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가는 길
세스 노터봄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아름다운 자연과 한적한 정취를 천천히 즐길 수 있는 옛길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처럼 자연과 함께 걷는 길은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가진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여행객에겐 필수 코스로 자리를 잡기도 한다.



이처럼 흙과 함께 숨 쉬는 유명한 길, 발로 걷는 여행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빠른 현대의 시간에 질려버린 내면에 갖고 있던 느림의 철학을 일깨워준다는 데 있지 않을까?



흙이 살아 숨쉬는 무공해의 자연길을 걸으면서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있다.



 



흙과 함께, 자연과 함께, 그리고 더불어 시간과 함께 여행하는 길을 소개하는 책이 있다.



세계 3대 트레일 중 하나인 스페인의 유명한 '카미노 데 산티아고' , 긴 여정과 함께 하는 소박함과 길 위에 남겨진 역사와 전통,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깊은 정서를 전해주는 여행서인 세스 노터봄의 『산티아고 가는 길』이 바로 그 책이다.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였던 야고보(스페인식 이름은 산티아고)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의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길을 작가의 눈을 따라, 발을 따라 함께 걸어본다.



 



세스 노터봄은 어떤 작가인가.



그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현대 작가로 노벨상 후보에 자주 거론되어 온 소설가이며 시인이다. 에세이와 희곡, 평론, 샹송 작사와 번역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의 글을 두러 써 온 노터봄이지만 무엇보다 여행기를 예술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소설보다는 여행기를 더 많이 내는 작가로 전 세계 구석구석을 담아내고 있다. 그는 여행지의 유명한 장소보다는 남들이 무덤덤하게 지나쳤을 시간의 여행지, 격동의 역사를 가진, 세상의 본질을 안고 있는 그런 곳을 그려내고 있다.



 



작가를 향한 호평에도 정작 나는 500여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은 사실 부담스럽다.



유명한 순례길의 소소한 여행 정보를 담은 책이라고 하기엔 너무 두껍다. 또한, 좁은 식견으로 판단되는 종교적 색을 담은 책이 아닐가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독서를 시작한다. 하지만, 작가와 문학에 대한 우둔함이 아직 나에게 남아 있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산티아고 가는 길』장면마다 만나는 산티아고의 숨은 아름다움과 그들이 가진 오랜 역사의 진함을 느끼면서 책을 조심스럽게 그리고 차근차근 읽게 한다. 기존에 보던 여행서와는 전혀 다른 책이다.



중세의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주는 이야기꾼과 함께하는 것 같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여행서라는 장르로 구분하기에는 아깝다. 곳곳에 나타나는 재미있는 역사와 미술에 대한 안목이 뛰어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산티아고를 향한 공간적인 여행과 함께 중세부터 이어져온 시간 여행까지 함께 동반하고 있다. 성 베네딕투스, 바스크 분리주의자, 이사벨라 여왕의 이야기등을 통해 여행길에서 만나는 요새와 성과 수도원에 숨어있는 역사와 전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보여준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한적함을 찾아 숨어있는 샛길로 찾아들어 호젓함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큰 길을 멀리하고, 시간의 여유만 있는 나그네들이 찾아가는 그런 오솔길, 성곽의 둘레길, 이름없는 마을의 한적한 길을 따라 나선다. 독자들은 마치 우리의 한적한 시골길을 함께 걷는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는 미술이 있고, 건축이 있다. 예술이 있다. 희귀서를 들고 샛길만 찾아다니는 괴짜인 그는 로마네스크 건축과 바로크 미술에 취한 방랑객이란 수식어처럼 오랜 세월 풍파에 견디고 버티어온 건축물과 미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고 있다. 베루엘라 수도원의 십자궁륭 천장과 부르고스 대성당, 알카사르 성을 마치 눈앞에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스페인과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문외한의 독자들에게는 노터봄이 풀어놓는 스페인의 이야기가 무척 광범위하게 보인다.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을 받는 곳으로 유럽인들의 최고 휴양지인 스페인만 떠올리는 독자들에게 오랜 역사와 함께 변화무쌍하던 또다른 역사기행은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흑백으로나마 사진과 함께 하고 있어서 여행의 맛을 느낄 수 있었지만 현대인의 요구가 충족되게 컬러판 사진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행서라고 간단하게 소개하고 후딱 읽어버리기에는 아쉽다. 이슬람 문화와 기독교 문화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중세의 스페인을 배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게 한다. 아하~그때의 아리송하던 문화가 바로 이것이구나..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책이다.



