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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원의 완간 고려왕조실록 - 상 - 전기 왕권시대(918∼1170) ㅣ 우리역사 진실 찾기 3
백지원 지음 / 진명출판사 / 2010년 4월
평점 :
저자가 현재까지 출간한 도서가 비록 몇 권에 불과하지만 모두 다 읽어보았다. 저자의 역사서를 서술하는 방식은 어떤 독자에게는 반감을...또다른 독자에게는 호감을 주고 있다. 팬과 안티를 모두 가지고 있는 저자...(연예인도 아니고 ㅠㅠ) 어떤 독자는 저자를 형편없는 역사관을 가진 자라고 평하기도 한다.
그러면 저자의 역사서를 두고 왜 이런 일이 있게 된 것일까... 다음과 같은 이유는 아닐까...
1) 비호감의 관점 : 독자에게 때로 수치심을 느끼게한다...(제 얼굴에 침밷고 싶으냐?)
백지원의 역사서를 읽는 독자들은 불쾌함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것에 대한 애착으로 인하여 역사와 그 의의를 부풀려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가 더욱 자랑스럽기를 바라는 마음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저자의 입바른 소리 한 대목을 대략 요약해보면....
윤관의 여진 정벌이 대표적인 예 일 것이다. 국사 교과서에 나오는 윤관의 여진 정벌과 9성 축조는 결과적으로 실패작이었다. 1년 6개월 후에 9성을 돌려주게되는데, 그 후 10년 뒤에 고려가 되려 신하의 예를 갖추게 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땅을 되돌려주는 것도 고려의 커다란 실수였는데 거기다가 피땀흘려 만든 아홉개의 성까지 만들어 준 셈이었다. 결국 여진의 국방을 튼튼하게 해준 셈인데 그 댓가는 여진이 신하의 예를 갖추라고 고려를 겁박했으며 고려는 끝내 신하의 예를 다하겠다고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17만명이라는 엄청난 군대를 데리고 정벌에 나선 윤관은 2-3만 정도의 여진군에게 철저히 패하고 돌아왔던 것이다. 그 후, 여진은 돌려받은 9성을 토대로 6년 후 금을 건국하고, 요와 북송을 차례로 멸망시키고, 아버지의 나라로 떠받들던 고려까지 복속기켜 북방의 최강자도 올라서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몇몇 역사에 입바른 소리를 자주 하고 있다. 앞서 출간한 '왕을 참하라'와 '조일전쟁'등에서 저자가 보여준 내용들은 이런 입바른 소리로 가득하다.
조선에서 발간한 '고려사'와 '고려사 절요'중에는 역사 왜곡이 심각한 거의 '소설'에 가까운 내용들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조선사에서도 마찬가지 언급을 했었다. 선조실록과 수정 선조실록을 편찬하는 과정과 그 왜곡의 심각성을 저자의 표현을 빌지만 '침이 튀기도록' 열을 내면서 언급한 적이 있다.
밥값한 왕이 조선에서 딱 두분이라는 표현도 독자에게는 사실상 거칠게 다가온다. 실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던 나와 같은 독자에게는 이 백지원이야말로 말로 역사의 왜곡자 처럼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 심지어 밥값하는 왕을 운운하다보니 때로 독자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 선조들의 왕이 아니냐 이거다...지 애비를 욕하는거나 다를바가뭐냐 뭐 이런 식...
누군가가 자신이 알고 있던 역사 지식과 다른 견해를 드러낼 때 사람들은 보통 반감을 가지기 쉽다. 실제로 내가 알고 있었던 내용이 사실과 달랐으며, 상대방의 주장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게되면 이제는 다른 내용으로 그 불쾌감을 드러내기 쉽상이다. 말투가 기분이 나쁘다, 혹은 표현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등으로 출발하여 결국 사관까지 상처를 내게되는 것이다. 고려사를 저술하면서도 이와 같은 빌미의 표현들은 다시 등장한다. 이 책에서도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역시 고려왕 중에서 밥값 제대로한 왕의 숫자는 조선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써있다..
또한 왕건이 건국한 고려에 대해서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이 꽤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5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유지해간 나라가 실상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우리의 고려는 자긍심을 갖을 만도 하다. 그런데 저자는 왕권을 제대로 행사한 것은 겨우 250년 정도에 불과하며 '원의 간섭기'를 '원의 식민지시대'라는 충격을 줄법한 발언을 서슴치 않고 있다. 이 또한 독자에게는 수치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한 수위가 아닐까 생각한다.
비호감의 입장을 다시 요약해보면,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제 얼굴에 침을 밷고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은 우리의 역사를 깍아 내려 좋을게 무어냐는 생각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말하는 듯 하다, "내 얼굴에 침을 받으마"라고...
2) 호감의 관점 :
① 저서의 서술 방식이 좋다.
과거 출간 도서도 그러하지만 고려왕조실록에서 보여준 저자의 서술방식이 흥미롭다. 여기서 흥미롭다는 것은 방식이 새롭다는 의미이다. 기존의 국사 교과서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역사서들은 한마디로 '딱딱하다고 지루하다'는 것이다. 역사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독자가 아니라면 읽어내리기가 여간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저자가 내용을 파트별로 세분화하여 구별하기 좋고, 읽기좋도록 했을 뿐 아니라 과거 역사책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흥미로운 필체(문체)를 사용하고 있다.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건의 두서가 자연스러워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한마디로 술술 읽히는 역사서라는 것이다. 술술읽히는 역사서는 역사서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이미지는 아니다. 그런데 저자의 책들은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내려갈 수 있도록 했다. 특별한 역사적 배경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은 대한 민국의 국민이라도 누구나 편안하게 읽어 갈 수 있는 특징을 이책은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이 가진 최대의 장점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다루고 있는 내용이 쉽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고려사에서 독자가 알아야할 방대하고 세부적인 사항까지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어 그 내용이 적지 않다.
