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없이 산다.

적당한 인사치례는 원만한 대인관계의 원동력이라는 걸 알지만,
내가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말이 있는데...
그게 사람들 사이에 흔히 오갈 수 있는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말이다.
"안녕하세요?"
하면, 대번
"안녕하지 못하니까 왔지...!"
하는 대답이 돌아오니,
대체해서 쓰라는 말이
"어서오세요"라는데,
이게 꼭 중국집 종업원이 손님에게 하는 '어서오세요'만큼이나 속내를 드러내는 말인것 같아서 입에 붙지 않고 자꾸만 겉돈다.
중국집의 매상을 올려주는 거야 누이좋고 매부좋은 거니까 '어서 오세요' 해도 되는 거지만,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안녕하지 못해서 온 것을 알면서도,
내 주머니를 불려준다고 하여 '어서 오세요'라는 말은 냉큼 나오지 않는다.

예전에 나의 그런 딜레마를 알던 어떤 사람은 가끔 "별일 없지?" 하고 먼저 인사를 건네오곤 했었다.

지난 겨울 어떤 일에 미쳐서 사느라고,
내가 별일 없이 사는 지 어떤 지 조차 모르고 살았었다.
이제 그 일을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지금의 나야말로 별일없이 사는 건데, 이 별일없음이 꼭 고인 물처럼 생각 돼 어쩌지 못하겠다.

이제는 별일없이 산다는 사람이 있으면 안심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
혹 고인 물은 아닌지,
에너지 이동의 차원에서라도 한번 씩 건드려 봐야겠다. 


와플메이커를 드디어 장만하였다.
요번에 알게 된 사실 하나,
같은 회사의 같은 모델이어도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난다는 거다. 
지금은 65900원이랑, 65000원으로 900원 정도 차이가 나지만... 
내가 구매를 한 지난 주에는 가격이 2000원 정도 차이가 났었다.
65900원 짜리로 주문을 넣었다가 부랴부랴 취소하고 63800원 짜리를 주문했다.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2000원에 주문을 변경하기도 하는 걸 보면, 알뜰족으로 거듭난 것 같아 마냥 뿌듯하다.
 

 

 
[리큅] 전통 벨기에식 와플 메이커/제조기 LW-425 최고인기 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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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큅 벨기에식 가정용 와플 메이커 LW-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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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을 하는 과정의 지난함은 생략한다.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를 패러디해 얘기해 보자면 '밥짓기가 가장 쉬웠어요'이다.
밤에 부엌일을 마치고 맨나중에 쌀을 씻어 안치고 쌀뜨물로 세수를 한다.
전기 밥솥의 예약 기능을 이용하면 아침시간에 딱 맞춰 고슬고슬한 밥이 되어 있다.
(알라딘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내열접시가 찬조출연했다.)

  

그냥, 그렇게,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사람이 있다.
내게 그런 그녀의 서재가 휑한 걸 오늘에서야 발견했다.
부랴부랴 안부 문자를 넣어보니 봄바람 탓으로 돌린다.
가을에 전어 굽는 냄새로 집 나간 며느리를 돌아오게 한다는 말을 빌어,
와플 향이 그녀에게 가 닿았으면 좋겠다.
또는 내 마음이 그녀에게 가 닿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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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사지 않는 편을 택하겠어요.
    from 제발 제발 2011-04-21 23:06 
    저는 와플기계를 사지 않을거예요. 잘생긴 와플 가게 총각을 만나는 3분을 놓치지 않을 거예요.와플 가게 총각이 "맛있게 드세요"하고 건네는 미소와와플기계를 맞바꾸지 않을거예요. 절대로.그렇잖아도 밖에 나갈 일이 없어서 좀이 쑤시는데와플 사러 나갈 일마저 없어지면 어떡해요.와플 기계를 사서 손수 만든 와플을 맛보라며 사람들을 초대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 일이 너무 커질거예요.와플 기계를 산다는건 정말 보통일이 아니예요. 저는 와플 기계를 사지 않는 편을
 
