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가까이 - 북 숍+북 카페+서재
김태경 지음 / 동아일보사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 
책과 함께 하는 저는 행복합니다. 

책 날개 안쪽에서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이 질문과 대답은, 내가 남편을 다른 사람에게 얘기할 때처럼 '때때로'이다. 

난 누군가의 말처럼 외롭고 고고한 척 하는 종족이어서 그런가...
항상 행복하지는 않다, 때때로 행복하다.  
남편과 함께 사는 것도, 때때로 축복이다. 

그간의 나라면...이책에서처럼 '책과 함께 하는 저는 행복합니다.' 할 수 있었겠지만,
요즘의 나는 책을 읽는 것만으로 행복한건 '때때로'이다.
책을 읽다보니, 책 속에만 빠져 있지 말고...책에서 걸어나와 실천에 옮기라고 나를 부추긴다는 걸 깨달은 지 얼마되지 않았다.
책속에서와 실생활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낄 경우가 전보다 많아졌고,
삶을 미화시키려만 드는 책들이 시큰둥하기만 하다. 

그러니까 이 책이 내게 다소 그랬다.
원래 그런 류의 화보집인 줄 알고 고르긴 했지만,
책 속의 사진들이 자석을 품은 것처럼 날 마구 잡아당기긴 했지만,
이런 식의 북숍, 북카페,서재 라니...너무 단정하고 가지런하고 반짝거려 숨이 막힌다. 
책을, 북숍을, 북카페를, 서재를...보여준다기 보다는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품이 훌륭하다고 해야할까?  

이 책에서 소개한 공간들은 책의 존재가 가장 잘 부각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곳들입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이에도 좋다'는 속담처럼, 잘 꾸며진 공간에서 읽는 책이 머리에 더 콕콕 박힐 것 같습니다. 작가 엘리아스 카네티가 카페를 '군중 속의 혼자'가 되기 위해 가는 곳이라고 말했다는데, 책이 있는 공간도 이 표현과 그럴듯하게 잘 어울립니다.(11쪽) 

근데, 난 저자랑은 다른가 보다.
잘 꾸며진 공간보다는 편안한 공간이라든지, 정신의 무장해제를 할 수 있는 공간에서 읽는 책이 머리에 콕콕 박히니까 말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독서 모드는 온돌방의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이불 쓰고 엎드려서 이고,
뒷동산이 보이는 집 뒷베란다 나무 탁자에 앉아 코코아를 호호 불거나 스낵류를 사각거리며 먹으면서이다.
 
북숍, 서점을 이용하는 비율은 예전엔 대형서점과 동네서점의 비율이 50 대 50이었다면,
요즘은 많은 책들을 알라딘을 이용해 구매한다. 
예전처럼 서점들을 돌아보며 펼쳐보고 책을 고르는 상황이 연출되기 힘들다. 

이야기의 처음에 있는,
"그래서 지금 행복한가요? 저는 행복합니다.ㆍㆍㆍ"
라고 한 사람은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주인장 윤성근 씨란다.  

ㆍㆍㆍ보통 헌책방은 사람보다 책이 우선이다. 그러니 효율성과 서비스가 중요한 시대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굳이 헌책방에 갈 이유가 없는 건 당연했다. 그는 먼지와 사투를 벌이는 속에서 헌책방 주인은 책이 아니라 사람과 더 잘 어우러져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렇게 몇 년의 경험과 책에 대한 애정이 버무려져 탄생한 곳이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다.(76쪽)

그러니까 이 책을 통틀어 내가 제일 맘에 들었던 서점, 북카페의 형태가 바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의 형태이다.
집이랑 회사의 중간 쯤에 있으니, 날 잡아 들려봐야 겠다. 

Space Comment 의 '책을 제대로 읽고 싶다면' 꼭지를 옮겨오면 이렇다. 

1.미디어를 믿지 않는다. 
대중매체에서 추천하는 책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남들이 추천한다고 무턱대고 읽기보다 스스로 필요한 책을 찾아 읽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깨달음이 크다. 

2.실용서보다 인문서를 읽는다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로 올라 있는 책은 대부분이 실용서이다. 사고의 깊이보다 즉흥적인 처세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물고기를 낚아주기보다 낚는 법을 알려주는 책을 읽어야 한다. 인문서를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읽기를 시도해보면 그 어떤 재미와도 비교할 수 없다. 

