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찾은 칼 세이건의 인터뷰. 얼마나 우아하고 멋진가. 30년 전인 1990년, 세이건은 나사에 요청하여 탐사를 끝내고 태양계를 떠나는 보이저 1호의 카메라를 돌려 지구의 사진을 찍도록 했다. 60억 킬로미터 거리에서, 픽셀 하나보다 작은 크기로 찍힌 지구의 모습이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으로 알려진 사진이다. 우주 속 인간과 우리의 소중한 지구의 의미를 알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사진은 없을 것이다. 이후 1994년 세이건은 동명의 책을 펴내 우리의 관심을 촉구했다. 인터뷰는 이 책의 출간 직후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의 30주년을 기념하여 나사에서 재출간한 사진.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지구가 좀 더 잘 보이도록 보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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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0-29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 사람이 참 humble 하지 않을 수 없네요.

blueyonder 2020-10-29 09:18   좋아요 0 | URL
네 저 작은 점 위에서 지지고볶고 살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 하찮기에 더욱 소중합니다.
 
시사IN 제670호 : 2020.07.21
시사IN 편집국 지음 / 참언론(잡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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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정치인으로 눈여겨 보고 있는 사람 중 하나가 김경수 경남도지사이다. 시사인에서 그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진짜 뉴딜은 [    ]이다' 시리즈의 하나인데, 김경수 도지사는 '격차 해소'라는 답을 내놨다. 소득 격차, 지역 격차, 남북 격차가 경제.사회 구조개혁의 핵심이라는 지적인데, 공감하는 지점이 많이 있다. 특히 소득 격차의 해소가 우선이라고 주장하며, 소득 격차의 예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들고 있다. 그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며, 비정규직이라도 동일 업무에서는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을 받도록 하는 대신,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용의 유연성을 보장하는 쪽으로 하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인터뷰 중 일부: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고 하자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결국 이 격차 구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냐 아니냐 논쟁으로 가면 답이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핵심 문제는 고용안정성과 임금 격차 두 가지다. 이 문제가 해결이 안 나니까 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건데, 사회의 격차 구조는 그대로니까 갈등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프레임이 잘못됐다. 개별 기업 단위로 고용의 안정성을 다 보장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경직되어서 사회 전체로는 안정성이 떨어진다. 당장 나는 안정화될지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은 임시직밖에 자리가 없는 더 불안정한 세상에 내몰린다. 고용의 안정성은 결국 사회 전체가 '총고용의 안정성'을 만들어서 달성해야 한다.


인터뷰 전문: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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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 가능한 세계들
앤 드루얀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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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에 관한 책 속 몇 구절.

  다윈의 연구는 인간이 나머지 생물들과는 다르게 창조되어 그들의 관리자로 선택된 생명계의 왕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인간은 오래된 생명의 대가족에서 뒤늦게 등장해 어쩌다 잘 나가게 된 후손일 뿐이었다. 다윈은 자신이 발견한 진실을 한 점 의혹 없이 증명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발표했다. 그리고 그는 그 밖에 다른 발견도 해냈다. 그는 만약 모든 생명이 정말로 연관되어 있다면 그 사실에 철학적 의미가 담겨 있으리라는 점을 처음으로 깨우친 사람이기도 했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창조된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인간과 동물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공통점이 더 많지 않을까? 의식도, ...... 다른 종들과의 관계도, ...... 심지어 감정도?

  다윈은 우주에 인간의 의식이라는 외딴 섬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생명과 의식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에게 과학은 더 깊은 감정 이입과 겸손을 가져다주는 수단이었다. 그는 동네의 어느 농부가 양을 학대한다는 소문을 듣자마자 하던 연구를 팽개치고 달려가서 시민 체포(citizen's arrest) 권한을 발휘해서 농부를 체포했다. 또 강철 올가미에 걸린 야생 동물이나 마취제 없이 수술당하는 실험 동물의 끔찍한 고통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는 과학자에게 해부당하면서도 자신을 고문하는 이의 손을 하염없이 핥는 개의 이미지를 평생 괴롭게 떠올렸다. 그 연민은 우리 종에게도 적용되었다. 그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19세기 사람들의 맹점을 알았다. 자서전에서 그는 브라질의 어느 흑인 여성이 노예가 되느니 죽겠다며 절벽에서 뛰어내렸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만약 그 여성이 고대 로마의 부인이었다면 사람들이 전혀 다른 시각으로 그녀를 보았을 테고 그녀의 이름을 자기 딸에게 붙여서 기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숲 바닥에 숨겨진 세계를 처음 과학적으로 연구한 것도 다윈이었다. 그는 나무의 뿌리 끝이 일종의 뇌처럼 기능해서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고 비록 느리기는 해도 나무가 움직이도록 이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는 또 다른 동물들도 우리처럼 즐거움, 고통, 두려움을 느끼는지 알아보고자 그들의 표정을 연구했다. 다윈은 어머니 자연에 깨달음을 간청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과학 지식은 그가 품은 연민의 바탕이었고, 그 연민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근거였다. (263~264 페이지)


