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을 일컬어 흔히 '악성'이라고 한다. 음악으로 일생을 보낸이에게는 아마도 최고의 찬사가 아닌가 생각한다. 애호가들 중에는 베토벤이 더 훌륭하다느니, 모차르트가 더 훌륭하다느니 서로 입씨름을 곧잘 하곤한다. 그만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이며 고전파의 거두이자 낭만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베토벤의 음악은 세상을 아름다운 곳으로 변화시키는 그야말로, 진정한 대서사시를 장식한 인물이다.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녹음한 음반들의 수를 헤아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줄잡아 150종 을 넘어서지 않을까...또한 교향곡 전곡을 녹음한 전집으로도 단연 압도적이리라. 여러모로 베토벤의 교향곡은 가장 많은 음반을 가진 곡이면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이기도하다. 특히 연말에 국내 교향악단들의 2부 연주 레퍼토리를 대부분 베토벤 교향곡 9번으로 한다. 4악장의 합창이 있어 관객의 입장에서는 연주와 노래을 동시에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하다.    

'악성 베토벤', 이는 베토벤에게 잘 어울리는 말이라 생각한다. 그는 교향곡으로 고전주의를 최고조에 올려놓았고, 낭만주의의 태동을 일으킨 장본이이다. 애호가들은 재미삼아 베토벤이 더 위대하느니, 모차르트가 더 위대하다느니 입씨름을 하곤한다. 이는 물론 결론을 내리자는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런 입씨름 자체가 즐거운 것이다.  

베토벤이 작곡할 당시 청력을 완전히 잃었다는 일화를 아는 사람들은 애호가 뿐만이 아니다. 베토벤의 곡을 자주 듣는 사람이던 아니던간에 너무도 유명한 일화이므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바로 교향곡 9번을 작곡할 당시에 그는 청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만다. 흔히 자신이 구상한 악보를 악기로 확인해가면서 곡을 쓰게 마련이다. 악기로 연주해본 후 필요에따라서 수정작업을 거치게 된다.  이는 모차르트도 그랬을 것이고 쇼팽도  그랬을 것이다. 물론 베토벤도 예외는 아니었지만...들을 수 없는 작곡가의 심정을 과연 누가 온전히 이해해줄 수 있을 것인가... 당시 사람들은 이제 베토벤도 한물간 사람이라고들 했다. 귀머거리 작곡가가 더이상 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무려 12년간이라는 긴 세월을 교향곡 9번을 위해 보내게된다. 곡에 대한 구상은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해오던 것이었으므로 사실은 12년보다 훨씬 더 긴 나날들을 9번을 위해 보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교향곡 9번을 완성하는데는 치명적인 청력의 문제도 있었지만 쉴러의 시를 교향곡에 버무려 넣는 것도 큰 어려움 중 하나였다. 애초에 작곡의 구상 자체가 쉴러의 시를 버무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베토벤 이전에는 그 누구도 교향곡에 성악을 삽입한 작곡가는 없었다. 최초로 베토벤은 교향곡에 성악을 버무려 넣겠다는 창조적인 생각을 했고 이를 실행한 인물이었다. '처음'이란 늘 있는 것어온 것이지만 그렇게 힘든 일이기도한 것이다.   

드디어 1824년 빈에서 초연에 이르른다. 그러나 청력을 잃은 베토벤이 과연 오케스트라를 이끌 수 있을까? 영화 카핑 베토벤에서는 한 여성이 베토벤을 위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도록 돕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실제로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설정이다. 초연 당시 극장의 음악감독 미카엘 움라우프는 연주자와 성악가들에게 자신의 지휘를 따르도록 당부해둔다. 베토벤은 베토벤대로 지위를 한다. 좀 보기드문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그렇게 교향곡 9번의 초연이 시작되었다.  

곡을 잘 아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 얼마나 장엄하고 위대한 곡이던가...초연은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곡이 끝나고 청중들의 기립박수가 터지는 순간에도 그 박수소리와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베토벤은 지휘를 계속하고 있었다..곡의 연주가 이미 끝났는데도 말이다. 베토벤은 연주가 이미 끝났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자신의 곡을 자신이 지휘하고 그 연주를 들을 수 있었더라면...그날 베토벤은 5번의 기립박수를 받는 영광을 가진다. (참고로 황제 부부가 공연장에 나타날 때는 세번의 기립박수를 받던 시대였다)  연주가 끝난 후에도 지휘를 계속 할 수 밖에 없었던 베토벤을 생각하면 너무나 큰 안타까움과 위대한 순간이 오버랩되어 슬프다. 슬프지만 그는 정녕 위대하다.  