때문에 역사와 함께 차근차근 다시 읽어보고 싶은 그런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년간의 수요일 -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외치는 당당한 희망
윤미향 지음 / 웅진주니어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추운 날에도, 더운 날에도, 비 오는 날에도, 눈 오는 날에도 변함없는 하루가 있다.

20년 동안 이어져 온 하루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시위, 수요시위.

사람들이 그 한결같은 하루를 가르치는 말이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은 이 수요시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20년간의 수요일』은 우리가 감히 위로를 해줄 수 없는 풀어지지 않을 한을 가진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허리 굽고, 얼굴과 손이 주름으로 가득 얻은 그 세월을 살아오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이 가진  있는 상처와 아픔에 대해 우리가 무엇이라 감히 말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위안부'에 대해 정확히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고,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20년간의 수요일』은 정대협의 윤미향 대표가 20년간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 해온 수요시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7개의 여성. 시민단체가 중심으로 1990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결성, 일본 정부의 위안부 범죄 인정과 진상규명,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일본 역사교과서 기록, 위령탑과 사료관 건설,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회피하였다. 그러던 중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1992년 1월8일 종로의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강제연행 인정과 희생자에 대한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는 수요시위가 시작되었다. 그것이 20년이란 세월을 함께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군은 조선의 모든 것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우리 조선의 여인들을 강제로 끌고 가 일본군의 성노예 생활을 강요한다.

이 무슨 짐승만도 못한 일인가.

'위안부'들이 겪었던 일들은 『20년간의 수요일』에서 생생한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

그 오랜 세월 가족에게 버림받고, 조국에 버림받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 할머니들이 노구의 몸을 이끌고, 병마의 몸을 이끌고 그토록 외치고 싶어하는 것에 대해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

 

『20년간의 수요일』에서 윤미향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가 왜 생겨났으며, 그 끔찍한 범죄가 45년 해방이 된 후 어떻게 알려지게 되었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힘없는 몸으로 사람들 앞에 용기를 내어 일본의 죄를 낱낱이 고발하는 할머니들에 대해 사실 기록과 증언 그리고 사진을 첨부하여 기록하고 있다.

할머니들은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차마 말로 표현 못할 아픔을 용기를 내어 사람들에게 말한다. 유럽과 미국, 아시아 각지를 돌아다니며 일본군들이 저질렀던 만행을 낱낱이 고한다. 그리고 아직도 '위안부'라는 상처로 아파하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전쟁 때문에 다시는 할머니들처럼 불행한 삶을 사는 이들이 없기를 간절히 원하며 평화의 연설을 하고, 외면하는 일본 정부를 향해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실을 위해 자신을 고통을 다시한번 감수하면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할머니들의 행보가 독자들에게 가슴 뭉클한 아픔과 우리가 함께 해나가야 하는 책임감을 잔잔하게 퍼뜨린다.

 

『20년간의 수요일』은 일본군 '위안부'의 이야기로만 그치지 않는다. 오래전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 사람들이 똑같이 저질렀던 과거와 그리고 해결해야 할 숙제를 독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그리고 지금 전쟁으로 고통받는 나라에서 또다시 반복되고 있는 여성들의 고통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나의 아픔이 아니면, 그리고 가족의 아픔이 아니면 너무나도 객관적으로만 판단하고 결론 내리려고 한다. '위안부'의 문제도 그렇다. 내가 겪지 않은 시대의 일이고, 이젠 나이가 들어 멀리 떠나야 하는 노인들의 문제로만 여기고 있다. 내 가족이 아니고, 내 주변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이러한 반응이 오히려 그 할머니들을 더 힘들게 하고, 외롭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성폭행이라는 것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여자를 한낱 도구로만 생각하는 남자들, 그리고 시대의 잘못된 인식이 문제이다. 우리의 어머니들이, 할머니들이 겪었던 일을 왜 지금 우리가, 이 시대가 저지르고 있을까? 왜 다른 나라의 소녀들이 당하고 있는데도 먼 산 불구경 하듯이 만 있는 것일까?

 

『20년간의 수요일』을 읽기 전까지는 나 역시 '위안부' 문제는 거론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하지만, 한 페이지씩 읽어가면서 얼마나 비겁한 시대에 살고 있는가를 깨닫게 한다.

