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 - 개정판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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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의 드라마로 최초 방송 전파를 탔다. 첫 인상은 캐스팅이 약간은 뜻밖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책의 제목과는 달리 드라마의 제목인 '성균관 스캔들'이 주는 경쾌함을 감안한다면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드라마와 소설이 꼭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내용과 구도상 드라마로 만들어지기에 매우 좋은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책이다.   



소설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뭐니뭐니해도 독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을 계속 읽고 싶도록 만드는 흡인력... 이 소설은 독자를 무척 매료시키는 인력을 가지고 있다. 탄력적인 스토리의 구성과 문체가 독자를 사로잡고 있다. 금단의 에피소드가 만드들어내는 모티브는 조선이라는 독특한 시대적 상황이기에 가능한 소재라고 믿는다. 

시대는 희빈 장씨의 아들인 경종이 의문의 죽음을 맞고,  노론을 등에 업고 정권을 장악한 영조가 사망한 지, 약 5년이 흐른 시점이다.  (요즘 한참 인기리에 방송중인 동이는 영조의 어머니이다.) 영조는 1776년에 사망했고 정조는 같은 해 즉위하였으므로 소설이 말해주고 있는  추정 연도는 1781년이고, 정조의 나이는 26세 일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의 왕은 소설속의 왕보다 나이가 훨씬 더 들었다^)

 젊은 왕 정조는 등극하자마자 규장각을 설치한다. 규장각은 제학 2명, 직제학 2명, 직각 1명, 대교 1명, 검서관 4명 총 10명이 근무하는 곳이다. 즉, 대과를 우수한 성적(갑, 을)으로 통과한 사람들이 수여받는 관직으로 청요직이라 인정받던 곳이다. 소설은 그들이 아직은 대과를 남겨두고 있는 유생으로서 공부를하는 성균관 상유들의 생활상으로 시작하고 있다.  마치 국립대학교의 기숙사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소재로 한 것 처럼... 

성균관은 고려의 국립대학인 국자감을 1298년에 성균감이라 했고 1308년에 성균관이라 개명했다. 그 후로 계속 같은 이름으로 전해진다. 주인공들도 성균관의 유생으로서 입학후 동재·서재에서 기숙사생활을 하면서 국가로부터 식사와 학용품 등을 제공받는다.  

이 책은 1700년대 조선의 과거장 분위기를 잘 알수 있게해준다. 과거 칠때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달려가는 선접꾼, 글씨를 보기 좋게 대신 써주는 사수, 글을 대신 지어주는 거벽등이 그러하다. 주인공 윤희도 바로 그런 사수 중  하나이고 거벽을 한 번 했는데 덜컥 합격을 하는 뜻밖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거벽들의 활동이 많았던 모양이다. 언젠가는 어느 유생이 거벽을 사용한 것이 탄로나버렸다. 거벽을 기용한 당사자는 물론 거벽도 들통나는 날에는 중벌을 받게된다. 그러나 기록된 사건은 거벽의 답안지가 훌륭하기 이를데 없었다. 포도 대장은 그 거벽의 얼굴을 보고싶어 했다. 도대체 어떤 거벽이기에 이리도 훌륭한 글을 썼을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수배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그 거벽이 자살을 했다는 기록이다. 아마도 이 책의 주인공인 윤희와 비슷한 처지(무척 가정 형편이 어려운)의 매우 유능하고 학식이 높았던 젊은 선비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물론 과거를 칠 여건은 안되었을 지도... 

시대는 노론이 정조의 할아버지인 영조때부터 국정을 쥐고 흔들던 시대이다. 같은 서인이었지만 당파의 권익이 노소론으로 분열시켜버렸다. 노론의 태두는 사실상 송시열이라고 할 수 있다. 남인들은 이미 대거 숙청된 상태이다. 소론들을 일거에 몰아 붙인 후의 일이므로 노소론은 앙숙이되어 버린 상황이다.  

작가는 남인을 대표하는 인물로 김윤희를, 노론은 가랑 이선준을, 소론은 걸오 문재신을 그리고 무소속의 구용하를 등장시킨다. 작가의 구도를 읽을 수 있는 장면이다. 실질적인 삼각구도의 시대적 긴장감 속에서 남인의 대표 윤희와 노론의 대표 선준과의 러브라인을 타고 사건은 발전해간다. 당시는 노론이 주도권을 잡은 시기이므로 선준는 여유있는 인물로, 소론 재신은 노론에 이를 가는 성질 더러운 젊은이이다. 그러나 선준은 가슴 속에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정치론으로 가진 인물이다. 아마도 작가의 정치상을 선준을 통하여 투영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흥미로운 부분은 유생들도 본능적인 면에서 예외일 수 없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가진다는 것이다. 무당무파의 구용하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구용하는 공부보다는 기생을 더 좋아한다. 틈만나면 기생을 찾는다. 용하는 젊은 유생들의 본능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물론 정치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좋은게 좋은거다. 약방의 감초 구용하이다. 이후 규장각 각신에서는 그 인물됨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기회가 찾아오고 왕마저도 그의 숨겨둔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기는 하지만....

작가는 삼각구도의 남인 윤희와 노론 선준, 소론 재신을 한방에 몰아넣음으로서 서로 상극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새로운 모양을 갖추는 그들의 모습을 독자에게 투영시킨다. 이들이 서로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전달하고 있는 저자의 의도가 심히 사랑스럽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가난한 윤희, 권력과 돈이라면 둘째가라 하지 않는 선준, 하지만 가난이 어떤 것인지를 느끼고 이해하려는 선준. 윤식이가 남장 여자이고, 이쁜 남장 여자를 사랑한다는 소재는 이 글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기는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덕목은 그것이 아닐 것이다. 글을 이끌어가는 힘이기는 하지만 핵심은 윤희와 선준, 재신과 용하의 대화속에서 전해지는 그들의 생각이고 사회상이며 정치상이다. 이 소설은 작가가 인물들을 통하여 자신의 생각을 아주 잘 전달하고 있는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1권에서는 윤희가 어찌어지하다가는 과거에 합격하여 성균관에 들어가 선준을 사모하게되고 선준도 이 정체를 알 길이 없는 윤희에게 여성스러움을 느끼면서 미묘한 갈등이 고조된다. 용하와 재신은 이 둘의 러브라인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1) 선준에게 자신이 여성임을 밝히고 당당하게 사모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절대로 그럴 수 없는 윤희  
2) 분명 사랑하는 마음으로 충만해있지만 윤희가 여자라고는 꿈에고 모르고있는 선준 
3) 그 둘의 러브라인을 타고 투영되는 인생관, 정치관, 사회관의 오버랩 
4) 재신은 또 그나름대로 윤희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을 어쩌지 못한다
5) 용하는 윤희을 언제나 의심한다 여자가 아닐까.... 그러나 결국 대물 사건으로 남자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다 
일련의 이러한 과정들은 속도감있고 강한 인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작가는 분명히 작가로서 성공하고 있다...

추신: 중학생이 읽어도 나쁘지 않아 보이긴하지만, 고등학생 이상 관람가라고 해야 할 듯하다...그런데 많은 중학생들도 이미 이 책을 읽었나보다. 물론 고등학생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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