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원의 완간 고려왕조실록 - 하 - 후기 비왕권시대(1170∼1356)
백지원 지음 / 진명출판사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저자의 글을 읽노라면 늘 따라다니는 3가지 느낌.... 

첫 번 째... 마치 내가 벌거숭이기 된 기분이다. 수치심이 인다...  

그동안 역사가들이 감추어둔 치부를 들어내기 때문이다. 사료에 근거한 여몽 항쟁의 실체는 충격이라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여몽 항쟁이 아니라 일방적인 수탈을 당했다. 항쟁이라 기록할 만한 최씨 정권의 기록은 자취를 감춘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래도 삼별초의 끈질긴 항쟁에 대해서 그나마 위로를 느낄 수 있었다. 일방적으로 당하긴 했지만 그 항쟁에 의의를 둔 자긍심도 가지고 있었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지만, 삼별초라는 라디오 드라마를 기억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삼별초의 항쟁은 그렇게 위로를 주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무인들의 시대에 우리의 역사가 그 얼마나 무력했었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무력했어도 좋다. 힘이 없었다면 어쩌겠는가... 

그러나..... 무인의 시대에 그들의 생각과 행동은 이 책을 읽는 수치심을 더욱 수치스럽게 했다. 나라가 짖밟힌 당시의 애환이나 비극적인 참상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더욱 비극적인 일은 강화도에 들어가 백성과 나라를 위해 그들이 한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꼴을 두고보는 방관자였다니... 부인 할 수 없는 우리의 역사이지만 무인정권에 너무 실망스럽다... 

 

둘 째 는...상황 전개의 전후 관계가 주는 흐름을 따라 이해하기가 좋다.  

무인들의 시대로 접어드는 과정이 일목 요연한 연계성을 가지고 있어 소설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읽기가 좋다. 즉, 사건이 발생하기까지의 상황 전개를 전후 관계에 입각하여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뛰어난 장점이라고 본다. 제 아무리 역사서라 할지라도 독자가 읽어주지 않으면 그 의미가 없을 것이다.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그 목적 의식이 분명하기 때문에 어려운 책이라도 읽게 마련이지만, 일반적인 도서는 한 사람의 독자라도 더 읽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생각할 때, 이 책은 그러한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있다. 

물론, 특정인을 대상으로하는 책도 있기 마련이다. 전문 서적이 그러한 예일 것이고, 역사 관련 논문이나 학회지 등은 이러한 범주에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이 저서가 가지고 있는 목적은 널리, 많은 독자들이 읽어주는 것이라고 본다. 전문적 지식을 요하는 동분야의 참고자료가 아닌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대단히 만족스럽다. 호감을 가지고 읽어 내려갈 수 있도록 쓴 책이기 때문이다.  

 

 셌 째 는...많은 사료를 근거로한 설득력이다.  

저자가 책의 뒷쪽에서 이미 밝힌 바 있듯이 다양한 저자들의 참고 자료들을 활용하고 있다. 게다가 저자 자신의 조사 자료를 첨가했을 것이다. 어떤 쪽이든 근거로하는 자료를 제시하고 있어 무척 설득력이 있다. 단순히 사건의 개요만 전달한다면 그런가보다 하게된다. 그러나 수치를 이용한 사료의 제시는 글의 내용을 더욱 명료하게 해준다. 얼련의 사건들을 연도별, 혹은 기간, 혹은 인구수, 가격, 도량형등은 이해를 돕는데 크게 이바지한다.  

 예를 들어, 정중부의 키는 7척 이었다고 한다. 당시 척은 23cm로 그의 키가 160cm 라는 이야기다. 더불어 조선이나 일본의 16세기 까지의 평균키가 150cm를 넘지 않았다고 첨언하고 있다. 정중부의 키가 뭐그리 중요한 것이냐 반문할 수 있겠지만 당시 시대의 키로는 작은 키가 아니라는 점을 일 수 있다. 이런 요인들은 독자의 흥미를 더욱 끌어 올리는 양념과 같은 역할을 한다. 중요하지 않은 듯 하지만 실제로 독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내용 일 수가 있다.   

대부분의 장에서 이렇게 정확한 수치와 규모를 사용하는 저자가 독자에게 좀더 실감나는 역사적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큰 맥락에서 사소한 수치는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히 좋은 정보임에는 틀림이 없다. 독자는 이야기처럼 역사를 알고싶어한다. 역사는 실제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독자에게 이야기를 하듯이 책을 서술했다. 이점은 독자를 배려한 저자의 올바른 자세라고 본다. 

몽골 제국에 대해서 다양한 정보를 주려고 시도한 것은 고려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국제적 정세를 파악하지 못하고서야 한 국가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 이점도 매우 만족스럽다. 

 결론적으로 일반 독자를 위한 고려사에 관한한 최고의 도서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나에게 최고의 고려사를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그동안 읽었던 고려관련 서적과 일일이 대조해보며 다시 읽어갈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 재차 확인하면서....  

 

마지막으로 한 가지 단점을 지적하고 싶다.

무인정권의 허명를 증빙하는 자료로 주로 '고려사'를 인용하고 있는 대목이다. 분명 저자는 1권에서 고려사를 편찬한 인물이 정도전과 정총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는 고려를 멸망시킨 조선의 입장장에서 쓴 사서이고, 유교적 시각으로 고려를 조망하여 여러 부분이 왜곡되었으며, 특히 여말 선초의 기록들은 도를 넘었다 라고 쓰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인시대의 참혹하고도 외람된 역사을 서술하면서 고려사를 무척 많이 인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한 다른 사료가 존재하지 않아 그럴 수 밖에 었던 것인지, 아니면 무인 정권을 바라보는 조선의 입장을 인용하는 것이 글의 목적에 더욱 부합하기 때문인지 그 점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 왜곡이 많다고 말한 그 고려사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하여 온 것에 대해 이율배반적인  자기 모순에 빠져버린 저자의 태도는 의아스러울 뿐이다... 고려사에 속고, 저저에게 속는 것은 아닌지...심히 염려스러운 마음이다...  

그동안 잘못 알려졌던 무인정권의 실상을 밝히려는 저자의 뜻은 충분히 이해는 하겠다. 그러나 저자의 감정이 너무 많이 실려있어 염려스러움을 남기고 있다. 감정의 앙금이 많으면 치우친 사관으로 흐를 여지가 많은데 이는 사학자로서 결코 올바른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 중도적 입장을 지키면서도 얼마든지 독자에게 뜻그 실상을 전달하는 방법은 있다고 본다. 저자의 스타일이니 뭐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말이 그렇다는 것이다.  

 독자로서 나는 다만 어느 역사를 띄우고, 어느 역사를 뭉개는 그런 식의 공부는 원치 않는다. 잘못 알려진 역사를 바로 알리는 것은 분명 사학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자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는 가감없는 역사적 진실을 원하며, 스스로 판단 할 수 있도록 돕는 마음으로 좀더 냉철한 모습을 기대해본다... 

물론 이런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분명히 밝혀질 일이다. 올곧은 사학자들의 연구가 더욱 발전을 하지 않겠는가.. 그 때, 어느 관점의 역사가 올바른지 판단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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