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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아트 이야기 - 주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키친아트 사람들의 위대한 경영 드라마
정혁준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주방 속의 예술감각'
어릴 적 어렴풋이 들었던 한 광고의 문구입니다. 아마 이 한마디로 매일 똑같은 주방의 일상이 좀 더 아름답고, 좀 더 편리하고, 좀 더 아늑한 주방으로 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 겁니다.
주방과 예술이라는 조화를 이룬 획기적인 아이템을 만든 회사가 바로 <키친아트>입니다.
'공동소유, 공동분배, 공동책임'이란 다소 독특한 사훈을 내걸고 전진하는 회사인 <키친아트>는 아름다운 브랜드 이미지에 걸맞게 승승장구를 한 기업이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상당한 진통을 겪은 후에 브랜드의 이미지 가치를 높인 회사입니다.
<키친아트 이야기>라는 책을 접하고 기업의 홍보에 관한 책이겠거니..라는 생각을 우선 하였습니다만, 부제로 쓰인 한 문장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주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키친아트 사람들의 위대한 경영 드라마.
다른 기업과 다른 <키친아트>만의 노하우가 궁금해지고 무엇보다 노사간의 반목이 심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주인정신이라는 말은 과연 독자들에게 어떤 결론을 보여줄까라는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키친아트는 어느 날 갑자기 설립된 회사가 아닙니다. 시작은 전신 기업인 경동산업에서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동산업은 당시 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경영진들이 우선인, 회사의 이익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경영방식을 고수합니다. '함께'라는 의식이 없으니 노동자의 근무 조건도 당연히 최악으로 내달립니다. 열악한 작업환경과 말도 안 되는 노동 강도, 노동자들의 저임금은 사측의 부를 키워주었지만 정작 그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앞날은 암울합니다. 80년대의 민주화 운동과 그에 따른 사람들의 의식 변화로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제대로 바라보고 당당하게 요구하기 이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인 변화, 노동자들의 의식 변화에도 경동산업은 눈 깜짝 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무섭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죠. 아니 알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노사는 반목하게 되고, 무분별한 경영으로 경동산업은 결국 무너지게 됩니다. 그에 따라 노동자들의 삶도 무너지게 됩니다.
이런 지경에 이를 때까지도 노사는 서로 회생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귀를 닫아버린 경동산업이 제일 문제였지만 말입니다.
회사가 무너지고 폐쇄를 하면 제일 타격을 받는 이들은 바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평생직장이라 여기고 오로지 그곳에서 배운 기술만으로 힘들게 힘들게 가정을 꾸려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경동산업의 퇴출은 당장 노동자들의 밥줄이 끊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무너질 수 없다.' '회사가 문 닫는다고 나의 일자리를 고스란히 내줄 수 없다.' '그동안 받지 못한 급여와 퇴직금이라도 챙겨야 한다.' '내가 여기를 떠나면 어디서 다시 시작해야 하나.' 노동자들은 수많은 걱정을 했을 테고, 현장 노동자뿐 아니라 영업직, 관직리직에 있던 직원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 마음이 서로 통했습니다. 그들은 손을 잡는다. 경동산업을 이끌던 경영진들은 모두 등 돌리고 자기들의 살길을 찾아 도망가기 바빴던 그 시기에 서로의 처지에서 갈등을 가졌던 두 집단이 서로 손을 잡았습니다. 살아야 하기에, 살려면 손을 잡아야 하기에 그들은 오로지 회사를 살려보자는 그 마음 하나로 뭉쳤습니다. 그리고 직원 모두가 주인인 키친아트라는 브랜드를 유지하게 됩니다.
<키친아트 이야기>는 무너진 회사를 직원들의 힘으로 세우고, '공동소유, 공동분배, 공동책임'의 사훈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브랜드를 살리는 이야기, 말 그대로 경영 드라마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그런 이야기입니다. 모기업이 무너지고 그 와중에 살아남아야 하는 직원들은 서로 손을 잡고 기적을 이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키친아트라는 브랜드를 악착같이 잡아 붙들고, 그 브랜드를 키워나간 것은 결국 현장에서 발로 뛰던 직원들이었습니다.
기업은 창업주 한 명만 모든 부를 가져야 하는, 경영진들이 노동자들을 하수인처럼 부리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직원의 창의력과 노력, 노하우, 그리고 자신감, 열정으로 이루어진 창조적인 산물이 똘똘 뭉쳐야 오랫동안 후손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그런 마음을 키친아트는 잘 살려나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동산업에 다니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조그만 회사다.' '좋은 학교를 나오고 전문 경영인들도 포기한 회사를 니들이 어떻게 운영하겠느냐'라는 우려를 키친아트의 직원들은 현장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를 전면에 내세워 발로 뛰는 경영을 보여주었습니다. 각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자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손으로 직접 만들고, 눈으로 직접 보고, 늘 한결같이 내공을 쌓았던 그 자세. 바로 최선의 자세, 진정한 자세로 등을 돌린 협력업체의 힘을 다시 받아내는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키친아트 이야기>는 평범하던 직원들이 세계를 향해 나가는 기업의 성공 신화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기업의 노하우를 독자들에게 기꺼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업 경영의 전문적인 지식이 없던 이들은 직접 배우고, 물어보면서 하나하나 배워나갔습니다. 독자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가게를 꾸려 나가는 것도 기업의 하나이고, 직원을 거느린 중소기업도 제대로 된 경영이 무엇인가 배워야 합니다.
<키친아트 이야기>는 바로 그런 기업정신, 직원이 내 일처럼 생각하는 회사를 만들고, 열심히 일한 성과는 골고루 나누어 주고, CEO와 직원이 서로 신뢰하고 소통하는 그런 기업을 만들어가는 노하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결코 이상형에만 머무는 기업의 모습이 아닙니다. 어떤 개념을 확고하게 지켜나가느냐에 따라 이상형의 기업이 바로 내가 다니는 직장, 내가 꾸려가는 기업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아직도 노사갈등을 가진 많은 기업이 있습니다. 결코, 모른척하고 없는 척 할 일이 아닙니다. 답은 바로 앞에 있습니다. 단지 내 것이 아니라는 변명으로 그 답을 보려 하지 않습니다. 경제경영에 대한 이야기는 당연히 지루합니다. 딱딱합니다. 전문용어만 나열되어 있어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경제경영에 대해 문외한으로 머무를 수도 없는 시대입니다. <키친아트 이야기>는 처세술과 기업경영, 경제원리까지 두루두루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