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같은 날은 일하기가 싫다.
송년회가 있는 사람들은 송년회로,
송년회가 없는 사람들은 비(雨)오는 날 술(酒)마시는 '우주'클럽이라도 결성할 생각들로 머릿속이 분주할텐데,
난 다 필요없고 뜨뜻한 아랫목에 배깔고 만화책이나 보면서 주전부리를 했으면 좋겠다.
왜 하필 만화책이냐, 주전부리는 뭐냐, 하는 말들이 나오기 전에 이실직고하자면,
뜨뜻한 아랫목 대신 현실은 침대 한쪽 바닥의 온열을 아주 높여 뜨끈뜨끈하게 해놓고 몸을 지지면셔~,
'아~, 시원하다~'해야 하지만 말이다.
옛날 대학시험을 보고 할일이 없을 때 였으니 시기적으로 요맘때쯤이었던 것 같다.
겨울 비는 추적추적 내리는데,
'푸른하늘'의,
'겨울바다로 가자 메워진 가슴을 열어보자~ 스치는 바람불면 너의 슬픔같이하자~'
하는 노래를 카세트 테이프로 돌려들으면서 뭔가 가벼운 책들을 설렁설렁 넘겨봤던 것 같다.
주전부리만은 정확히 기억하는데,
새우깡이나 제크 크래커 꼬마곰 젤리 따위를 아주 좋아했다.
그때 그 추억 때문인지 난, 이 나이에, 아직도, 편의점을 드나드나 보다...라고 해야 겠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듯이, 편의점은 내게 신천지다.
그곳에 가면 무엇인든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있다.
나 같은 아줌도 그러한데, 이땅의 청춘들은 어떨까 싶었다.
왜 편의점을 적극적으로 다루는 책이나 텔레비전 프로는 없나 했는데,
아니다 책도 있고,
삼시세끼 후속으로 '편의점을 털어라'하는 텔레비전 프로도 방영 예정이란다.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편의점 가는 기분
박영란 지음 / 창비 /
2016년 10월
위의 것은 일본 소설이고, 아래 것은 우리나라 청소년 소설인가 보다.
그런데, 내가 하려는 얘기는 편의점의 폐해나 편의점 예찬 따위는 아니다.
배가 고파도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에 우유 하나 먹지 못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고,
건강을 고려하는 사람들은 편의점에서 파는 인스턴트 식품들에게는 손도 대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나는 '살면 얼마나 산다고 내 몸이 원하는 먹고싶은걸 원껏 먹겠다' 하는 주의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다.
'먹기싫은 음식이 병을 고친다'라는 책 제목도 있던데, 난 여기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내 몸이 원하는걸 먹고 싶다고 느끼고 반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갈증이 나면 물을 찾고, 배가 고프면 음식을 찾는 것처럼.
그러니까 이러구러 할 것 없이,
오늘 저녁 퇴근길엔 집 앞 편의점을 털겠다.
아들이 빵빵하게 보일러를 돌려 놓은 거실에 둘러 앉아서,
편의점 음식들로 파뤼를 해야 겠다.
오늘의 1일 1그림은,

잘 그렸다고 나름 만족했는데, (분위기를 잘 잡아냈다고 완전 흡족~^^) 가만 보니 눈이 짝짝이다.
내가 낳은 아들이니까 내 맘대로 한다고 한마디만 하자면, 사람 바보 만드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대놓고 구시렁거리지 못하고 맘에 안드는걸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나,
참 소심하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