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가 커다란 음악 소리에 뭍혀있고, 
문을 닫고 있었던 터라 밖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짐작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소방대원과 경찰들이 오가더니 
폴리스라인이 만들어지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니 무슨 일이지?

무슨일인지 알아보려고 문을 밀어 제쳤다. 
순간, 쓰러져있는 외국인 여자애가 그곳에 있고
구급대원은 그 소녀의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아니 이럴수가....
주위를 둘러보니 쓰러져있는 젊은이들이 하나 둘이 아니잖은가
여기, 저기 그리고 또 저기,
그리고 또....

모두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패닉, 그야말로 패닉이었다.
그들의 처절한 절규를 나는 듣지 못했던 것이다.

차도에 차량이 통제되지 않고 있었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갔다.

나는 가장 가까이 있던 그 외국인 소녀에게 소리쳤다.
숨을 쉬어!!
숨을 쉬란 말이야!!
숨을 쉬어야해!!!

나는 울부짖으며 다시 소리쳤다.
얘야, 이러면 안돼! 
제발 숨을 쉬어봐!!


아, 어찌 이다지도 불길한 생각이 든단 말이더냐.....


대원은 최선을 다했고,
소녀는 끝내 숨을 되찾지 못했다.
하.... 이럴 수가....
눈 앞의 현실은 너무나도 참담하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 중에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지극히 순간적인 일의 발생,
그리고 상상도 하지못했던 또래들이 누워있는 모습...


몇해 전 한 젊은이의 소식은 
너무나도 나를  슬프게 했다. 
나의 자식을 잃은듯 시퍼렇게 가슴은 멍이들고 사무치며 
슬픔이 미어터졌다.
하염없이 울었다.
이 날도 그랬다.

이럴수가......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의 사망을 겪었지만 
현실을 받아들일 시간이 있었다.

그러니 지금은 아니다.
조금 전까지 그토록 활발히 움직이던 젊은 이들이 아니던가
물고기가 물을 지치며 
수면 위로 번쩍 뛰어오르듯 활기찬 그들이 아니던가.
그들이 숨을 되찾지 못하다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참혹한 현실,
나에겐 슬프고 또 슬픈 전쟁같은 밤이었다.


하루 종일 행녀애사를 읽고 또 읽었다.

오늘 늦은 밤, 
이태원역 1번 출구,
꽃다발이 수북히 쌓여있다.
자리를 잡고 앉아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긴 수염의 도인은
하루 종일 그렇게 있었나보다.


수많은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소주 잔을 부어놓고 엎드려 하염없이 울었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청춘...
그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느냐...

그 무엇보다 더 소중한 우리들의 사랑스런 자식들.....
그 얼마나 힘들고 아팠느냐...
너의 마지막 절규를 듣지 못해 너무나도 미안하구나...

결코 잃어서는 안되는 많은 젊은이들을 우리는 그렇게 잃었다.


그 늦은 시간에,
술잔 앞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흐느끼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서로를 부등켜 앉고 의지하며 
숨죽여 어깨를 떠는 젊은 그들은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염곡동 종점으로 향하는 421번 버스, 
저기, 막차가 이태원역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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