를 이기는 자, 그리하여 자신을 제왕으로 인정해주는 타자가 있은 후에야 비로소 진정한 제왕이 되는 자인 것이다. 운동 선수만이 아니라 어느 분야의 누구이든 도덕경을 제대로 읽을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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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을 기다리는 사람 - 흰 건반 검은 시 활자에 잠긴 시
박시하 지음, 김현정 그림 / 알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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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게시 글이 많이 늦어진 점에 출판사와 관계자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기일을 지키는 것이 제가 할 일이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못했습니다. 이점 양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물론 늦어도 한참이나 늦었지만 말이다. ㅠ.ㅠ. 다시 한 번 더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쇼팽은 죽음에 임박할 때까지 신의 은총을 받는 것을 거부했다. 한마디로 세례식을 거부했던 것이다. 마지막 숨을 거두기 직전에서야 그는 신부님을 모셔달라는 부탁을 한다. 신의 은총이 없는 죽음을 두려워했던 것일까... 세례를 받은 후 그는 숨을 거두면서 한마디를 내 뱉는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이제는 제가 돼지처럼 죽지 않아도 되었으니까요...라고 쇼팽은 말했다. 선생님의 피아노를 들려드릴까요? 주변인들이 죽음의 경계에서 서성이며 혼미한 정신의 쇼팽에게 물었다. 아닐세, 쇼팽은 대답했다, 모차르트 레퀴엠을 들려주시게나... 그렇게 그는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쇼팽을 추억하며 서평단에 신청한 이유는 단 하나, 필자는 쇼팽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였다. 바꾸어 말하면 시.인.인 필자가 느끼는 쇼팽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함이었다. 쇼팽은 고전 음악에 관심이 있고 없고를 이미 떠나버린 인물이지 싶다. 그토록 널리 알려진 쇼팽이지만 그의 음악을 통하지 않는 다면 쇼팽을 아는 것이 아니라는 점 또한 부인할 방법이 없다. 

박시하의 이 책은 그리하여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먼저 들으면서 시작하게 한다. 음악을 들음으로서 같은 시공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독서, 남다른 특징을  가진 독서라고나 할까... 읽을 분량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결코 속도를 낼 수 없다. 이 책에 관한한 속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필자의 한 줄 한 줄이 바로 시어들이기 때문이다. 시만큼이나 아름다운 박시하의 언어들을 공감할 수 있다면 그 속도는 안단테 안단테, 아니 렌토, 아다지오, 안단테를 반복하게 마련이다. 물론 때로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한동안 쳐다봐야 할 때도 있다.  한 줄 한 줄 읽어가며 거쳐야할 곳이 많다. 우선 박시하는 독자에게 쇼팽을 초대한다. 한마디로 독자는 바로 쇼팽과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박시하라는 작가의 프리즘으로 쇼팽을 마주하는 것이다. 하여 작가와 그의 시, 쇼팽과 그의 곡을 동시에 만나는 것이다. 부연하자면, 쇼팽을 관통해버린 박시하의  감성 프리즘이 비추어주는 쇼팽의 삶을 독자가 새롭게 해석하는 시도 인 것이다. 이는 삼자의 대면 같지만 어떻게 보면 작곡가와 그의 음악, 시인과 그의 시어들, 그리고 독자의 감성과 그 해석법이 어우러지는, 6자 대면이면서 서로 하나로 관통한다. 결코 단순하지 않는 하나의 장을 만나는 행위이다. 서로가 자신의 매체로 소통을 시도하는 장 말이다. 이렇게 주절대는 것은 박시하가 안내하는 쇼팽의 음악을 함께 들으며 이 책을 읽었을 때 오는 감동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가슴으로 느끼는 바를 글로는 결코 따라잡을 수가 없다는 것. 그렇게 공감하며 읽어가다가는 어느 순간, 나는 내 자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아니다, 전혀 새로운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낮선 모습의 나 자신일 것이다. 나의 존재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듯 하지만 늘 함께하고 있으며 감각하고 인지하는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때로는 박시하의 가이드가 완벽하게 나를 지배했구나 싶은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처음에는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나 박시하는 독자를 지배하려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다. 함께 어우러져 감동하는 바로 그 모습을 바램하고 있는 것이다. 쇼팽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쇼팽을 들어보고 싶게하는 책이다.  서평단의 이벤트에 참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신간인지라 후기를 접할 기회가 없어 출판사가 사전에 제공하는 정보가 유일하는 점, 선택을 앞둔 독자에게는 단점이다. 신간이라도 과거 같으면 책방에 들러 살펴 볼 수가 있었다. 

그러나 대대분의 책들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형편이니 편리함을 담보로 후회라는 대가를 치룰 각오는 필수이다. 서평단 이벤트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선 결정 후 대가라는 공식의 성립 가능성이 늘 뒤따른다. 이 경우 일독해야하는 부담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 손에 쥐고 있는 책을 내려 놓아야하니 말이다. 이 책은 나의 책장에 오래도록 한 자리를 차지할 할 것이다. 쇼팽이 있기에 백건우가 존재하듯, 쇼팽이 있고 시인 박시하의 언어들이 은빛 물고기들의 지느러미가 번득이듯 살아 있다. 감동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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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6 0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