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집을 구입했다.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한때 시집을 많이 읽던 적이 있다.

너무도 오래도록 시를 읽지 않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올해 가장 먼저 출간된 시집은 어느 시인의 것일까... 알라딘을 검색했다. 1월에 출간한 시집이 하나 보인다. 시인은 자신의 시집에「슬픔을 말리다」라는 특이한 제목을 붙였다. 같은 시인의 다른 작품이 있는지 찾아봤다. 「지붕의 등뼈」라는 시집이 눈에 들어온다. 이 시집 역시 제목이 범상치 않다. 박승민, 시인의 이름이다. 검색창에 ‘박승민 시인’을 넣고 엔터, 얼굴 사진이 바로 뜬다. 어이구, 젊은 냥반이고만~! (요즘은 마음만 먹는다면 이렇게 손쉽게 상대방을 알아낼 수가 있다).

 

인터넷이 알려준 정보는 “남성, 2007년 문예지 ‘내일을 여는 작가’ 등단” 이라고 알려준다. 아, 나이도 나온다. 1964년생이라고 한다. 나이에 비하면 사진으로는 더 어려보이는 인물이다. 물론 시인이 나보다는 나이가 많다^^. 미소가 선량하다. 그 선량한 기운이 마음에 드는 시인이다. 시인은 불혹을 지나 지천명(知天命)에 와있었다. 두 권을 모두 장바구니에 넣고 여타의 책들과 함께 클릭했다.

 

 

 

시집의 서문인 ‘시인의 말’부터 읽기 시작했다.

 

 

폐경기 앞둔 여자가 첫 애를 낳는 심정이다.

내가 사산(死産)한 세월이 주마등같다.

흑심(黑心)을 품은 연필 한 자루로 이 세상에 헤딩한다는 것이

무모함을 넘어

덧없음을 아는 나이

....

 

로 시작한다.

역시 시인은 다른가보다. 인트로부터 시적이다. 비유가 마음에 든다. 그러나 ‘주마등 같다’에서 ‘같다’라는 말은 시적이지 않다고 잠시 생각했다. 시인은 ‘〜같다’라는 표현을 ‘〜같다’라는 말을 쓰지 않고 해내야 한다고 평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나의 쩌는 편견에서 비롯한 생각이지 말입니다. 

 

 

마지막에는

 

내 아들 그레고리오에게

이 구석기적 문자를 바친다.

 

 라는 말로 마무리를 한다.

 

어느새 나는 그의 아들 그레고리오의 명복을 빌고 있었다.

순간, 나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레고리오...

그대가 아비의 가슴에 다시는 뽑아 낼 수 없는 비수를 깊이 깊이 꼽아두고 갔구려...

 

 

그러나 시인이여, 이제 그대의 나이도 지천명이 아니오...라고 나는 되뇌고 있었다.

 

그리고 한 장씩 시인의 시를 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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