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을 기다리는 사람 - 흰 건반 검은 시 활자에 잠긴 시
박시하 지음, 김현정 그림 / 알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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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게시 글이 많이 늦어진 점에 출판사와 관계자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기일을 지키는 것이 제가 할 일이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못했습니다. 이점 양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물론 늦어도 한참이나 늦었지만 말이다. ㅠ.ㅠ. 다시 한 번 더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쇼팽은 죽음에 임박할 때까지 신의 은총을 받는 것을 거부했다. 한마디로 세례식을 거부했던 것이다. 마지막 숨을 거두기 직전에서야 그는 신부님을 모셔달라는 부탁을 한다. 신의 은총이 없는 죽음을 두려워했던 것일까... 세례를 받은 후 그는 숨을 거두면서 한마디를 내 뱉는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이제는 제가 돼지처럼 죽지 않아도 되었으니까요...라고 쇼팽은 말했다. 선생님의 피아노를 들려드릴까요? 주변인들이 죽음의 경계에서 서성이며 혼미한 정신의 쇼팽에게 물었다. 아닐세, 쇼팽은 대답했다, 모차르트 레퀴엠을 들려주시게나... 그렇게 그는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쇼팽을 추억하며 서평단에 신청한 이유는 단 하나, 필자는 쇼팽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였다. 바꾸어 말하면 시.인.인 필자가 느끼는 쇼팽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함이었다. 쇼팽은 고전 음악에 관심이 있고 없고를 이미 떠나버린 인물이지 싶다. 그토록 널리 알려진 쇼팽이지만 그의 음악을 통하지 않는 다면 쇼팽을 아는 것이 아니라는 점 또한 부인할 방법이 없다. 

박시하의 이 책은 그리하여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먼저 들으면서 시작하게 한다. 음악을 들음으로서 같은 시공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독서, 남다른 특징을  가진 독서라고나 할까... 읽을 분량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결코 속도를 낼 수 없다. 이 책에 관한한 속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필자의 한 줄 한 줄이 바로 시어들이기 때문이다. 시만큼이나 아름다운 박시하의 언어들을 공감할 수 있다면 그 속도는 안단테 안단테, 아니 렌토, 아다지오, 안단테를 반복하게 마련이다. 물론 때로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한동안 쳐다봐야 할 때도 있다.  한 줄 한 줄 읽어가며 거쳐야할 곳이 많다. 우선 박시하는 독자에게 쇼팽을 초대한다. 한마디로 독자는 바로 쇼팽과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박시하라는 작가의 프리즘으로 쇼팽을 마주하는 것이다. 하여 작가와 그의 시, 쇼팽과 그의 곡을 동시에 만나는 것이다. 부연하자면, 쇼팽을 관통해버린 박시하의  감성 프리즘이 비추어주는 쇼팽의 삶을 독자가 새롭게 해석하는 시도 인 것이다. 이는 삼자의 대면 같지만 어떻게 보면 작곡가와 그의 음악, 시인과 그의 시어들, 그리고 독자의 감성과 그 해석법이 어우러지는, 6자 대면이면서 서로 하나로 관통한다. 결코 단순하지 않는 하나의 장을 만나는 행위이다. 서로가 자신의 매체로 소통을 시도하는 장 말이다. 이렇게 주절대는 것은 박시하가 안내하는 쇼팽의 음악을 함께 들으며 이 책을 읽었을 때 오는 감동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가슴으로 느끼는 바를 글로는 결코 따라잡을 수가 없다는 것. 그렇게 공감하며 읽어가다가는 어느 순간, 나는 내 자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아니다, 전혀 새로운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낮선 모습의 나 자신일 것이다. 나의 존재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듯 하지만 늘 함께하고 있으며 감각하고 인지하는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때로는 박시하의 가이드가 완벽하게 나를 지배했구나 싶은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처음에는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나 박시하는 독자를 지배하려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다. 함께 어우러져 감동하는 바로 그 모습을 바램하고 있는 것이다. 쇼팽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쇼팽을 들어보고 싶게하는 책이다.  서평단의 이벤트에 참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신간인지라 후기를 접할 기회가 없어 출판사가 사전에 제공하는 정보가 유일하는 점, 선택을 앞둔 독자에게는 단점이다. 신간이라도 과거 같으면 책방에 들러 살펴 볼 수가 있었다. 

그러나 대대분의 책들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형편이니 편리함을 담보로 후회라는 대가를 치룰 각오는 필수이다. 서평단 이벤트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선 결정 후 대가라는 공식의 성립 가능성이 늘 뒤따른다. 이 경우 일독해야하는 부담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 손에 쥐고 있는 책을 내려 놓아야하니 말이다. 이 책은 나의 책장에 오래도록 한 자리를 차지할 할 것이다. 쇼팽이 있기에 백건우가 존재하듯, 쇼팽이 있고 시인 박시하의 언어들이 은빛 물고기들의 지느러미가 번득이듯 살아 있다. 감동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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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6 03: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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