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가능한 세계들
앤 드루얀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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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에 관한 책 속 몇 구절.

  다윈의 연구는 인간이 나머지 생물들과는 다르게 창조되어 그들의 관리자로 선택된 생명계의 왕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인간은 오래된 생명의 대가족에서 뒤늦게 등장해 어쩌다 잘 나가게 된 후손일 뿐이었다. 다윈은 자신이 발견한 진실을 한 점 의혹 없이 증명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발표했다. 그리고 그는 그 밖에 다른 발견도 해냈다. 그는 만약 모든 생명이 정말로 연관되어 있다면 그 사실에 철학적 의미가 담겨 있으리라는 점을 처음으로 깨우친 사람이기도 했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창조된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인간과 동물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공통점이 더 많지 않을까? 의식도, ...... 다른 종들과의 관계도, ...... 심지어 감정도?

  다윈은 우주에 인간의 의식이라는 외딴 섬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생명과 의식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에게 과학은 더 깊은 감정 이입과 겸손을 가져다주는 수단이었다. 그는 동네의 어느 농부가 양을 학대한다는 소문을 듣자마자 하던 연구를 팽개치고 달려가서 시민 체포(citizen's arrest) 권한을 발휘해서 농부를 체포했다. 또 강철 올가미에 걸린 야생 동물이나 마취제 없이 수술당하는 실험 동물의 끔찍한 고통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는 과학자에게 해부당하면서도 자신을 고문하는 이의 손을 하염없이 핥는 개의 이미지를 평생 괴롭게 떠올렸다. 그 연민은 우리 종에게도 적용되었다. 그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19세기 사람들의 맹점을 알았다. 자서전에서 그는 브라질의 어느 흑인 여성이 노예가 되느니 죽겠다며 절벽에서 뛰어내렸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만약 그 여성이 고대 로마의 부인이었다면 사람들이 전혀 다른 시각으로 그녀를 보았을 테고 그녀의 이름을 자기 딸에게 붙여서 기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숲 바닥에 숨겨진 세계를 처음 과학적으로 연구한 것도 다윈이었다. 그는 나무의 뿌리 끝이 일종의 뇌처럼 기능해서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고 비록 느리기는 해도 나무가 움직이도록 이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는 또 다른 동물들도 우리처럼 즐거움, 고통, 두려움을 느끼는지 알아보고자 그들의 표정을 연구했다. 다윈은 어머니 자연에 깨달음을 간청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과학 지식은 그가 품은 연민의 바탕이었고, 그 연민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근거였다. (263~264 페이지)


별 다섯이 아닌 이유는 간혹(아주 간혹) 과학에 관한 부정확한 기술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앤 드리앤의 통찰과 희망의 메시지를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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