蛺蝶 협접
 
                                                              罗邺  나업


                  草色花光小院明 (초색화광소원명)
                  이름 모를 화초들이 가득한 따사로운 작은 정원


                   短墻飛過勢便經 (단장비과세편경)
                   나비 한마리 담장을 사뿐히 넘네


                   粉蝶高高別有情 (분접고고별유정)
                   분홍 나비 사뿐사뿐 다정도하다


                   俗說義妻衣化狀 (속설의처의화상)
                   속설로는 절개지킨 여인의 옷이 변하였다 하고


                   書稱傲吏夢彰名 (서칭오리몽창명)
                   책에서는 지체 높은 관리가 표창하였다 하네


                   四時羨爾尋芳去 (사시이이심방거)
                   오래도록 그 여인을 사모하여 찾아다녔는데


                   長傍佳人襟袖行 (장방가인금수행)
                    그 여인이 저 멀리 소매 날리며 날아가네


※ 이 시는 당나라의 시인 나업의 작품인데 희안하게도 중국의 시집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고, 우리나라의 시선집에서만 전해온다고 한다.





간혹 남녀간의 러브스토리에  나비가 등장한다. 
男이 나비가 되기도 하고 女가 나비가 되기도 한다. 

국내 가요 중 하나에서는 '너는 죽어 꽃이 되고 나는 죽어 나비되어', 뭐 이런 가사가 있다. 여기서 나비는 男이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게이샤와 미국인 장교간의 사랑을 주제로한 '나비부인' 이라는 제목의 예술이 탄생했다. 곡을 쓴 냥반은 푸치니라는 서양인이지만 말이다.
서양에서 나비는 '불멸' 혹은 '영혼' 을 상징하고, 동양에서는 '부귀, 장수'등을 의미한다고 한다.
푸치니가 여주인공에게 '나비' 라는 이름을 준것은 아마도 서양의 예술이 가지는 나비의 상징성에 있지 싶다.


어째거나 한국이나 일본의 러브스토리를 얘기 하려던 것이 아니라 듕국의 그것을 이야기하려다가 이지경이 되었다.

듕국에는 서양의 '로미오와 줄리엣' 못지 않은, 
어쩌면 훨씬 더 숙성된 러브스토리가 전해온다. 
다른 표현이 영 떠오르질 않아 이렇게 쓰고 만다. 

 
ㅡ 사건 당시 나이
줄리엣 13세, 로미오도 10대
영대씨 19세, 산백씨는 모름
(서로 만난 것은 영대씨가 16세 되던 해)

ㅡ 연애기간 
로미오, 줄리엣, 4박 5일
산백씨, 영대씨,  만 3년

ㅡ 만남의 계기
로미오 줄리엣, 놀러가서
산백씨 영대씨, 공부하러가서

(그러고 보니 성춘향의 나이도 16세 였다. 여기는 몽룡씨와 부부의 연도 맺는다.
전설의 리브스토리는 그러고 보니 요즘으로 치면 죄다 중학생, 고등학생인 셈이다. 
아 글쎄 영주와 현이도 서로 사랑하여 아이를 가졌는데 고등학생들이 아니던가?) 


그 주인공들은 양산백과 축영대, 라는 인물들이다.

서극감독이던가? 아마도 그런것 같은데, 
서극은 이 두 사람이 주인공인 '양축' 이라는 영화도 만들었던 것이다. 
아, 이 영화는 보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낫다. 

또 어째거나 양산백과 축영대는 일단 서로를 알게된 기간이 3년 인데다가, 
연모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가진 스토리다.

스토리가 그러하듯
양산백은 집안이 변변치 못한 탓인지 영대씨에게 청혼을 못했고, 
영대씨가 다른 집으로 시집가게 된 사실을 알고는 시름시름 앓다가 그만 죽고만다.


동양과 서양의 감정 표현기법이 이렇듯 다르다. 
서양의 사랑은 적극적이며 
그야말로 죽음도 두려 워하지 않고, 또 불꽃처럼 타오른다.
반면 동양은 은근한 장작불을 지피듯 하다가는, 
그만 병이들어 죽고마는 식이다.


혼례를 치르러 가던 날, 스토리가 또 그러하듯 영대씨는 하필이면 산백씨의 무덤을 지나게 된다. 황진이도 자신때문에 상사병에 걸려 죽은 사내의 무덤을 지나다가 결심한 바가 있다고 전한다. 


영대씨도 결심하기를 산백씨의 무덤에 뛰어들기로 한것이다. 왜냐면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산백씨의 무덤이 갈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영원히 함께하자던 둘의 약속을 지키기라도 하듯 죽은 산백씨에게 다가갔고 둘이는 곧 나비가 되어 세상밖으로 날아가버렸다.


지고한 사랑에 감동을 받았는지 당나라 시인 나업은 이들의 사랑에 관한 시를 남겼던 것이었다. 부디, 다시 태어나거든 부부로 태어나시오....

어쩌면 몇번을 다시 태어나 부부로 만났을 것이다. 
고유의 성별은 장담 못하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