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블랙홀의 특이점(singularity)을 불편하게 여긴 일군의 물리학자들이 새로운 다중우주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고 한다(New Scientist 2017.1.21호). 미국 코네티컷 뉴헤이븐 대학의 포플라프스키Poplawski 교수와 동료들이 이들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블랙홀의 중심에는 크기가 '0'이고 밀도는 '무한대'이며 '무한히' 뜨거운 '특이점'이 존재한다. '무한'이라는 것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인데, 아인슈타인조차도 이러한 특이점은 실제로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포플라프스키 교수는 이러한 특이점을 없애기 위한 연구를 하다가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즉, 블랙홀 내의 물질은 한 점(크기가 '0')으로 붕괴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장벽을 만나 다시 팽창한다. 하지만 물질이 블랙홀 밖으로 나갈 수는 없으므로, 이 물질은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빅뱅'이 아니라 '빅바운스'라는 것이다. (예전에도 '빅바운스'라는 얘기는 있었지만, 그 때는 우주의 팽창이 멈춰 다시 수축이 이뤄질 경우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주가 가속팽창을 한다는 것이 발견되면서 사라졌던 얘기였는데, 블랙홀에서 다시 부활했다.)
이러한 '빅바운스'는 현재의 관측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빅뱅 후의 인플레이션(급팽창)도 필요 없게 한다고 한다. 포플라프스키 교수는 만약 우리 우주도 블랙홀 내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할 경우 필요한 블랙홀의 질량도 계산했는데(우리 태양 질량의 약 10억 배), 이러한 질량의 초거대 블랙홀은 실제로 대부분의 거대 은하의 중심에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블랙홀은 또다른 우주로 가는 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엄청나게 매력적인 생각이다!
많은 물리학자들은 자연에 무한이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수학의 무한은 관념(idea) 속에서만 존재한다. 수학의 무한을 이용하여 많은 계산을 간단히 할 수 있지만, 그것은 계산 상의 편의일 뿐이며 실제 자연의 근사일 뿐이다. 한 예로 등비수열을 생각해 보자. 다음과 같은 등비수열의 합은?
S = a + ar + ar^2 + ar^3 + ar^4 + ...
이 수열이 무한 수열일 경우, 우리는 답을 간단히 구할 수 있다. S = a/(1 - r)이다. (이 식은 S에 r을 곱한 후 원래 S에서 빼면 간단히 구할 수 있다.) 만약 항의 수가 20이라면? 이건 직접 더해 봐야 한다. (또는 무한 수열과 비슷하게 간단히 계산하는 방법도 있겠다. 이 경우 무한 수열에서는 없는 항이 하나 생긴다.) 직접 더해 나갈 경우, r이 작은 값일수록 뒤의 항은 급속히 작아지고 20번째 항까지 더하는 것이나 무한히 더하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게 된다. 그럼 그냥 무한 수열이라고 취급하는 것이 계산할 때 훨씬 편하다. 이것이 왜 수학의 무한을 물리에서 많이 가져다 쓰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흥미롭게 읽었던 존 배로의 책을 리스트 한다. 무한의 역사와 이상한 성질, 여러 측면을 다룬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