3.이유를 생각하면 책읽기가 더 재밌다.
고전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손이 가지 않는 건 내용이 복잡하고 낯선 용어가 많기 때문이다.. 읽고 싶은 책을 선택했다면 작가가 왜 썼는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고전의 공통점은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사실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다.모르기 때문에 어렵지 알면 무엇이든 재밌다. 

개인적으로 숨막혔던 서재도 있었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책이 한가득 쌓인 책장을 보며 뿌듯해하는 것과 달리 꼭 필요한 것만 있어야 한다는 실용주의자다. 그런 성격이 책을 정리하는 데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높이가 들쑥날쑥해 보기 싫거나 책등이 예쁘지 않은 책은 화이트 파일함 안에 넣어 보관하거나 붙박이장 안쪽에 정리해둘 정도다.(117쪽) 

여기서 누군지는 밝히지 않겠다. 

부록으로 나온 Wish list는 보면서 내것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내 취향이 다소 올드해서 그렇지,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본다면 인테리어 팁이라던지,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눈이 호사를 누릴 것이고...
무엇보다도 많은 책이 꽂혀있는 서가를 보는 것만으로 영혼이 위로받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한번 쯤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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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1-01-11 10:17   좋아요 0 | URL
언제부터인가 책에 치이고 있으면서도 정리하지 못하는 욕심은 무언지..ㅎㅎ

양철나무꾼 2011-01-13 02:01   좋아요 0 | URL
대문 사진 바꾸셨네요~^^
전 먼저 것도 좋은데...

저도 치이고 정리하지도 못하면서도,
버릴 수 없는 살들마냥 끌어안고 살았었거든요.
올해는 좀 격하게 결심하고 정리해 보려구요~^^

잘잘라 2011-01-11 10:54   좋아요 0 | URL
「책을, 북숍을, 북카페를, 서재를...보여준다기 보다는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품이 훌륭하다고 해야할까?」 이 책은 타겟이 완벽해요. 책 읽는 사람. 그리고, 책 읽는 사람들이 솔깃할 수 밖에 없는 그런.. 환상? 낭만?.. 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상품'으로 잘 만들어냈다는 생각~ ^^;; 베스트셀러가 된다면(벌써 그런 모양이지만..) 그건 기획의 승리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양철나무꾼 2011-01-13 02:06   좋아요 0 | URL
책의 장점과 타겟을 분류해 내시는 걸 보니...오홀~!!!
전 이런 분석에는 한없이 약해요.
아니 어쩜 이런 것 앞에서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지도 몰라요~^^

2011-01-11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3 0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차좋아 2011-01-11 12:16   좋아요 0 | URL
'때때로' 좀 더 잔인하게는 '어쩔때는....' 좀 긍정적으로 '꾸준히' ㅎㅎㅎ
저도 그래요. 물론 행복하길 원하지만 '아~ 난 행복해!' 하면서 취해 살기를 원치는 않아요. '때때로' 즐겁고 기쁠수 있다면 만족합니다. 때대로 행복해야 행복이기도 하고요.항상 행복은 행복이 아니라 무료 같기도 하고....

저는 '때때로' 라는 말이 콕 와 닿아서 맘 속으로 '나도'라고 말했어요.
'책과 함께 하는 저는 행복합니다,' 라고 당당히 말하는 작가의 고백에는 과연? 이라고 의문도 살짝 들고요. 의심할 필요는 없지만 저에겐 양철나무꾼님의 '때때로'가 훨신 와닿는 말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1-13 02:13   좋아요 0 | URL
근데, '때때로'가 '네버'나 '그럼에도 불구하고'나 '가끔'보다는 매력적이잖아요.
'차좋아'님처럼 그래도 한분 정도는 동조해 주시니...
그래도 덜 부끄럽숩니다.

마녀고양이 2011-01-11 15:45   좋아요 0 | URL
같이 가요, 같이 가... 이상한 나라의 헌 책방. 잼나겠다....
나두 데려가면, 내가 애교 엄청 떨어줄게,, 데려가주라. ^^

리뷰의 첫머리 넘 맘에 든다.
'책 속에만 빠져 있지 말고...책에서 걸어나와 실천에 옮기라고 나를 부추긴다는 걸'
이거 너무 맘에 들어요. 나두 그렇거든. 정말 공감공감. 우리처럼
추리소설 환타지물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실 책 세계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죠. 아하하.
빠져나와야 해... 아자!

