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1 - 군중십자군과 은자 피에르, 개정판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1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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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언급할 때 십자군의 이야기를 빼고는 중세 시대를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십자군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 종교적 요인을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와의 싸움이라고 먼저 답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간단히 종교운동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십자군에 가담한 기사와 상인 농민들은 각각의 욕구가 다릅니다. 기사들은 새로운 영토지배에 대한 야망, 상인들은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그리고 농민들은 봉건 사회의 중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또한, 십자군을 떠올리면 기사도 정신이 따라 연상됩니다.

하지만 역사의 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용감하고 자기 희생적이고, 타인을 배려하고, 정의를 위한 용기를 가진..등등 십자군을 두고 연상되는 단어가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나서 상당히 바뀔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 소갯글의 한 문장이 눈길을 끕니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는 부시 대통령 때문에(?) 탄생했다. 부시 대통령은 ‘악의 세계를 제거하기 위해 미국이 벌일 21세기 첫 전쟁은 십자군전쟁’이라며 이라크를 침공했다. 이에 김태권 작가는 작가의 양심을 걸고 십자군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는 모두 전 6권으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2003년 처음 <십자군 이야기>를 펴낼 때는 '반전'과 '평화'를 주축으로 이야기를 펼쳤다면 이번 개정판에서는 '관용'과 '공존'의 개념을 추가했다고 합니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는 작가의 상당히 해박한 역사 지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사실 역사를 이해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한국사든 세계사든 역사는 사실 어렵습니다. 당시의 사건과 정치의 세계, 관습과 문화의 인식까지 이해하는 것은 당연히 어렵죠. 시간과 공간의 공존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더 쉽게 씌여진 역사서를 찾게 되는데요~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는 이런 면에서 아주 정확한 사실을 흥미롭고 위트있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1권 군중십자군과 은자 피에르>입니다.
중세 유럽의 한 광신도로 은둔자 피에르라고도 불리는 한 사람이 나타납니다. 그의 일과는 당나귀를 타고 꿈에서 성 베드로가 그의 꿈에 나타나 이슬람과 전쟁을 하라고 했다고 주장을 합니다. 그를 지켜보고 있던 교황 우르바노 2세는 교묘히 선동하여 십자군 전쟁을 일으키려 하지만 피에르는 군중을 모아 정식 십자군보다 먼저 출발을 합니다. 이들이 바로 군중십자군이죠. 이들은 예루살렘을 탈환하러 떠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 바로 예루살렘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른다는 것입니다.
현대인의 머리로는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상상도 안 되는 줄거리입니다만 당시 중세는 이것이 통했습니다.
무지와 편견은 어떻게 전쟁으로 이어지는가? 바로 1권의 주제입니다.
 
동쪽에 있다는 예루살렘을 향해 군중십자군은 출정합니다. 대략 동쪽이라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정확한 지점이 아닌 대략으로 움직였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도착하는 도시마다 '이곳이 예루살렘인가'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군중십자군은 예루살렘을 찾으러 가는 길에 거치는 도시에서 온갖 만행을 저지릅니다. 학살과 약탈이 일상화 되어버립니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 1권 군중 십자군과 은자 피에르>는 피에르의 등장을 시작으로 십자군이 학살의 시작이 되어버린 과정, 군중 십자군 때문에 위기에 처한 제국의 이야기와 온갖 만행을 저지른 군중십자군의 최후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십자군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군중십자군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편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십자군=기사도정신 정도만 알고 있었다고 하죠.
하지만 이번 1권을 읽으면서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간혹 인터넷의 정보로 얻게 되는 십자군의 내용도 사실 이해가 어려웠는데 위트있는 저자의 이야기 전개는 좀 더 쉽게 군중십자군과 당시의 시대상에 대해 잘 알게 됩니다.
 
1권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 고전 읽기가 있습니다.
사실 군중십자군에 참여한 사람들은 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누구보다 더 용맹하거나 더 잔악하거나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이 저지른 일은 아마 공포물의 소재로 충분히 사용할만한 행동을 저지릅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왜 사람들이 군중십자군에 휩쓸려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는가에 대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나 고전을 통해 독자들에게 해박한 지식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극히 평범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은 유대인 대학살 당시 희생자들을 수용소로 이동시킨 담당자였는데요, 이 사람을 재판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아이히만의 본모습은 생각과 너무 다른 대조적인 모습이라 오히려 더 경악했답니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 1권 군중 십자군과 은자 피에르>는 여기까지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작가는 왜 십자군 이야기를 펴냈을까요? 이는 책 소갯글을 발췌합니다.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점을 주목해야 하는지 독자들에게 일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역사 왜곡이다. 역사적으로 십자군전쟁은 정의로운 전쟁이 아니다. 이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십자군전쟁은 기독교가 전 세계에 저지른 악행이었다며 사과한 바 있다. 소설가 귄터 그라스는 “부시의 십자군 발언은 그 잔혹한 역사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십자군이 종교적 열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멍청함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논평했다.
 