별 다섯이 아닌 이유는 간혹(아주 간혹) 과학에 관한 부정확한 기술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앤 드리앤의 통찰과 희망의 메시지를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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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과연 디스토피아일까?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일본 애니메이션 전통의 하나인, 전쟁 후 황폐해진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대 산업문명"의 붕괴 후 황폐해진 지구에는 오염되어 마스크를 써야만 하는 '부해'라는 숲이 점점 영역을 넓히고 있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써야만 하는 현재의 상황과 겹쳐 굉장히 공감이 가는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우리보다 더 나은 것이, 부해 밖에서는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


다양한 인간 군상과 액션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어 준다. 1984년 작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와 함께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결국 공감compassion을 통한 구원이라는 메시지를 이 작품은 전해 주는데, 너무 감성에만 치우친 것일까. 이성과 감성 중 이성이 세상을 망하게 했으니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디스토피아를 피하기 위해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가 이성(과학)이라는 주장을 하는 책이 있다. 칼 세이건의 부인이었던 앤 드리앤의 최근작 <코스모스 - 가능한 세계들>이다.















한국어판 서문이 특별히 있는 이 책은, 우리가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세계는 디스토피아를 향해 간다고 말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세상을 위해 다양한 기여를 한 '영웅'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맹성과 행동을 촉구하는 것이 이 책의 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겠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의 영혼을 계승했다는 문구가 책 뒷면에 있는데, 구성이나 이야기 전개 방식, 다루는 주제가 상당히 유사해서 동감하게 된다. 이미 고인이 된 칼 세이건에게 바치는 사랑의 헌사이자 우리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역사를 살펴 보면, 전지구적 전염병의 유행이나 전쟁의 위험을 인류는 그래도 모두 넘기며 멸종을 피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우리 손에 쥐고 있는 기술이라는 장난감을 우리를 파괴하는데 사용하지 않고 유용한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정치 지도자가 매우 중요하며, 좋은 정치 지도자를 고르고 압력을 가하는 시민들의 역할과 깨달음이 핵심적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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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라는 글이 중앙일보에 연재되고 있다. 어제 자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은 건 6·25전쟁 때문'이라는 글이 올라왔다[1].


https://news.joins.com/article/23817079?cloc=joongang-mhome-group56


여기에 이런 대목이 있다.


미국은 한동안 득보다 실이 컸다. 우방인 한국을 포기하지 않는 바람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조직과 나토군 사령부 설립이 순조로웠다. 새로 탄생한 중화인민공화국을 적대시한 것은 전략상 착오였다. 미·소 냉전 시절 미국은 적이 적을수록 유리했다. 북의 남침과 거의 동시에 대만해협을 봉쇄하고, 인천상륙작전 성공에 도취한 나머지 38선을 넘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적당한 선에서 그치는 것이 현명했다. 압록강까지 진출하지 않았더라면 중국도 참전을 쉽게 결정할 이유가 없었다. 


"압록강까지 진출하지 않았더라면 중국도 참전을 쉽게 결정할 이유가 없었다."라는 문장은 완벽한 오류이다. 국군이 압록강에 도달했을 때는 이미 중공군이 압록강을 넘어온 이후였다. 국군이 압록강에 도달한 것은 1950년 10월 26일이다. 마오쩌둥은 국군이 38선을 돌파한 직후인 10월 2일 이미 참전을 결정했으며, 10월 16일부터 중공군 선발대가 압록강을 건너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이런 식의 주장으로 얻는 것은 무엇인가. 저자의 다른 글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저자의 의도는 미국의 실책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명백한 사실마저 왜곡한다면 오히려 그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소위 중앙 일간지에 이 정도의 역사적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이런 글을 그대로 싣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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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을 읽어보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은 건 6·25전쟁 때문이었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 3차 세계대전 얘기가 나오는 것은 다음 한 문단 뿐이다.


정전 후 서구에 떠돈 일화가 있었다. “트루먼의 측근이 신기 내린 집시 무당을 찾아갔다. 이 여인은 1952년에 소련과 전쟁이 벌어진다고 예언했다. 한국 덕에 미·소 전쟁이 무산됐다.” 무당의 예언이 아니더라도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6·25전쟁 때문이었다.


무당의 예언이 틀린 것이 주장의 근거가 되는가? "무당의 예언이 아니더라도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6·25전쟁 때문이었다."라는 주장의 근거는 글의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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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라이프 2020-07-05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루먼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서거하면서 외교 정책 전반을 자신이 직접 챙겼던 그의 특성으로 인해 트루먼에게 제대로 된 인수인계가 되지 않았던 점은 확실히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루즈벨트의 부인이 앞으로 트루먼이 걱정이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었죠. 그리고 한국전쟁의 조속한 미군의 참전은 트루먼의 강력한 의지였고 공산주의자들의 도발을 용인하기에는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서유럽의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었기에 에치슨 라인과는 상관없이 즉각 결단을 내린것이죠. 블루님의 의견과 동의하는 부분은 사실 요즘은 공개된 외교문서가 많아서 조금만 찾아보면 중공군 개입과 관련된 문제도 확인할 수 있었을텐데 이 책 저자가 그 부분은 소홀히 한 모양이네요. 하여튼 쓰신 글 잘 봤습니다 ^^

blueyonder 2020-07-05 18:19   좋아요 0 | URL
댓글 감사합니다. 주신 의견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