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중나선 - 생명에 대한 호기심으로 DNA를 발견한 이야기 ㅣ 궁리하는 과학 1
제임스 D. 왓슨 지음, 최돈찬 옮김 / 궁리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과학과는 거리감이 있는 내가 읽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 때문이다. 라디오를 듣고 있었는데 어느 의사분이 읽어볼만한 도서로 추천을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과학도가 되려는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좋은 책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현대에 들어서 DNA의 연구는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을 만큼 깊은 연구가 된 상태이고, 때로는 윤리적인 찬반을 불러 일으키며 뜨거운 감자나 다름없는 분야가 되었다. DNA 구조의 발견에 대해서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상황이라 여긴다.
같은 일을 하고도 누가 더 유명해지느냐는 참으로 사소한 일에서 오는 지도 모른다. 달에 착륙한 사람으로 영원히 기억되는 사람은 암스트롱이다. 달에 먼저 발을 내디뎠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마찬가지로 왓슨이 더 유명해진 이유는 논문 작성을 마친 후, 동전을 던져 저자의 순서를 정리하기로 했을 때, 신이 왓슨의 손을 들어준 덕분이기도 하다. 물론 크릭은 책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지만....
독후감을 쓰게 된 배경은 두가지 이유에서다.
1) 장비의 중요성 - 노벨상의 주요 덕목
DNA의 구조를 발견하기 위한 과학자들은 연구실과 발표장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보면 DNA 연구의 초기 단계에서 과학자들이 그 얼마나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는지 잘 알 수 있다. DNA의 기본적인 정체를 아예 모르고 있었다고나 할까....거의 모든 것들의 초기 단계가 그러하겠지만 DNA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던 중, 특히 DNA를 찍은 X선 회절 사진은 매우 흥미로운 대목인데, 이는 연구에 필요로하는 장비를 갖추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준다.
대상을 연구하고 가설을 세우면 그것을 확인해줄 알맞은 성능을 가진 실험장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적절한 장비가 없어 왓슨은 한동안 애를 먹는다. 다른 과학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였다.
일본에서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가 16인 이상이라고 한다. 더불어 2050년까지 노벨상 수상자를 50명으로 목표를 잡고있다고 하니, 이는 질적으로 매우 우수한 실험 장비를 갖춘 덕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일본은 130여개에 달하는 입자가속기를 보유하고 있다. 입자가속기는 전자(e) 및 양성자(p) 같은 하전입자를 강력한 전기장이나 자기장 속에서 가속시켜 큰 운동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장치인데 입자의 속도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시킬 수 있다.
이는 현대 물리학의 첨단으로 이를 이용하면 입자의 초미세영역을 볼수 있어서 연구에 대단히 필수적인 장비라고 한다. 그런 최 첨단 장비를 일본은 13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몇대의 가속기를 보유하고 있을까....정확히 1대이다. 포항공대의 홈페이지에 가보니 1994년 준공했다고 써있다. 이 수치는 과연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일본은 노벨상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었고 우리는 준비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또 다른 의미는 일본과 한국이 노벨상을 받을 비율은 130: 1 인 것이다. 더우기, 그 경제적 효과가 어마어마 하다니 우리도 가속기를 더 많이 이용하여 연구에 보탬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노벨상을 받는 자체가 중요한 목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만큼 연구의 환경이 중요하다는 뜻이며 노력한 만큼의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여건은 바로 장비라는 뜻이다. 이러한 장비에 국가적인 지원을 하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 로잘린드 프랭클린
사실 왓슨과 크릭의 연구에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한 사람은 바로 로잘린드 프랭클린이었다. 사진으로 보면 상당한 미모를 가진 여성이었는데 연구에만 몰두하는 뭐랄까...고지식한 분이었다. 한성질 하는 연구원으로서 로잘린드 프랭클린은 왓슨과 크릭의 실험에 날카로운 지적을 함과 동시에 자신만의 연구로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녀는 연구에만 몰두한 나머지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않아 먼저 유명을 달리하게된다.
우리는 언제나 드러난 영웅만을 조명하는 경향이 있다. 영웅은 헐리우드의 영화에서처럼 혼자서 무엇인가를 하는 그런 사람이 절대로 아니다. 헐리우드식 영웅은 모든 것을 죄다 혼자서 한다. 수퍼맨이 그러하고, 스파이더맨이나 헐크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는 결코 교육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DNA의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다. 왓슨 혼자서 모든 영예를 차지 하는 듯하다. 물론 왓슨에게 불만이 있다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다. 크릭이나, 왓슨에게 저서로 단서를 제공한 폴링, 무언의 경쟁자 윌킨스등은 아예 거론도 되지 않는 이상황이 불만인 것이다. 한동안 티비 개그에서는 '1등만 기억하는 ***세상!!!" 이라는 외침이 인기였다. 왓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왓슨만 기억하는 *** 세상^" 로잘린드 프랭클린은 왓슨 못지 않은 공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녀가 수상 때까지 살아만 있었어도 우리는 그녀의 이름을 기억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로잘린드 프랭클린 이 저자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겠는가...
마지막으로, 이 책은 왓슨, 크릭 그리고 로잘린드 프랭클린이 어떻게 연구를 하며, 그당시의 학계는 어떠했고,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었는지 아주 잘 살펴주는 책이다. 학계의 분위기가 어떤 것인지도 미래의 과학도들에게 전달 해줄 수 있다고 본다. 이는 미래의 학도들에게 꿈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계기와 동기를 준다는 점에 있어서 좋은 도서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