둘째, 서양 중심의 역사에 대한 문제 제기다. 마치 십자군전쟁이 서양의 선진 문명이 이슬람의 미개 문명을 일깨우려는 시도였고 이러한 계몽은 서구의 역사적 사명이자 숙명인 것처럼 미화되었는데, 이를 넘어서려면 이슬람에 대한 올바른 소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셋째, 불의에 대한 결말을 보여주고자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시의 이라크전쟁과 서유럽의 십자군전쟁은 900여 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이 있다. 바로 두 전쟁이 어떠한 명분도 도덕성도 정의도 없다는 것이다. 200년간 이어졌던 이 명분 없는 전쟁의 대가는 처참한 기아와 살육 그리고 당사자인 교회의 몰락이었다. 서유럽의 패배와 교황권의 추락을 가져온 십자군전쟁의 결말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오늘날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명분 없는 전쟁들의 참혹한 결말을 보여주고자 했다.

중세만을 이해하고, 그 뒤에 이어질 유럽국가의 상생관계만을 이해하기 위해 십자군을 바라보면 안 되겠습니다. 그때에도 무지함 때문에 살육이 난무하는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교가 우위라는 생각(십자군 측면에서 본다면)은 아주 아주 왜곡된 사실이라는 점 저 역시도 이번에 제대로 알았습니다.
세계사를 배울 때 그리스도인의 사명감이 우선으로 깔린 배경이었다는 것이 떠오르는데 말입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것과 중세 십자군의 무지막지함과의 관련성에 대한 주장은 2권, 3권을 읽고 제대로 알고, 좀 더 이해하고 논해봐야겠습니다.
2권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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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세 대해부 - 매경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주요 그룹 오너 3세 이야기
매일경제 산업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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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벌이야기는 드라마 소재로 종종 등장합니다. 아니..거의 전 드라마의 소재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죠.

남자주인공 항상 재벌집 훈남입니다. 성격 좋아.. 능력 있어.. 자신감 충만해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거침없이 밀고 나가.. 때론 까칠한 성격이 보이지만 까도남이라는 단어로 매력 한 귀퉁이를 차지해.. 이런 남자들은 캔디처럼 꿋꿋하고 밝은 여성들만 만나게 됩니다. 왜? 그 여자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어야 하니까..

 

이런류의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 나 대신 차지하는 저 높은 곳의 생활과 지위와 역할까지 대리만족을 하게 되죠. 또 한편으로는 '사람 팔자, 참...'이라는 약간의 섭섭함, 아쉬움, 부러움도 표현하게 됩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사람의 팔자는 정해져 있나 보다. 어쩔 수 없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부모에게 자란 사람들이 승승장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라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드라마 후기를 적으려는 것이 아니므로 요기까지만 하고요~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런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는 재벌가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는 책이 있어서 구구절절 서론을 시작했습니다.

<재계 3세 대해부> 우리나라 재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산업사는 이제 3세대가 주축이 되고 있습니다. 삼성그룹을 만들어낸 이병철 회장, 현대그룹의 창업주 정주영 회장은 1세대입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2세대를 대표하고 있죠. 1세대가 맨땅에서 맨주먹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이들이라고 하면 2세대는 IMF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세계로 뻗어 나가는 발판을 마련한 세대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사람은 바로 차기 주자 3,4세대입니다.

이들은 기반이 잡혀 있는 경제를 발판으로 경쟁력을 더욱 업그레이드시켜 세계로 확장해야 하고, 그들의 탄탄한 경제 기반을 사회적 발전에까지 펼쳐야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세계가 변하고, 시대가 변하면서 국민의 시선과 의식도 상당히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재계 3,4세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늘 주시하고 있는 눈들이 많습니다. 재벌가의 행동은 더욱 조심스러워야 하고, 더욱 겸손해야 합니다. 왜냐고 그들이 묻는다면 딱 한마디 '노블리스 오블리제 noblesse oblige' 이겠죠?

 

<재계 3세 대해부>의 소갯글 중 이런 말이 있습니다.

