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정재승 지음 / 동아시아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콘서트 시리즈 중에서 가장 콘서트다운 구성을 가진 책이 과학콘서트인 듯하다. 교향곡의 4악장 형식을 사용하여 악장별로 1 Vivace molto 2 Andante 3  Grave non tanto  4 poco a poco Allegro 의 형식을 가진다. 마치 한곡의 교향곡을 연상하게하는 책의 구성이 흥미롭고 기지가 넘친다. 저자의 글솜씨 또한 채치 만점이다.  저자의 책이 왜 교향곡의 형식을 빌었는지는 잭슨 폴록과 서태지의 머리안에 존재하는 프랙탈, 그리고 바흐의 음악, 심장 박동의 불규칙성등과의 연계성을 보면 알 수 있다.  

서로 다른 글의 내용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어 독자는 이에 매우 흡족해하며 매력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마치 하나의 교향곡을 읽는 느낌이 들 것이다. 철학 콘서트나 경제학 콘서트 등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상들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 프랙탈을 소재로 글을 전개해간 2악장은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고 저자의 의도에서 느껴지는 음악적 프랙탈을 감지할 수 있다.  

1악장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내용은 O.J 심슨의 재판에서 변호사들이 보여준 통계의 기만술이었다.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는 아내 중에서 자신을 때린 남편에 의해 살해당한 경우는 천 명 중의 하나, 0.1%도 되지 않는다는 통계, 따라서 O.J심슨이 아내의 살인범이라는 가능성에는 단서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그의 변호사들이 제기한 주장이며 통계를 이용한 기만술이었다는 점이다. 통계에 무지하면 그렇게 당하게된다.  

그러나 저자는 '매맞던 아내가 죽었을 때 그녀를 평소에 때리던 남편이 범인일 확율을 계산해내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확률은 80%이다. 따라서 심슨이 범인일 가능성의 충분한 단서가 된다'이다. 우리는 위에서 보여주는 실질적인 예처럼 통계의 수치로 우리는 오판을 할 수 있으며 판단할 때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확률과 통계에 밝아야 하는 이유이다. 

정말 놀랍고도 재미있는 읽을 거리는 심슨의 재판이 아니라 바로 2악장에서 등장하는 잭슨 폴록의 이야기와 프랙탈이다.  저자는 연계되는 다른 내용들의 글 속에서도 일련의 상호 규칙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부분 때문에 이 책은 빛을 발하는게 아닌가 싶다.  잭슨 폴록의 예술을 프랙탈로 설명을 해주다니...무척 흥미롭고 놀라운 일이다. 잭슨 폴록, 어느 기사에서 잭슨 폴록의 예술과 유니크한 시선을 즐기고 싶어하는 부자들의 합작품이라고 언급하는 것을 읽은 적이 있어 흥미롭게 읽게되었다. 그의 예술에서 프랙탈을 발견하는 연구를 했고 이를 증명했다는 내용이다. 잭슨 폴록의 예술이 '카오스 시스템이 공간적인 분포를 이룰 때 보이는 가장 중요한 현상'을 포착했다니...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렇다면 잭슨 폴록은 카오스에서 우주적 자연의 리듬을 무의식적으로 포착했고 이런 미친 짖을 의도적으로 한 것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이들은 잭슨 폴록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할 수 밖에는 없다. 잭슨 폴록이 아니라 유치원의 어린 아이들이 그어대는 크레용의 낙서 속에서도 과학자들은 1.2 -1.3차원의 프랙탈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런 결론은 1악장에서 읽은 '어리섞은 통계학'을 바탕으로 내리게된 결론이다. 젝슨 폴록의 작품에서 프랙탈을 발견한 것을 통계로 분석했을 때와 어린 아이들이 크레용으로 생각없이 그어대는 카오스속에서 프랙탈을 발견할 확률은 같다. 그러므로 잭슨 폴록과 유치원의 어린 아이들의 프랙탈은 같은 것이다. 좀 억지스러운 결론일지 모르겠지만 부인하고 싶다면 과학자들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어린아이들의 마구잡이 그림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서태지의 머리에는 프랙탈이 산다'이다. 이 책의 저자가 악장 속에 숨겨운 진실이 있다. 바로 잭슨 폴록의 프랙탈과 서태지의 프랙탈이다. 폴록은 프랙탈을 의도했는가? 아니다. 서태지의 헤어 디자이너는 프랙탈을 의도 했는가? '그렇다'이다. 아프리카의 생활속에서는 의도된 프랙탈이 존재한다. 자, 결론은 하나다. 잭슨 폴록의 프랙탈과, 유치원 어린이들의 크레파스 낙서 그리고 서태지의 머리에서도 프랙탈이 존재한다. 프랙탈이 무엇인가? 성질이 다른 프랙탈이라도 있단 말인가?  

 젝슨 폴록, 유치원 어린이, 서태지,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는 프랙탈이 존재한다. 잭슨 폴록이 그 프랙탈을 깨닫지 못하고 예술사의 궤적을 바꾸었놓았지만 이는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을 마치 잭슨 폴록에게만 있는 것처럼 과장한 결과이다. 잭슨 폴록의 예술 작품에 대한 연구를 했다는 것이고, 유치원 어린이들의 낙서는 연구하지 않았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바흐의 음악은 일련의 규칙성을 가지고 있고,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음악들은 1/f라는 공식에 근접한다. 즉, 자연의 패턴을 음악으로 변환하여 작곡을 한다. 그 음악이 1/f에 가까워질소록 인간은 본능적으로 그 음악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렇다면 잭슨 폴록의 미술에 감동하며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중들은 과연 얼마나 되는 것일까? 1/f 에 가장 근접한 음악에 대중들이 호감을 가질 확률은 80%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설명한 80/20이론에 따르면 그러하다. 그러나 과연 잭슨 폴록에게 80%의 대중들이 호감을 가지느냐하면 절대로 아니다. 이는 과학 콘서트의 내용들을 분석하고 연계하여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잭슨 폴록의 미술이 프랙탈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분명히 카오스의 프랙탈 이론으로 덮어 씌우는 것은 과장이며 의도된 상술과 미술계의 허풍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과학 콘서트가 정말 재미있는 이유는 바로 위와 같은 사고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거리들이 있고 그에 알맞는 사고의 다리를 놓아주고 있다. 중고생들이  과학 콘서트를 읽으면서 이러한 발견을 해낸다면 그 얼마나 즐거운 일아 아니겠는가. 독서의 즐거움은 이러한 발견과 사고의 즐거움도 분명히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비록 청소년용이기는 하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마찬가지로 즐거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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