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이성형 지음 / 까치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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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출판계는 인물에 대한 많은 수의 어린이 도서들을 출간하고 있다. 그 중에는 어린이용 세계위인전기가 있는데 이 인물 전기의 전집에 실리는 인물들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위인'이라는 말은 '위대한 사람' 이라는 뜻일 것이다. 이 위대한 사람이라는 말 속에는 '존경할만 한'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을 것이고 어린이들이 그 인물됨을 보고 배우는 롤 모델 로서의 매우 긍정적이며 좋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한마디로 훌륭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위인으로 설정한 인물들을 보면 뜻밖의 인물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예를 들어 위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콜럼버스' 가 대표적인 예이고, 알렉산더, 엘리자베스 1세등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콜럼버스의 일대기는 만화로도 수없이 츨간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콜럼버스의 정체가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의 손목을 잘라내면서 금과 은이 어디에 있는지 대라고 말한 장본인이며, 수없는 원주민들을 학살하고도 모자라 노예 무역을 했다는 사실은 알게되는 순간 우리의 어린이들이 받을 정신적 충격을 상상해보시라... 

알렉산더는 타자를 지배하고자 하는 욕구가 넘쳐 타국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셀수도 없는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는데 그 수는 일일이 셀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어린이들이 롤모델로 생각해오던 그 위대한 인물의 배신감에서 오는 공허함을 무엇으로 달래 줄 수 있을까... 정복으로 말하자면 차라리 징기즈칸과 그 후예들의 몫이어야 할 것이다. 영국의 식민지보다 2배 이상, 알렉산더보다 8배의 땅을 정복하며 가장 잔인한 드라마를 썼던 그들 단연 금메달감 일 것이다. 알렉산더는 게임도 되지 않는 드넓은 아시아와 유럽을 초토화 시켰던 그들이 아니던가... 유럽인들은 아직도 징기즈칸과 그들의 후예라면 공포에 사로잡힐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인을 중심축으로 역사 연구가 주류를 이루어 왔고 무비판적인 수용은 역사에 대한 왜곡 현상을 만들어냈다. 승자의 입장에서 쓴 역사서는 유럽인들에게 유리하도록 기술되었고 그 결과 세계의 문화와 문명은 유럽을 중심으로 움직였고 지금도 그러하노라고 말하고 있다.

셰계사란 인간과 사물이 움직이는 시간적 공간적 영역이다. 어느 한쪽의 영향력이 일방적으로 다른  한쪽으로 흘러들어가는 현상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 역사의 특징임에도 불구하고 완력이 강했던 유럽중심의 기술은 없던 역사를 발명해내기도 했고 존재했던 역사를 증발시켜버리기도 했다. 게다가 세계의 역사는 아시아와 아메리카가 기여한 대부분의 사실들을 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다면 그토록 무분별하게 출간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어린이용 위인전기에 콜럼버스와 알렉산더가 등장하는 이유 

진실을 알고보면 절대로 롤모델로서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는 인물들이 우리나라의 위인 전기에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는 역사 인식에 밝지 않은 점을 이용한 얄팍한 상술이 숨어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다수 국민들의 역사인식은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서구적 사관 중심이므로 콜럼버스가 정말로 위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오죽했으면 아직도 TV에서 콜럼버스의 모험심을 이용한 광고물들 공중파로 싫어 보낼까... 저자들이 이점을 알아차리고 모른척 유명한 인물들을 분별없이 끼워넣는 상업적 의도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역사의 진실이야 어떻든 간에...  

둘째로는 어린이용 도서를 저술하는 저자들의 역사인식이 부족한 탓을 것이다. 어쩌면 실제로 콜럼버스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어린이용 도서들의 대부분은 역사학자들에 의해서 저술되기보다는 어린이용 도서 집필자들에 의하여 기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그러한 판단의 근거이다. 남북미 대륙의 7천만 인구 중 90%에 달하는 원주민들이 발견을 했다고 주장하는 서구인들에 의하여 죽임을 당하거나 백인들의 질병에 의하여 사망했다.  

그들의 역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거나 지워졌고 왜곡되어있는 실정이다. 이런 서구인들의 무자비한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다면 과연 컬럼버스나 그와 유사한 인물들을 위인전기에 포함시킬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도서 집필자들의 역사인식의 무지함이 무분별한 출판물을 내놓게 된 원일일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은 독자의 역사인식을 새롭게 해줄 수 있는 역사적 사료들을 아주 잘 제시해주고 있다. 그토록 서구인들의 입을 달콤하게 해주었던 설탕은 흑인 노예무역과 노예들의 피가 배인 달콤함이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들이 섬기는 신의 이름으로 그토록 수많은 원주민들의 목숨을 아무렇지도 않게 앗아간 서구인들의 맨얼굴을 다시 한 번 더 쳐다보게 될 것이다. 

세계의 문화와 문명이 유럽에서 출발하여 전세계로 전달되었다고 생각하는 서구인들은 그들 조상이 숨기고 은폐시켰으며 왜곡시킨 역사를 그대로 인식한 결과이거나, 알고는 있지만 조상들의 잔인하고도 무지했으며 처참했던 역사를 외면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너무나도 비인간적이었고 무자비했던 조상들의 죄를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역사에 대한 인식은 반드시 연대감으로 나타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콜럼버스가 한반도에 도착하는 일이 발생했더라면 우리의 땅이 신대륙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말했을 것이다. 자신들이 신대륙을 발견했노라고...그리고 우리를 인디오라고 불렀을 것이고 금이 어디에 있냐고 물으며 우리 조상들의 손목을 잘라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래도 콜럼버스를 위대한 모험심을 발휘한 위인이라고 부를 것인가... 

 이책을 통하여 많은 한국의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정확한 사관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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