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과학사를 생각해 보면 두 가지 전통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첫 번째, 주류는 플라톤주의자들이다. 이들은 변하는 세상을 변하지 않는 원리로 이해하고자 한다. 구질구질한 일상을 넘어서는 변하지 않는 진리... 이 매력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다.
두 번째, 비주류는 세상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다. 헤라클레이토스가 원조라고 할 수 있겠다. 이들은 변하지 않는 원리에서 위로를 얻지 않고 용감하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주장한다.
스몰린은 분명히 헤라클레이토스적 전통을 이어받은 것처럼 보인다. 현재의 물리학계는 변하는 세상을 변하지 않는 법칙으로 설명하자는 플라톤주의가 주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 방법이 여러 문제에 봉착한 지금, 다시 한 번 헤라클레이토스적 전통을 되살리는 스몰린의 주장은 매우 용감하고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주류 물리학계의 주장은 어떠한 경로를 거치더라도 결국 우주는 열적 평형(죽음)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스몰린은 우주의 미래가 열려 있으며 그 운명은 어떠한 경로(역사)가 펼쳐지는가에 따라 다르다고 주장한다. 주류 물리학계가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 물리 법칙을 상정하는데 반해, 스몰린은 물리 법칙조차도 우주의 진화에 따라 변화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 시간이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그의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의 다음 책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