이 책이 주는 역사적 사실이나 지식이 허술한 것이 절대로 아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더 상세하고도 맥락을 이해하기에 더 좋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 서술하였다고 본다.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장점이라고 본다. 역사서 라고 하면 흔히 내용을 애써 암기해야 하다는 인식이 우리의 인식이라고 본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대부분의 기존 인식을 바꾸어버렸다. 역사도 흥미로운 분야라고 저자는 저서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톤은 책을 읽다가 괜히 사람을 낄낄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옆에 있던 가족들이 쳐다본다...의아해 하면서...
② 단순하게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을 접근하기가 매우 좋도록 쓰고 있다.
예를 들자면, 문익점이 가져온 목화씨는 원나라의 반출 금지 품목도 아니었고, 붓대에 숨겨 왔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문익점은 장인 정천익에게 그 씨를 주어 시험재배토록 당부하고 여러번 실패 끝에 성공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당시에 실을 뽑아 낼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 하여 문익점은 손자인 '문래'에게 실을 뽑는 기계를 개발토록 한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방추거'라는 실뽑는 기계를 만들었다. 게다가 문래의 동생 '문영'은 천을 짜는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 역사는 이들의 공적을 이름으로 남겨주고 있는데 문래의 이름을 딴 '물레', 문영의 이름을 딴 '무명'이 바로 그것이다. 매우 흥미로운 사실들을 통해 전달하려는 의도가 매우 좋고 기억하기에도 휠씬 수월하다.
이렇듯 저자는 독자에게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아 주며 편안하게 전달하고 있을 뿐 더러, 아하..그래서 '물레'요, '무명'이었구나 하고 이해하게 만든다. 이와 같은 서술들은 읽는 내내 발견할 수 있는 한 가지 '예'일 뿐이다. 대수롭지 않은 듯 보이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 느낌이 완연하게 다르게 다가온다. 이해가 그 얼마나 쉬운가. 마치 재미난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 하지 않은가?
③ 흥미를 배가시키는 요인이 있다.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최무선이 화약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그린 끝에, 그 화약은 질산칼륨 75%, 유황 10%, 목탄 15% 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수치가 얼마나 정확한 수치 인지는 독자인 나로서도 확인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자세한 설명은 독자의 이해를 도우며 독서의 흥미를 배가시켜주는 요인들임에는 분명하다. 솔직히 이렇게 마음에 드는 역사서는 난생 처음이다.
'직지심경'의 예는 더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이 책(직지심경)의 출간 시기는 '상정 고금예문'이 간행된 고려 고종 21년보다 143년아니 뒤진 것이기는 하지만,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본보다는 73년이나 빠르다...라고 적고 있다. 사건과 사건의 거리감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설명이라고 하겠다. 사건의 질서를 파악하는데 이와 같은 설명은 매우 빠르게 다가온다. 빼곡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독서의 속도를 낼 수 있게 하는 중요 요인이랄 수 있다. 장점이다 분명...
여하튼, 이 책은 단점 보다는 그 장점이 훨씬더 많고 내용도 매우 우수하다. 거침 없는 표현이 단점이라 한다면, 정확한 수치와 거리감을 제대로 파악 할 수 있고, 맥락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서술한 사건들의 조명은 그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역사서의 저술 방식이다. 이 책이 대단히 만족스러운 이유이다.
이런 덕분에 역사의 기록으로 가득한 이 책을 흥미를 가지고 그야말로 편안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고 본다. 내용이 그 어떤 도서보다 탄탄함에도 불구하고 소설도 아닌 역사서를 이런식으로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은 역시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늘 생각하게 된 것은 저자가 우리의 역사를 가감없이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제얼굴에 침밷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는 내용들은 실제로 진실인 경우가 많다. 역사서를 읽으며 알게된 것 중 하나이다. 단지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에 부풀려지는 그런 일은 역사가의 일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역사 왜곡을 당연한 듯이 쓰고 있는 역사학자들의 저서를 때로 만나기도 했다. 그때의 분노는 부풀려진 역사의 진실의 고백하는 일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입장은 주류도 아니요 ,비주류도 아닌 듯하다. 자유로운 존재의 역사가...그 누구와의 관계를 연연해하지 않는 집시와도 같은 느낌을 준다. 차라리 이 점이 역사서를 지금처럼 서술 할 수 있게한 원동력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눈치 저눈치 안보고 역사서를 서술하다보니 입바른 소리 많이 한다. 그러나 그 입바른 소리는 진실에 가까울 수가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책이 주는 의의는 매우 크다고 본다. 저자는 나를 실망 시키지 않았다...
더우기, 이 책을 통하여 많은 독자들이 '역사는 재미없는 분야'라는 인식을 탈피하고 우리 역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었으면 한다...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은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역사 인식이 발전하고 관심을 더 많이 가지게 된다면 나는 이를 저자의 공으로 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