양철나무꾼 2011-01-13 02:15   좋아요 0 | URL
일단 내가 퇴근 길에 들러 한번 간을 보고...
그리고 마고님을 모시도록 합지요~^^

우리는, 아니 적어도 나는 책에서 쫌 걸어나와줘야 할 듯~^^

cyrus 2011-01-11 17:49   좋아요 0 | URL
이 책,, 포핀스님의 서재에도 본 거 같은데,, 재미있을거 같아요.
저는 책이 가득한 서재 사진이 있는 책을 좋아하거든요.
예전부터 이상북에 관심이 있었는데 꼭 찾아가봐야겠습니다. ^^

양철나무꾼 2011-01-13 02:18   좋아요 0 | URL
저도 책이 가득한 서재는 좋은데...너무 단정하면 숨 막혀요~^^
이상북에 관심있으시다면...서울까지 행차~?
인터넷 숍도 운영하고 있잖아요~^^

꿈꾸는섬 2011-01-11 22:11   좋아요 0 | URL
이상한 나라의 헌 책방, 저도 가보고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1-01-13 02:19   좋아요 0 | URL
한번 날 잡죠~^^
직장에선 20분, 집에선 10분 정도 걸리겠습니다.

카스피 2011-01-11 23:15   좋아요 0 | URL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라 이름은 들었는데 아직 가보진 못한것 같네요.예전에는 전국의 헌책방을 전전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심드렁해서인지 서울에 있는 헌책방도 잘 안가게 되네요ㅡ.ㅡ

양철나무꾼 2011-01-13 02:22   좋아요 0 | URL
전 헌책방은 잘 안 가게 돼요.
헌책방은 나들이라고 하잖아요.
아무래도 일에 치여 나들이 할 체력이 안 따라주는 듯 해요.
고로 서울의 헌책방도 잘 안 가게 된다는 말씀은...체력 안배를 잘 해주셔야 합니다.로 해석 돼요~^^

아이리시스 2011-01-12 15:45   좋아요 0 | URL
때때로 행복, 때때로 축복. 이거 맘에 들어요.
매일 행복하고 싶지만 그건 또 숨이 막힐거예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완전 예쁠 것 같아여.

근데, 젤 마지막 인용구, 화이트 보관함 저건 뭘까여?
서랍에 넣는다는 건가. 줄이랑 크기맞춤. 으악.
경기 일으킬뻔 했어요.
저 분은 우리집 와서 책이 놓인 꼬락서니를 보면 날 사람 취급 안하겠다.. 아하하.

양철나무꾼 2011-01-13 02:24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사람이 그러고 어떻게 살아요?
저는 좁은 집구석 여기 저기 덩치로 쌓여 있다 못해서, 책으로 발야구를 하게 생겼는걸요,ㅋ~.

글샘 2011-01-12 23:2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언제나 때때로를 붙여야 정확하지만...
뭐, 그렇다고 맨날 때때로를 입에 달고 살 순 없잖아요.
적당히 게으르고, 적당히 행복하게...
그러면서도 그저 행복하나도 생각하고 살면 되죠. ㅎㅎ
저는 정리란 게 팔자에 없는 인간이어서... ^^ 헌책방 스탈이 맘에 듭니다.

양철나무꾼 2011-01-13 02:29   좋아요 0 | URL
적당히 게으르고, 적당히 행복하게...이 말 왕 쿨하게 들리는걸요.

저는 제 앉은 자리만 깨끗하면 된다 주의여서, 주변이 아무리 돼지우리여도 잘 살아갈 수 있는데...
근데 만약 남편마저 '정리란 게 팔자에 없는 인간' 이라면 좀 문제가 될 수도 있겠네요~^^

같은하늘 2011-01-13 16:21   좋아요 0 | URL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저도 가보고 싶네요. 저도 자유스런 모습으로 책 보는걸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엎드려서 책을 보고나면 뒷 목과 어깨가 아파서 이젠 그 자세가 안되요.ㅜㅜ

양철나무꾼 2011-01-14 03:0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아들 앞에서는 바른 자세로 책을 보려고 노력을 해요.
그래도 자꾸 눕게 되고 엎드리게 되는 걸 보면 나이탓~?^^

2011-01-13 2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4 0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4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7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