 


《재계 3세 대해부》는 한국 주요기업 오너 3세들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들이 직접 만나 취재한 생생 정보를 담았다. 출생부터, 교육과정, 현재의 위치, 그리고 비전까지 상세히 다룬다. 재계 3,4세들의 성장 과정과 현재 갖고 있는 고민,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를 만나볼 수 있다. 또한 그들이 받아온 각사의 경영수업과 일상생활 등을 엿볼 수 있다.
TV 드라마 속의 피상적인 재벌 3.4세들이 아닌 옆에 있는 재벌 3,4세의 모습을 여기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대충은 그들의 성장배경을 알고 있지만(물론 가십을 통해서이지만) 그래도 그 중 하나, 재계 3.4대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은 무엇이고,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에 대한 독자의 궁금증이 발동합니다.

이 책에는 17개 그룹의 3,4세대 차기 주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2020년 한국의 재계를 이끌게 될 대표적 뉴리더라고 표현을 합니다. 대표적인 뉴리더가 누구일까요? 아마 독자들도 어지간히 알고 있는 사람들일 겁니다.

 

삼성가의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에버랜드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SK그룹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성환 SKC 전략기획실 부장  LG그룹의 구광모 LG전자 차장,  범LG가로 불리는 LIG 그룹의 구본상 LIG.LIG넥스원 부회장  GS그룹에서는 (주)GS 사업지원팀장을 맡은 허용수 전무, GS 칼텍스의 허세홍 전무, 두산그룹의 방정원 두산건설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  한진그룹의 기내식. 객실 승무본부장을 맡은 조현아씨, 경영전략본부장인 조원태씨,  등등, 17개 그룹의 모든 가계도를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학연이 대단합니다. 거의 비슷한 고등학교, 같은 대학 출신 또는 MBA 출신이 대부분입니다. 제목이 <재계 3세 대해부>라고 했지요? 그럼 좋고 그름을 해부했으면 좋았으련만, 어째 책을 읽어갈수록 여러 군데의 기사를 모아 깔끔하게 정리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까요? 그들의 스펙은 대단합니다. 배경을 탄탄하게 가진 부모에게서 태어났고, 한국의 사람들이 올려다보는 그 위치에서 태어났으니 그들의 학업은 최상, 최고의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이야 당연하죠. 부모가 그룹의 총수로 있는데 그 밑에서 경영수업(여기서 말하는 경영수업이라는 것은 아래에서부터 시작하라는 말 같은데 어째 최말단 직원부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대충 읽어봐도 부장급부터 시작하는 것 같네요)을 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평범한 집안도 똑같습니다. 아버지가 조그마한 중소기업을 하고 있다면 하다못해 방학 중에 아르바이트라도 아버지 회사에서 시킵니다. 자녀가 싫다고 하면 아버지의 업종과 관련된 다른 곳에 인턴으로 일하게도 합니다. 자녀가 이리 빼고 저리 빼고 해도 결국 아버지가 정해준 일자리가 있다면 당연히 가겠죠. 요즘처럼 실업률이 최강일 때 일자리 싫다고 마다하면 이거야말로 생각 없는 민폐일 테니까요.

 

<재계 3세 대해부>라는 제목에는 아무래도 쓴소리를 많이 해야 했다고 봅니다. 1세대, 2세대의 그룹 총수들이 한국의 경제를 이끈 것도 사실입니다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시대가 변하면 그들의 자세와 생각도 변해야 합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거든요. 듣고, 보는 이야기가 많거든요. 그리고 국가의 경제, 국가의 정치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있거든요.

 

이 책을 만든 매일경제 산업부 팀들은 이 책의 머리말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앞에 놓인 이 책은 이러한 재계 3.4세 경영시대를 각 기업이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보여주고자 매일경제 기자들이 힘겹게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들이 공식적인 루트뿐 아니라 개인적인 인맥, 여러 날의 뻗치기(기자들 사이에 흔히 쓰이는 용어로 VIP 인사를 만나기 위해 집 앞이나 회사 앞, 호텔 로비 등에서 여러 시간 기다리는 것을 뜻함)를 통해 얻은 취재를 바탕으로 책이 꾸려졌습니다. (중략) 국민들의 시선이나 기대감도 예전과는 다릅니다. 결국 스스로를 절차탁마하고. 내부 엘리트를 뛰어난 전문경영인으로 키워내는 등 지배구조에서도 일대 개혁이 필요합니다. (중략) 모두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들이 이들을 직접 만나 얻어낸 성과물들입니다.


사실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책이 나오게 된 짧은 소감을 꼼꼼하게 읽게 됩니다.

이 책이 어떤 의미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주제를 독자들에게 표현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어떤 결론을 내렸으면 하는지 머리말과 지은이의 소감을 꼼꼼하게 먼저 읽는 편입니다.

