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Scientist> 6월 30일 호에 "How to think about the multiverse"라는 기사가 있다. 여기에서 CalTech 교수인 션 캐럴Sean Carroll은 이렇게 얘기한다:
One of the most common misconception is that the multiverse is a hypothesis. It's a prediction of theories we have good reason to think are correct.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다중우주가 가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중우주는 우리가 옳다고 생각할 훌륭한 이유가 있는 이론들이 예측하는 것이다. (29페이지)
요즘 주류 입자물리학자들은 이런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다중우주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최선의 이론(급팽창inflation 이론 등)이 예측하는 바이지만, 아직 확인된 바가 없고 앞으로도 확인될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다중우주는 실험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 가설이 맞지 않나? 션 캐럴이 생각하는 과학은 무엇인가?
주류 입자물리학자들(주로 끈이론 연구자들)은 아직 실험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들을 주장하면서 현재까지 최고(최선)의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이렇게 생겼으니--우주는 10차원이고 입자는 사실 끈--이대로 믿으라고 말한다. 초끈이론에는 초대칭이 전제되어 있으나 초대칭이 예측하는 입자들은 아직까지 CERN의 대형강입자가속기(LHC)에서 발견된 바 없다. 그럼 그 이론은 여전히 이론일 뿐이고 가설일 뿐이다. 이들이 어떻게 입자물리학의 주류로서 다른 이론을 배격하는지는 리 스몰린의 <The Trouble with Physics>에 잘 나와있다.
레너드 서스킨드(우주의 '풍경landscape'을 주장하는 끈이론 연구자)는 <우주의 통찰>에서 이런 얘기를 한다. 리 스몰린과 편지와 논문을 통해 하는 논쟁의 일부분이다.
지층, 동위원소, 공룡의 뼈 등 온갖 증거가 존재하는데도 이 세상은 6,000년 전에 창조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거의 모든 과학자들이 손가락질을 하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것은 반증 불가능해!" 리 스몰린도 이 말에 동의하리라 확신한다.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즉, 우주가 이런 식으로 창조되지 않았다는 주장 역시 반증 불가능하다. 창조론자들이 바로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증 가능성이란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창조론이나 과학이나 비과학적이기는 마찬가지다. (11장 인간원리 논쟁, 리 스몰린 VS 레너드 서스킨드, 267페이지)
신랄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는데, 내 생각에 이건 너무 나갔다. 자신들의 이론이 검증 가능하지 않다(반증 불가능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너는 창조론자들과 똑같아'라고 하는 말이다.
서스킨드는 이런 식으로 글을 맺는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주는 스몰린의 말을 한마디 인용할까 한다. "내가 우주 자연선택이란 개념을 처음 제안하고 첫 책을 썼던 것은 끈이론이 작금이 상황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끈이론의 현 상황에 대해서는 서스킨드가 최근의 논문에서 솜씨 있게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목적은 똑똑한 사람들로 구성된 이론물리학계의 서로 다른 집단들이 증거를 바탕으로 하는 합리적 논증을 통해 합의에 도달하려는 노력 없이 서로 다른 믿음으로 쪼개지는 것을 막아보려는 것입니다."
우선 '이론물리학계가 쪼개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과학적 사실을 제시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소리다. 내가 특히나 혼란스럽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스몰린이 자신이 마치 좋은 과학과 나쁜 과학을 가리는 결정권자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했다는 점이다. 인간원리가 진지한 관심을 기울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는 뛰어난 과학적 성취를 거둔 유명한 물리학자와 우주론자들이 있다. 여기에는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2], 조지프 폴친스키[3], 안드레이 린데[4], 마틴 리스[5]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이런 사람들한테 굳이 뭐가 좋은 과학이고, 뭐가 나쁜 과학인지 말해줄 필요는 없다. (11장 인간원리 논쟁, 리 스몰린 VS 레너드 서스킨드, 274~275페이지)
숨이 막힌다. 너는 이런 사람들만큼 뛰어난 성취를 이루지 못했으면 입 닥치라는 말이다. 리 스몰린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스켑틱> 잡지에는 "우주가 여러 개라고?'하는 기사가 나온다. 난 맨 처음 표지만 보고 '스켑틱'이란 잡지이니, 실험적 증거가 없는 이론은 아직 가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기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스켑틱' 역시 충분히 회의적이지 않다. 많이 알려진, 칼 세이건의 말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traordinary claims require extraordinary evidence.
엄청난 주장은 엄청난 증거를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