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영국은 커다란 아킬레스 건을 하나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식민지를 수탈해 영화를 누리던 시절도 갔고, 서서히 열강의 대열에서 뒤로 쳐지면서 그간 고통도 많이 겪었다. 쇠락한 영국을 새롭게 탈바꿈하고자 했고 그 핵심에는 대처 수상이 있었다는 것 외에는 아직은 과거의 영화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한 가지 있기는 하다. 알파고의 나라이다.

 

아, 그 아킬레스건이 무엇이냐 하면, 영국은 건국신화가 딱히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하이랜더나 로빈 후드와 같은 전설은 많지만 이는 우리의 단군신화와 같은 수준은 절대로 아니다.

 

이 책은 알라딘에서 구입해 읽은 책입니다. 영국인의 입장이 아닌 프랑스인의 입장인지라 아무래도 약간이나마 다른 관점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여 선택을 했습니다.  

 

행여 영국이 한국인의 스토리인 단군신화를 부러워하랴 싶겠지만 그것이 꼭 그렇지가 않다. 영국의 역사를 뒤져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어린 학생들이 보는 만화 수준의 영국 역사를 뒤지더라도 말이다.

 

미국인들은 자칭 자신들의 나라를, 섞여있으나 각각의 개성이 살아있는 샐러드 보울 (Salad bowl) 이라고 하는데 영국은 한마디로 죄다 녹아있는 도가니 탕(Melting Pot)의 나라이다. 로마의 침입과 지배, 작센 지방의 앵글로 족, 색슨 족, 스칸디나비아의 바이킹 족, 덴마크의 데인족, 노르망디의 노르만족 등의 수없이 많은 침입을 받았다. 그 결과 켈트, 로마, 앵글로색슨, 데인, 바이킹, 노르만 등 수없이 많은 민족이 혼잡한 인구 구성을 가졌다.

 

2,000 여 년 전 이면 한반도의 북쪽에서는 고주몽께서 나라를 세워 고구려의 동명성왕으로 등극을 하여 대륙으로 그 세력 확장을 꿈꾸고, 중국에서는 한고조가 나라를 평정한 후 제후국을 거느라고 나라를 통치하던 그 시절이었다. 당시 영국은 로마의 지배자 시저의 침략을 받아 정복당한 후 로마 문화에 깊이 경도되었다. 그 뿌리는 영국의 본토에 매우 깊이 파고들었다. 라틴 문화가 영국의 런던을 중심으로 전국에 퍼져나간 것이다. 36년이라는 일제의 강점기는 우리나라에 일제의 문화 흔적을 아직도 확연히 남기기에 충분한 기간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보자. 로마는 30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영국을 지배했다. 라틴 문화의 뿌리가 뼛속 깊이 스며들기에 충분한 기간이 아닐까...

 

그러다가는 본국에 다급한 일이 생기자 로마군대는 바로 본국으로 철수했다. 로마의 침략을 피해 도망갔던 스코트 족은 자리가 비었다 생각하고는 영국 본토를 습격한다. 다급해진 켈트족은 색슨 족에게 SOS를 친다. 거칠고 잔인하며 포악한 민족으로 알려진 게르만 족, 즉 색슨 족은 이게 웬 떡이냐 하고 달려왔다.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흔쾌히 물을 건너온 것은 거리가 가까워서이기도 하거나와 다 꿍꿍이가 있어서인 게다. 도와주기는 커녕 되려 켈트족을 아작 내버린다. 색슨 족의 배신에 치를 떨며 켈트족은 아이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도망친다. 이 소식을 접한 앵글로 족이 얌전히 있을 리 만무하다. 이참에 나도 좀 하면서 바로 섬나라도 들어와 한자리를 차지한다.

 

결과적으로 영국은 켈트, 로마, 데인, 바이킹, 노르만인 들이 어우러 살다가는 앵글로와 색슨족이 마지막 본토 정리를 끝낸 후에야 국가다운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이다. 결국 국호도 ‘앵글로 족이 사는 나라’ 라는 뜻의 ‘앵글랜드’가 결국 잉글랜드가 된 것이다. 주를 이루는 영국 문화는 라틴 문화에 앵글로 색슨 문화의 혼합 형태이다. 영국을 도가니탕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바로 그들의 역사인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영국은 역사적으로 유구하고 고유한 건국 신화가 부재한 입장이 되어버렸다. 영국인들은 대부분의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건국 신화의 부재라는 말 못할, 그러나 내심 남을 부러워하는 약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인도를 셰익스피어와 바꾸지 않겠다 라는 오만 방자하고도 허풍이 쩌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건국 신화의 부재에서 오는 열등의식의 발로이며 보상 심리가 작용한 발언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심리적 약점은 영국인들로 하여금 행동 과잉과 같은 현상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바로 「해리포터」의 전설이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해리포터가 뜨기 전에는 판타지가 전 세계를 강타한 적은 없는 듯하다. 판타지가 문학의 장르로서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가지는 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한동안 국내의 전문가들이 장르로서의 판타지를 논하며 갑을 박론하던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잠시 본 적이 있다. 어째거나 그 열기가 한 때 반짝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당장에는 고전의 반열에 오르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진정한 고전은 생명력이 길다. 트렌드와는 분명하게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물론 시간이 흘러 고전의 반열에 오르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말이다. 

 

이렇듯 영국은 셰익스피어나 조앤 K. 롤링과 같은 사람들의 작품을 전폭적인 마게팅 전략으로 띄울 정신적 준비가 잘 되어있을 수밖에 없다. 건국 신화의 부재는 대리만족을 끊임없이 원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셰익스피어는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 생명력을 지속해왔다는 점이 해리포터와는 차이 점이라 할 수 있다.

 

역사와 국민의 심리는 서로 분리해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개인이 경험한 과거가 현재의 심리에 적확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는 국내 기사에서 셰익스피어를 나라는 내어주어도... 혹은 인도와 연관 짖는 허무맹랑한 소개가 아닌 좀 더 아름다운 소개를 받고 싶다. 인도가 나의 조국은 아니지만 듣는 이 독자 별로 유쾌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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