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를 읽고 있는데, 저자의 "칵테일파티용 잡답"이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 관련 없는 내용들을 모아 두었는데, 전체적 느낌은 저자가 이해하고 소화한 수학과 물리와 천재들에 대한 감상이다. 내용은 물론 상당히 지적이다. 읽으며 공감이 많이 가는데, 수학, 특히 수학적 사실--진리--가 물질적 실체를 넘어서 존재한다는 플라톤주의에 대한 냉소가 살짝 느껴진다. '불완전성 정리'를 괴델은 자신의 신념이었던 플라톤주의에 대한 일종의 '증명'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나('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백만 년 후에도 살아남을 것이 수학과 웃음일 것이라 예측할 수 있지만, 수학은 일종의 동어반복tautology이어서 백만 년 후의 인류에게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리만 제타 가설...')가 그렇다.
과학은 어떤가? 시간은 환상이라는 생각이 물리학의 주류라는 말이나('시간은 거대한 환상에 불과한 것일까'), 우생학이라는 과학이 있었다는 논의('프랜시스 골턴 경...')에서도 과학에 대한 비판적 생각이 느껴진다. 현대 생물학에서 가능해진 유전자 조작이 새로운 우생학이라는 관점에도 공감이 간다.
나이를 먹으면 젊었을 때의 열정이나 순수함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이게 자연스러운 것인가, 아니면 말 그대로 퇴락인가?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면 모든 일에 어느 정도 시니컬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다. '해봤더니 별거 아니야'가 되는 것이다. 수학 때문에 자살을 포기했다는 버트런드 러셀조차도 그렇다('리만 제타 가설...'). 난 이 모든 것이 욕심이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이고 싶다. 학자들은 하나의 체계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싶어하지만, 평생의 정진 이후 깨닫는 것은 이러한 꿈이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는 것이고, 어찌 보면 큰 의미가 없는 욕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한 평생,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다. 여기서 <듄>의 한 구절: "The mystery of life isn't a problem to solve, but a reality to experi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