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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먹는 책방 - 동네서점 북바이북 이야기
김진양 지음 / 나무나무 / 2015년 2월
평점 :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책방이나 헌책방, 북카페 같은 걸 꿈꿔봤을 것이다.
나 또한 지금까지도 계속 되고 있는 꿈이고 로망이고 희망사항이지만,
남편의 세번이나 되는 사업실패와,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나름 서비스 업종이라고 사람들이랑 보대끼는게 싫어서,
억만년 꿈이고 로망이고 희망사항일 따름이다.
하지만, 꿈에는 유효기간이 없다고,
누군가가 책방이나 북카페를 개설하겠다고 하거나,
이런 책을 만나게 되면,
마음이 설레는 것이 어쩌지 못하겠다.
책 날개 안쪽에 보면,
좋아하는 것은 '심플'하게 사는 것,
싫어하는 것은 '말'만 하고 사는 것.
이라고 해서,
꿈만 꾸는 나와는 정반대의 '실행력'을 가진 젊은 처자가 등장한다.
오늘 내가 그녀의 그것이 이토록 부럽고 가슴 설레는 이유는,
'누구나 따뜻하게 위로 받을 수 있는 심야 치유 서점을 꿈꾼다.'는 이 한마디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좋은 것은,
제대로 된 책방 창업기여서도 아니고,
고사성어, 격언이 넘쳐나는 삶의 지침서여서도 아니고,
짜임새가 유난히 좋게 잘 만들어진 책이어서도 아니다.
나도 책방이나 헌책방, 북카페 같은 무언가를 하게 된다면 '심야 식당'이나 '북 바이 북'처럼,
누군가 '따뜻하게 위로 받을 수 있는 심야 치유 서점'을 꿈꾸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 스스로가 벽과 담을 쌓고,
그리하여 스스로를 유폐시켜 외로운 섬처럼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 이 세상에도,
천성이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심야 서점의 주인장이 되어 '누구나'를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치유'를 꿈꾼다고 하는 쉬운 일이 아닐진데,
그런 치유를 하며,
'좋은 사람들과 즐겁고 행복하게 오래도록 살고 싶다'는 처자가 기특하기까지 하다.
탄탄한 회사에서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으며 일할때,
부지런히 저축도 하고 나름 풍요로운 삶을 누리며 살때는 마음이 여유롭지 않았단다.
지금은 하루하루 매출에 신경을 쓰며 경제적으로 빠듯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마음은 어떤 이들의 상처나 고민도 포용할 수 있을 만큼 여유롭고 편안하단다.
이제서야 자신의 자리를 찾은 것 같고, 그 행복감이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한단다.
여기서 끝났으면,
그냥 하기 좋은 말, 글로 쓰여지기 좋은 구절 쯤으로 생각했을 것인데
격려해주기 혹은 따스하게 품어주기, 남의 얘기 잘 들어 같은 행동은 나 스스로가 여유로운 상태가 아니면 절대 억지로라도 보여주기 힘든 태도라는 것을 책방 주인장을 하면서 더욱 뼈저리게 느낀다. 내가 행복한 상태일수록 나에게 속내를 털어 놓는데 주저함이 없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으므로. 누군가의 인생을 진실된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내 마음의 여유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멈출 수는 없<--오타) 멈출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22쪽)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치유해 줄 수 있는 근원이 '나 스스로가 여유로운 상태'임을 감지해 내고,
마음의 여유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계발을 게을리하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서점의 상호도 그런 염원들을 적극 반영한다.
애로우 잉글리시 이론까지 들먹여가며,
'by'가 단지 '~에 의한'이라는 뜻 말고도 '~의 힘을 받는 원천'이라는 뜻을 기억해 내서,
'책의 힘의 원천이 되는 것은 책'이란 더 강력한 메시지를 생각해 냈고,
그리하여 '북 바이 북'이란 '책을 통해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을 담은 상호를 조합해 냈다.
서점이지만 북카페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니까,
책 이외의 것들에 진을 빼면,
정작 필요한 책을 큐레이션하는데 힘을 쏟을 수 없다는 것을 일찍 간파,
포기할 것은 일찍 포기하는 결단력도 명민함의 반영인듯 싶다.
이태원의 파이전문점을 갔다가,
커피 농도만 맞추어 놓고 버튼 한번만 누르면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기계로 커피 서비스를 하는 것을 보고,
특정 아이템에 자신감이 있으면 일정부분은 운영을 간소화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단다.
천성이 사람을 좋아해서,
그래서 역시 그녀 주변엔 좋은 사람이 많은 거겠지만,
단 두 번의 만남이었지만 지금까지 인연이 지속되고 있는 것을 보면, 사람과의 인연의 농도를 측정할 때 '얼마나 자주'라는 횟수는 측정 기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158쪽)
따위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문장도 너무 멋지다.
그녀는 스스로를 '복에 겹다고' 자평하는데,
북 바이 북을 만들면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사람이라도 감사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모든 이들이 고맙다는 걸 보면,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고보면,
'누구나 따뜻하게 위로 받을 수 있는 심야 치유 서점을 꿈꾼다' 고 하였는데,
벌써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녀에게 배운 것도 있지만,
이 책을 통하여 배운 것도 있는데,
화분 선물에 담긴 의미는, '모든 것에 정성을 쏟으라는 뜻'이란다.
화분의 꽃이나 나무 하나를 잘 기르면 그 집의 음식은 먹어보지 않아도 맛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식물은 항상 관심을 가져주고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정성을 쏟아야 한단다.
난 그동안 식물이고 동물이고 뭘 키우는 걸 싫어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잘 키울 수 없을까봐 염려를 한다는데,
난 조금 다른 이유에서 였다.
내가 아무리 잘 키워도 길들이고 정붙일려고 하면,
수명을 다하여 떠나버리거나 죽어버릴까봐,
그 상실감을 감당하기 버겁다는 좀 비겁한 구실 때문이었다.
요즘은 좀 나아졌는데,
아직 사람보다 수명이 긴 동물은 못봤고,
여러해살이 식물의 경우 정 붙이고 길들여서 잘 기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성격의 소유자이면서, 많은 이들에게 고마워하는 그녀조차도,
사업가로서의 그녀의 입지가 거저 이루어진건 아니라고 하며,
'어느것 하나 빠지는게 없는' 완전체의 사업가가 되기를 꿈꾼다.
아이돌을 예로 들면서,
타고난 재능도 있겠지만 완전체가 되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생각하면 대단하다고 하며 책을 끝맺는다.
'북바이북'은 이제 시작일 뿐이고,
'북바이북'이 어떻게 거듭날지 격려하면서 지켜봐야겠다.
왜냐하면 난 '북 바이 북'에 제대로 감정이입하고 있고,
그녀들을 통해서 못 다 이룬 꿈을 대리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책방이나 헌책방, 북카페 같은 걸 평생 꿈으로만 가지고 있겠다는 내가,
이런 책을 왜 읽냐고 물으신다면,
책을 안 읽는 불황의 시대에 책방을 살려야 되겠다는 작은 염원 때문이고,
그런 의미에서 대기업이나 프렌차이즈보다는,
이런 동네 구멍가게, 동네 서점을 응원하고 싶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