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부채살 사랑''퍼센트 사랑'을 한다는 이에게 푹 빠져서 살았었다.
이 말의 참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추상적'으로 멋지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나는.

한걸음 떨어져서 봤을 때는...
누구에게나 골고루 사랑을 베푼다는 게 가능하다는 것만으로 멋져보였었었는데,
그 사랑의 수혜자가 되어보니...
사랑을 받을 수는 있지만, 내가 받은 사랑에 더하거나 덜어내 되돌려 줄 수도 없을 뿐더러,
급기야 나와 남의 수혜의 정도-부채살의 길이나 퍼센트의 숫자를 가지고 나와 남을 비교하게 되는-나로서는 아주 감정이 더러운 것이 되어버렸다.

이것은 어찌보면,
눈부셔하면서도 햇살을 향해 얼굴을 내밀 수 밖에 없는 해바라기 마냥,
햇살이 내 마음 어두운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어 골고루 밝혀주어, 나도 밝고 따뜻한 구석구석을 갖게되는 참 긍정적인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건 내 본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는 인간은 그렇다.
아직까지는 내 자신의 구석구석까지를 밝히고 내보일 정도로 정신수양이 되질 못 했다.
아직까지는 어두운 구석을 가지고 있고 싶고, 숨기는 게 있고 싶고...
그리하여 때때로는 내 자신에게도 편안하고 너그러워지고도 싶다.

아이와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을 향하여 마음을 키우고도 싶고,
나와 다른 사람이 받게 되는 수혜의 크기를 가지고, 또는 내가 받는 수혜를 다른 사람도 똑같이 받는 걸 가지고... 
비교를 하고 질투를 느끼고 그런 감정을 가지고 살고 싶다.

다만, 그런 감정들을...내 정신수양이 덜 된 탓이라며...마음 한쪽 구석에 숨겨두고 살고 싶다.

암튼,
그런 사랑을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런 사랑의 수혜자가 되는 것도 이쯤에서 접어두어야겠다.
더 큰, 더 의미있는 사랑 따윈...내겐 너무 어렵다.

사람사는 세상에서,
사람과 교류하고 소통되는 맘을 나누기도 하고,
때론 숨기기도 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살고 싶다. 

 

 

 

 

 

선의 탄생
대커 켈트너 지음, 하윤숙 옮김, 장대익 감수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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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4-27 09:3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때론 똑같은 사랑에 질투하고, 더 많이 사랑해주길 바라며...그렇게 사는거지요.
부채살 사랑 싫어요.
요즘 괜히 주변이 못마땅하고, 작은것에도 불끈하며, 표정이 굳어지네요.
아름다운 봄에 웬 민폐래요.....

양철나무꾼 2011-04-28 12:38   좋아요 0 | URL
전 때론 찬란한 봄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봄의 찬란함에 다들 눈을 돌릴때, 저는 슬며시 감출 수 있거든요.
그럴때 못마땅해 하고, 작은 것에 불끈하고, 표정이 굳어지고...다 해보고 털어내 버리는거죠.
민폐의 진수라고 할만한 것들을 다 해보는거죠.
그리고 이 찬란한 봄이 지날때쯤이면 다 털어내고 우리 좀 가벼워져서 훌훌~날아보아도 좋을거예요.
그럴 수 있을거예요~^^

잘잘라 2011-04-27 10:00   좋아요 0 | URL
부채살 사랑.. 뭔가 했어요. 전문용어군요.ㅎㅎ

요즘 뭐가 자꾸 새로 '탄생'하네요. 여기저기서 생각도 탄생하고 번역도 탄생하고 이제 선도 새로 탄생하나요. 낳아놓기만 한다고 부모가 아닐텐데.. 기르는 거 자라는 거,가 더 중요할텐데.. 부채살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을 낳기만 하고 기르지는 않는 그런, 음.. 그러니까 엄청 무책임한 사람같다는 생각도 하다가, 그러다가, 또 한편, 낳을줄만 알고 기를 능력(또는 기능)은 없는 그런 류인가.. 이런 생각을 조니 미첼 노래를 들으면서 하고있는데 문득 그녀의 창법이 양희은과 닮은 데가 없잖아 있군. 근데 이 노래 클라이막스가 어디지?.. 이런 생각하다가, 갑니다. ^ ^;;

양철나무꾼 2011-04-28 12:44   좋아요 0 | URL
전 웬만한 이름만 올라가는 '감수'는 퉁쳐 버리는 경향이 있거든요.
근데, 이 책은 장대익 님의 감수라서 믿음이 갔어요.
선에 대한 심리학이나, 의학적 접근이 있어서 좀 그렇지만...괜찮을 것 같아요.