늦은 법은 없다. 지금 이 순간 '위안부'의 문제가 바로 우리나라의 일이고, 우리 여성들의 일이고, 그리고 우리의 형제, 부모의 일이라는 인식을 하는 시점부터 독자는 용기있는 후손이라 다독이고 싶다.

20년간의 외침이 끝나는 날까지 작은 힘이겠지만 나도 동참을 한다.

그리고 나의 딸에게도 무섭지만, 결코 피하면 안 되는 이 일을, '위안부'의 일을 알려주려고 한다.

한 명의 독자들이 똑같은 생각을 하길 바라면서 모든 부모들, 그리고 청소년들이 꼭 읽기를 추천한다.

 

한국 정신대 문제 대책 협의회 홈페이지 www.womenandwar.ne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산과 지진 - 부글 부글 땅속의 비밀 야무진 과학씨 4
신현정.함석진 지음, 이경국 그림, 윤성효 감수 / 웅진주니어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두산이 화산폭발을 하느냐 안 하느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뉴스가 있었죠. 지질과학자들은 계속 관측해야 한다고 했는데 언론에서 너무 자극적인 표현으로 사람들을 동요한 면도 있다는 헤프닝으로 마무리되기도 하였지만요.

굳이 백두산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바로 화산활동과 그에 따른 지진이 전혀 먼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구를 딛고 살아가는 한 화산과 지진은 이 지구를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지구 활동이랍니다.

하지만, 화산이나 지진의 실제 상황은 굉장히 무섭고, 위험하기 때문에 직접 보기란 어렵습니다. 되도록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되고요. 그래서 우리는 책으로 지구의 화산과 지진에 대한 과학 지식을 얻게 되는데요.

 

웅진주니어 야무진 과학씨 시리즈의 하나인 『부글부글 땅속의 비밀 화산과 지진』편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쓴 작가는 서울대에서 지구과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환경학과 지구과학을 가르치고 계신답니다. 현재 가르치고 있는 학문이라 더 쉽고, 생생한 재미까지 더불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구는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을까요?

수많은 사람이 밟고 있고, 수많은 건물이 누르고 있고, 또 수많은 교통수단이 지구의 표면을 지나고 있는데도 지구의 모습은 변함이 없습니다. 도대체 무엇으로 되어 있을까요?

『부글부글 땅속의 비밀 화산과 지진』을 설명하기 위해 마그마인 매그라는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메그는 빨갛고 뜨거운 액체 마그마입니다. 우리들이 밟고 있는 땅 아래, 지구 깊은 곳에서 부글부글하면서 언제든지 땅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이 마그마가 땅으로 나올때 생기는 현상이 화산과 지진이라고 합니다.

매그는 독자들을 재미있는 화산과 지진의 세계로 재미있게 이끌어줍니다.

 

지구는 크고 작은 여러 개의 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판이 서로 만나는 경계 부분에서 화산과 지진이 주로 일어나고 있죠.

육지를 이루는 대륙판과 판이 충돌하여 생기는 것이 지진이고요, 땅속 깊이 있던 마그마가 암석 틈을 지나 땅 밖으로 솟아오르는 현상이 화산입니다.

화산과 지진의 현상은 쓰나미도 만들고, 해저 화산도 일으키고, 화산 분출물로 사람들이 피해를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 각각의 모습을 한 산도 만들고 산꼭대기의 커다란 호수도 만들죠.

화산과 지진은 피해만 주는 고약한 자연 현상일까요? 온천, 간헐천, 화산섬, 지열에너지 등은 화산과 지진이 사람들의 생활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데요, 과연 어떤 방법으로 이용될까요?

 

우리가 화산과 지진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은 연구를 통해 예측하고 대비하는 방법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구가 가진 지열에너지를 이용하는 수많은 방법을 찾아낼 수 있기에 미래의 에너지 대란에 대해 대비를 할 수 있죠.

『부글부글 땅속의 비밀 화산과 지진』에는 화산과 지진의 영향을 알아보는 간단한 실험을 소개하고 있어요.

쉬운 듯하면서 어려운 것이 지구과학 이야기이리 때문에 이 실험을 통해 지구에 대해 그리고 화산과 지진에 대해 좀 더 확실하게 짚어볼 수 있습니다.

 

과학은 끝없이 도전해야 하는 학문이에요. 그리고 과학은 우리들의 생활과 아주 밀접한 학문이랍니다.

지구과학은 우리가 늘 함께 하는 땅과 하늘, 공기, 돌..모두 포함하는 과학이고요.