그런데 조금 아쉽습니다. 경제부 기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뛰는 열혈기자들은 이 경제의 주축들이 어떻게 움직여야 더 나은 한국과 한국의 경제를 이끌어 가야 하는지 일반인보다는 좀 더 전문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을텐데 말입니다.

제계 3세들이 기업내에서 어떤 평판을 듣고 있는지, 그들이 어떤 자세로 업무에 임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잘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당연히 그들이 보여주어야 하는 기본 자질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인것을 굳이 언급해서 그것이 타인보다 더 잘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재계 3,4 세대들이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는 모습을 적극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들이 경영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 없다를 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은 그룹을 경영하기 위한 순서대로 배우고 익혀왔습니다. 언젠가는 그 자리에 앉을거라는 것이 결론입니다. 그러면 그들이 어떤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있나. 어떤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나. 그리고 해결을 위한 그들의 행보는 무엇인가에 대해 언급이 있었으면 좋았을 겁니다.

대해부라는 말에 걸맞게 정말 해부를 했었으면 좋았을껄이란 느낌이 어째 찜찜하게 남아있습니다. 노사문제가 있는 그룹이나. 폭행사건으로 도덕적 자질이 의심되었던 사건, 현대차와 현대그룹간에 있었던 반목, 뻔히 보이는 몰아주기 경영 등등..

물론 이들이 지금 펼치고 있는 사업의 성과는 잘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어떤 행보를 했는지 알아둘 필요도 있습니다. 그들의 선택과 결론의 여파는 아무래도 국민들에게 파장이 있기 마련입니다. 재벌이라는 위치는 국민과 함께 상생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누구가 읽으면 좋다라는 권유는 별 두개입니다. 경영에 관한, 경영자스토리에 관해 알고 싶은 독자들이 재계를 정리하기 위한 내용을 원하면 이 책이 조금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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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6-28 0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왜 여성대통령인가 - 여자가 대권을 잡으면 과연 세상이 나아질까?
크리스틴 오크렌트 지음, 이희수 옮김 / 호미하우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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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이끄는 정치에는 여성의 자리매김이 더욱 확고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 정치도 그렇고, 한국의 정치도 그렇고 여성들의 적극적인 정치 활동은 대선의 향방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기도 한다. 양성평등이라는 말에 걸맞게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활동은 상당히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아직도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에서 여성의 위치는 과연 어느 정도인가? 여성 총리나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나라도 있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여성지도자들의 행보는 남성들의 정치 행보에 비하면 미흡하기만 하다.

 

<왜, 여성대통령인가>라는 화두를 내세워 저자 크리스틴 오크렌트는 대권을 향한 여성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크리스틴 오크렌트는 미국 CBS와 NBC 방송 기자를 지낸 경험으로 프랑스 국영 방송사의 저녁 뉴스를 단독으로 진행한 최초의 여성 앵커이다. 크리스틴 오크렌트는 세계적인 정치권 전문가이자 프랑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자 방송인이다. 그녀가 했던 인터뷰 역시 기록에 남을 만한 족적을 보여주었다. 1979년 아미르 호베이다 전 이상 수상이 처형되기 전에 극적인 인터뷰 한 것이나 걸프전 당시 유일하게 사담 후세인을 직접 인터뷰한 경력이 말해주듯,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보다는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그녀의 날카로운 분석을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여성 국가원수들을 직접 만났다. 그리고 그들이 향하고 있는 정치와 권력의 세계, 대선의 세계를 놓고 그들의 경험과 야망, 상처와 자존심을 분석하고 있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정치판은 한국이나 세계나 복잡하고, 조잡하고, 때론 지저분한 느낌이 든다. 민주주의를 앞세우고 그 뒤에서 온갖 치졸함을 보여주는 남성들의 행태가 지긋지긋하다. 이 지저분한 정치판을 확 뒤집을 변수가 무엇일까? 획기적인 사건? 온 국민의 지지를 얻을 인물? 그 인물이 그 인물이고, 그 경력이 똑같은 그 경력을 내세우는 남성 지도자들과 전혀 다른 인물, 바로 여성대통령 나타난다면 과연 세계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대부분 정치인은 여성의 정치 참여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정치는 남성만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는 고리타분함을 버리지 못한 속성 때문이다.

사실 여성들이 사회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하는 일은 남성들보다 배로 많다. 하지만 질과 양으로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나은 일을 하고, 더 혁신적인 변화를 꾀하기도 하지만 사회적인 위치는 그리 탄탄하다고 할 수가 없다. 실업이나 고용 불안의 위기에 항상 먼저 희생을 당하는 것은 바로 여성이기 때문이다. 복지적인 면에서도 여성의 위치는 불리하다. 그런데 이런 불리함과 억울함에도 여성들은 꾸준히 대권 후보에 나서고 있다.