조니 미첼이 좋은 것은...젊었을때의 목소리랑 비교해 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세월이 목소리에 고스란히 묻어나는데,
참 이상하죠...목소리를 엿듣는 것만으로 치유가 되는 느낌이에요~

무해한모리군 2011-04-27 11:08   좋아요 0 | URL
부채살 길이를 잴때 정말 구질한 느낌인거 같아요..
오늘 날씨랑 잘 어울리는 노래네요.

양철나무꾼 2011-04-28 12:50   좋아요 0 | URL
이 부채살을 가지고, '검은선'에선 이렇게 얘기하고 있지요.
"..천정의 선풍기를 살펴보시오.날개들이 너무 빨리 돌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을 구별할 수가 없소.사람의 머릿 속도 그와 비슷해요...

하지만 선풍기를 멈추고 살펴보면 각 날개의 형태가 다시 분명하게 드러나요.사람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도 이와 비슷해요.각각의 생각을 떼어놓고 모든 각도에서 살펴보는 거요.그게 바로 명상의역할이죠.생각을 고정된 물체로 변화시키는 것..."

오늘은 재보선 얘기가 B.M이예요.
음악이 없어도 즐거워요~^^



비로그인 2011-04-27 12:23   좋아요 0 | URL
ㅎ 저는 부채에 살이 거의 없이 좁고 깊게 사람을 만나는 성향이어서 가끔 모두에게 고루고루 관심을 가져주는 이를 보면 훌륭해 보이기도 하더만, 막상 수혜자가 되면 생각이 달라지겠지요?

저도 회사서 친하던 사람이 제주도(!)로 이사갔어요. 메신저를 해도 허전하고 안 해도 허전한 상태네요.

점심 시간 8분 전... 비가 개었군요.

양철나무꾼 2011-04-28 12:53   좋아요 0 | URL
제가 있는 곳은 구름을 비껴가며 햇살이 넉넉해요.
점심 맛나게 드셨을까요?

전 제주도는 아니고 바로 옆동네로 간거니까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죠.^^

2011-04-27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4-28 12:55   좋아요 0 | URL
부채살 사랑이라니...뭐 그런 소름돋는 말씀을...
그거 왕 밥맛이라니까요.

님도 즐거운 오후요~

꿈꾸는섬 2011-04-27 15:01   좋아요 0 | URL
부채살 사랑이 뭔가 했어요.ㅎㅎ 전 욕심이 많아서 그런가 부채살 사랑의 수혜자는 싫어요.ㅎㅎ

양철나무꾼 2011-04-28 12:57   좋아요 0 | URL
저는 그릇이 코딱지만해서 다른 사람을 부채살 사랑 할 수도 없거니와, 그런 사랑의 수혜자가 되는 것도 노 땡큐예요~

전 일편단심을 장담할 순 없지만, 한번에 한 사람만요~^^

글샘 2011-04-27 18:48   좋아요 0 | URL
그렇게 사는 거죠. 때론 숨기기도 하면서...
소음인은 ㅎㅎ(엄청 울궈먹죠.)
칭찬을 받아도 자기가 발전하고 있는 그 부분을 정확히 칭찬받아야 기쁨을 느낀답니다.
대~충 아무 때나 '너 참 잘 했어~' 이런 말 들으면, '쳇, 그거 지나가는 소리지...' 이런대요. ^^
그래서 소음인은 자기를 잘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면 환장을 하게 되죠.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주는 사람 말입니다.