 오른쪽의 책은 최근 출판된 베토벤 관련 도서이다. 저자 이덕희씨는 음악에 대단한 열정을 가진 분같다. 불멸의 명 연주가들에관한 책은 물론, 불멸의 지휘자 토스카니니와 악성 베토벤에 관한 서적들을 저술했다. 저서는 베토벤의 생애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것이다. 천재 베토벤보다는 자신의 운명에 굴하지 않은 용기있는 한 인간으로서 베토벤을 바라보고 있다. 이책을 통하여 삶의 의지가 무엇이고 운명에 굴하지 않는 인간적인 모습이 어떤 것인지 배울 수 있으리라. 베토벤은 불멸의 음악가이다. 천재 이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지만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자신이 해야할 음악적 능력에 온 영혼을 불살랐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묘지

 오스트리아 빈의 중앙묘지에 베토벤은 잠들어 있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슈베르트도 베토벤의 곁에 함께 누워있다. 평생 베토벤을 존경했지만 너무나도 수줍음이 많았던 슈베르트는 가까이에 살고 있는 베토벤을 찾아뵙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베토벤이 많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드디어 존경하는 베토벤을 문병한다. '자네가 슈베르트로군...' 베토벤은 그렇게 슈베르트를 반겨주었다. 그리고 베토벤은 일주일 후에 생을 마감한다.  

베토벤의 장례 행렬은 무려 20,000명의 추모객들이 뒤따랐다. 슈베르트는 장례 행렬 맨 앞에서 횃불을 들고 베토벤을 안내한다. 베토벤의 제자 체르니도 함께였다. 묘비에는 단 한 글자만이 써있었다. '베토벤' 이라고...그 어떤 말로도 '베토벤'이라는 말을 대신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중앙 묘지는 모차르트, 브람스, 요한 시트라우스 등도 함께 안치된 곳이다) 

 

 교향곡 9번  

1악장: Allegro 소나타 형식  

주제가 제시되고 반복은 한 번으로 줄인 후 새로운 모티브를 끌어와 2주제로 연결시켠다. 1주제 보다 2주제가 좀더 밝은 톤이지만 1주제를 완전히 탈피한 것은 아니다. 기존의 교향곡들은 소나타 형식을 취하여 제시부가 좀더 반복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베토벤은 이를 생략했다. 포함시킬 주제가 많았고 베토벤은 주제를 매우 명료하게 표현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1악장이지만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많고 악기들의 소리가 매우 또렷하면서도 장엄하여 다음에 펼쳐질 악장들을 한껏 기대하게 만드는 명곡이다.  

 

 

 

 

 

 

2악장:  Molto vivace  스케르초 

당대 교향곡들은  2악장이 주로 Adagio 이다. 주로가 아니라 그냥 Adagio molto e cantabile 인 것이다. 그런데 베토벤은 Molto를 2악장에 배치하고  3악장에서 사용하는 Molto vivace 를 2악장으로 끌어온다. 왜냐구? 그건 알수가 없다. 베토벤이 그렇게 순서를 바꾸었고 이유는 말해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측해보건데 4악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4악장의 장엄, 웅장한 연주와 4악장 후반부의 치열하면서도 뜨거운 환희의 송가를 최대한 끌어 올려 절정으로 치다르려면 강약의 균형을 2악장에서 주는 것이 맞다. 그러니까 1악장보다 2악장에 좀더 강한 포인트를 주고, 3악장을 아다지오로 바꾸게되면 강약이 조절되면서 4악장에서 피날레를 휘몰아치며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전체적으로 매우 조화로운 균형감이 살아나게 되는 것이다. 조화란 다른 것과 다른 것의 긍정적 결합이니까 말이다. 믿거나 말거나^  그러다보니 2악장이 강렬해야하고 결과적으로 팀파니의 속도를 느껴보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2악장에서 팀파니의 작렬하는 멋스러짐을 감상하실 수가 있다. 이 팀파니를 꽤나 좋아하는 애호가들도 있다. 오로지 팀파니 ㅋ.

3악장:  Adagio molto e cantabile   

3악장을 무척 좋아하는 애호가들이 있다. 2악장에 배치되어야할 아다지오가 3악장으로 간 탓에 그 아름답고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한 베토벤을 우리는 3악장에 가서 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뜻밖의 아름다운 선율을 만나기라도 한듯, 그렇게 반갑게 애호가의 마음을 녹여버린다. 바이올린과 목관의 상호 교감은 곡의 변주를 따라 주제를 오가며 4악장을 향해 유영한다. 3악장은 정녕 유려함이 반짝반짝 빚나는 곡이다.