 

사실 민주주의적인 시선이나 양성평등에 대한 시각으로 볼 때 유럽에서 여성의 정치 진출은 상당히 개방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의외로 여성 지도자들이 정치계에서 표면으로 나타나기까지 그들이 한 노력은 생각보다 더 상당하고, 그들이 겪었던 시련 또한 만만한 것이 아니다.

남성들만의 영역이라고 무의식중에 울타리를 쳐놓은 그곳에 여성이 발을 디디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자부심을 느끼고 정치라는 울타리에 들어서는 순간 그들은 모든 이들의 표적이 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그리고 보이지 않는 사생활까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성과 품격과 여가 생활까지 모든 것은 표적이 된다.

그녀들은 전사가 될 수밖에 없다. 거칠고 포악한 전사가 아닌, 진정성과 진실을 무기로 한, 그리고 그들의 생각을 먼저 읽는 능력을 갖춘 전사가 된다.

 

<왜, 여성대통령인가>에서는 어떤 인물들을 만나는가.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유럽 최강대국 독일을 통치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군사 독재라는 환경에서 자라나고 장군의 딸로 성장하면서 아버지를 죽음으로 보낸 칠레에서 대통령으로 당당하게 우뚝 선 미첼 바첼레트, 대처주의, 대처리즘이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만들어 낼 만큼 남성보다 강력한 정치 파워를 구사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노동당 당수로 좌파 연합을 이끈 뉴질랜드 총리 헬렌 클라크, 이스라엘의 여성정치가로 유대 노동 총연합 여성노동위원 간사, 초대 소련 주재 공사, 노동장관, 외무장관 등을 거쳐 총리를 지낸 골다 메이어, 2007년 폭탄 테러로 사망한 파키스탄 독립운동의 지도자로 총리로 기억에 남는 베나지르 부토, 대통령의 딸로 방글라데시의 총리를 역임한 세이크 하시나 와제드, 남편의 죽음을 계기로 정치에 나서 방글라데시 군사 정권과 맞선 칼레다 지아를 <왜, 여성대통령인가>에서 만날 수 있다.

 

왜 대부분 대통령이 남성이 차지하고 있는 이때에 여성대통령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을까? 여자들이 대권을 잡으면 과연 세상이 나아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을까? 독자들은 여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연관성, 모성, 부드러움, 그리고 강인함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모습이기에, 남편을 내조하는 부인의 모습이기에 여성이 대통령이 된다면 지금의 무지막지한 정치판을 좀 더 이성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하나의 기대심리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여성들이라고 무조건 청렴하고, 모성을 대표하기 때문에 두루두루 감싸 안는 포용력이 더 넓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들 역시 엄마이자 여자이자, 정치의 앞에 선 사람들이기 전에 나를 생각하는, 때론 이익을 생각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왜, 여성대통령인가>는 정치에 대한 나의 무관심을 조금 완화해주는 계기를 준다. 내 나라 정치에 대한 불신과 그들이 보여주는 불협화음으로 실망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내 나라의 정치권도 이해하지 않으려고 하는 판에 다른 나라의 정치, 다른 나라의 여성 대권 주자에 대해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알량한 한국의 자존심도 조금은 내세워보지만, 여성들이 왜 대권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안목을 키워주는 것은 사실이다. 역시 사람은 시야가 넓어야 한다. 보는 것도 많아야 하고, 아는 것도 많아야 한다.

여성지도자에 대한 나의 지식은 힐러리 클린턴, 미셀 오바마, 브뤼니 사르코지, 아웅산 수치 정도만 기억하곤 한다. 그들이 정치를 위해 움직였던 행보도 주목하지만, 그들이 불러일으키는 가십이 더 관심이 있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왜, 여성대통령인가>에서는 호기심으로 여성 지도자들을 바라보는 독자들의 시선을 좀 달리 깨우치는 시간을 전하고 있다. 여성 지도자의 등장으로 혼란 속에 빠지는 정치권과 그 속에 함께 맞대결하는 남성들과의 대결은 읽는 독자가 흥미진진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여성과 남성의 성性 대결 선거운동의 긴박함도 볼 수 있고, 그녀들을 조롱하는 남성들을 향해 강타를 날리는 시원함도 맛볼 수 있다.

 

사실 한번의 독서만으로는 그녀들의 정치적 견해, 그리고 세계가 그녀들에게 원하는 방향에 대해 깔끔한 정리를 할 수는 없다. 그만큼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많았고 몇 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일이지만 그녀들을 제대로 알려고 하는 노력이 과연 얼마만큼 있었는지 되물어보고 싶다.

