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2 ㅣ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2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06년 4월
평점 :
이 책에서도 여러 음악가과 보석같은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그 어느 하나 흥미롭지 않은 것이 없다. 한 장을 읽고 나면 그 다음장에 대한 궁금증을 참아 낼 길이 없다. 그런 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눈에 띈 두 대목은 우리 나라의 첼리스트 박경숙과 디누 리파티이다...
우선 첼리스트 박경숙씨는 음반을 위해서 러시아로 간 후, 러시아을 알기 위해서 영하 40도가 넘는 거리를 걷거나, 지하철을 타고, 시장에도 갔으며, 홀로 강둑도 걷는...그야말로 내면에서 흘러 나와야 할 것들은 그렇게 하도록 하기위해 노력한다. 그녀는 끊임없이 경험하고, 느끼고 연습하며 스스로 '러시아 여자'로 새롭게 태어났다. 음반을 탄생시키기 위해 그녀는 연주 자체뿐 아니라 그 내면을 담아내기 위한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그녀의 음반을 들을 땐, 언제나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러시아의 추위 속에 거리를 거닐거나, 러시아 로망스를 중얼거리며 검은 코트를 걸치고 러시아 여자가 되기 위한 과정들이 떠오른다... 하나의 음반이 탄생은 그토록 처절한 과정을 겪었다고 한다... 그런 음반을 듣는 나는 언제나 박경숙의 일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은 디누 리파티 이다...
디누 리파티는 그만의 투명한 서정성과 아련한 시정으로 끌어들이는 마력을 가진 연주가라 한다. 높은 품격의 영롱하고 고귀한 아름다움이 배어나는 그의 연주는 그를 차별시켜주는 그만의 특징이라고 박종호 선생은 쓰고있다.
흔히들 사람들은 디누 리파티가 마지막으로 연주한 쇼팽의 왈츠를 '브장송 고별 연주'라고 한다. 그가 브장송에서 연주를 하기로 한 때는 이미 와병중이었다. 32세의 젊은 나이였지만 그토록 병약한 상태로는 연주를 할 수 없다며 의사는 물론 주변의 모든 이들이 만류했다. 그러나 리파티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며 연주를 고집했다. 그는 브장송에서 쇼팽의 왈츠를 연주하기로 되어있었다.. 쇼팽의 연주를 자신만의 연주 순서로 차례 차례 연주해 나갔다.
마지막으로 '화려한 왈츠'를 연주할 차례가 되었다.. 그는 이 마지막 남은 연주를 하기위해 힘든 숨을 고르고 있었다. 관객들도 숨을 죽이며 리파티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리파티는 천천히 그의 손을 건반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연주를 시작했다...그런데 이곡은 연주하기로 되어있었던 곡이 아니었다. 그 곡은 다름 아닌, 바흐의 칸타타 '주 예수는 나의 기쁨'이라는 전혀 다른 곡이었던 것이다.. 그냥 들어도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운 이 곡을 리파티는 연주하기 시작한 것이다...관객들은 이 뜻밖의 사고에 놀랐지만 바흐의 아름다운 선율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그러면 왜 리파티는 엉뚱한 이 곡을 연주하게 되었을까...
리파티는 연주를 하면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연주하기로 약속한 곡을 자신이 모두다 연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약속한 곡을 마저 칠 여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죽어가면서 온 힘을 다하여 그렇게 '주 예수는 나의 기쁨'으로 대신했다. 그렇게 그는 꽃다운 3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음악을 통하여, 아니 음악가 리파티를 통하여, 우리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려 죽을 힘을 다하며 쓰러져간 한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내가 약속한 것들을 상기하며 더불어 리파티를 기억할 것이다...
음반을 위하여 혹독한 과정을 거친 박경숙씨나, 약속을 지켜내면서, 끝내는 죽어가면서 연주를 한 리파티를 우리는 이 책에서 만나 볼 수가 있다. 눈시울을 적시지 않고는 차마 읽어내릴 수가 없다. 이런 귀한 내용으로 독자와 클래식의 거리를 좁혀준 저자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