 
2011-04-21 0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1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穀雨(곡우) 2011-04-21 09:27   좋아요 0 | URL
와플 위에 메이플시럽과 적당양의 생크림을 가미하면 크윽.....
보는 순간 입 안에 침이 한 가득....^^
아마 휑한 그분의 서재가 양철댁님의 와플 향에 냉큼 돌아 올 겁니다...^^

양철나무꾼 2011-04-22 12:56   좋아요 0 | URL
오늘은 빈대떡을 부치고 싶은 날씬걸요~

내가 좋은 걸, 상대에게 권해야 한다는 걸 까먹었어요.
퍽퍽한 와플 주서(워) 먹고 아팠어요.
오늘은 빈대떡 냄새로 한번 승부해 보려구요~^^

루쉰P 2011-04-21 10:24   좋아요 0 | URL
전 와플을 여기 아파트 앞에 떡볶이 집에서 사서 먹어요. 이 집은 겨울에는 붕어빵, 봄/여름에는 와플로 굉장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메뉴를 바꾸는 듯 해요. 맛있어요. 유일한 근처 분식집이거든요. ㅋㅋ
와플 기계를 2천원 더 싸게 사시고 뿌듯해 하는 모습, 정말 현대 여성의 바람직한 모습이에요. 감동하고 가요.

양철나무꾼 2011-04-22 12:59   좋아요 0 | URL
전 분식 중에 제일 좋아하는 게 떡볶이예요.
전 매운 음식 잘못 먹으면 속이 뒤집어지고, 얼굴도 덩달아 뒤집어 지고 그러는데...
그래도 가끔 호기롭게 먹어요.

오늘은 빈대떡을 한번 구워 보려구요.
님은 참치전을 부치시려나?^^

루쉰P 2011-04-22 23:58   좋아요 0 | URL
흠..이제는 예언까지 하시다니, 이 섬뜩함, 빙고! 참치전 부쳤어요. 오늘은 출근하지 않는 날이라 집에서 참치전을 붙여 먹었어요. T.T 이거 양철댁님의 감각은 날로 발전하시는 듯 합니다. 헤헤

양철나무꾼 2011-04-23 10:57   좋아요 0 | URL
저, 이러다가 루쉰P교...구루 정도로 등극하는 거 아닐까요?^^

루쉰P 2011-04-23 21:27   좋아요 0 | URL
음...등극하시다면 양철댁님은 구루로 모셔 드릴께요. ㅋㅋㅋ

양철나무꾼 2011-04-24 02:11   좋아요 0 | URL
정말이죠~?^^

pjy 2011-04-21 10:49   좋아요 0 | URL
저 와플 안좋아합니다...그러나, 정말 쫀득하게 찰져보이는것이 너무 먹고싶습니다!!!

양철나무꾼 2011-04-22 13:0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 와플이 바싹한 맛이 없고...정말 쫀득하고 찰지더군요.
와플 먹고 체해서 고생했어요~ㅠ.ㅠ

그러고도 오늘도 먹을 궁리, 오늘은 빈대떡입니다여~^^

pjy 2011-04-22 17:27   좋아요 0 | URL
저런, 체하셨군요-_- 요새 날씨가 더웠다 추웠다 해서 그런거같아요~
소화기관이 사실은 연약한 아이인가봐요~

양철나무꾼 2011-04-23 10:5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소화기관이 한 예민한가 봐요~^^

꿈꾸는섬 2011-04-21 13:18   좋아요 0 | URL
와, 와플기계 사셨군요. 와플 향기가 여기까지 나는 듯......맛있겠어요.

양철나무꾼 2011-04-22 13:04   좋아요 0 | URL
음~~~
저 와플 기계, 영구 보관하게 될 것 같아요.
반죽 하는 것도 장난이 아니고,
바쁜 아침시간에 시간도 엄청 잡아먹고,
전기도 엄청 들어갈 것 같아요~ㅠ.ㅠ

2011-04-21 1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2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2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3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3 2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4 0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6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6 0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4-21 14:52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별일 없이 사는 것을 생의 목표로 삼고 있어요. 이해하실런지...^^
'공부가 가장 쉬웠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저자가 다른 것보다 공부를 제일 많이 했기 때문 아닐까 생각해요. 꼭 공부가 아니어도 제일 많이 해본 것이 제일 쉽게 여겨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저도 OO가 제일 쉽더라고 말하고 다닌 적이 있는데, 막상 해보니 어려울거라 생각했던 OO 보다 생각지도 않았던 다른 것들이 훨씬 더 어렵더라는 뜻으로 한 말이었지요.
저도 와플메이커 눈에 띌때마다 고민합니다. 살까 말까 하고요.

