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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일 동안 - 행복을 부르는 37가지 변화
패티 다이 지음, 박유정 옮김 / 이숲 / 2010년 1월
평점 :
새해로 바뀌면서 매년 하는 나만의 작은 행사가 있다.
매년 기억해야 할 모든 행사를 꼼꼼하게 기록해놓는 것과 이번 달 해야 할 나만의 계획을 적어놓는 것이다.
1년의 기억을 미리 계획하면서 행여 글씨의 흐트러짐으로 나의 계획과 나의 미래가 흐트러질까봐 이것을 기록할 때는 참 꼼꼼하게 또박또박 글씨를 써나간다.
물론 다이어리의 기록은 누구나 하는 아주 단순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5년 다이어리, 10년 다이어리에 기록하는 것은 또 다른 뿌듯함을 주는 일이다.
작년 2010이라는 해를 맞이하면서 끝이 0으로 시작하는 해라, 처음 시작하는 연도여서 5년짜리 미래를 적는 다이어리를 준비하고 기록하고 있다.
때론 나의 일기처럼, 때론 육아일기라고 하기에 부쩍 커버린 나의 아이들에 대한 청소년 기록처럼, 그리고 때론 남편의 굵직한 행사를 기록하는 온갖 잡다한 나의 글로 메우고 있다. (아쉽게도 공간이 더 많았던 2010년의 기록이지만~)
굳이 나의 메모, 기록을 언급하는 것은 이렇게 소소한 메모가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웃음을 준다는 것에 공감하는 책을 하나 읽었기 때문이다.
패티 다이가 쓴『37일 동안』. 이숲에서 나왔다.
"당신의 삶이 37일 남았어도 지금처럼 살겠습니까?"라는 질문으로 다소 지금 펼쳐내고 있는 나의 생활이 무덤덤하게 그저 세월이 흐르는 대로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반문을 하게 만드는, 잠시 멈춤을 이끄는 그런 책이다.
저자는 젊은 시절을 미국의 60년대, 70년대를 함께 지내온 사람이다. 보통의 사람들처럼 자신의 일을 하고 글을 끄적이고, 자녀를 사랑하고, 남편을 사랑하는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암 선고를 받고 37일 만에 죽음을 맞는다. 무던하게, 평범하게, 그리고 가족과의 사랑을 느끼면서 살던 양아버지가 폐암 진단을 받고 37일 후에 사망했다. 이것이 책을 쓰게 된 계기다.
저자는 이런 질문을 한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37일밖에 남아 있지 않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이 글을 쓰는 나에게 37일이 남았다면 나는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
『37일 동안』은 여느 자기계발서와는 다르다. 마치 하루의 일기를 적어놓은 듯, 때론 자신의 에세이를 적어놓은 듯 편하면서 소소한 이야깃거리를 보여준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저자는 독자에게 말하고 있다.
37일 동안 나를 가장 알차게 만들어 가는 방법, 즉 소중한 하루하루를 더욱 절실하게 의식하면 살아가는 방법을 일러준다. 저자가 말하는 집중, 관용, 성실, 친밀, 직관, 의도 등 ‘의식적인 삶’을 실천하는 여섯 가지 방안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실천과제를 던져준다. 물론 독자들이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관대하며, 소신 있게 의사를 표현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자신을 더 신뢰하며, 삶의 속도를 늦추는 것. 즉 새로운 삶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더 깊고 진하게 살아가는 것이었다고 말이다.
새해 첫날이 되고, 첫 달이 되고, 첫 만남이 되고, 첫 시간이 되면 많은 기대를 스스로 한다.
"지금부터 잘할 거야."
"지금부터 변화해야지."
"지금보다 더 다른 모습으로 변해야지."
