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과연 디스토피아일까?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일본 애니메이션 전통의 하나인, 전쟁 후 황폐해진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대 산업문명"의 붕괴 후 황폐해진 지구에는 오염되어 마스크를 써야만 하는 '부해'라는 숲이 점점 영역을 넓히고 있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써야만 하는 현재의 상황과 겹쳐 굉장히 공감이 가는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우리보다 더 나은 것이, 부해 밖에서는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


다양한 인간 군상과 액션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어 준다. 1984년 작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와 함께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결국 공감compassion을 통한 구원이라는 메시지를 이 작품은 전해 주는데, 너무 감성에만 치우친 것일까. 이성과 감성 중 이성이 세상을 망하게 했으니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디스토피아를 피하기 위해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가 이성(과학)이라는 주장을 하는 책이 있다. 칼 세이건의 부인이었던 앤 드리앤의 최근작 <코스모스 - 가능한 세계들>이다.















한국어판 서문이 특별히 있는 이 책은, 우리가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세계는 디스토피아를 향해 간다고 말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세상을 위해 다양한 기여를 한 '영웅'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맹성과 행동을 촉구하는 것이 이 책의 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겠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의 영혼을 계승했다는 문구가 책 뒷면에 있는데, 구성이나 이야기 전개 방식, 다루는 주제가 상당히 유사해서 동감하게 된다. 이미 고인이 된 칼 세이건에게 바치는 사랑의 헌사이자 우리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역사를 살펴 보면, 전지구적 전염병의 유행이나 전쟁의 위험을 인류는 그래도 모두 넘기며 멸종을 피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우리 손에 쥐고 있는 기술이라는 장난감을 우리를 파괴하는데 사용하지 않고 유용한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정치 지도자가 매우 중요하며, 좋은 정치 지도자를 고르고 압력을 가하는 시민들의 역할과 깨달음이 핵심적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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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라는 글이 중앙일보에 연재되고 있다. 어제 자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은 건 6·25전쟁 때문'이라는 글이 올라왔다[1].


https://news.joins.com/article/23817079?cloc=joongang-mhome-group56


여기에 이런 대목이 있다.


미국은 한동안 득보다 실이 컸다. 우방인 한국을 포기하지 않는 바람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조직과 나토군 사령부 설립이 순조로웠다. 새로 탄생한 중화인민공화국을 적대시한 것은 전략상 착오였다. 미·소 냉전 시절 미국은 적이 적을수록 유리했다. 북의 남침과 거의 동시에 대만해협을 봉쇄하고, 인천상륙작전 성공에 도취한 나머지 38선을 넘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적당한 선에서 그치는 것이 현명했다. 압록강까지 진출하지 않았더라면 중국도 참전을 쉽게 결정할 이유가 없었다. 


"압록강까지 진출하지 않았더라면 중국도 참전을 쉽게 결정할 이유가 없었다."라는 문장은 완벽한 오류이다. 국군이 압록강에 도달했을 때는 이미 중공군이 압록강을 넘어온 이후였다. 국군이 압록강에 도달한 것은 1950년 10월 26일이다. 마오쩌둥은 국군이 38선을 돌파한 직후인 10월 2일 이미 참전을 결정했으며, 10월 16일부터 중공군 선발대가 압록강을 건너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이런 식의 주장으로 얻는 것은 무엇인가. 저자의 다른 글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저자의 의도는 미국의 실책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명백한 사실마저 왜곡한다면 오히려 그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소위 중앙 일간지에 이 정도의 역사적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이런 글을 그대로 싣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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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을 읽어보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은 건 6·25전쟁 때문이었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 3차 세계대전 얘기가 나오는 것은 다음 한 문단 뿐이다.


정전 후 서구에 떠돈 일화가 있었다. “트루먼의 측근이 신기 내린 집시 무당을 찾아갔다. 이 여인은 1952년에 소련과 전쟁이 벌어진다고 예언했다. 한국 덕에 미·소 전쟁이 무산됐다.” 무당의 예언이 아니더라도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6·25전쟁 때문이었다.


무당의 예언이 틀린 것이 주장의 근거가 되는가? "무당의 예언이 아니더라도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6·25전쟁 때문이었다."라는 주장의 근거는 글의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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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라이프 2020-07-05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루먼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서거하면서 외교 정책 전반을 자신이 직접 챙겼던 그의 특성으로 인해 트루먼에게 제대로 된 인수인계가 되지 않았던 점은 확실히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루즈벨트의 부인이 앞으로 트루먼이 걱정이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었죠. 그리고 한국전쟁의 조속한 미군의 참전은 트루먼의 강력한 의지였고 공산주의자들의 도발을 용인하기에는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서유럽의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었기에 에치슨 라인과는 상관없이 즉각 결단을 내린것이죠. 블루님의 의견과 동의하는 부분은 사실 요즘은 공개된 외교문서가 많아서 조금만 찾아보면 중공군 개입과 관련된 문제도 확인할 수 있었을텐데 이 책 저자가 그 부분은 소홀히 한 모양이네요. 하여튼 쓰신 글 잘 봤습니다 ^^

blueyonder 2020-07-05 18:19   좋아요 0 | URL
댓글 감사합니다. 주신 의견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돌이킬 수 있는
문목하 지음 / 아작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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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타일은 아님. <X-Men>과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결합. 더하기 <어바웃 타임> 플러스 <인터스텔라>? 끝까지는 읽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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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Reborn: From the Crisis in Physics to the Future of the Universe (Paperback) - 『리 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원서
Lee Smolin / Mariner Books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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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과학사를 생각해 보면 두 가지 전통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첫 번째, 주류는 플라톤주의자들이다. 이들은 변하는 세상을 변하지 않는 원리로 이해하고자 한다. 구질구질한 일상을 넘어서는 변하지 않는 진리... 이 매력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다.


두 번째, 비주류는 세상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다. 헤라클레이토스가 원조라고 할 수 있겠다. 이들은 변하지 않는 원리에서 위로를 얻지 않고 용감하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주장한다.


스몰린은 분명히 헤라클레이토스적 전통을 이어받은 것처럼 보인다. 현재의 물리학계는 변하는 세상을 변하지 않는 법칙으로 설명하자는 플라톤주의가 주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 방법이 여러 문제에 봉착한 지금, 다시 한 번 헤라클레이토스적 전통을 되살리는 스몰린의 주장은 매우 용감하고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주류 물리학계의 주장은 어떠한 경로를 거치더라도 결국 우주는 열적 평형(죽음)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스몰린은 우주의 미래가 열려 있으며 그 운명은 어떠한 경로(역사)가 펼쳐지는가에 따라 다르다고 주장한다. 주류 물리학계가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 물리 법칙을 상정하는데 반해, 스몰린은 물리 법칙조차도 우주의 진화에 따라 변화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 시간이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그의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의 다음 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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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blueyonder > 세월이 가면...

오늘도 결국 역사 속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이다. 그게 묘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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