<왜, 여성대통령인가>는 세계 변화 속에 같은 흐름을 타고 있는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권하고 싶다. 지금의 한국보다 그래도 더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정권을 이어가는 여성지도자들을 이제는 우리가 제대로 보고 배우고 한국에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정치에 대한 견해를 나름 업그레이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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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아트 이야기 - 주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키친아트 사람들의 위대한 경영 드라마
정혁준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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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속의 예술감각'

어릴 적 어렴풋이 들었던 한 광고의 문구입니다. 아마 이 한마디로 매일 똑같은 주방의 일상이 좀 더 아름답고, 좀 더 편리하고, 좀 더 아늑한 주방으로 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 겁니다.

주방과 예술이라는 조화를 이룬 획기적인 아이템을 만든 회사가 바로 <키친아트>입니다.

'공동소유, 공동분배, 공동책임'이란 다소 독특한 사훈을 내걸고 전진하는 회사인 <키친아트>는 아름다운 브랜드 이미지에 걸맞게 승승장구를 한 기업이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상당한 진통을 겪은 후에 브랜드의 이미지 가치를 높인 회사입니다.

 

<키친아트 이야기>라는 책을 접하고 기업의 홍보에 관한 책이겠거니..라는 생각을 우선 하였습니다만, 부제로 쓰인 한 문장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주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키친아트 사람들의 위대한 경영 드라마.

다른 기업과 다른 <키친아트>만의 노하우가 궁금해지고 무엇보다 노사간의 반목이 심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주인정신이라는 말은 과연 독자들에게 어떤 결론을 보여줄까라는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키친아트는 어느 날 갑자기 설립된 회사가 아닙니다. 시작은 전신 기업인 경동산업에서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동산업은 당시 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경영진들이 우선인, 회사의 이익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경영방식을 고수합니다. '함께'라는 의식이 없으니 노동자의 근무 조건도 당연히 최악으로 내달립니다. 열악한 작업환경과 말도 안 되는 노동 강도, 노동자들의 저임금은 사측의 부를 키워주었지만 정작 그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앞날은 암울합니다. 80년대의 민주화 운동과 그에 따른 사람들의 의식 변화로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제대로 바라보고 당당하게 요구하기 이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인 변화, 노동자들의 의식 변화에도 경동산업은 눈 깜짝 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무섭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죠. 아니 알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노사는 반목하게 되고, 무분별한 경영으로 경동산업은 결국 무너지게 됩니다. 그에 따라 노동자들의 삶도 무너지게 됩니다.

이런 지경에 이를 때까지도 노사는 서로 회생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귀를 닫아버린 경동산업이 제일 문제였지만 말입니다.

 

회사가 무너지고 폐쇄를 하면 제일 타격을 받는 이들은 바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평생직장이라 여기고 오로지 그곳에서 배운 기술만으로 힘들게 힘들게 가정을 꾸려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경동산업의 퇴출은 당장 노동자들의 밥줄이 끊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무너질 수 없다.' '회사가 문 닫는다고 나의 일자리를 고스란히 내줄 수 없다.' '그동안 받지 못한 급여와 퇴직금이라도 챙겨야 한다.' '내가 여기를 떠나면 어디서 다시 시작해야 하나.' 노동자들은 수많은 걱정을 했을 테고, 현장 노동자뿐 아니라 영업직, 관직리직에 있던 직원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 마음이 서로 통했습니다. 그들은 손을 잡는다. 경동산업을 이끌던 경영진들은 모두 등 돌리고 자기들의 살길을 찾아 도망가기 바빴던 그 시기에 서로의 처지에서 갈등을 가졌던 두 집단이 서로 손을 잡았습니다. 살아야 하기에, 살려면 손을 잡아야 하기에 그들은 오로지 회사를 살려보자는 그 마음 하나로 뭉쳤습니다. 그리고 직원 모두가 주인인 키친아트라는 브랜드를 유지하게 됩니다.

 

<키친아트 이야기>는 무너진 회사를 직원들의 힘으로 세우고, '공동소유, 공동분배, 공동책임'의 사훈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브랜드를 살리는 이야기, 말 그대로 경영 드라마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그런 이야기입니다. 모기업이 무너지고 그 와중에 살아남아야 하는 직원들은 서로 손을 잡고 기적을 이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키친아트라는 브랜드를 악착같이 잡아 붙들고, 그 브랜드를 키워나간 것은 결국 현장에서 발로 뛰던 직원들이었습니다.

