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신주의 춘추시대와 제자백가 시리즈를 읽고 있는 중이다. 1권은 이미 읽은 상태이고 2권을 절반 읽었는데 갑자기 제갈공명이 생각났다. 2권은 관중와 공자를 집중 조명한 책이다. 그런데 왠지 제갈량이라는 인물이 자꾸만 떠오른다. 아마도 중국 최초로 패국을 이루는데 혁혁한 공로를 가진 이가 관중이기 때문인 듯도 하다.

 

 한 때 제갈공명이라는 인물에 빠져 공명과 관련한 서적들을 찾아 읽은 기억이 있다. 중고 서적들을 뒤지면서 찹아낸 책들이라 지금껏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데 그 당시 읽었던 공명과 관련한 책 중에는 다음과 같은 양보음과 관련한 스

토리가 들어있다. 중국 5패를 이룬 제나라와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인지라 생각이 났던 모양이다. 당시 양보음이라는 한 편의 시를 공명이 즐겨 읊었다고 되어있는데 그것이 사실인지를 잘 몰르 겠다. 다만 그 책에 그렇게 소개되어 있을 뿐이다. 양보음 이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양보음 


                        제나라 성문을 걸어나오니

                        아득히 탕음 마을이 바라다보이네.

                        마을에 무덤 셋이 있는데

                        이것이 저것 같고, 저것이 이것 같구나.

                        묻노니 이것이 누구의 무덤인가.

                        전강과 고야자의 무덤이로다.

                        힘은 능히 남산을 밀어낼 만하고

                        또한 땅마저 끊어버릴 수 있었도다.

                        그런데도 하루아침에 참언을 당해

                        복숭아 두 개로 세 용사가 죽임을 당했네.

                         누가 그런 꾀를 내었는가,

                         제나라 재상 안자(晏子)이어라..........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제갈공명은 어린 시절 양보음을 곧잘 부르곤 했다고 한다. 제갈량이 양보음을 곧잘 불렀다는 것은 아마도 주인공 안자(晏子)를 흠모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다.

  양보음에 서린 전설은 제나라 경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제나라의 경공 때 공손접, 전개강, 고야자는 각각 매우 뛰어난 장수였다. 위의 詩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들의 무예는 흔히 일기당천의 하늘을 찌를듯한 실력이었던 것 같다. 이들은 자신들의 무예 때문인지 그 자부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도가 지나치면 화를 부른다고 이들의 높디높은 자긍심은 결국 제나라의 경공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품절....ㅠ.ㅠ 사실 이 책은 그 전에 나온 '공명의 선택'과 같은 내용으로 제목만 살짝 바꾼 버전이다.

 

당시 제나라의 재상은 위의 시에 등장하는 안자(晏子), 즉 안영이었다. 그는 불안해 하는 경공에게 해결책을 제시하기에 이르 른다. 저 세 장수들의 오만이 하늘 높은 줄을 모르옵니다. 만일 저들이 결탁한다면 경공께서는 위태로워지실 것입니다. 시절이 이상하니 저들을 제거하심이 옳을 줄로 압니다.

 이에 경공은 그래, 내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저토록 강한 셋을 어떻게 제거한단 말이냐...라고 말하자 안영이 대답했다. 제게 좋은 방도가 있습니다. 공께서는 아주 탐스런 복숭아 두 개만 준비해주십시오...했다.

 

경공은 잘 익은 복숭아 두 개를 준비해놓고 공손접, 전개강, 고야자 세 장수를 부르게 했다. 대령한 세 장수에게 경공은, 여기 아주 잘 익은 복숭아가 둘이 있소. 나는 이 복숭아를 그대들에게 줄 것이오. 다만, 그대들 중 가장 무예가 좋고 국가에 기여한 공로가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줄 것이오 라고 말한다.