『부글부글 땅속의 비밀 화산과 지진』은 이런 지구의 모습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과학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무섭다고만 생각했던 화산과 지진에 대해 더 깊은 과학 지식을 얻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균관의 공부 벌레들 - 조선 최고 두뇌들의 성균관 생활기
이한 지음 / 수막새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끝난 드라마가 한창 방영될 때 이 책을 보고 같은 부류의 캠퍼스 로맨스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지에 대한 생각을 했었다. 더구나 <성균관의 공부 벌레들>이란 제목이 어릴 때 보았던 미국의 그 유명한 드라마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이란 드라마까지 떠오르게 한다. 빨간 넥타이의 킹스필드 교수와 치열한 공부와 뜨거운 사랑과 삶을 살아가던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멋진 대학생활을 하겠노라 다짐하던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성균관의 공부 벌레들>은 위에서 언급한 드라마적인 전개와 상관없다. 제목의 선택이 잠시 과거를 헤매게 했지만 말이다.  

 



성균관에 대해 독자들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성균관은 조선 시대 최고의 교육기관, 바로 조선의 국립대학이다. 극소수의 인재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 성균관은 고려말부터 존재하고 있던 교육기관으로 조선 시대 과거제도와 깊은 연관을 가진 곳이다. 유생은 기숙 생활을 하고 국가는 유생들의 교육경비를 담당했었다. 이 정도가 성균관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다.

『성균관의 공부 벌레들』은 이런 전반적인 성균관의 모습을 좀 더 깊이 그리고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성균관은 입학부터 조건을 맞추어야 했다. 초시에 합격한 유생에게 우선적 입학 기회를 주었고, 유생들은 동재와 서재의 기숙사에서 반드시 생활해야 했다. 많게는 200여 명의 유생이 함께하는 성균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규칙에 따라 생활을 한다. 상재생과 하재생의 구분이 명확하고, 새로 들어온 신입생들은 나름의 신고식도 격하게 치러야 했다. 또한, 모든 학습은 성실성을 바탕으로 하였기 때문에 출석체크는 아주 까다롭고 철저하게 지켜져야 했다. 이것을 바탕으로 학력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또한, 장차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엘리트들이기에 '성균관'의 학생은 수많은 테스트와 학력평가를 치러야만 한다. 나라에서는 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하지만 수많은 사람을 먹고 재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나라의 세금을 쪼개서 지원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궁핍한 생활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성균관'의 주인공들은 '늘 서책과 함께하고 조상에 예를 올리고, 행동과 생각 모두 유교의 가르침을 따라 올곧게 생활했을까?' '그들도 한창 피어나는 젊은이들이고, 피가 끓어오르는 젊은이들이기에 틀에 박힌 엄격한 생활을 100% 수긍하고 따랐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 독자라면 『성균관의 공부 벌레들』이 보여주는 성균관과 유생들의 비밀을 읽을수록 흥미진진함을 느끼게 된다.

 

현대의 학교에서도 공부 잘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말썽을 부리는 학생이 있고, 선생님의 가르침이 잘 먹히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학교의 온갖 문제로 들썩이는 곳도 있다. 과거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살펴본 성균관에도 우여곡절, 파란만장한 유생들의 삶이 있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궁금한 독자들에게 속시원히 성균관의 내면을 보여주는 책이 바로 『성균관의 공부 벌레들』이다.

 

많은 학생이 북적대고 생활을 하기 때문에 생각이 다른 유생끼리 패가 나뉘어 패싸움이 일어나기도 하고, 출석점수를 위해 대리출석 방법을 쓰기도 하고, 시험 점수를 올리기 위해 커닝을 하는 잔꾀를 내는 모습은 지금의 모습과 비슷한 점이 많아 괜한 연관성을 지어보고 싶어진다. 꼼짝하지 않고 공부만 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핑계를 대보고 싶다. 


성균관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교장 선생님 격인 대사성이 있고 그 아래 직강, 전적, 박사 등이 있다. 또한, 제사를 주관하기 위한 좨주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성균관의 유생들은 양반 자제들이다, 손가락 하나 까닥 안 하는 것이 몸에 밴 이들이다. 그런데 이들을 기숙사에 몰아넣고 생활을 시켰으니 당연히 그들을 돌봐야 하는 이들이 있다. 성균관을 둘러싸고 있는 반촌이라는 마을과 성균관 유생들의 시중을 들지만 어쩌면 실질적으로 성균관을 움직이는 반인들이 있다.

