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울아들이 검정 마스크 사진을 링크해서 보내주며 그걸 사달라고 했었다.
내가 보기엔 시커먼 것이 패셔니스타 울아들에게 어울리지 않아보여,
오늘 오전 내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보았다.
(아들이 보내준 인터넷에서 판매 중인 껌정 마스크)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마스크)
내 딴엔 아들의 취향을 고려하여 고른 껌정색을 존중해 준다는 의미에서 껌정 체크를 원단을 선택하여,
한땀 한땀 이태리 장인의 정신에 감정 이입은 아니더라도, 나름 빙의하여 만들었다.
좋아할 아들을 상상하며 완전 기분이 좋아 보내줬더니,
괜히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했다며 툴툴댄다.
(이 사진은 "미디어 오늘"에서 업어왔습니다)
아들, 정녕 이 용도로 사용하려고 사달라고 했던거냐?
미리 얘기했으면 이 엄마가 안 돌아가는 머리라도 굴려 완전 폼나게 만들어줬을거 아니냐?
닥치고 책이나 읽어야 겠다.
망원동 에코 하우스
고금숙 지음 / 이후 /
2015년 10월
내가 거절 당한것 같아 완전 우울한데,
이 책은 왜 이리 잼나는거냐?
그동안 내가 봐왔던 작가들 중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가독력 있는 글빨을 자랑하는 것 같다.
암튼 고금숙이 누군지, 나한테 딱 걸렸다.
그녀의 전작 주의자가 되고 말테다~(,.)
몸마저 비리비리한 나는 시골에서는 영 쓸모가 없는 인간이다. 게으르고 허약해서 농사를 업으로 삼을 수가 있나, 프로그래밍이나 웹디자인 같은 기술로 시골에서도 밥벌이가 가능하기를 하나, 동네 어르신을 모시고 읍내 병원까지 운전할 수가 있나, 영 되는 것이 없다. 내가 보기에 시골에는 운전, 간호, 디자인, 홍보 등 도시에서도 통용될 기준을 가졌거나 농사를 전업으로 삼을 젊은이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생태적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 도시에 남아 저항하고 싸우며 도시의 숨통을 튀워야 한다.(10쪽)
나랑 비슷한 조건인데, 분석력에다 추진력까지 갖추었다.
나처럼 되지도 않게 포크레인 앞에서 힘 빼고 삽질을 하며 진을 빼지도 않고,
번지 수를 잘못 찾아 놓고고 엉뚱한 상상으로 자아도취하여 헛물을 켜지도 않는다.
이러니 내가 어찌 멋지다고 열광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 말이다.
암튼 마음을 추스리고 책이나 읽어야겠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사는 방식이 당신을 말해준다."
-권산, 『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북하우스,2010) (21쪽)
난 아무래도 앞으로도 한참동안을 되지도 않는 걸 두고 헛물을 켤지도 모르고,
시행착오를 몇번이나 더 반복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장담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배꼽 빠지게 웃을지도 모르니,
배꼽 단속을 잘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편견이나 선입견에서 탈피했다고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습관화되어 현실에 안주하려는 매너리즘과 타성에서 탈피할 수 있다.
부디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