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라는 글이 중앙일보에 연재되고 있다. 어제 자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은 건 6·25전쟁 때문'이라는 글이 올라왔다[1].
https://news.joins.com/article/23817079?cloc=joongang-mhome-group56
여기에 이런 대목이 있다.
미국은 한동안 득보다 실이 컸다. 우방인 한국을 포기하지 않는 바람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조직과 나토군 사령부 설립이 순조로웠다. 새로 탄생한 중화인민공화국을 적대시한 것은 전략상 착오였다. 미·소 냉전 시절 미국은 적이 적을수록 유리했다. 북의 남침과 거의 동시에 대만해협을 봉쇄하고, 인천상륙작전 성공에 도취한 나머지 38선을 넘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적당한 선에서 그치는 것이 현명했다. 압록강까지 진출하지 않았더라면 중국도 참전을 쉽게 결정할 이유가 없었다.
"압록강까지 진출하지 않았더라면 중국도 참전을 쉽게 결정할 이유가 없었다."라는 문장은 완벽한 오류이다. 국군이 압록강에 도달했을 때는 이미 중공군이 압록강을 넘어온 이후였다. 국군이 압록강에 도달한 것은 1950년 10월 26일이다. 마오쩌둥은 국군이 38선을 돌파한 직후인 10월 2일 이미 참전을 결정했으며, 10월 16일부터 중공군 선발대가 압록강을 건너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이런 식의 주장으로 얻는 것은 무엇인가. 저자의 다른 글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저자의 의도는 미국의 실책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명백한 사실마저 왜곡한다면 오히려 그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소위 중앙 일간지에 이 정도의 역사적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이런 글을 그대로 싣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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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을 읽어보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은 건 6·25전쟁 때문이었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 3차 세계대전 얘기가 나오는 것은 다음 한 문단 뿐이다.
정전 후 서구에 떠돈 일화가 있었다. “트루먼의 측근이 신기 내린 집시 무당을 찾아갔다. 이 여인은 1952년에 소련과 전쟁이 벌어진다고 예언했다. 한국 덕에 미·소 전쟁이 무산됐다.” 무당의 예언이 아니더라도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6·25전쟁 때문이었다.
무당의 예언이 틀린 것이 주장의 근거가 되는가? "무당의 예언이 아니더라도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6·25전쟁 때문이었다."라는 주장의 근거는 글의 어디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