그들 세 장수는 서로 제나라의 가장 훌륭한 장수이며 공신으로서 나라를 위해 기여한 공로가 가장 크다고 주장했다. 실상 그들의 무예와 공로로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그들의 출중한 무예와 공로를 서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 훌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숭아는 두 개 뿐, 우열을 가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공손접이 먼저 나섰다. 일찍이 나는 커다란 멧돼지와 호랑이를 한꺼번에 때려잡은 적이 있다. 고금을 막론하고 이러한 용맹을 보인 자는 없었다, 누가 나를 천하 제일이라고 말하지 않을 쏘냐~고 말하며 복숭아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전개강이 나서며, 나는 국운이 달려있는 큰 싸움에서 두 번이나 복병을 내어 승리를 거두었고, 크고 작은 전쟁에 나아감에 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내가 어찌 다른 장수에 뒤질수 있겠는가 라고 호통을 치며 남은 복숭아 한 개를 집어 들었다.


복숭아가 상징하는 의미를 잘 알고 있던 고야자는 두 사람의 행동에 몹시 불쾌했다. 두 사람이 가소롭고 괘씸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를 세상 사람들이 알게 되면 이는 참을 수 없는 치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던 고야자는 두 사람을 향해 쏘아 붙였다. 일찍이 주공이 황하를 건너실 때, 커다란 거북이 나타나 주공의 말을 물고 물속으로 끌어간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헤엄을 칠 줄을 몰랐지만 강물에 뛰어들어 거북과 싸우며 물길을 거슬로 올라간 것이 1백보요, 물길을 따라 내려간 것이 9리 였다. 그리고 그 거북을 잡아 죽이고 주공의 말을 빼앗아 왔다. 그러자 사람들이 나를 일러 하백(河伯)이라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내가 어찌 그대들보다 힘이나 용맹에서 뒤진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그대들은 그 복숭아를 내 놓으라!!! 고 일갈했다.

 

 

이 책이 바로 절판된 책으로 후에 '제갈공명'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그 원판이고 '양보음'이라는 詩가 실려있는 그 책이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양보음 관련 정보는 이 책에서 따온 것이라 보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고야자의 모습은 너무도 당당했고 그 위풍이야말로 천하 명장의 그것이었다. 그러자 공손접과 전개강은 고야자의 용맹과 당당함에 자신들이 차마 미치지 못한다고 여기며 부끄러워 했다. 두 사람은 스스로 가져갔던 복숭아를 고야자에게 내 놓으면서 하늘을 우러러 탄식했다. 우리들의 용맹이 고야자에게 미치지 못하면서도 탐욕을 부렸도다...아아, 부끄럽고 부끄럽구나..이제 세상 사람들을 어찌 대한단 말인가...라고 말하며 각기 스스로의 목을 칼로 찔러 자결하고 말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이 모습에 고야자는 그만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내가 무슨짖을 한 것이란 말인가...자신이 그들을 부끄럽게하여 죽음에 이르르게 했다는 자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고야자 역시 그 자리에서 자결을 하며 말한다...아아, 부끄럽고 또 부끄럽도다...남을 부끄럽게하여 나의 이름을 드높이려 했던 것도 불의일진대, 두 용사마저 죽게했으니 나  혼자 살아가는 것은 또한 불의이노라...


바로 이 사건이 일어난 장소가 '양보'인 것이다. 공명이 살던 당시에는 양보라고 불렸지만 제나라 당시에는 탕음이라고 부르는 작은 마을 이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본문에서는 탕음마을 이라고 되어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설을 가진 노래가 양보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공명이 이 노래를 즐겨 불렀다면 세 용사가 의가 무엇인지 깨닫게하는 고결한 죽음을 찬미했다기 보다는 안자라는 인물의 지모를 흠모했던 것 같다.


시대는 춘추전국시대로 춘추 5패가 각기 패업을 이루려던 시기였고 전국시대의 상황에 제갈량이 앞으로 나서게 될 촉한은 유교의 이념이 지배적인 시대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충효와 인의가 핵심이었던 때이다. 양보음은 세 용사가 보여준 仁과 義의 아름다운 죽음에 詩의 주제를 두었을 것이지만(이는 반대로 안자의 잔머리를 의식하고자 하는 뜻도 포함되어 있음을 의미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제갈량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듯하다. 제갈량이 촉한의 사실상의 권력을 모두 장악한 상태에서 행한 정치의 양상은 유교적 개념의 仁과 禮를 행함과 동시에 엄격한 상벌기준을 가진 兵家의 정치를 수용한 혼합형 정치시스템 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갈량은 세 장수의 고결함보다는 이 셋을 지혜로 자결하게 만든 晏子에 그 초점을 두었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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