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차이코프스키 : 교향곡 5번 (일본 마지막 한정수량 재고 단독 판매) 알라딘 클래식 단독 판매 시리즈 20
차이콥스키 (Pyotr Ilyich Tchaikovsky) 작곡, 스베틀라노프 (Evgen / 포니캐년(Pony Canyon)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을 말할 때 므라빈스키가 자주 거론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므라빈스키의 음반을 먼저 듣게되었다. 이 곡이라면 카라얀이나 번스타인의 연주도 물론 빼놓고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차이코프스키 5번에 관한한 므라빈스키, 카라얀, 아바도, 번스타인, 게르기예프, 스베틀라노프 중에서 가장 매력 없는 한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므라빈스키를 꼽고싶다. 그리고 가장 매력적인 한 사람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스베틀라노프를 꼽을 것이다.  

곡의 연주에서 특징을 이룰 수 있는 팀파니는 그 음색이 도드러져 매번 깊은 인상을 주게 마련이다. 그러나 팀파니 하나가 연주의 매력도를 좌우하기에는 그 힘이 미약하다고 본다. 물론 팀파니는 중요한 악기이며 명징성이 뚜렷할 수록 곡의 맛을 시원하게 해주는 청량제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차이코프스키 5번의 강점은 4악장이 가지고 있는 고성능 에너지의 폭발이 아닐까 생각한다. 

 므라빈스키가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방식은 강력하지만 아주 평범한 방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속도로 몰아붙치는 연주 스타일의 므라빈스키는 그 스피드를 감안해 볼때 연주자들이 그 얼마나 단련을 위해 노력했는지 단번에 느낄 수 있다. 한마디로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지휘자라고나 할까...빠른 속도에서도 그 어느 주자도 절대로 낙오하지 않고 따라오는 연주...더욱이 그 조화로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겠다는 므라빈스키의 생각을 잘 느낄 수 있다...긴장의 연속속에서 전해오는 고탄력의 선율... 물론 연주한 시점으로 볼 때 센세이션을 일으켰을지는 모르겠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 4악장의 폭발적인 에너지는 그 어느 음반을 막론하고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곡이 가지는 4악장의 피날레는 듣는 이로하여금 심장의 두근거림을 일으키게한다. 그러나 그 에너지를 폭발 시키는 방식은 연주마다 차이가 있다. 므라빈스키의 연주는 그 거친 언덕을 단번에 달려 올라가는 느낌을 준다. 한 번의 깊은 숨을 들이쉰 후, 그 호흡으로 거침없이 에너지를 뿜어내는 연주...그러나 한 번의 강렬함으로 몰아치는 것이 오히려 그 폭발력을 온전히 전해받기 어렵게 한다. 올라야할 고지가 얼마나 높은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게한다. 높은 고지에 오르는 과정에서 전해오는 디테일하고 장중함 맛깔을 전해받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단숨에 몰아쳐 거친 숨을 헐떡이는 듯한 느낌이 내내 불편하게한다. 

 

그러나  스베틀라노프는 우선 언덕을 오르기 전에 힘을 충분한 축적시킨다. 이제 올라야할 고지가 그 얼마나 높은지를 미리 전해주고 있는 듯 하다. 므라빈스키와 확연히 다른 점이다. 므라빈스키의 연주에서 힘의 축적 과정을 느낄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과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하느냐의 차이점이 있냐의 문제인 것이다.  스베틀라노프는 힘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중량감을 집적시킨다. 올라야 할 거대한 산의 크기를 짐작케하는 육중한 힘의 축적 말이다. 이는 연주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훨씬 더 큰 중량감을 드러낸다. 이는 흔히 말하는 박.력.과는 또 다른 그 무엇이다. 스베틀라노프의 속도는 절대로 성급하지 않다. 왜냐면 집적된 엄청난 하중을 표현해내려면 출렁이는 그 높낮이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대한 에너지를 집적한 파도가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그 쓰나미의 물결은 손으로 잡힐 듯 하며 마치 그 거대한 파워에 휩쓸려 나가는 듯한 감동을 준다. 영화에서나 느낄 수 있는 거대한 힘의 슬로우 모션이 주는 강력한 숨막힘... 

그러나 그 강력함 속에 리듬이 뚜렷하다. 뭉개지지 않는 리듬은 고스란히 살아있다. 전신을 뜨겁게 달군다. 듣는 이의 호흡을 가져가려는 듯 무겁고도 거칠게 다가온다. 그리고는 그동안 싣고온 하중을 에너지와 함께 모두 쏟아낸다. 그렇게 4악장이 끝나고나면... 그 남은 여운으로 너무나 깊고도 장중한 감동을 전해준다... 스베틀라노프의 이 연주를 동곡 최고의 음반으로 꼽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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