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The One Thing You Need to Know>인 원서의 부제가 미국 아마존에서는 ‘21 Key Scientific Concepts of the 21st Century’인데 실제 책에는 ‘The Simple Way to Understand the Most Important Ideas in Science’라고 적혀 있다. 길어서 외우기 어렵다. 책 제목 자체도 길다.
국역판 읽으며 오역으로 의심됐던 것들을 원서와 대조해 본다. 밑줄은 이상한 부분을 나타낸다.
- 아인슈타인은 아무리 빨리 달려가도 따라잡을 수 없는 전자기파는 바다에서 얼어붙어 움직이지 않는 파도처럼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118 페이지)
원문: If it were possible to catch up and ride alongside such an electromagnetic wave, reasoned Einstein, it would appear unmoving, like a wave on a frozen sea. (p. 109-110)
‘만약 이러한 전자기파를 따라잡아 타고갈 수 있다면 마치 얼어붙은 바다 위의 파도처럼 정지해 보일 것이라고 아인슈타인은 생각했다.’가 더 올바르다.
- 철길 옆에 서 있는 관찰자에게는 수직 방향의 위아래로 움직이는 레이저 광선이 상당히 다르게 보일 것이다. 빛이 천장을 향해서 날아가는 동안에 기차는 앞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빛은 예상보다 더 뒤쪽 천장에 도달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빛이 다시 바닥으로 되돌아올 때도 기차는 앞으로 움직일 것이고, 따라서 빛은 레이저가 있는 곳보다 더 뒤쪽에 도달하게 된다. 결국 관찰자는 빛이 직선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오지 않고 더 긴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하게 된다. (120 페이지)
이 부분은 읽으며 번역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는데, 원문을 보면 원문 자체가 이상하다.
원문: From your vantage point, standing beside the track, you do not see the laser go up and down vertically but something quite different. While the light is in flight towards the ceiling, the train travels forward. The light therefore strikes the ceiling further back along the train than might be expected. Similarly, as the light is in flight back down to the floor, the train travels further forward, so the light strikes the floor further back from the laser. (p. 111)
빛은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하며 기차와 함께 이동한다. 기차는 움직이지만 빛은 제자리에서 왔다 갔다 해서 천장 더 뒤쪽에 도달하는 것처럼 철길 옆에 서 있는 관찰자에게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 반대이다. 다음처럼 수정하는 것이 좋겠다.
철길 옆에 서 있는 관찰자에게는 수직 방향의 위아래로 움직이는 레이저 광선이 상당히 다르게 보일 것이다. 빛이 천장을 향해서 날아가며 기차와 함께 앞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빛은 더 앞쪽에서 천장에 도달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빛이 다시 바닥으로 되돌아올 때도 기차는 앞으로 움직일 것이고, 따라서 빛은 더욱 앞쪽에서 레이저가 있는 곳에 도달하게 된다. 결국 관찰자는 빛이 직선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오지 않고 더 긴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하게 된다.
- 러시아의 물리학자 이고르 노비코프는 1988년 소비에트 우주 정거장에 머물다가 지구로 돌아온 승무원들로부터 그런 사실을 확인했다. 1년 동안 초속 8킬로미터의 속도로 궤도를 돌았던 그들의 시계는 매초마다 100분의 1초씩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122~123 페이지)
초속 8킬로미터가 우리 기준으로 보면 빠르지만 빛의 속력과 비교해보면 미약하기 그지 없다. 그런데 시계가 ‘매초마다’ 100분의 1초씩 느리게 움직인다고 번역돼 있다. 상대성이론의 효과가 너무 크다. 가령 이렇게 1시간을 보내면 3600초 곱하기 100분의 1초, 즉 36초만큼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것이다! 1년의 시간을 이렇게 보내면 여기에 또 24 곱하기 365를 해야 한다!
원문: The Russian physicist Igor Novikov observed that, when the crew of the Soviet Salyut space station returned to Earth in 1988 after orbiting for a year at 8 kilometers a second, they stepped into the future by one hundredth of a second. (p. 113)
“they stepped into the future by one hundredth of a second”가 해당하는 원문이다. 승무원들이 지구로 돌아왔을 때 100분의 1초만큼 미래로 갔다는 것이다. 이들의 시계가 100분의 1초만큼 느리게 가서 우리보다 100분의 1초만큼 나이를 덜 먹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100분의 1초만큼 미래로 간 것이다. 원문에는 “매초마다”라는 엄청난 효과를 야기하는 말이 없다. “1년 동안 초속 8킬로미터의 속도로 궤도를 돌았던 그들의 시계는 100분의 1초만큼 느리게 갔다.”고 해야 할 것이다.
- 우주선이 1g(지구 표면에서의 평균 중력가속도[980cm/s2]/역주)의 힘으로 가속되고 있다면, 비행사의 두 발은 지구 표면에 서 있을 때와 똑같이 선실 바닥에 붙어 있게 된다. (141 페이지)
원문: … the spacecraft is accelerating at 1 g so his feet are pinned to the floor of the cabin, exactly as they would be if he were standing on the surface of the Earth. (p. 128)
“1g의 힘”이라는 어색한 말이 원문에는 없다. 1g는 가속도이지 힘이 아니다.
-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전자는 한곳에 쌓여서 테이블과 같은 단단한 고체를 만들지는 못한다”라고 말했다. (171 페이지)
원문: ‘It is the fact that electrons cannot get on top of each other that makes tables and everything else solid,’ said the American physicist Richard Feynman. (p. 154)
올바른 번역은 다음과 같다: “전자들이 한 곳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로 인해 테이블과 다른 모든 것들이 단단하게 된다”고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말했다. 전자가 배타원리를 만족한다는 사실로 인해 물체의 단단함이 생겨남을 얘기하는 문장이다.
- 그런 꿈은 한 가지 문제 때문에 무산되고 말았다. 양자 전기동력학quantum electrodynamics의 방정식이 무너지면서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예측을 쏟아냈던 것이다. 물리학자들이 그러한 무한대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는 했으나, 이 구제책은 힘 매개체가 질량이 없을 때에만 성립했다. 그러나 약력이 질량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었다. (205 페이지)
원문: But it was crushed by one problem. Quantum electrodynamics was plagued with instances where the equations blew up, making predictions that were utterly nonsensical. Although physicists found a way to tame these infinities, it worked only if the force carriers were massless. But in the case of the weak force, it was known this could not be the case. (pp. 186-187)
먼저, “방정식이 무너진다”에 해당하는 원문은 “the equations blew up”이다. 여기서 ‘blow up’이라는 것은 무한대로 발산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양자 전기동력학의 방정식이 무한대로 발산하며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예측을…”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그러면 그 다음에 나오는 “무한대의 문제”와 잘 이어진다. 두 번째로, “약력이 질량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에 해당하는 원문은 “this could not be the case.”인데, 앞을 보면 “the force carriers were massless.”와 연결된다. “약력이 질량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가 아니라 “약력의 매개체가 질량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로 해야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