 

기업은 창업주 한 명만 모든 부를 가져야 하는, 경영진들이 노동자들을 하수인처럼 부리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직원의 창의력과 노력, 노하우, 그리고 자신감, 열정으로 이루어진 창조적인 산물이 똘똘 뭉쳐야 오랫동안 후손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그런 마음을 키친아트는 잘 살려나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동산업에 다니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조그만 회사다.' '좋은 학교를 나오고 전문 경영인들도 포기한 회사를 니들이 어떻게 운영하겠느냐'라는 우려를 키친아트의 직원들은 현장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를 전면에 내세워 발로 뛰는 경영을 보여주었습니다. 각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자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손으로 직접 만들고, 눈으로 직접 보고, 늘 한결같이 내공을 쌓았던 그 자세. 바로 최선의 자세, 진정한 자세로 등을 돌린 협력업체의 힘을 다시 받아내는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키친아트 이야기>는 평범하던 직원들이 세계를 향해 나가는 기업의 성공 신화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기업의 노하우를 독자들에게 기꺼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업 경영의 전문적인 지식이 없던 이들은 직접 배우고, 물어보면서 하나하나 배워나갔습니다. 독자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가게를 꾸려 나가는 것도 기업의 하나이고, 직원을 거느린 중소기업도 제대로 된 경영이 무엇인가 배워야 합니다.

<키친아트 이야기>는 바로 그런 기업정신, 직원이 내 일처럼 생각하는 회사를 만들고, 열심히 일한 성과는 골고루 나누어 주고, CEO와 직원이 서로 신뢰하고 소통하는 그런 기업을 만들어가는 노하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결코 이상형에만 머무는 기업의 모습이 아닙니다. 어떤 개념을 확고하게 지켜나가느냐에 따라 이상형의 기업이 바로 내가 다니는 직장, 내가 꾸려가는 기업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아직도 노사갈등을 가진 많은 기업이 있습니다. 결코, 모른척하고 없는 척 할 일이 아닙니다. 답은 바로 앞에 있습니다. 단지 내 것이 아니라는 변명으로 그 답을 보려 하지 않습니다. 경제경영에 대한 이야기는 당연히 지루합니다. 딱딱합니다. 전문용어만 나열되어 있어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경제경영에 대해 문외한으로 머무를 수도 없는 시대입니다. <키친아트 이야기>는 처세술과 기업경영, 경제원리까지 두루두루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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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 도시를 삼키는 거대한 구멍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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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있던 건물이 사라졌다.

어느 날 갑자기 나의 사람들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재난소설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나타난 소설 <싱크홀>

도시를 삼키는 거대한 구멍은 세상을 패닉으로 만들어버린다.

 

도시는 평범하게 돌아가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무덤덤하게 돌아가던 직장인의 삶을 플로리스트라는 꿈으로 전향하고 새로운 인생의 재미를 알아가는 27살의 민주. 부유하다는 말도 부족할 만큼 최고의 부를 지닌 어머니가 있지만 정형 외과의로서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며 살아가는 동호. 꽃집을 운영하면서 딸 안나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영희. 그리고 이들의 삶과 얽혀 있는 양미자 회장, 혁, 소희 등..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이도 있고, 자신의 시간을 즐기는 이도 있고, 자신의 과거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좌절한 사람도 있다.

 

<싱크홀>의 시작은 세 남녀가 히말라야 산맥 북서쪽 끝 카슈미르 지역에 있는 산 낭가파르바트를 정복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산의 정령이 지배하는 영역. 감히 인간의 손을 거부하는 산. 하지만 조금이라도 산의 신에게 다가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해발 812미터를 정복하기 위한 세 사람의 투혼은 마치 뒤에 이어질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그 무엇, 자연이라고 하기에는 커다란 그 무엇에 대한 직감을 던져준다.

 

싱크홀은 갑자기 땅이 꺼지면서 다양한 크기의 거대한 구멍이 생기는 현상 원인에 대해서는 자연적이라는 것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라는 주장도 있다. 저자 이재익은 이 싱크홀이 수많은 사람이 다니는 도시 한복판, 그것도 거대한 빌딩의 아래에서 일어나게 한다.

D-day 전 세계가 들썩거릴만한 오픈식을 한 직후 한순간에 눈앞에서 그 높디높은 빌딩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시커먼 입을 벌린 구멍만이 남아 있다.

사람들은 우왕좌왕한다.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하지만 땅속으로 꺼져버린 건물에 어떻게 덤벼야 하는지 모른다. 차라리 지상 위에 무너져내린 건물이라면 잔해라도 치울 텐데, 이는 고스란히 땅속으로 꺼져 들어갔다.