많은 유생이 어울려 살고 있기에 사소한 사건은 늘 일어나기 마련이고 성균관 내에서 해결되는 사건도 있지만, 나라의 임금님과 조정 대신들도 들먹이는 큰 사건을 벌이는 장본인들이기도 하다.

 

역사는 잘한 것도 우리의 역사이고, 잘못된 일도 우리의 역사이다. 성균관에 대한 이미지 역시 그렇다. 최고의 교육기관이란 타이틀에 따라오는 장점도 성균관의 매력이고, 사학에 밀려, 당쟁의 다툼에 밀려 공교육의 권위를 잃어가는 것도 성균관의 매력이다.

『성균관의 공부 벌레들』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그 준비를 위해 하나하나 인생을 배워가는 조선 시대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농땡이 치는 유생이 있는 반면, 성실한 유생이 존재하고 있었고, 조상의 덕을 업고 쉽게 살아가려는 유생이 있었다면 시련을 딛고 패기로 자신있게 나라를 위해 전진하는 유생이 있었다.

완벽한 성균관의 공부벌레들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하나씩 준비하는 그런 공부벌레들을 만날 수 있다.

비록 드라마를 통해 우리의 역사 한부분인 성균관을 되돌아보는 것 같아 민망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이를 계기로 많은 독자들이 성균관의 실제 모습을 정겹게 알아갔으면 한다.

 

참 재미있게 읽혀지는 역사책이다. 청소년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재미있게 읽혀진 역사는 오랫동안 기억되기 때문이다. 하긴. 중3 아들이 벌써 이 책을 옆구리에 끼고 있다.

그래. 역사는 이렇게 읽혀져야 한다. 이렇게 재미있고 흥미를 갖으면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의 아이 푸른도서관 19
한석청 지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먼 옛날 고구려는 한반도 북부와 만주 일대를 지배하던 강한 민족이었다. '주몽'이라는 드라마로 고구려의 강한 기상과 패기를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토록 강했던 고구려가 망한 시점도 있다.

 

『바람의 아이』는 고구려가 나당 연합군에게 망하고, 당나라의 지배를 받아 많은 고구려 민족들이 뿔뿔이 흩어졌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 동화이다.

나라를 잃는다는 것은 많은 책을 통해 독자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람의 아이』의 주인공은 이런 설움을 가진 예맥족 슬이, 백산 말갈족 미루, 흑수 말갈족 퉁개 이 세 사람이다. 이 세 명의 아이를 통해 나라를 재건하려는 고구려 유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당나라 군사들을 피해 가족과 헤어지게 된 슬이가 우연히 주금도사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모두 부족은 다르지만, 고구려의 유민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슬이와 미루, 퉁개는 의형제로 살아간다.

머물 곳도 편치않는 곳에서 궁색하지만 주금도사 곁에서 세 아이는 곧게 성장한다. 어느 날 산적으로 주금도사앞에 나타난 아금치 대장의 등장으로 고구려 유민의 구출을 도와주고, 그들을 위해 군사를 모으기 시작하게 된다.

 

『바람의 아이』는 철기시대의 강력한 국가였던 고구려의 패망부터 다시 부흥하는 시점의 기간을 배경으로 하는 동화이다. 당시 부족이 멸망한다는 것, 나라가 멸망한다는 것은 노예의 생활과 연결되었다. 못 먹고, 못 입고, 힘든 노동만이 있는 노예생활뿐이었다. 하지만, 그들 속에는 같은 민족이라는 끈이 이어져 있었고, 그것을 원동력으로 삼아 다시 일어나려는 용감한 이들이 있었다. 슬이와 미루, 퉁개는 어린아이들이지만, 돌림병이나 피난으로 부모와 헤어진 아이들이지만 가슴 속 깊이 묻혀 있는 고구려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드라마로 알게 된 고구려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 뿌리를 지키기 위해 당나라군과 맞서 싸우던 고구려 유민의 용감함도 떠올려 봄이 어떨까?

오랜 시간, 고된 노예 생활을 하는 중에도 나라를 세우기 위해 용감함을 보였던 세 아이를 보면서 독자들도 그 용기를 이어받으면 어떨까?

생소한 고구려 유민의 배경이겠지만 그 속에 담긴 나의 민족, 나의 국가에 대한 용감함을 어린이 독자들이 고스란히 전해 받았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