하지만, 자신의 맘에 들던, 들지 않던 지금 나를 있게 하는 것은 바로 나의 과거의 시간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저자의 말처럼 새로운 그 무엇이 아니라 지금까지 내가 갖고 있던 것을 더 깊고 진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일이고, 그것이 바로 인생의 깊이를 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잠재된 자신의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움'이라고 설명을 하듯이 내가 모르는 나를 발견해서 더욱 발전하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 아닌가. 결국은 내일을 맞을 나를 위해 오늘 조금 더 배우고, 조금 더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고 하고 싶다. 그 방법으로 독자들은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탐독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생각보다는 좀 더 구체적인 선을 그어주는 그런 미래를 갖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몇 권의 자기계발서를 읽었지만 참 독특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해야 미래를 준비한다" 또는 "지금의 당신 속에서 더 나은 당신을 찾는 방법은 이것이다"는 식상한 글을 펼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고, 너무나도 편해서 지나칠 수 있는 독자의 수수한 일상 속에서 찾아내는 사소한 기쁨, 슬픔, 분노, 열정, 뭉클함, 애절함, 간절함 등등..., 그 속에서 찾아내는 방법을 일어준다.
물론 독자들에게 뭔가를 일러주고 싶어하는 책이기에 조금 더 업그레이드 시켜 독자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실천과제> <행동과제> <실행과제>를 요약해서 독자들에게 권한다. 스스로 강사가 되어 나를 트레이닝 시키는 것처럼, 가벼운 게임을 통해 결과를 얻어내는 것처럼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제1부 충만한 삶의 이야기를 만들라
제2부 의식하는 삶을 위한 6가지 실천과제
제3부 삶은 동사다
소제목만으로도 저자가 독자에게 말하고 싶은 "인생이란?", "삶이란?"에 대한 답을 얼추 눈치챌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무척 편하게 보길 원한다. 깨끗하게 읽고 고이 모셔놓은 그런 책이 아닌 저자의 주장에 반대의견도 말해보고, 동감하는 글에 표시도 해보길 바란다.
"책의 여백에 자신의 생각을 메모로 남기는 것은 조금 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대화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책장의 좌우, 위아래 여백 혹은 앞뒤 표지 뒷면 공간에 무언가를 적어놓는 것은 책과의 만남을 물리적으로 기록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이 책도 독자가 남긴 글로 가득하기를 바란다. 책의 여백뿐만 아니라 단어와 단어 사이, 행간, 그리고 내가 쓴 글 위에도 깨알 같은 메모가 빼곡했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책을 소개하고 있으니까.
『37일 동안』을 다 읽고 다시 펼쳐 본다. 과연 나는 어떤 것을 눈여겨보고 있었을까? 과연 어떤 것을 나의 인생에서 먼저 생각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저자가 제시한 것에 어떤 공감을 하고 있을까?
무엇보다 '나', 다시 말해 여러분 각자가 자신이 매우 중요한 존재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p28)이란 문구에 밑줄을 그었다.
나의 질문에 엠마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매우 자랑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내가 맞힌 문제가 있다는 게 정말 신났어!"(p49) 옆에 <딸아이가 떠오름! 시험 대부분을 망쳤어도 다행히 한 과목이 98점이라는 사실에 웃으면서 현관문을 들어서는 모습..>이라고 적혀 있다.
사실, 우리는 자주 분노를 표출한다. 비명과 까칠한 반응과 비난과 내뿜는 독기와 신랄한 말과 수동적인 공격성을 번번이 드러낸다. 그럴 때 마음속에서는 '인생의 이 어두운 방에 제발 나를 혼자 남겨두지 마세요. 여기는 너무 어둡고 조용하고 움직임도 없어요. 침대는 너무 작고. 방은 너무 어두워요. 여기서 홀로 미래를 걱정하며 괴로워하기에는 너무 무서워요'라고 외치고 있다(p178) 이 옆에 나는 이런 메모를 했다. "사춘기 아이들의 표현, 반항, 무심함도 이런 자신의 두려움을 도와달라는 이끌어달라는 외침 아닐까?"
『37일 동안』이 다소 어수선한 면도 있다. 여기저기 자리 잡고 있는 짧은 글귀 때문에 꼼꼼하게 정독하는 독자들에게는 산만스럽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또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마치 학생 때 친구들 사이에 돌리던 앙케이트 같은(난 이것을 공개된 일기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느낌이 들어서 그저 편안하게 본문을 읽고, 다시 책을 펴서 구석구석 봐달라고 있는 글귀를 읽으면 될 것 같다.
글의 스타일이 자유롭고 편안하기 때문일까? 책에 대한 나의 평도 마치 하나의 일기를 쓰는 듯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