 

사라진 건물은 많은 것이 독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최상층의 부의 결정, 수천만 원의 멤버십 카드가 없으면 입장불가인 클럽, 휘황찬란한 인테리어, 여러 전문가의 우려 속에서도 그 건물은 불법, 그리고 그들만의 암암리에 행해진 검은 거래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지하층에는 살아보겠다고, 조금 더 나은 새 건물에서의 조그만 가게운영이 좀 더 나은 삶의 발판이 되겠다고 어렵사리 가게를 임대한 서민들의 낮음도 있다.

건물이 무너져내린 그 상황에서도 부를 가진 자와 부를 덜 가진 자의 모습이 보인다. 무너진 건물 맨 아래에는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던 서민들이 있다. 무너진 건물의 맨 위에는 돈이면 다라는 생각으로 흥청망청하던 자들이 있다. 구조된다고 해도 있는 자들이 먼저 구조 되야 한다는 걸까?

하지만 워낙 위험한 상황이고, 싱크홀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을 수 없어서 구조활동은 더디다. 더구나. 구조활동 중에 잔해가 무너져 내리는 위험상황에 비까지 내려 엄두도 낼 수 없다.

 

이 위험에 뛰어든 세사람이 있다.

낭가파르바트에서 동료이자 친동생 같은 처남을 사고로 잃어버리고 세상으로부터 숨어버린 남자 혁. 혁은 세상으로 나와 절규한다. 저 무너진 건물 맨 아래층에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있다. 그들을 구해내야만 한다. 히말라야의 산을 올라갔다면 이것은 꼭대기에서 하산하는 것과 같다는 주장을 한다. 건물의 옥상부터 진입하는 것은 시간상 촉박하다. 내 아내와 딸을 찾기 위해서는 건물을 삼킨 구멍의 벽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고 울부짖는다. 그런 그를 따라 나서는 소희, 사랑하면서도 차마 사랑을 말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그저 이 구조활동에 따라 나서는 것으로 모든 답을 보여주는 여자다.

그에 합류하는 또 한 남자, 우연히 만난 민주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인연임을 알게 된 동호, 그녀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시작도 못 하고 그녀를 건물 속에 보내야 했다. 그녀를 구해야 한다.

 

이 세 사람은 싱크홀에 도전한다.

 

<싱크홀> D-7부터 D+7까지의 시간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고 사건이 있지만 소설의 속도전 때문에 지루함이 덜하다. 어떤 이야기가 뒤를 이을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소설이다.

건물 속에서 운명처럼 살아남은 사람이 있고, 그들을 지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영웅적인 또 다른 주인공이 있으리라고 천편일률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들을 이끌어내는 사람도 없고, 영웅적인 사람도 없다. 오히려 나만 살아남기 위해 철저하게 비열한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사람이 죽어가는 그 공포 속에서 더한 공포를 주는 살인마도 살려둔다. 끔찍하다. 죽어가는 인간에서 해대는 그 살인마의 행적은 끔찍하고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D+7

살아날 사람은 살아났다. 이들은 당연히 행복해야 한다.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결말이기에 언급할 필요도 없다. 독자들은 다 알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독자들이 보기에 죽여버렸으면 좋을 사람도 살아났다. 그들은 지상의 세상 속에 합류한다. 서로의 악을 알고 있으면서도 서로 눈감아 버린다.

저 인간들이 또 어떤 악질 같은 일을 저지를지 궁금하다.

 

<싱크홀>의 몇몇 등장인물은 너무나 드라마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좋은 직장과 좋은 스펙을 가졌으면서 진정한 사랑을 찾아내려고 하는 모습, 두려움 속에서 자신의 용기를 밝히며 천륜을 다시 되짚어보는 효심 깊은 아들.. 죽은 듯이 살다가 재난이 터지고 자기의 가족을 위해 마징가처럼 벌떡 일어나는 사람, 평소 자신의 못난 모습을 빌지도 못하다가 죽음을 두고서야 함께 있음을 보여주는 두 남녀..좀 빤히 보이는 듯한 인물의 행동반경은 미니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또한,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남자는 왜 그렇게 어이없는 죽음을 당해야 했는지..참 아쉽다. 뭐..살아났으면, 상처를 입고 악인을 제압했으면 영웅진행형의 소설이 되었을려나?

 

독자의 욕심이라면 조금 더 길게 2편으로 이루어진 장편소설이었음 좋으련만...

그래도 드라마나 소설이나 아쉬움이 남아야 줄거리를 더 기억하게 되니..독자의 희망은 여기까지.

약간은 깊은 중후함이 없어서 아쉬움이 있지만 빠른 전개상으로 휙휙 지나가는 소설은 이 뜨거운 여름에 시원스럽게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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