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로 보는 한국사 3 - 조선편, 교양인을 위한 우리 역사 87가지 이야기
이희근 지음 / 고즈윈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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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회를 잘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쓴 이책의 저자의 사관은 중도적인 느낌이 든다. 충분히 핏대를 올릴 수도 있는 역사적 사건에 너무 비판적이지도 않고, 분명히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 부분에서는 나름대로 그 측면을 조명하고 있다. 어쩌면 쟁점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살짝 피해갔다고나 할까...그래서 좀더 특정 사건에 대해서 저자의 관점에 대힌 질문을 하고 싶은 대목들이 더러 있다. 물론 조선 사회의 제도적인 측면을 메인으로 잡았기 때문이겠지라고... 

왜 그렇게 피해가시냐고 굳이 따져 묻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점은 둘째로 하고, 학교에서 아무 생각없이 배웠던 내용들에 대한 설명은 그나마  위안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 예를 들어보면, 

'향약'은 '향촌규약'의 준말로 향민이 서로 도우며 살아가자는 약속이지만, 사족의 향촌 자치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하층민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처럼 조선의 향약은 그 내용상 중국의 향약과는 차이가 있었다. 즉, 향촌 자체에 필요한 덕목과 상호협조 등을 규약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보다 사족의 이념인 성리학 예절을 향촌사회에 보급하여 성리학적 사회질서를 확립하는데 그 목적을 두었다. 라고 쓰고있다.  

우리는 교과서에서 향약에 대해 배울 때, 향약의 도입 과정은 고사하고 덕업상권, 과실상규, 예속상교, 환난상휼 이라는 4가지 덕목을 시험지에 쓰도록 하는 문제를 받기도한다. 그러나 저자는 향약의 근원(중국 북송 말 여씨향약)과 조광조등의 사림에 의해 도입된 과정을 소상히 밝혀두고 있다. 이 점은 향약에 대해 단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독자에게 다시 한 번 향약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향약의 폐단이 너무 크다보니 오죽했으면 중종은 향약을 혁파하도록 지시 했을까.... 단순히 향약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사회적 공조 제도정도로 알고 있다면 향약의 실체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정약용선생께서 목민심서에 기록하고 있는 내용을 보자... 

"향약의 해는 도적보다 심하다. 토호족인 향족이.....중략....소민을 위협하여 주식을 토색하고 곡물을 수탈한다."  

이제 조선 향약이 실체를 알만하다....향약은 4가지 덕목을 실천하는 민초들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백성들을 지배하고 수탈하는 데 그 실용성이 있었으니... "가난한 사람이 구제를 위해 재물을 내지 못하면 벌을 가하니 폐단이 매우 크다" 라고 적고있다. 누구를 위해서 누가 구제금을 내야 한단 말인가.. 배를 굶주리는 백성에게 구제금을 내라 했던 것이다. 그런데 학교의 역사 공부는 그 실체들을 대부분 숨겨둔 채, 좋은 점만 부각시켜 학생들의 사관을 눈 뜬 봉사로 만들어버리기 쉽상이 아니던가.... 우리 역사 수업의 모습이다... 이런 한심한...

 다른 역사서에서도 간혹 볼 수 있는 내용이긴하지만, 효종때 북벌론의 허구를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교과서 역시 그 북벌론만 가르치고 있지 그 허구성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 하지 않는다. 북벌론은 정말로 삼전도 굴욕이라는 치욕을 되갚아 주려는 의도로 파악하면 오산이라는 이야기다.  

당시 집권자들이 북벌론을 들고온 것은 스스로 자초한 병자호란에 대한 책임을 탈피하고 싶었던 것이 주된 이유였다. '말로는 북벌하면서도 행동으로는 북벌은 무슨...' 하였던 것이다. 그 정황을 이 책은 잘 설명해두고 있다...  북벌론의 허구와 이중성을 물론 이 책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가 그나마 중도적인 사관을 가지고 독자를 위해 임하려는 자세는 이 책이 독자에게 줄수 있는 역사적인 정보로서 그 가치가 크다고 하겠다. 

또 열녀 만들기의 광풍과, 동성동촌(흔히 집성촌)이 생겨나게된 배경과 그 영향등을 가급적 중도적 입장에서 서술해주고 있어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뻔한 한국사를 말도 안되는 소리로 서술해가면 정말 분노가 치밀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런 역사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의 마음을  달래주려는 듯 하다.... 

민란의 원인에 대해서는 국사 교과서에서도 가르치고 있다. 삼정이 문란했다...라고. 그러나 그 삼정의 문란함이 도대체 어떤 의미냐 하는 것에대해서는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도적으로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것도 왜곡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삼정이 문했다면 왜, 어떻게 문란했고, 그것이 백성에 끼친 영향은 무엇이며, 나아가 국가에 끼친 결과에 대해 질서있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제대로 아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학생들의 잘못이 아니라 가르치는 자의 잘못이 아닐까...궁금하면 알아서 공부해보라는 색은 기성세대로서 차마 할 일은 아니다... 

 조선의 마녀 사냥의 대상은 무당이었다. 그러나 조선의 무당들이 한 역할은 생각보다 뜻깊다.  조선의 무당들은 당시 국립 의료기관인 활인서에서 의료인으로 활동을 했던 것이다. 물론 비과학적인 측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들이 국립의료인으로 그 역할을 했다는 점은 간과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의 역사 중 일부이니까...  

 조선의 대세가 유교였던지라 억울하기 그지없었던 백정과 신분 차별의 설움을 겪었던 대부분의 계층들이 사실상 조선의 힘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그들에게 지배층은 해도 너무했다. 외국의 경우와는 달리 국가에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소위 양반들은 꽁무니를 빼는 형국이고, 가혹한 차별로 설움받으며 때로는 배고파 굶어죽어가던 백성들은 나라를 구하고자 분연히 일어서 그 목숨 아까운줄 모르고 적과 전쟁을 치루었던 형국이 조선이다... 

지배는 사대부가 했으되, 그 보존은 백성의 커다란 공이 있으니 조선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럴 생각이 있는 독자에게 좋은 역사 공부가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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