 

베토벤의 데드 마스크이다. 베토벤이 사망한지 하루가 지나서 석고를 뜬 모습이라고 한다. 그가 남긴 교향곡 9번을 완성한 후 자신이 할 일을 다했다는 듯이 평온해보인다.  

그러나 정말 많이 여윈 모습이다. 얼마나 허약하고 병약한 상태였는지...그동안 베토벤이 겪어온 온갖 고통이 데드 마스크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 하다. 데드마스크와 교향곡 9번을 오버랩하니, 마음이 많이 아프다. 그토록 고되고 질긴 병을 달고 살면서 그는 오직 교향곡 9번의 완성과 연주만을 생각했을 테니...   

 

4악장: Presto 

애호가들이 예상하고 있듯이 Presto이다. 가장 인기있는 4악장이며 환희의 송가가 포함되어있는 악장인 것이다. 4악장은 송가에 들어가기 전에 우여 곡절을 겪는다. 마치 대화를 나누듯이 악기들의 문답이 이루어진다. 지금까지의 긴 여정을 상기하기라도 하듯이 1, 2, 3악장의 요소들을 총 동원시키면서 베토벤은 곡의 반복되는 갈등을 만들어 낸다. 갈등이 없는 화합은 없는 것인가... 

베토벤이 살던 시대의 상황은 열악했다. 베토벤 자신도 귀는 귀대로 안들리고, 위장은 위장대로 빵꾸가 나서 육체적으로 매우 지치고 힘들고 병약해진 상태였다. 생활할 돈도 여의치 못해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베토벤은 30여년 동안 고뇌하던 곡을 비로소 완성했다. 이 모든 열학한 환경속에서 자신의 꽃을 피워올렸다. 베토벤의 일생은 그렇게 갈등과 고통으로 점철된 인생이었다. 그러한 과정이 없이는 아름다움은 피어나지 못하는가...4악장의 도입부에서 시작하는 악기들의 대화는 이러한 갈등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들은 파괴로 가는 갈등이 아니다. 쉴러의 시가 베토벤을 통하여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베토벤은 온갖 갈등의 고난을 넘어 서서히 화합의 길로 접어든다. 환희의 송가가 시작되는 것이다.     

베토벤의 장례식 장면을 그린 그림

 

오! 벗이여~ .... 

더욱 기쁘고 즐거운 노래를 부르지 않으련가..  

모든 사람들은 형제가 되리..  

중략...  

즐겁게, 태양들이 빛나는 하늘의 공간을 날아다니는 것처럼, 


달려라 형제들이여, 그대의 길을. 승리로 향하는 영웅처럼 즐겁게

중략... 

백만의 사람들이여, 껴안아라  

환희여, 신들의 빛이여... 

이러한 내용들이다. 온세상을 비추는 자연과 신 앞에서 형제들은 우리는 함께 서로를 껴안고 사랑하며 화합으로 향해 가는 것이다. 베토벤이 쉴러의 시를 음악에 버무린 이유를 우리는 알게된다. 베토벤은 온 인류의 평화와 화합을 원했던 것이다. 베토벤이 더더욱 위대해보이는 대목이며 9번 교햑곡이 더욱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노래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뜨거운 인류의 형제애를 곰감하면서 뜨겁게 끓어오르며 평화와 화합을 갈망하는 합창은 온 세상에 울려퍼진다.  

베토벤은 흔히 괴팍한 사람이라고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예술가들이 그러하듯이 그만의 벽이 있어 한성질하는 성질 드러운 사람중 하나가 베토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베토벤의 성질은 새발의 피인 사람이 최근에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는 다름아닌 미국의 어느 주지사를 지냈던 아놀드 슈눠제네거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그동안 얼마나 멋진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주었던가...그러던 그가...여하튼 이런 사람이 정말 성질 드러운 사람인 것이다. 베토벤은 그런 치사한 짖은 절대로 하지 않은 사람이다. 화가나면 화를 냈고 나름대로 이유있는 분노였다. 자신을 믿어주는 그 누군가를 영원한 배신으로 되갚은 그런 사람이 절대로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토록 아름답고 위대한 음악의 유산을 우리들에게 물려주었다....   

  

애호가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선호하는 음반들...(2)으로...

                               

                                     수입반                         라이센스반 

     

 

 

 

 

 

 

 

 

 

 

 

 

 

 

 

 

 

 

 

 

 

  

 

 

 

 

 

 

          

 

이상은 많은 애호가들의 손을 곧잘 거치는 음반들이고 특별한 순서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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