양철나무꾼 2011-04-22 13:1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말예요.
바쁜 아침시간에 정성들여 상 차려주면 새모이처럼 먹는게 안타까워 잠시 잠깐 와플을 넘봤었는데요.
이 와플도 반죽하고 예열하고 구워내고 걸리는 시간이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그렇다고 저녁 때 다 구워놓는 건 와플이 아니잖아요~ㅠ.ㅠ

님 좀 더 고민해 보세요~^^

프레이야 2011-04-21 22:56   좋아요 0 | URL
폭삭폭삭 와플향이 여기까지 풍겨요.
그분(?) 돌아오시면 좋을텐데요.
제가 생각하는 그분인지 모르겠지만요.ㅎㅎ

양철나무꾼 2011-04-22 13:13   좋아요 0 | URL
폭삭폭삭한 와플향이란 표현 참 재밌어요.
그러게요, 저와 프레이야님, 모든 사람들의 그분이 돌아왔음 좋겠어요~^^

순오기 2011-04-22 00:15   좋아요 0 | URL
와플메이커를 드디어 샀군요~
와플향이 진동하는 그댁으로 초대해주면 좋겠는데...^^

저는 별일없이 잘 삽니다~
글은 자주 못 올려도 빛고을 독서마라톤이 시작돼서 책읽기는 열심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4-22 13:16   좋아요 0 | URL
아마 다시는 와플향이 진동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제가 먹고 체해서 고생해서 또 만들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순오기님이야 그렇게 별일없이 잘 살고 계시는 것만으로도 제게 무한한 힘이 되는걸요~^^
빛고을 마라톤이 시작됐군요, 저도 응원할게요~!!!

순오기 2011-04-22 18:30   좋아요 0 | URL
흐미야~ 와플 먹고 체했었군요.ㅜㅜ
한번 체한 음식은 다시 안 찾을 확률이 높죠.^^

양철나무꾼 2011-04-23 11:07   좋아요 0 | URL
와플 메이커, 박스 포장 고대로 다시 했어요~
덕분에 어제 하루종일 쫄쫄 굶어주시고, 저녁때 샐러드 좀 만들어 먹었어요~^^

아이리시스 2011-04-22 12:07   좋아요 0 | URL
우와, 이거 은근 완전 맛있는 와플이 만들어지는 거군요. 저도 한 번.. 꿀꺽 먹어보고 그런데 반죽하는 지난한 과정을 올려주셨음 저도 막 갖고싶어지지는 않았을지도. 맛있겠다 히히히히.

양철나무꾼 2011-04-22 13:18   좋아요 0 | URL
저는 반죽하는 기계가 따로 있었는데...그래도 쉽지 않았어요.
게다가 먹고 체해주시고요~

정말 여자들의 욕심은 다 한때인것 같아요~^^

첫눈 2011-04-22 22:31   좋아요 0 | URL
마음이 따뜻해지는 양철댁님의 안부의 글을보니,
그녀 되시는분 무척 행복할듯 싶어요 ^^
아~저는 이렇게 따뜻하고 훈훈한 글이 너무 좋아요~

와플....너무 군침돌아요~~~
맛도 맛이지만, 향기도 장난 아닐거 같아요~~~
먹고싶어용~~^^*

양철나무꾼 2011-04-23 11:10   좋아요 0 | URL
먹어본 제 소감을 말씀드리자면...핫도그 맛이었어요.
어릴때 학교 앞에서 먹던 핫도그 안에 것 맛이 났어요.

첫눈님도 별일 없으신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