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정쟁 1 - 대윤과 소윤 - 외척들의 각축
신봉승 지음 / 동방미디어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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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정쟁도 이 책의 중요한 포인트이고 외척들의 간악한 정권욕도 중요한 포인트이겠지만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는 한가지가 있었으니 바로 중종의 나약함이다... 백성을 위한 이상적 정치를 실현시키려는 부푼 꿈을 가슴에 품고 일신을 나라에 던졌으되 그 뜻을 미처 펼쳐보지도 못하고 사사되는 정동대감이나 이권을 앞세운 신하들의 악압에 못이겨 조강지처인 중전 신씨를 폐할 수 밖에 없었던 중종의 나약함이 나는 더 가슴아팠다... 

연산군을 몰아낸 박원종, 성희안 홍경주등 공신들의 등살에 배겨나지 못했던 군주.. 나아가 오로지 권력과 부만을 탐하며 정적들은 남김없이 죽여 없앤 김안로의 폭정을 지켜보기만 했던 중종... 오죽했으면 김안로의 신묘한 계략(?)인 줄 알면서도 친자인 복성군을 끝내는 사사하고 말았겠는가...아..비통한 애비의 심정이여... 

이토록 힘없고 나약한 군주 중종을 생각하면 내내 가슴이 아플 뿐이다.. 자신의 힘으로 왕이 된것이 아니라하나 어찌 자식을 죽이자는 신하들의 청을 뿌리치지 못했던 것일까... 중종은 누가 뭐라해도 일국의 왕이 아니던가...더구나 복성군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지 않았던가...(설사 반역의 혐의가 있다하더라도 자식인 다음에랴....) 죄없는 자식의 사사를 자신의 입으로 명할 수 밖에 없었던 중종의 무기력함을 탄식해야 하는 것일까...아니면 권력욕에 눈이멀어 부자간의 천륜도 죽음으로 갈라 놓을 만큼 간악하고도 패악무도했던 천하에 몹쓸 간신, 김안로를 탓해야 하는 것일까... 

왕가 권력의 속성이 제 아무리 형제도 없고 부자간의 의리도 없을 때가 있다하나 그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은 후에야 납득할 만한 일이 아니겠는가...중종이 비록 나약한 군주였다지만 제대로된 신하가 있었다면 왕가의 상황은 그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며 나라의 꼴은 또 그모양이 되지는 않았으리라 짐작한다.. 왕은 한 나라의 군주이기도 하지만 또한 아내를 둔 지아비이며 자식을 둔 아비가 아니던가...

중종은 나약했지만 패악 무도한 군주는 아니었기에 그 안타까움이 더욱 커 하는 말이다. 아무래도 심기허증을 앓지 않았나 싶을정도로 무력했다지만 자신들의 탐욕을 앞세운 신하가 아닌, 백성을 위하는 조광조와 같은 정치인들이 중앙의 핵을 이루었다면 중종의 나약함은 신하들이 선의를 펼치기에 오히려 나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죄를 지은 김안로나 대소윤등이 그 죄값을 받는 것은 당연지사라 하겠으나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은 것은 백성이요 죄없는 주변인이며 나아가서는 왕실의 부실함의 원인이 되어버렸으니 어디 죄값을 받는 것으로 끝날 일은 아닌듯 하다.. 

강력한 국가는 희생정신이 투철하며 국가를 일으키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가진 군주가 있을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과거 최고의 전성기를 맞아하였던 국가들을 보면 어김없이 강력한 군주와 그에 걸맞는 신하들의 행정력이 뒷바침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조선의 역사는 백성 중심의 역사가 아니었다. 소수의 기득권층의 나라였으며 정치는 백성의 복지에 중심을 둔 행정이 아닌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는데 필요한 도구에 불과했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은 것은 왜일까... 과연 조선의 백성 중 자신이 조선인으로 태어난 것을 긍지로 여길만한 백성은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가능한 일이라면 여론조사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제 아무리 군국주의 국가이며 절대 왕정 국가의 형태라고는 하지만 '백성이 없는 군주는 없다'는 것은 과거 모든 역사를 통해 틀리지 않는 진리이거니, 학식이 있고 배움이 있는 실무자들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리가 없을 터이다... 

과거의 정치나 현대의 정치나 그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본다. 문제는 과연 그 어느 정치가가 지신의 이권이 아닌 백성의 복지를 위하여 땀을 흘려주느냐가 아니겠는가.. '권력은 국민에게서 온다'는 교과서의 설명처럼 정녕 국민을 진정한 국가의 주인으로 이해해주는 민주 정치가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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