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개정증보판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콘서트 시리즈가 다양한 분야에서 출간되고 있다. 이는 아마도 과학 콘서트의 힘이 주는 파급효과가 아닌가 생각할정도로 정승재의 과학 콘서트가 끼친 파급효과는 위력적이었다. 이책은 기존의 과학 콘서트에 내용을 더 꾸러넣은 새로운 버전의 과학 콘서트인 것이다.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여러가지의 책들은 콘서트가 의미하는 그 입체감을 느끼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승재의 과학 콘서트는 교향곡이라는 음악적 요소들을 알맞게 가미시켜 악장별로 그 변주를 느낄 수 있다.  

콘서트의 서부는 주제의 제시이다. 흔히 주제 제시부라고 부른다.  

콘서트 시리즈 중에서 가장 콘서트다운 구성을 가진 책이 과학콘서트인 듯하다. 교향곡의 4악장 형식을 사용하여 악장별로 1 Vivace molto 2 Andante 3  Grave non tanto  4 poco a poco Allegro 의 형식을 가진다. 마치 한곡의 교향곡을 연상하게하는 책의 구성이 흥미롭고 기지가 넘친다. 저자의 글솜씨 또한 채치 만점이다.  저자의 책이 왜 교향곡의 형식을 빌었는지는 잭슨 폴록과 서태지의 머리안에 존재하는 프랙탈, 그리고 바흐의 음악, 심장 박동의 불규칙성등과의 연계성을 보면 알 수 있다.   

저자는 케빈 베이컨의 6단계라는 일종의 게임을 서부로 시작한다. 이는 여섯 단계를 거친 후의 인간 관계가 파급하는 효과를 명징하게 입증하는 게임의 규칙이다. 콘서트의 주제가 바로 연계, 혹은 이어짐, 혹은 상호관계라는 교향곡의 테마를 다루는 듯 하다. 이어서 머피의 법칙이 과학적으로 그 얼마나 보편적인 설명을 가능하게 해주는지에 대한 고찰이다. 

이어서 O.J 심슨의 사건이 주는 예처럼 통계의 오류를 간파하는 방법으로 몬티 홀의 문제를 제시하여 다시 O.J심슨의 통계 오류에 이르른다. 전개 방식은 정녕 논리적이다.  

이어서 변주의 형식으로 잭슨폴록을 등장시킨다. 2악장은 주제의 변화를 뜻한다. 3악장과 연계하는 2악장은 주어진 테마안에서 무한한 변화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흐름들은 온전하게 연결되어있다. 교향곡은 과연 이러한 일련의 방식을 갖고 있다.  

잭슨 폴록은 더욱 변화하여 서태지의 헤어스타일과 아프리카의 문화를 접목시킨다. 이 대목은 청중들은 변화와 하모니가 무엇인지를 들려주는 온전한 집합체이다. 잭슨 폴록의 카오스이론을 아프리카의 문화와 서태지의 헤어스타일에 적용시키다니...그럼에도불구하고 완벽한 논리와 타당성ㅇ를 잃지 않았다. 놀라울 뿐이다. 저자는 더 나아가 바흐의 믕악에서 발견할 수 있는 프랙탈을 덪붙인다. 그야말로 저술의 경지가 그 어느 지점까지 올라가야 숨을 쉴 수 있으랴... 

3악장은 백화점과 미로게임에 담겨있는 경제학이다. 물리학자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은 심히 안타까운 점이지만 그들이 계산해내는 금융공학은 나사의 로케트 물리학자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안타까움이며 또한 놀라움이다. 

4악장이다.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시간이다. 물리적 현상과 심리적 현상에 대한 상호관계를 아주 잘 설명하고 있다. 이는 주제부에 해당하는 머피의 법칙을 떠올리게 한다. 1악장에서 제시하고 있는 주제부를 교향굑으로 재현해내듯이 비록 내용은 다르지만 주제부의 재현임을 알 수 있게해준다.  

정말로 아주 잘 짜여진 하나의 교향곡을 완성해낸 느낌이자. 독자들은 저자의 이러한 형식과 연관지어 독서를 할 필요가 있다. 주제부를 변화시켜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의 다양한 소재들을 연결시키는 저자의 놀라운 작곡능력, 나아가 마지막 악장에서 주제부를 새로운 형식으로 재현해놓는 그 놀라운 상호관계속의 연결고리들을 발견할 수 있다면 독자의 즐거움은 그 어느 책을 읽을 때 발견하는 기쁨을 능가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내용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는 과학 콘서트는 마치 하나의 교향곡을 읽는 느낌을 준다. 철학 콘서트나 경제학 콘서트 등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상들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 프랙탈을 소재로 글을 전개해간 2악장은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고 저자의 의도에서 느껴지는 음악적 프랙탈을 감지할 수 있다.  

과학 콘서트가 정말 재미있는 이유는 바로 위와 같은 사고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거리들이 있고 그에 알맞는 사고의 다리를 놓아주고 있다. 중고생들이  과학 콘서트를 읽으면서 이러한 발견을 해낸다면 그 얼마나 즐거운 일아 아니겠는가. 독서의 즐거움은 이러한 발견과 사고의 즐거움도 분명히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이라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양질의 책이라는 점을 새삼 밝혀드리고 싶을 뿐이다. 대단히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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