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봉은 1년 6개월 동안 토굴에 들어가 용맹정진 했다.  
드디어 나와서는 스승에게 오도송을 전해드렸다. 

스승인 석두 스님은 그자리에서 전송을 읊는다.
그 전송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春室百化爲開誰 (춘실백화위개수)
                온갖꽃 누구를 위해 피는고


                東行不見西行利 (동행불견서행리)
                동으로 가면서 서쪽으로 가는 이익보지 못하네
 

                白頭子就黑頭父 (백두자취흑두부)
                흰머리 자식이 검은 머리 아비에게 나아가니


                兩個泥牛戰入海 (양개니우전입해)
                두마리 진흑소가 싸우다 바다에 들어간다

                    (사적으로, 위의 利의 뜻을 알 길이 없다)



효봉이 토굴안으로 들어가기 전,
사미승에게 공양은 하루 한끼니만 가져다 달라고 부탁 했다.
 
겨울이 지난 어느 봄 날, 
공양을 가지고 갔던 사미승은 깜짝 놀랐다. 
어제의 공양이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놀란 사미승이 말했다.
왜 공양을 드시지 않으셨습니까 스님, 예?

그러나 토굴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들리시옵니까요 스님?
왜 공양을 한술도 뜨지 않으셨습니까요 스님?
예, 스님? 스님? 스님~~~!!

그러나 안에서는 대답도 인기척도 없었다.
사미승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불길한 생각이 들었던 사미승은 돌로 벽을 치며 스님을 불렀다.
스님, 스님!!! 대답좀 해보세요 스님!


그때,
어허ㅡ 오늘은 왜 이리 야단인고? 
스님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안도한 사미승이 말했다.
아이고, 살아 계셨군요 스님!
어찌 공양을 한 술도 드시지 않으셨습니까요 스님?

그게 무슨 말이던고?

어제 공양이 그대로이니 어찌된 일인지 여쭙는 것이옵니다 스님.

공양은 하루 한끼면 된다고 했거늘, 
어쩌자고 하루에 두번 올라와 소란을 피우는고?

아닙니다요 스님, 
이 공양 그릇은 분명 어제 가져다 놓은 것입니다!


그러자 스님이, 
아니다 오늘 너는 두번 왔을것이다, 라고 하셨다.


효봉의 상태가 걱정이된 사미승은 이 소식을 석두스님께 아뢰었다. 
스님께서 저러시다가 정신이 바르지 않게되는 것은 아닐까요?


아니다. 걱정할 일이 아니다. 
선정 삼매에 들면 해가 뜨는 것도 모르고 해가 지는 것도 모르게 되나니, 
이런 경지에 이르러야 참선 삼매에 들었다 할 것이니라.
그러니 기뻐 해야할 일이니라... 
라고 석두스님은 말씀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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