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퐁스 도데 단편집
알퐁스 도데 지음, 신혜선 옮김 / 책만드는집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알라딘 행사에서 책을 저렴하게 팔기도했지만 언제나 추억을 남기며 아른거리는 단편은 도데의 '별'이었다. 학창시절 교과서를 통해서 읽었던 '별'은 초등학교 때 읽었던 '송아지'만큼이나 깊은 인상을 남기는 글이다. 도데의 단편은 학교를 떠난 사람들의 마음속 한 곳을 자리하는 수많은 추억의 편린 들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알라딘의 이미지만으로 판단한다면 사실 매력은 별로 없어보인다. 책의 커버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고 나 또한 그 중 한 사람이다. 튼튼한 제본은 오래도록 읽을 수 있어서 좋고, 멋진 커버의 디자인은 언제나 독서를하는 뿌듯한 마음에 일조를 한다. 그런데 알라딘이 제공하는 '별'의 이미지는 너무 어둡다. 그래서 커버를 정확하게 볼수가 없었다. 그다지 매력적인 커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커버에 대한 기대감이 별로 대단치 않았다. 

그런데...막상 '별'을 받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보라색의 하드커버에 질이 아주 좋은 겉커버를 사용했다. 그리고 별들은 아름답게 반짝인다. 알라딘이 제공하고 있는 이미지와 실물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받아보고 실망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 믿는다. 

책을 받아보고는 뜻밖의 즐거움에 내내 기쁜 마음으로 도데의 이야기들을 읽어갈 수 있다. 익히 알려진 '마지막 수업'도 안에 실려있다. 그런데 읽어보지 않은 작품 중에서 매우 인상 깊은 작품이 또하나가 실려 있었다.  

바로 첫 장에 소개된 '코르뉴 영감의 비밀' 이다.  유럽에 산업 혁명이 일어나고 프랑스 역시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드디어 코르뉴 영감의 동네에까지 산업 혁명의 파급 효과가 미치게된다. 코르뉴 영감이 살고있는 프로방스는 그 전까지만해도 풍족하고 걱정꺼리가 없는 평화로운 곳이었다. 밀을 찧는 방아간들의 풍차는 일년 내내 돌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증기 기관을 갖춘 방앗간이 들어선 것이다. 동네의 풍차 방앗간들은 손님을 빼앗기기 시작한다. 결국 모두 문을 닫고 폐업을 하기에 이르른다. 프로방스의 이 동네에 비극이 탄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으로치자면 대기업이 소기업을 먹어치우는 바람에 소기업들이 망해 문을 닫고, 일꾼들은 실업자로 전락하는 현실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코르뉴 영감의 방앗간에서는 풍차가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 저녁에는 코르뉴 영감이 낯에 찧은 밀가루를 어디론가 날라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아무도 밀을 가져가지 않는데 어찌 풍차가 돌아가는 것일까...모든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문을 꽁꽁 닫고 있어 그 비밀을 알아낼 길도 없다. 그러나 결국 그 비밀은 밝혀지게된다. 코르뉴 영감은 찧을 밀이라고는 하나도 없었고, 그저 빈 방아가 풍차로인해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자신의 비밀이 알려지게 된 것을 비관한 영감은 죽고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영감이 지키고 싶었던 것이 그 어떤 것이었는지를 깨달은 동네 사람들은 자신들의 밀을 모두 코르뉴 영감의 풍차 방앗간으로 가져간다. 이 감동....요약 본이라 제대로 전달 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러나 코르뉴 영감의 비밀은 너무나도 감동적인 단편이다. 

이 작은 단편을 통해서 독자는 도데의 생각을 바로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산업 혁명이 가져다주는 결과는 풍요속의 빈곤이라는 것을...기계 문명이 가져다주는 속성은 인간을 황폐시키고 평화를 오히려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도데는 자신의 단편 소설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영혼이 파괴된 인간을 구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동시에 던지고 있다. 도데의 소설은 바로 인간을 구제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인간 뿐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가슴이 따듯한 인간의 정서야말로 유일하게 또다른 망가진 인간을 구제할 수 있다고... 

도데는 자신이 살았던 시대를 비경으로 이 소설을 쓰고있다. 증기기관은 1705년 토마스 뉴커멘이 발명했고, 1769년에 제임스 와트가 개량했다. 도데는 그 증기기관이 상용화되던 1840년에 태어나 1897년에 작고했다. 당시는 산업 혁명이 일어 증기기관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대신하던 시기이다. 도데는 기계가 발명된 인류의 발전을 진정한 발전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 현대의 인문학적 지식으로는 얼마든지 물질 문명의 비인간적 성질을 바라볼 수 있는 정보들이 많다. 그러나 도데가 살았던 시대는 기계 문명의 초창기였던 것이다. 도데는 기계문명의 앞으로 인간에게 끼칠 수 있는 폐해들을 정확하게 통찰한 사람 중 하나였다.  

도데는 '별'에서 보여주는 낭만과 순수한 영혼을 가진 목동의 아름다움을 찬미할 수 있는 감성을 가짐과 동시에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직시했고 미래를 꿔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인물이었음을 작품을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도데를 통하여 우리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음과 동시에 도데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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