저는 이런 글을 읽으면서도... 부채+살은 부챗살로 쓰는 게 맞춤법에 맞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는...

양철나무꾼 2011-04-28 13:00   좋아요 0 | URL
제가 저 잘난 맛에 사는 인간이어서 다른 사람이 하는 말 지나가는 소리로 듣는 경향이 있는데,
샘 말씀은 참 잘 들어요~^^

전에 뭇국 얘기하면서 제가 끔찍해 했었잖아요.
님도 댓글 달아주셨고...
알면서 '부채살'로 적었어요.
요건 눈감아 주심 안돼요?^^

감은빛 2011-04-28 01:21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 책VS책 카테고리엔 적어도 2권 이상의 책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이 글엔 왜 책이 하나 밖에 없지?
또 제목이 '어떤 사랑법2'라면 어딘가 '어떤 사랑법1'도 있을 것 같은데,
그 글은 어떤 글일까?

뭐 이런 것들만 궁금해지는 건 왜일까요?

*스킨만보고 제 서재인줄 알았다가,
반짝이는 '서재의 달인' 배너보고 얼른 정신 차렸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1-04-28 13:04   좋아요 0 | URL
카테고리 실수예요, 바꿨어요.
어떤 사랑법1도 있어요.
그 글도 별다를 거 없어요, 사랑 타령이예요.
모두를 다 사랑한다는 건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같다...뭐, 그런~

자꾸만 그러시면 저 쥐구멍에서 못나오는 수가 있어요~^^

루쉰P 2011-04-29 03:29   좋아요 0 | URL
ㅋㅋ 모두를 사랑할 수는 없죠. 예수, 석가, 공자님이 아니고서는요. 저 역시 모든 생명의 사랑광선을 쏘겠다 다짐하지만 운전하다가 욱하고 일하다가 욱하고 ㅋ 도대체 나란 누구인가? 자문할 때가 많아요. 모두를 사랑해야 한다는 건 싫은 사람을 사랑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직장생활이나 살다보면 뭐 이런 외계인들이 다 있어하며 놀라는 종족들을 만나거든요. 전 그럴 땐 얘넨 지구인 아니니 사랑 안 해도 되겠지란 자기 합리화 사랑을 시작합니다. 싫은 것도 억지로 사랑하면 토 나와요. ^^

양철나무꾼 2011-04-30 01:18   좋아요 0 | URL
싫은 건 당근 싫은거구요.
어떻게 골고루 그렇게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문어발 식으로 사랑할 수 있느냐는 거죠.

그런데 운전하다 욱 일하다가 욱...이건 앞다리가 쑥 뒷다리가 쑥...이 버젼인걸요~
그러니까 나와 다른 파장, 임역대를 가진 생명체가 존재하긴 하나 봅니다, 에효~ㅠ.ㅠ

루쉰P 2011-05-02 15:03   좋아요 0 | URL
전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사람들인 듯 한데 많은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과 동일한 것 같아요. 1명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10명, 100명을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은 둘의 어머니요, 십의 어머니니까요. 음...더 쉽게 말하자면 1이 있어야, 2도 3도 있다는 그런 뜻?? 하여튼 한 명을 사랑하는 자가 만인을 사랑할 수 있다고 믿는 합리주의자에요. 저는 ^^

외계인들은 존재한다는 것이 확실해요. 아무리 봐도 인간의 탈을 쓴 외계인들이 넘치는 현실이라 보거든요. 하여튼 그런 외계인들에게 순수한 양철댁님의 마음이 잡아 먹히시면 안 되요. 그들은 미소를 가장하고 접근해 양철댁님의 선한 마음을 파괴하려는 알파파를 발산하니까요. 속으시면 안돼요!!

양철나무꾼 2011-05-03 11:11   좋아요 0 | URL
인간이 알파파만 발산한다는 거...편견 아닐까요?
당신 인생의 이야기 중'네 인생의 이야기'처럼요~

인간의 마음을 잡아먹는 건 외계인도 그 누구도 아닌, 인간 자신들이죠~
아, 그런 인간들...외계인만도 못하다...하면 외계인이 슬퍼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